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8화 〉38 (38/94)



〈 38화 〉38

*

수현은 연희의 친구들에게 괜찮은 합격점을 받은 듯 했다. 하지만, 술에 취하는 것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수현은 오랜만에 꽤 취한 기분을 느끼며 지하철 좌석에 앉자마자 연희에게 살짝 기댔다.


“자기, 괜찮아?”

연희가 처음 보는 광경에 약간 긴장하며 말했다.


“응. 그냥 조금 피곤한 정도? 왜? 보고 싶다더니.”


수현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냥, 음, 처음 보는 장면이라...”


연희가 약간 민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음, 좋다.”

수현이 연희의 어깨에 머리를 살며시 부비며 말했다. 연희가 살짝 숨을 들이켰다.

“조금 잘래?”


연희가 속삭이듯 말했다.


“음...그냥 이러고 있을래.”


수현이 말하자 연희가 가볍게 깍지 손을 끼고 수현의 손등을 쓸어주었다. 수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정말로 깜빡 잠이 든 수현은 연희의 속삭임에 잠에서 깨어났다.

“진짜 오늘 좀 많이 마시긴 했나보다.”

연희가 밤거리를 걸으며 수현의 볼을 쓰다듬었다.

“응, 그랬나보다.”

수현이 가볍게 동의 하고는 연희를 끌어안았다.


“자기한테도 술 냄새가 나기는 하는 구나.”

연희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많이 심해?”

수현이 조금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말했다. 그는 최근 향에 대한 상대방의 평가를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아니... 나쁜 뜻은 아니고. 여태 내가 먼저 취해서 그런지 알콜향이 하나도 없었거든. 근데 오늘은 뭔가 알싸한 향이 있어. 나름 섹시한데?”

연희가 고개를 돌려 수현의 볼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수현이 다행이라는 듯한 작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이제 가자.”


연희가 말하자, 수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팔을 풀어주었다. 둘은 서로에게 기댄 채로 천천히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수현은 일부러 취기에 자신을 살짝 풀어놓았다. 그는 싱글거리며 연희를 바라보았다.


연희가 그런 수현을 보며 풋 웃고는 작게 귀엽다며 속삭였다.


“내가 귀여워?”

수현이 작게 장난을 치며 연희의 볼에 입을 맞췄다.

“응.  남자 귀여워.”


연희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그거 칭찬이네?”

수현이 다시 입을 맞추며 웃었다.


“기억해?”

연희가 물었다.

“당연하지. 얼마나 지났다고?”

수현이 맑게 웃으며 말했다. 이번엔 연희가 기특하다는 듯 수현의 볼에 입을 맞춰주었다.


“입술은?”

수현이 모자라다는 듯이 물었다.

“그건 지금 안 돼.”

연희가 은근히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있다가는?”

수현이 낮은 목소리로 은근하게 말했다.


“그땐... 아주 많이 해야 돼.”


연희가 더 단호하게 말했다. 수현이 크게 웃었다. 연희의 얼굴이 부끄러움에 붉어졌다. 하지만 말을 바꾸는 일은 없었다.


“빨리 가자.”

수현이 말하며 연희를 살짝 끌어당겼다. 연희는 못이기는 척 발걸음을 조금 더 빠르게 옮겼다.


*

그들은 방에 들어서도  처럼 마구 서두르지는 않았다. 이제 그 정도의 자제력은 가질  있었다.


그래도... 실제 상황에 돌입하면 금세 달아오르는 것은 언제나 동일했다. 연희는 수현의 알싸하고 야한 향기에 취해갔다. 마치 술이라도 마시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수현도 연희의 체취에 취해갔다. 그는 평소보다 조금 강하게 연희의 몸을 핥고 빨았다.

“아흣! 자기야! 앗!”


연희가 짜릿함으로 떨었다. 평소보다 강한 애무라는 것을 알았지만, 알싸하게 다가오는 향때문인지,  알싸한 고통이 색다른 흥분으로 다가왔다.

“하아-. 미안...”


수현이 스스로를 조금 진정시키려 노력하며 말했다.

“아니... 좋아...  해줘.”


연희도 평소라면 하지 않을 말을 했다. 뭔가 오늘은 받아주고 싶은 날이었다. 연희의 말에 수현이 결국 스스로를 풀어버리며 달려들었다. 그는 연희의 몸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며 아래로 조금씩 내려갔다.

입술, 귀, 목, 어깨, 쇄골, 가슴을 지나 가볍게 배꼽에 입을 맞춘 수현은 연희의 장골을 따라 입을 맞췄다. 연희의 놀란 손이 잠시 그의 어깨를 잡았다.


“안...돼?”

수현이 낮게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연희가 입술을 깨물었다. 안 된다고  수 없는 진득한 목소리였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괜찮을 것 같아...”

연희가 부끄러운 목소리로 작게 속삭이고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수현이 말없이 입을 맞추며 그대로 머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연희의 몸이 기대와 부끄러움으로 떨렸다.


그는 곧바로 틈새에 입을 맞추지는 않았다. 허벅지를 따라 내려가 천천히 무릎에서 허벅지 안쪽으로 입을 맞춰갔다. 연희의 허리가 꼬이고, 기대감 섞인 교성이 터졌다. 그녀는 시트를 틀어쥐었다.

