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4화 〉34 (34/94)



〈 34화 〉34

수현은  소란이 있은 후에 조용히 선배들을 찾아 그 찝쩍남에 대해 알아보았다. 자신의 기억에는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름은 방이현, 4학년  학기로 중견증권사 집안의 막내아들인데, 좀 아버지를 믿고 막나가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현재 그 증권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선배가 좀 예쁜 애들한테 들이대는  있는데, 어제 좀 심했나 보더라...”


반부회장인 정훈이 자기가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네... 후... 좋은 날이었는데, 좀 그렇네요.”


수현이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했다.

“그러게... 우리도 그 선배가 올 줄은 또 몰랐어. 아예 졸업한 사람도 아니고... 인턴 한다는 사람이... 어쨌든 미안하다...”


정훈이 그에게 면목 없다는 얼굴로 사과했다. 이건 트러블이 없이 조용히 넘어가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이자 사과였다. 새터에서 무슨 문제가 터졌다고 하면, 집행임원 쪽에서도 골치가 엄청 아픈 일이 될 것이니까.


“네... 뭐, 나가시죠. 형들 잘못이라고 보기도 뭐하고... 연희도 그냥 넘어가고 싶어하고...”

사안이 애매하기도 했고, 연희도 그냥 적당히 일을 덮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수현도  할 말은 없었다. 민형이도 좀 걸렸고. 그래서 일은 그렇게 흐지부지 없던 일로 끝내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물론, 소문은 좀 돌기야 하겠지만.

수현과 정훈은 방에서 나왔다. 인원점검이라는 명목으로 방을 함께 돈 그들은 밖으로 나가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안은 술병으로 죽어가는 사람과 드물게 살아서 소곤거리는 사람 몇으로 나뉘어 있었다. 수현은 조심스럽게 연희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연희는 가벼운 미소로 그의 옆에 파고들었다. 다행히 어제의 그늘은 없어보였다.


“음, 선배들 신임을 받는 흔하디 흔한 10학번.”


연희가 작게 웃으며 수현의 가슴을 톡톡 두드렸다.

“그냥 제일 멀쩡해보여서 같이 인원점검  거지 뭐.”


수현이 가볍게 말했다. 연희가 피식 웃어보였다.

“일산 술고래가 맞긴 한가보다.  힘든데...”


연희가 약간은 칭얼거리듯이 수현에게 달라붙어오며 말했다.

“이제라도 알아줘서 다행이네. 좀 자. 휴게소 도착하면 깨워줄게.”

수현이 연희를 토닥이며 말했다. 연희가 기분 좋은 미소를 띄고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의 가벼운 토닥임과 따듯한 향기에, 연희는 곧 나른한 잠에 빠져들었다.


*

수현과 연희가 버스에서 내려 기지개를 켰다. 아직 어제의 일을 모르는 아이들이 많았기에 아이들은 그들에게 밝게 인사를 했다. 수현과 연희도 가볍게 마주 인사를 해주었다.


“조심해서 가고, 어제 그 인간이 혹시나 뭐라고 하면 나한테 말해라.”

민형이 그들에게 다가와 약간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다. 근데, 너한테 말하면 뭐 많이 달라지는 거냐?”

수현이 고마움으로 민형을 툭치며 말했다.

“존나 달라져. 그 새끼 정도는... 나중에  해줄게.”


민형은 뭔가 부끄럽게 그러나 자신감 있게 말했다. 수현은 고개를 조금 갸웃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뭐, 쫄보인  같아서 별로 위험해 보이진 않던데...고맙다.”

수현이 말했다.


“어제는 고마웠어. 솔직히 혼자였으면 계속 불편했을 거야.”

연희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민형이 어색하게 악수를 했다.


“야, 내 앞에서 내 여친  아무나 잡을  있는 거 아니다? 너니까 봐주는 거야.”


수현이 씩 웃으며 농담을 했다.

“새끼 허세는... 김연희, 얘도 은근히 허세 쩌러... 아냐?”

