소설리스트

〈 44화 〉44 (44/94)



〈 44화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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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은 월요일에 2천만 원을 기아차 주식에 넣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약 2천 8백만 원이라는 금액이 기아차 주식에 들어가게 되었다. 수현의 전 재산이었다. 보통이라면 분산투자니 뭐니 할 수도 있겠지만, 완전한 미래정보를 가진 수현에게는 이게 무위험고수익 자산이 되었다.

수현과 연희는 월요일 수업은 모두 달랐으므로 점심식사만 같이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둘은 얼굴이라도 잠깐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있다가 수업 끝나고 연락해!”

연희가 손을 흔들며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수현이 마주 손을 흔들며 연희가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연희가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 조금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강의가 있는 건물까지 걷기 시작했다.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가깝지도 않은 거리였다.

경제관련 교양인 수업은 지루했다. 못 알아들어서가 아니라, 이미 아는 내용이라서 그랬다. 수현에게는 연희에게 문자를 보내고 싶은 것을 참아내는 것이 앞의 문제보다 더 어려웠다.

지루한 수업은 더디게 갔다.


수현은 차라리 생산적인 일을 하기로 하고, 공책을 폈다. 그는 전에 생각해두었던 사업 아이템 중에 인형뽑기방에는 엑스표를 그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뽑기방은 일단 사행성이 분명이 존재하고, 뉴스에도 많이 오르내리는 사업이었다. 게다가 프렌차이즈화 하는 것이 그다지 메리트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프렌차이즈의 특장점이 너무 적은 반면에 따라 하기는 쉬웠다.

자신은 그럭저럭 돈을 버는 것에 멈출 생각이 없었다. 괜히 입방아에 많이 오르내리는 사업으로 돈을 벌었다는 구설수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는 코인노래방 쪽을 자신의 첫 사업으로 생각하며 구상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것이 자신의 생각대로 되어서 11월11일에 큰돈을 벌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수현은 노래방 컨셉을 모던함과 깔끔함으로 잡고, 이런 저런 구상을 시작했다.

이름... 이름은 뭘로 할까. 수는...이미 있고, 현? 연희? 희? 희노애락....희노래방. 희를 한자로 하고. 웃음 소리느낌도 나고. 괜찮을 것 같은데?

수현은 희 코인노래방이라고 이름을 짓고 다시 머리를 굴렸다. 너무 블링블링 하면 좋지 않았다.




일단은 대학교. 그 중에서도, 연대와 홍대, 건대 부터 시작해서 직영을  생각이었다.

이곳들은 낮과 평일에는 대학생, 그 중에서도 고시 중인 학생들이나 공강에 할  없는 학생이 대상이었고, 주말 저녁은 각 지역에 놀러온 사람들이 대상이었다.


근데, 너무 블링블링 하면 고시생의 다수인 남자들이 디자인부터 겁을 먹을 가능성이 있었다. 은근히 섬세한 인간들이다.

수현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공책을 채우자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수현은 어느새 일어나는 학생들을 보며 따라 일어나 연희에게 문자를 보냈다.

수현과 연희는 간단히 학식으로 배를 채우고, 커피 한 잔 씩을 테이크아웃으로 들고 걸었다.

“음, 아무래도 영화관 알바는 좀 생각해봐야 것 같아.”

연희가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무 시간 많이 뺐기지.”

수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그런 것도 있고...”

연희가 말을 살짝 흐렸다.

“있고?”

수현이 그 애매함에 마시던 커피를 입에서 떼고 되물었다.

“음, 확실하진 않은데... 최근에 약간 치대는 손님이 생긴 것 같아.”

연희가 애매한 목소리로 말했다.

“치대는 손님? 어떻게?”

수현이 약간 심각해진 얼굴로 물었다.

“아직 확실한  아니야...”

연희가 진정하라는 듯 말했으나 수현은 곤두선 신경을 쉽사리 진정시키지 못했다.

“...처음엔 그냥 영화 되게 좋아하는 손님인 줄 알았거든... 되게 자주 와서.”

연희는 수현의 눈치를 살짝 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런데?”

수현이 조금 다급하게 물었다.

“근데, 유난히 나한테만 많이 결제를 하는  같은 거야. 처음엔 우연인가 싶었는데, 얼마 전에 사람들이 알려주더라고... 나 계산대에 안 나가면 영화 결제를  안 하더래... 짜증내고, 기다리고.”

연희가 말했다.

“스토커잖아.”




수현이 이를 갈며 말했다.

“... 그정돈 아니지 않을까?”

연희가 떨떠름하게 말했다.

“아니야... 그러다가 스토커 되는 거야. 그 사람 최근 언제 봤어?”

수현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물론 관심정도만 있는 사람일 수도 있었지만...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격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저번 주... 수요일? 화요일인가? 마지막 날은 아니야.”

연희가 말했다.

“목요일에는 매표소  나갔고?”

수현이 물었다.

“응. 그 날은 그냥 뒷정리팀. 안 그래도 약간 찝찝해서 물어보니까, 영화관에 안 온 것 같다더라구.”

연희가 말했다.