“아학!”

수현이 혀로 촉촉하게 물기를 흘리는 틈새를 핥아 올렸을 때, 연희의 허리가 튕기듯 튀어 올랐다. 수현이 단단하게 연희의 허리를 고정하고 천천히 입술과 혀로 연희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연희는 새로운 자극에 몸을 떨며 헐떡이기 시작했다.


“아앙! 아흣! 자기!”


연희는 수현의 머리를 쥐기도 하며 그 새로운 감각에 강렬하게 반응했다. 손으로 쓰다듬는 자극과는 또다른 느낌을 느끼며 연희는 머리를 젖혔다.


“아으!”


연희의 몸에 힘이 들어가며 떨리기 시작했다. 오늘의 첫 오르가즘은 꽤 강렬했다. 수현은 자신의 흥분도 가라앉히며 연희가 내려오길 기다렸다. 잠시 후 연희가 헐떡이며 수현을 간절하게 바라보았다.


“빨...리... 와줘...”


연희가 수현의 머리를 힘 없는 두 손으로 끌어 올리려 하며 말했다. 수현이 얼른 일어나 콘돔을 끼고 연희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삽입과 움직임 모두 전에 비해 급했지만, 연희는 전혀 문제 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아니, 그러기를 원했다. 그녀는 빠르게 부족함을 채워주길 바랐다.

“아흣! 자기야! 앙! 더, 아응!”

연희가 달라붙듯 수현을 끌어당겼다. 그녀는 아까의 복수라도 하듯 수현의 목덜미와 어깨를 깨물었다. 그것이 수현을  자극했다.


침대가 전에 없이 덜컹이고, 연희의 교성은 전과 다르게 날카로운 구석이 있었다. 그녀는 때때로 수현의 몸을 깨물어 소리를 막아냈다.

움직임이 강해지자, 연희가 수현의 엉덩이를 끌어당겼다. 수현이 참을 수 없는 사정감을 느끼고 연희를 불렀다. 둘은 몇 박자의 차이로 강렬한 오르가즘에 도달했다.

타오른 불꽃이 온기를 남기듯 뜨거운 분위기는 그대로 남은 채, 천천히 그들을 착륙시키기 시작했다. 둘은 서로에게 끊임없이 애정을 속삭이며 마지막 온기까지 즐겼다. 완벽한 여행이었다.


*

연희는 처음으로 수현보다 먼저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그녀는 수현이 종종 자신이 잠들어 있을 때 하던 장난을 왜 했는지 이해했다. 곤히 잠들어 있는 수현의 모습이 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빛에 입체감 있게 빛났다.

서글한 눈매는 예쁘게 닫혀있었고, 콧날은 짙은 음영으로 더 강한 주장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쩐지 조금 부어 보이는 입술에서 얼굴을 붉혔다. 어제의 둘은 조금 강렬했다. 아니, 사실 조금 많이 강렬했다.

그녀는 조금 더 시선을 내렸다가 소리를 지를 뻔한 것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수현의 목덜미 근처와 어깨부근에 붉게 퍼진 것은 분명이 자신이 피운 열꽃들이었다.

‘미쳤었나봐...’

연희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슬쩍 자신의 몸도 살폈다. 자신의 몸에도 역시 비슷한 자국들이 옅게 있었다. 수현보다 짙진 않았지만. 연희의 얼굴이 더욱 붉게 달아올랐다.

“하...”


어젯밤을 생각하며 연희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싫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아니, 사실은 좋았다. 미친 듯이 좋았다. 단지 그것이 적응이 되지 않을 뿐이었다. 뭐랄까, 스스로가 지나치게 원초적인 생물이  느낌이었다. 몰랐던 스스로를 깨달아가는 것이 약간은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너무 빠져들어 버릴까봐.

연희는 수현을 다시 바라보았다. 수현 스스로나 남자들에게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 받지만, 여자들에게는 충분히 ‘그 정도’라고 평가 받는 외모였다. 아니, 오히려 특정 부류에게는 ‘그 이상’으로 평가 받는 외모였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하나 뿐인’이 되어버린 사람이었다. 이젠 어떤 행동이라서 좋은 게 아니라, 네가 하니까 좋은 행동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절대 아픈 걸 좋아하는 부류가 아니었지만, 어제의 이 열꽃들은 아팠음에도 좋았다. 참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기분이 좋았다. 따끔한 것이 쾌감이 될  있다는 것을 처음 어제 처음 알았다.

그게 무서워지는 것 같다.

너는 어떨까 싶어서. 네가 없으면 이제 난 안 될 것 같은데. 네가 날아가 버릴까봐. 문득 무서워지는 것이다. 때론 어른스럽고 여유로워 보이는 것들이 좋아보이다가도, 그것들이 자신이 굳이 없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증거 같아 보일 때가 있었다.


그래서 어제 같이 자신에게 기대는 모습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항상 자신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그도 자신에게 기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있으니까.


연희는 다시 눈을 감고 수현의 품에 기댔다. 포근함이 느껴졌다. 그녀는 천천히  곳에서 안락함을 찾았다. 다시 잠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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