민형이  웃으며 말했다.


“응. 사귀기 전보다 좀 심하긴 한데, 귀여워서 봐주고 있어.”

연희가 맑게 웃으며 말했다. 민형의 눈이 찌푸려졌다.

“내가 커플 앞에 있는  잘못이지... 간다. 담에 보자.”


민형이 말하며 등을 돌렸다.

“담엔 내가 밥 살게.”

수현이 외쳤다.

“엉.”


민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라졌다. 병훈과 강민이 각자의 짐을 겨우 찾고는, 그들에게 뛰어오며 인사를 하고 민형의 뒤를 덮쳤다. 생각해보면 저 셋이 저렇게 친하진 않았다.


수현은 바뀐 미래가 어떻게, 얼만큼 변할지 문득 궁금하기도, 무섭기도 했다.

“우리도 갈까?”

수현이 짐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연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가볍게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연희가 작게 콧노래를 불렀다. 기분이 괜찮아 보이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기분 괜찮아?”

수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응. 그냥, 어제는 좀 분하기도 하고 했는데, 좋은 친구들 사귄 계기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보면  일 아니기도 하니까. 좋게 생각하기로 했어. 나쁘게 생각해봐야 나한테 좋을  없잖아.”

연희는 수현의 손을 조금 더 단단하게 잡으며 말했다. 생각이 상당히 건강했다. 밝은 아이.

“응. 다행이다. 난 네가 억지로 숨기는  까봐 신경 쓰였거든.”




수현도 솔직하게 말했다.

“뭐, 자기 품에서 맘껏 어리광도 좀 부려보고, 친구가  대신  내주고... 그런 생각하니까 나쁜 일보다 좋은 게 많다 싶더라구.”

연희가 손을 풀고 수현의 허리를 껴안으며 말했다.

“역시 똑똑해. 누구 여친인지 너무 현명하다. 누구 여친이지?”

수현이 연희를 안아주며 말했다. 주변은 잠시 신경을 끄기로 했다.

“황수현이요!”


연희가 품에서 킥킥거리며 말했다. 둘은 잠시 그런 놀이를 하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음, 우리 해장 뭘로 하지?”

연희가 속이 좀 풀리자, 허기가 진 듯 말했다.

“음, 순댓국 먹을까? 좀 기름진가?”

수현이 말했다.

“아니, 완전 좋은 것 같아. 그거 먹자.”

연희가 딱 좋다는 얼굴로 말했다. 둘은 다시 손을 잡고 발랄하게 국밥집으로 걸었다. 거기에 그늘은 더 이상 없었다.

연희는 제대로 속이 풀렸는지 국물까지 싹싹 긁어 비웠다. 수현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속  풀렸나 보다. 이제 숙취 없지?”

수현이 뿌듯한 얼굴로 물었다.

“응. 나도 은근히 술 잘 받는 스타일인가? 아침까지는  힘들었는데, 차에서 자고 일어나니까 금방 좋아진 것 같아.”

연희가  웃으며 말했다. 수현은 최근 자신의 능력에 부가적인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수현은 그저 말없이 다행이라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디의 술고래씨는 아침에도 쌩쌩했지만.”


연희는 어쩐지 조금 아쉽다는 얼굴로 말했다. 생각해보면 수현은 그녀 앞에서 취한 티를 내본 적이 없었다.  스스로도 최근에는 이게 하드웨어 자체가 조금 상향 조정된 것 아닐까 생각했다. 아무리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조합이 좋다고 해도, 회복력이 좋았다.

“내가 제대로 취한 모습 보고 싶어?”


수현이 연희의 의도를 알아채고는 물었다.

“응... 뭔가 같이 먹어도 내가 먼저 취하니까, 자기는 많이 마셔도 티를 별로 안 내고...”


연희가 기대하는  무엇일지 대충 눈치를 챈 수현이 피식 웃었다. 연희가 눈을 흘겼다.

“내 주사 심하면 어쩌려고?”


수현이 물었다.

