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70 대한제국-131화 (131/131)
  • 〈 131화 〉 Ep14. 포항엔 석유가 없다 (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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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6년 3월 1일.

    3.1절에 맞춰 이범석 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실시했다.

    중앙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70 후반의 노인이 기자들 앞에 당당히 서서 말하니, 평안남도 용강 일대에 석유가 발견됐다하자 기자들이 들고 일어나 탄성을 질렀다.

    <우리 기술진에 의해 오랜 탐사 끝에 석유가 발견됐습니다. 샘플을 채취하여 성분을 분석해본 결과 양질의 기름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지질학적으로 추측해본 결과 서한만 일대에 대규모 유전지대가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정부는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매장량 탐사 작업을 실시. 우리의 바다에서 우리의 석유를 채굴하여 이 나라를 산유국의 반열에 당당히 올려 놓을 것임을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문제는 바다였다. 서한만의 유전지대는 깊은 바다 속에 있으며 이를 채굴하기 위해선 거대한 시추선이 필요했다. 대한제국엔 아직 이걸 건조할만한 여력이 없기에 미국의 석유회사와 기술제휴를 맺게 되었다.

    그러자 서한만 일대에서 한국과 미국의 기술자들이 석유 탐사를 벌이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시추선이 오가자 중국이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고 중국 외교부에서 최초의 공식 입장이 나왔다.

    <우리의 바다를 침범하지 말라.>

    단지 그것 뿐이었다. 문화대혁명이 아직도 한창이라 내부적으로 어수선했던 건지, 아니면 상황을 주시하기로 한건지 이범석 총리는 알지 못했다.

    같은 시각 중국 베이징엔 문화대혁명의 역풍이 불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넓은 천안문 광장. 황금 지붕에 붉은 성벽 아래로 끝도 없이 펼쳐진 잿빛 광장에 인민영웅기념비가  우뚝 서있었다. 거기에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 총리 저우언라이의 영정이 세워져 있으니 그 옆으로 수 많은 화환들이 추모하듯 놓여져있었다.

    젊은 안경잡이 학생들과 인민복 차림의 주민들이 하얀 꽃을 놓으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광기는 없었다. 단지 결의에 찬 각오로 슬픔을 담아 노래를 불렀을 뿐이다. 그들이 부르는 중국어로 된 노래는 국제가(国际歌). 인터네셔널가로도 불리우는 노래로 전세계 공산주의자들의 혁명노래였다.

    <일어나라, 굶주림과 추위에 고통받는 노예들이여! 일어나라, 전세계의 고통받는 자들이여! 가슴 가득 찬 피가 끓어 올라, 진리를 위해 투쟁할 때가 되었네!>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하고 수십 년이 지났다. 70년대 중반이 지나간 지금도 중국의 인민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굶주림과 추위 속에서 죽어가는 건 부르주아 치세나 공산당 치세나 전혀 다를게 없다. 오히려 문화대혁명이란 이름 아래 중화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들이 파괴당하니 뜻있는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이 홍위병의 광기에 휩쓸려 탄압받고 있었다.

    분명 중화인민'공화국'이다.

    이 나라는 마오쩌둥 개인의 나라도 아니요, 공산당의 일당'독재'국가도 아니며, 단지 중국 인민들의 추대에 의한 공산당 집권의 '공화국'이었을 뿐이다. 광장의 인민들은 생각했다.

    <무엇이 진리인가?>

    문화대혁명이 일어난지 10년이 지났다. 아직도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홍위병들의 잘못된 혁명에 억눌린 인민들이 공산당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혁명이 우리에게 해준게 뭐지?"

    "대만이나 홍콩을 봐봐! 우리보다 훨씬 잘 살고 있잖아! 지금의 공산당은 너무 무능해!"

    "이게 다 마오쩌둥 때문이다!"

    "마오 주석에 빌붙어 악행을 일삼는 마녀를 타도하자! 4인방은 물러나라!"

    "저우 총리(저우언라이)를 살려내라!"

    하지만 그 때 광장에 마녀가 나타났다. 마오쩌둥의 부인이자 4인방의 실세. 혁명가의 그늘에서 권력을 탐하는 중국공산당의 실세 장칭이 하얀 꽃을 들고 저우언라이의 영정 앞에 나타났다.

    인민들이 그녀를 손가락질했다.

    "무슨 낮짝으로 여기에 온거냐!"

    "물러가라! 물러가라!!"

    욕설이 쏟아지고 있었다. 10년이나 지속된 문화대혁명의 지긋지긋한 광풍. 부모와 자식이 혁명의 이름아래 서로를 배신하게 만들고, 문화유산과 예술가들이 탄압받으며, 뜻있는 지식인들이 반동분자로 매도되어 숙청됐던 타락한 혁명의 선봉장은 1914년생. 올해로 63세인 이 여자가 그들의 생각엔 문화대혁명의 수괴였다.

