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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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는 작지만 분명하게 수현의 귓가에 속삭였다. 사실 이미 정답은 정해져있었다. 그저 서로에게 확신을 주는 것이 필요했을 뿐이다.
두 남녀는 달아오른 얼굴로 건물 틈에서 나와 인적 없는 거리를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그들은 말이 없었으나, 누구보다 할 말이 많았다.
연희는 제일 끝 방으로 그를 이끌었다. 그녀는 약간 떨리는 손으로 비밀번호를 쳤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울리고 둘의 눈이 마주쳤다. 수현이 참지 못하고 문을 당겨 열었다.
수현은 연희를 밀어붙이듯 들여보냈다. 현관문이 조금 강하게 닫히고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껴안고 입을 맞췄다.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둘만의 공간. 참을 필요가 없는 공간. 두 남녀는 완전히 서로의 욕망을 내보였다.
“하아-.”
“하읏-.”
숨소리도 참을 필요가 없었고, 만지고 싶은 대로 손길을 보내도 되었다. 둘은 입술을 맞댄 채로 신발을 벗어던지고 안으로 들어갔다. 둘은 서로의 외투를 벗겨냈다. 상의를 벗길 때만이 둘의 입술이 떨어졌다. 침대까지 이어지는 옷가지의 길이 만들어졌다.
맨살이 드러날수록 만질 수 있는 곳은 더 많아졌고, 그들은 서로의 살결을 손끝으로 확인해 갔다.
“읏!”
침대에 떨어지듯 눕혀진 연희가 탄식 같은 신음을 내뱉었다. 창문으로 들어온 노르스름한 가로등의 불빛에도 그녀의 살결은 눈부시게 빛났다. 연희가 부끄럽다는 듯이 시선을 피했다. 그 모습이 청초함을 더 했다.
수현이 연희의 고개를 돌려 입을 맞췄다. 연희가 그의 목에 팔을 단단하게 감아왔다. 그녀는 조금 서툴게 헐떡이면서도 절대 그를 놓지 않았다. 수현이 고개를 더 내려 연희의 귀를 핥았다.
“하악!”
연희의 입에서 강렬한 신음이 터졌다.
“여기 약하구나.”
수현이 나직히 속삭였다. 연희의 몸이 바르르 떨렸다. 그가 얼른 다시 그녀의 귀를 핥고 빨기 시작했다. 연희가 헐떡이며 그의 어깨를 잡았다.
“수, 수현 아읏!”
연희가 약하게 그를 밀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마. 싫은 거야?”
수현이 볼에 키스하며 부드럽게 물었다. 연희의 헐떡임이 조금 줄어들고 그녀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수현이 그녀의 볼에 다시 입을 맞추며 말했다.
“조금, 무서워.”
연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괜찮아. 예뻐.”
수현이 연희의 귓가에 속삭이고는 다시 애무를 시작했다. 연희는 조금 전 보다 더 그의 애무를 받아들였다. 그녀는 그의 등을 끌어안았다. 연희는 팬티 한 장 사이로 자신에게 닿는 수현의 뜨겁고 단단한 자지를 느끼고 작게 떨었다.
“흐읏-. 읏-.”
참는 듯한 소리가 수현에게 더 자극을 주었다. 그의 자지가 한 층 더 커졌다. 수현은 연희의 목으로 미끄러지듯 혀를 굴렸다. 연희의 허리가 꼬였다.
“앙!”
자신의 몰랐던 성감대를 알아갈 때마다 탄식처럼 터지는 소리가 아름다웠다. 그녀는 스스로 당황했으나 아까처럼 거부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수현의 애무를 받아들였다.
천천히 내려와 어깨에 작게 입을 맞춘 수현은 쇄골을 지나 천천히 말캉한 가슴으로 입술을 옮겼다. 그는 반대편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며 연희의 유두를 부드럽게 그러나 진득하게 핥았다.
“아읏!”
터지는 신음과 튕겨지는 연희의 허리. 수현은 천천히 그녀의 가슴을 애무해 갔다. 연희는 더 이상 참지 못하는 헐떡이는 신음소리를 흘렸다. 적당히 큰 말캉한 가슴을 물고 만지며 듣는 신음소리는 남자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었다.
수현은 천천히 손을 내려 연희의 팬티로 다가갔다. 둘은 샤워도 하지 않았고, 처음이었다. 입으로 하는 애무는 오히려 분위기를 깰 수도 있었다. 그는 부드럽게 팬티 위를 덮었다. 연희가 놀란 듯 허벅지를 조였다. 그 사이는 이미 뜨겁고 눅눅했다. 아니, 너무 습했다. 수현이 약간 놀랄 정도로.
“수현아....”
연희가 갈구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어떻게 좀 해달라는 듯한 간절한 표정이었다.
수현은 갑자기 피임 생각이 퍼뜩 들었다.
‘시발...’
수현은 속으로 욕을 중얼거렸다. 질외사정을 해야 하나...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번뜩 생각이 들었다. 그는 조금 무드는 깨지지만 침대 아래의 바지에서 지갑을 꺼냈다. 전에 술자리에서 친구놈들이 돈 들어온다며 준 콘돔이었다.