“음, 어떤 식으로?”
연희가 되물었다.


“뭐, 의외로 폭력적일 수도 있고.”

수현이 나쁜 예시를 들었다.


“괜찮아. 우리 아빠랑 술자리 한  가지면 다 고쳐진다더라. 우리 사촌 오빠들  명도  고쳤어.”


연희는 배시시 웃으며 잘도 무서운 이야기를 꺼냈다.


“걱정마, 그렇진 않아. 그랬어도 방금 치료 됐어.”


수현이 얼른 말했다. 연희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음, 근데 난 주사가  가는 거랬어. 친구들이. 막 택시잡으러 간대...”

수현이 예전 사실을 말했다.


“뭐야아... 엄청 건전하네...”


연희가 뭔가 아쉬운 듯이 말했다.


“김연희 집 주소 말할까?”

수현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음, 좋을 것 같다고 하면 나 콩깍지인가?”


연희가 피식 웃어버리며 말했다.


“응. 콩깍지야. 근데,  기분 좋네.”
수현이 말하며 짐을 챙겼다. 연희도 그를 따라 짐을 챙겼다.


“오늘은 안 데려다 줘도 돼.”


연희가 신촌역입구에 도착해서 말했다.

“싫어. 데려다 줄래.”

수현이 말했다.

“피곤하잖아.”
연희가 수현의 까칠한 턱을 만지며 말했다.


“김연희가 내 박카스야.”


수현이 말하자, 연희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둘은 지하철을 함께 탔다. 서로에게 기대 둘은 잠시 눈을 붙였기에 역을 지나칠 뻔 했다.

“봐, 피곤하면서...”


연희가 역을 나오면서 수현에게 말했다. 수현은 말이 궁해서 헛기침을 했다. 연희가 더 구박은 하지 않고 손을 잡아왔다.

“날씨는 그래도 많이 풀렸다.”


연희가 기분 좋은 얼굴로 말했다.


“그러게. 이제 3월이긴 한가보다.”

수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일 쉬면 모레부터 드디어 학기 시작이네!”


연희가 새삼스레 말했다.


“응. 그래도 일주일은 거의 수업 안 한다더라.”
수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곤 하던데... 선배들한테 연락할 거야? 밥 사준다고 번호는 잔뜩인데, 사실 술마시고 하느라 얼굴이 가물가물한 사람도 많아서...”

연희가 약간 난감하게 말했다.


“남자 선배랑 만나는 거면 나랑 같이 나가.”

수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연희가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난 연락도 하지 말라고  줄 알았는데.”

연희가 말했다.

“뭐, 사실 그렇긴 한데... 그렇게 말하면 너무 속 좁아보이니까.”


수현이 사실을 말하자 연희가 크게 웃었다.


“날 구속해줘!”

연희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번엔 수현이 크게 웃었다.


“우리 둘 다 생각나는 선배들한테만 연락해서 밥 사달라고 하자. 어차피 그 분들도 동아리 가입같은 거 추천 하려고 점심 사주는 거니까.”


수현이 가볍게 말했다.


“음, 그래. 그렇게 하자. 같이 나가면 되겠다. 하긴 너무 얻어먹는 것도 조금 그래.”

연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그리고 민형이랑 병훈이랑 강민이도 해서 한 번 밥 사자.”

수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맞아. 그래야지!”


연희가 냉큼 수긍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오자 자취방은 금방이었다. 오히려 더 멀었으면 싶을 때가 많았다.

“그럼 들어가...”

수현이 아쉽게 말했다. 연희가 말은 하지 않고 수현의 손을 잡았다. 그녀도 아쉬운 것이었다. 그러나 수현은 집으로 가야했다. 오늘은 드물게 어머니와 저녁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저기...자기야.”

연희가 적게 속삭였다. 이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칫솔이랑 면도기...놓고 가. 어차피 여기 두는 물건이잖아.”

내용이 전혀 중요치 않은 제안이 좀더 짙은 목소리로 속삭여졌다.