    연로한 마오 주석을 꼬드겨 류샤오치부터 덩샤오핑까지 숙청하고 저우언라이조차 피를 토하게 만든 마녀는 아이러니하게도 인민복을 차려입고 나와 저우 총리의 영정 앞에 하얀 꽃을 놓았다.

    "어어, 뭐지?"

    "저우 총리를 추모하고 있다고? 저 마녀가?"

    당황하는 군중 앞에 엄숙히 서있는 장칭은 눈을 감고서 군중들에게 외쳤다.

    "나는 저우 총리가 죽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도 지금도 나는 여러분께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전 인민의 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저우 총리의 영정사진 앞에서 '인민을 탄압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날린채 대회의장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뒤를 따라가던 인민복 차림의 선양군구 정치위원 마오원차오 상장이 말했다.

    "마오 주석님에 반대 목소리를 내던 자들입니다. 혁명의 반동분자들이니 해산시켜야 맞지 않겠습니까?"

    안경을 고쳐쓰던 장칭이 답했다.

    "집회를 보고도 모르겠어? 열기가 뜨겁잖아."

    "예?"

    "내가 여기서 화환이랑 영정 사진을 치워버린다고 해서 집회가 잠잠해질리 없지. 오히려 불난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버릴거야."

    "허면···."

    "이렇게 꽃이나 놔주면 돼. 모든 불평불만은 주석님이 막아주실테니까. 그리고 시위를 잠재울 좋은 명분이 생겼거든."

    좋은 명분이란 게 뭘 뜻하는지 몰라 마오원차오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회심의 미소를 짓는 그녀의 표정에서 저우 총리를 추모하던 모습이 진심이 아님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기사를 써야겠어. 동지들을 소집해 지금부터 국면을 전환시켜야 하니까."

    다음날. 인민일보에 다음과 같은 논설이 실렸다. 옆동네 대한제국에서 발표한 서한만 유전지대에 대한 반박 논설이었다. 중국 동부지역과 한반도 지도가 그려져있고 중간에 서해바다가 그어져 있으니 압록강을 기점으로 동경 124도선을 따라 일직선으로 선이 그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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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6. 3. 2. 인민일보>

    조선인들이 중국의 바다를 노리고 있다.

    동경 124도 기준으로 서쪽의 해역은 명백히 중국 인민들의 바다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인들은 이를 부정하며 서한만 일대에 석유 탐사 작업에 착수했으며 위협적인 군사행동까지 벌이고 있다.

    서한만 일대의 유전지대는 마오 주석님의 위대한 업적인 성리유전이 연결되어 있는 보하이만 지층이라 할 수 있으며, 이곳에서 조선인들이 석유를 채굴할 경우 인민의 소중한 자원이 빼앗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은 조선의 반혁명세력으로부터 우리의 바다를 수호하고 주석님의 업적인 성리유전을 지키고자 외교적 노력과 무력사용을 불사하는 민족적 지혜를 총동원하기로 결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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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으로 마오 주석의 새로운 지령이 떨어졌다.

    신문의 내용을 전해들은 홍위병들이 팻말을 바꿔들고 조선인을 규탄하는 적색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몰아치던 베이징 길거리에선 태극기가 불타고 있었으며, 보이는 군부대마다 조선을 정벌하자며 시위를 벌이니, 공산당을 규탄하던 이들의 목소리가 완전히 뒤덮여버렸다.

    <조선인들을 몰아내자!>

    <인민의 자원을 사수하자!>

    <조반유리! 혁명무죄!>

    모든 저항엔 이유가 있고 혁명엔 죄가 없다.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중국 내부를 벗어나 대한제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

    그 시각 김종규는 대전광역시 어딘가 산기슭에 숨겨져있던 국방과학연구소의 비밀사격장에 와있었다. 선글라스를 낀 채로 관람석에 앉아 느긋하게 콜라를 마시고 있는 그의 옆에는 제국익문사 장관인 김재필이 앉아 있었다.

    "이것도 오랜만에 보는군요. 작년 중순부터 실전 배치를 하셨었지요?"

    김재필의 눈앞엔 대한제국에서 새로 개발한 다련장로켓발사기 K-136이 있었다. 이름은 구룡. 36발의 로케트를 일거에 쏟아부어 적을 궤멸한다는 개념의 화력무기다. 2차대전기 '스탈린의 오르간'이라 불리우며 나치독일에게 공포를 선사한 BM-13 카츄샤와 유사한 개념인데 실제로 소련 기술이 많이 들어가있다.

    중앙정보부 시절 월남전에서 BM-21 로켓발사대를 노획해와서 그걸 역설계하며 만들었으니 당연한 결과. 그렇게 해서 73년이래 고작 2년만에 완성하여 실전배치하니 급진적인 발전이었다.

    "제국익문사의 서비스가 아주 마음에 들어."

    연구원이 발사버튼을 눌렀다. 36발의 로케트가 산 너머 표적을 향해 불을 뿜으니 견인포 36개 분량의 화력이 단기간에 쏟아져 그곳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렸다. 그곳에 적이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김종규 장관은 그런 모습을 상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75년 중순부터 실전 배치에 들어갔지. 황태녀 전하가 지휘하시는 서북방위사령부에 집중적으로 말이야."