“네 스케줄 알고 있는  아냐?”

수현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설마...”

연희가 중얼거렸다.

“그 사람 언제 처음 봤어?”

수현이 물었다.

“2주 전? 아닌가? 3주 전? 설 지나고... 개강 전 쯤. 확실히는 모르겠어...”

연희가 말하면서도 조금 의심하는 얼굴이 되었다.

“안 되겠다. 영화관 알바는 그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수현이 드물게 강경하게 말했다.

“...오늘 바로?”

연희가 약간 무서운 얼굴을 하면서도 어려울 것 같다는 얼굴로 말했다.

“네 안전이 제일 중요하지. 같이 가자.”

수현이 연희의 손을 단단하게 잡고 말했다.

“그... 그래도...”

연희가 어물쩍거렸지만, 수현은 확고했다.

그때였다.

“어!”

연희가 수현의 뒤쪽으로 숨었다. 수현이 연희의 시선을 따라 영화관 쪽을 바라보았다.

“저기...녹색 패딩 점퍼...저 사람이야.”

연희가 작게 떨면서 말했다. 그는 뭔가 즐거운 듯이 중얼거리며 영화관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연희, 너 오늘 매표소 언제 나가?”

수현이 화를 참는 목소리로 으르렁대듯 물었다.

“...가자마자 바로...”

연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수현이 분노 섞인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분위기도 그렇고 스토커가 맞았다.

수현은 연희에게 몸을 돌렸다.

“일은...관둬.”

그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응... 근데, 바로 된다고 할까?”

연희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수현은 입술을 깨물다가 그녀의 손을 잡고 영화관으로 이끌었다.

“담당자한테 같이 가자. 그... 저 남자 일, 너한테 알려준 친구도 지금 있으면 데려가자.”

수현이 연희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반박은 절대 받지 않겠다는 목소리였다.

“응... 아마 오늘 나올 거야...”

연희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현에게 바짝 붙었다. 둘은 그 남자의 눈에 띄지 않도록 유의하며 영화관 스텝 사무실 쪽으로 들어갔다. 연희는 얼른 안쪽 여자 탈의실로 들어가 친구가 왔는지를 확인했다.

“지금 옷 갈아입고 있거든... 같이 가주겠대.”

잠시 후 연희가 휴게실에서 서성이던 수현에게 나와 말했다. 수현이 한시름 놓았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얼마 후, 나온 사람은 연희의 동기였다. 예전에 그와 몇 번 인사를 주고받은 사이였다. 둘은 간단히 인사를 주고받고는 사무실 쪽으로 향했다.

“팀장님. 안녕하세요.”

연희가 인사팀장이라는 사람 쪽으로 다가가 인사를 했다. 인사팀장은 생각없이 고개를 들다가 우르르 몰려오는 세사람을 보고 움찔했다.

“음, 무슨 일이죠?”

인사팀장은 약간 긴장한 얼굴로 서류를 덮으며 물었다.

“저, 죄송하지만, 오늘부터 일   것 같아서요.”

연희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네? 연희씨... 아니 갑자기... 오늘 그러시면...”


인사팀장이 수현과 연희의 동기를 보며 해명을 요구하듯 바라보았다. 그들은 짧게 스토커에 대한 이야기를 인사팀장에게 들려주었다.

“그러니까, 지금도 스토커가 연희씨 스케줄까지 꿰고, 나타나서 기다리고 있다... 이런 말인가요?”

인사팀장은 난감하다는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녀는 일단 연희의 동기에게 일하러 나가보라고 하며 한숨을 쉬었다. 연희의 동기가 문을 닫고 나가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 연희씨. 이런 일이 있었으면 미리 이야기를 했어야죠...”

그녀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제 여자친구도 저번주에 알고, 오늘 들어오는 것 보고 확신한 겁니다. 오늘 당장 빼달라는 건 죄송합니다만, 솔직히 저희 입장에서는 안전이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영화관 쪽에서도 이런 걸로 구설수 나오면 좋을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현이 얼른 대답했다. 여자의 말투가 여기서 괜히 머리 숙이고 미안하다고 나갔다가는, 책임전가를 먹고 이리저리 돈이나 떼일 듯싶었다.

“그건...”

인사팀장은 인상을 쓰면서도 달리  말은 없는지 말을 흐렸다.

“그럼, 일단 이번 주까지는 뒷정리팀으로만 일 하고 나가는 걸로 하는 게 어때요? 시급은 대신 깍을 거예요. 연희씨 월급은 매표소 나가는 것 때문에 있는 거니까.”

인사팀장이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  순간이었다. 사무실로 알바 한 명이 다급하게 들어왔다.

“하, 매표소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가 작게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매표소요?”

인사팀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네...그게...”

알바는 인사팀장과 함께 있는 연희를발견하고는 말을 못하고 더듬거렸다.

“그게... 지금 매표소 담당 알바 나오라고... 소리지르는 사람이 있는데... 아무래도 연희를... 찾는 것 같아서...”

알바는 약간 중얼거리듯 말했다. 인사팀장은 머리를 짚었고 수현은 긴장한 연희를 당겨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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