수현은 시간을 확인했다. 잠깐이라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


수현과 연희는 현관으로 들어서자마자 몸을 맞대고 입을 맞췄다. 짐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들은 젊었고, 성관계의 쾌감을 깨달아 가고 있는 사이였다. 그런 둘이 2박 동안 아무 일 없이 지냈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수현의 까슬한 수염도 연희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입맞춤의 짙음은 점점 강렬해졌다. 며칠간 없던 사람 온기가 없던 방의 공기가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하아-. 자기야...”

연희가 참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수현을 바라보았다.

생각해보면 연희는 자신이 내뿜는 색향에  번이나 취했을 것이다. 연희가 저러는 것은 순전히 자신 탓이었다.

수현은 빠르게 연희를 침대로 몰고 갔다. 연희의 얼굴에서 기쁨이 피어올랐다. 어떠한 해소감이 있었다.

수현은 그녀의 옷을 벗기고 자신의 옷을 벗었다. 전과는 다르게 급한 전개였다. 하지만, 그건 충분히 정확한 상황판단이었다. 연희나 수현이나 모두 몸이 이미 달아있었기 때문이다.

연희는 수현의 조금 거칠고 다급한 손길이 오히려 좋았다. 그 또한 자신처럼 내내 참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연희야...”

수현이 잘만 하던 후크 풀기를 삐끗하며 조금 짜증스럽게 말하자, 연희는 어쩐지 웃음이 나올  같았다. 그녀는 조금 수현이 풀기 쉽도록 자세를 고쳤다.


“으흠-.”

수현이 연희의 가슴을 빨아들이자, 연희의 입에서 달콤하고 야한 신음이 흘렀다. 수현의 뜨거운 혀가 그녀의 단단한 유두를 핥아 올리자, 연희의 신음이 더 짙어졌다.


수현이 얼른 연희의 바지와 팬티를 벗겨냈다. 팬티는 이미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게 수현을 더 미치게 했다.

“자기야...오늘은 바로...”

연희가 부끄러운 얼굴로 말했다. 수현은 밝게 들어오는 햇빛 아래에 하얀 나신으로 누워있는 연희를 내려다보며 미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는 재빨리 콘돔을 찾아 끼우고, 연희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연희의 숨소리가 기대로 절로 거칠어졌다.

“아흣!”


둘의 결합이 이어지고 연희가 탄성같은 신음을 질렀다. 그녀는 만족감을 느끼며 가볍게 떨었다. 작은 오르가즘이었다.

“자...잠...깐만...”


연희가 헐떡이며 수현을 끌어안고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수현은 그녀가 꽉꽉 조여오는 탓에 벌써 사정할 것만 같아 어차피 움직이지 못했다. 둘은 각자의 상태를 진정시키며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남녀의 거칠고 뜨거운 숨소리만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자기야...”

한참만에 연희가 갈라진 목소리로 수현을 불렀다. 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잠시 가라앉았던 열기는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아흣! 자기! 좋아! 앙!”


연희가 황홀경을 느끼며 머리를 베개에 파묻으며 외쳤다.

“연희야. 하아-.”

수현도 격한 숨을 내뱉으며 연희를 불렀다. 언제 사정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앙! 아응! 앙!”


수현은 연희의 교성에  힘을 얻어 허리를 움직였고, 연희는 그 움직임에 맞춰  예쁘게 흥분을 표현했다.

“으흣! 자기! 나! 또!”


연희가 조금씩 몸을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수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움직이는데 집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희가 몸을 격하게 떨며 시트를 쥐어뜯었다. 오르가즘의 강렬한 조임이 시작되고, 수현도 참지 못하고 사정을 시작했다. 그들의 몸의 떨림은 서로에게 또 다른 만족감을 주었다.


두 남녀의 정사는 1차전으로 끝나지 않았다. 만족스런 후희와 대화 후에도 후반전을 하고서야 수현은 부랴부랴 저녁시간에 맞춰 연희의 자취방을 나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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