    "배치되자마자 첫 실전이겠군요."

    "그럴지도 모르지. 근데 말이야. 그거 알고 있나?"

    "어떤거 말씀이십니까?"

    "이번에 독자적인 소총도 개발했거든."

    연구원이 못보던 소총을 들고 나온다. 5.56mm NATO 표준탄을 사용하는 이 소총을 김종규 장관은 K-2 소총이라 불렀다. 소련제 AK-47과 미제 M16소총을 뜯어보며 연구한 결과 두 총의 장점을 적당히 취합해서 대한제국만의 총을 만들었다.

    "언제까지 외국 무기에 의존할 순 없어. 우리 스스로 우리의 무기를 만들어 우리를 지켜야 진짜 국방이 아니겠나?"

    물론 콜라는 미제 콜라가 제일 맛있다. 빨대까지 꽂아 쪽쪽 빨아 마시는 김종규 장관의 피크닉이 무척이나 즐거워보였다. 하지만 무기는 그래선 안될 것이다.

    연구원이 K-2소총에 탄창을 꽂고 사격에 나선다.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나가는 30발의 탄환이 표적지의 가운데를 가볍게 뚫고 지나갔다. 이제 몇가지 사소한 테스트만 거치면 실전배치가 확정될테다.

    김종규 장관의 무기 자랑은 소총에서 끝나지 않았다. 국방과학연구소 곳곳엔 김재필 장관이 보기에도 익숙한 무기들이 종종 보였고, 또 어떤것은 처음 보는 물건이기도 했으니 미사일이 그랬다. 산기슭 공장 속에서 인수분해되어있는 미사일 잔해를 보노라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나이키 미사일이군요. 미국 몰래 이걸 뜯어보시다니···."

    김종규 장관이 자랑하듯 말했다.

    "그거 참고해서 백곰 미사일을 만들거야. 대한제국 미사일 기술의 시초가 되는 셈이지."

    "어느정도까지 진척되셨습니까?"

    "1년. 1년안에 동일한 미사일을 양산할 수 있어. 문제는 핵이야. 핵폭탄을 거기에 실을 수 있을 만큼 소형화 시켜야하는 데 말이야."

    "그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백곰미사일을 만들고 나면 공개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거야. 항공우주연구원을 설립하고 전라남도 고흥 외나로도에 우주센터를 건설하는거지. 인공위성까지 우리 기술로 쏘아올리고 나면 무궁화라 부를 생각인데 괜찮지않나?"

    "무궁화라··· 보기좋은 이름이군요. 하지만 다 명분 아닙니까?"

    뒷짐을 진 김종규 국방부장관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 우주로 로켓을 쏘아 인공위성이 되는거나 다시 떨어져 핵폭탄이 되는거나 종이한장 차이니까.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만들어 베이징, 도쿄, 블라디보스토크, 괌까지 모조리 사정권으로 획득한다. 거기에 핵무기를 실으면 대한제국은 영원한 독립을 얻는거야."

    자주국방의 꿈. 그것을 위해 제국익문사와 국방과학연구소가 전폭적인 예산 지원을 받으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제국익문사가 세계 각지에 스파이를 보내 기술을 훔쳐오면 국방과학연구소가 그것을 연구하고 민간기업에 뿌려주며 기술발전을 주도한다.

    소련의 AK소총은 진흙탕을 굴러도 사격이 가능한 무적의 내구성이 있었고, BM-21은 수십발의 로케트를 날리는 막강한 화력이 있었다. 최근 배치되기 시작한 T-72 전차는 뜯어볼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을 거 같다. 미그기를 뜯어보면서 독자적인 전투기를 만들고 싶은데 KGB 요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할테니 쉽지 않을테다. 하지만 그놈들이 무기 수출한 곳이 한둘이어야 말이지.

    미국산 나이키 미사일은 진공관을 쓰는 구닥다리라 미국도 반쯤 눈감아주는 눈치인데, F-4 팬텀 II 전투기는 '기술 훔치다 걸리면 국물도 없다'는 엄포가 있어서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거기 달려있는 미사일 정도는 야금야금 연구하는 중이다.

    그 모든건 화력, 더 많은 화력을 위하여.

    소총, 야포, 장갑차, 자주포, 전차, 다련장로켓포, 지대공미사일, 공대공미사일, 공대지미사일, 대함미사일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한 모든 것의 화력을 얻기 위하여. 머리수가 부족하면 더욱 강력한 화력으로 벌충하면 된다. 소련과 중국을 동시에 맞대고 있는 조선인들의 생존 본능엔 끝이 없었다.

    중국인과 소련인이 너무너무 무섭다. 무서우니 더 강한 무기를 가져야겠다. 하지만 그래도 무서울 것이다. 영원히 무서울 것이다. 영원히 무서워야 의회 예산이 쏟아질 것이고 그래야 계속해서 강해질테니까. 그러니 무서워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겠다.

    대한독립만세.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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