‘고맙다.’
연희는 침을 꿀꺽 삼켰지만, 아까처럼 시선을 피하진 않았다. 수현은 몸을 내려 연희에게 작게 입맞춤을 하고는 그녀의 팬티를 마저 벗겨냈다. 그는 자신의 팬티까지 벗고는 천천히 연희의 다리 사이로 들어갔다.
연희는 피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조금 걱정스럽게 내려다보았다. 생각보다 남성의 자지는 더 커보였다. 연희는 수현이 콘돔을 끼고 다시 허리를 숙여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결심한 듯 눈을 감고 그의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거부할 수 없는 색기 넘치는 향이 그녀를 덮쳤다. 피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달콤한 입맞춤을 느끼며 두려움을 잊어갔다.
수현은 천천히 자지를 연희의 꼭 붙은 틈에 천천히 비볐다. 연희의 허리가 두려움과 기대로 떨리고 꼬였다. 그는 천천히 입구를 찾아 맞추었다. 그리고 입맞춤과 함께, 삽입이 시작되었다.
“아-!”
맞닿은 틈 사이로 연희의 고통스런 신음이 흘렀다. 아무리 충분히 젖었어도 처음은 고통이 있을 수 있었다. 수현은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수현이 잠시 고개를 들고 연희를 내려다 보았다. 눈꼬리에 살짝 방울진 눈물이 아련해보였다.
“다...들어온 거야?”
연희가 희망사항을 말했다.
“아니. 아직 조금 남았어.”
수현이 고개를 저었다. 연희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수현이 입을 맞춰 그걸 풀었다. 그는 조금 더 삽입했고, 이내 완전히 들어갔다,
“아흣!”
연희도 그가 완전히 밀착된 것을 알고 고통과 만족이 공존하는 신음을 흘렸다. 독특한 기분이었다.
둘은 잠시 끌어안은 채로 시간을 보냈다. 입맞춤을 하고, 애무를 했다. 그 시간 또한 지루하지 않았다.
“수현아...이제...”
연희가 부끄러운 듯 말끝을 흐렸다. 수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메트리스가 출렁이고 연희의 입에서 탄성 같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응! 아! 아읏!”
연희는 수현의 등을 긁었다. 어쩔 수 없었다. 빠져드는 쾌감과 알싸한 고통이 동시에 그녀를 두들기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방안은 음란하고 야한 향과 소리로 가득 찼다.
“연희야...”
수현도 전과 다른 섹스의 쾌감에 짜릿함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그의 낮게 갈라지는 목소리에 연희가 더 반응해왔다. 둘은 서로의 흥분을 더 끌어올릴 방법을 본능적으로 아는 듯 했다.
수현의 움직임이 조금 격해졌다.
“아읏! 수현아!”
연희도 그 정도는 받아들일 만큼 쾌락에 물들어있었다.
수현이 끓어오를 것 같은 욕망을 느끼며 몸을 움직였고, 연희는 터질 것 같은 쾌락을 향해 몸을 맡겼다.
침대가 빠르게 출렁였다.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빨라졌다.
살이 빠르게 부딪치고,
교성이 더 빠르게 반복되었다.
“아! 앙! 아앙! 수현아! 나! 아아!”
“하아-, 연희야!”
연희의 교성이 더 짙어지고, 수현의 숨소리가 더 거칠어지다 이내 둘은 서로를 부르며 서로에게 바짝 몸을 붙였다. 연희의 질이 강하고 빠르게 수축하며 수현의 자지를 자극했다. 수현은 더 참을 수 없는 쾌감을 느끼며 사정하기 시작했다.
둘은 잠시 몸을 맞대고 떨기만 했다. 강렬한 쾌감의 폭풍이 그들을 감쌌다.
“하아-. 후-.”
먼저 폭풍에서 내려온 것은 수현이었다. 그는 숨을 고르며 연희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아직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수현은 그녀의 어깨에 입을 맞췄다. 연희가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둘은 눈을 맞췄다. 다시 또렷하게 생기가 돌아온 눈동자는 아름다웠다. 둘은 얼른 다시 입을 맞췄다.
*
수현과 연희는 샤워를 하고 함께 침대에 누웠다. 1인용 침대였지만, 그들은 바짝 붙어있었기에 그런대로 누울만한 넓이였다. 사실 수현은 다시금 일어나려는 주니어와 싸우고 있었다. 아무리 오르가즘을 느꼈다고는 해도, 처음이었다. 또 하는 것은 무리였다.
“신기해...”
연희는 졸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
수현도 조금 졸린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연희의 음성이 더 사그라들었다.
“내가?”
수현이 되물었다.
“응... 내 모든 기준을 바꾸는 것 같아...”
연희가 더 그에게 파고들며 말했다. 수현은 잠시 할 말이 궁해서 입을 벙긋거렸다.
“그래서...신기해...”
연희는 졸음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곧 잠이 들었는지 새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현은 자신도 눈을 감았다. 자신이 말려준 연희의 머리에서 샴푸향이 은은하게 났다. 이불에서는 연희 특유의 향기가 났고. 수현은 억지로 잠을 청하기 위해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