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70 대한제국-123화 (123/131)

〈 123화 〉 Ep13. 8월 총선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은서의 결혼식을 서구식으로 해야할까? 전통혼례로 해야할까? 이 질문에 대해 이연은 숙청으로 답했다.

1975년 6월 17일의 일이었다.

숙청을 당한 것은 전주이씨종친회로 이(李)라는 성씨가 대한제국의 국성(國姓)이다보니 황실의 종친회에 버금가는 위상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이들은 국내의 모든 황릉을 관리하고 있었고, 역대 군주들의 신주단지를 모신 종묘를 관리하며 종묘제례까지 도왔던 탓에 국민의 세금까지 지원받고 있었다. 그런 이들이 기자들을 불러모아 언론플레이를 했다가 표적이 되고 말았다.

내용은 이랬다.

------------------

<1975.6.17 전주이씨종친회 성명서>

황상께서 제위에 오르신 뒤로 나라에 복이 많아 무궁한 발전을 이루니 이것은 하늘이 우리 조선을 굽어살피시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중원의 땅이 공산주의자들에게 넘어가있는 지금 천명은 우리 조선에 있으며, 황태녀 전하께서 혼인을 하심에 있어서도 조선 황실의 전통에 따라 천자국의 예로 권위를 세우셔야 할 것입니다. 비록 여인의 몸이시나 황상의 뒤를 이어 천자의 제위에 오르실 몸. 전통에 맞추어 면류관을 쓰시고 면복을 입으시옵소서.

지금 중국 대륙은 혼돈의 시기입니다. 공산당 무뢰배들이 문화대혁명이란 이름 아래 공자의 묘를 능멸하고 경전을 불태우니 통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유교적인 가치를 숭상하고 이를 계승하여 더욱 발전시켜나감이 옳을 것입니다.

안심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종묘사직이 경각에 달려있습니다. 조선의 전통이 시대의 파도에 밀려 무너지고 있으니 이 어찌 두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황실의 유일한 직계혈통조차 황태녀 전하 한분 뿐이시니 우리 종친회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옵니다.

지금이라도 소홀했던 종묘대제(宗廟大祭)를 과거의 예에 따라 1년에 다섯차례로 늘려 선조들께 예를 올리시고, 영친왕 전하의 차남 이구(李玖)의 계승권을 인정하시어 만약을 대비하시옵소서.

이 나라 종묘사직의 미래를 걱정하여 드리오는 충정이오니 부디 심사숙고하시고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간청드리옵나이다.

------------------

이연은 성명서가 나온 당일 종친회를 숙청해버렸다.

모략이나 칼부림을 한 건 아니고 자기가 직접 덕수궁의 브리핑룸으로 나가서 맞대응을 한 것이다. 황제가 직접 나서는 반박이 황명의 효과를 일으켜 내각을 움직이게 하니 엄청난 후폭풍이 사회를 강타했다.

------------------

<1975.6.17 덕수궁 공식 브리핑, 이연이 직접 주관>

저는 민족을 대표하지 하늘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전주이씨종친회는 저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민간단체로 종친의 지위를 갖지 않으며 이는 황실을 사칭하는 반역의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이에 저는 깊은 유감을 표하며 필요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입니다.

저는 전주이씨입니다. 태조대제(이성계)의 후손으로 조선황실을 대표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아버지 혜조대제(의친왕)께서 황위에 오르신 건 결코 피가 고귀해서는 아닐 것입니다.

어려운 시기 민족을 잊지 않고 독립운동가들을 규합해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셨으며, 민족을 위한 헌신이 국민들의 인정을 받았기에 복위를 허락받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아버지가 자랑스러웠고 닮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다릅니다. 영친왕을 포함한 모든 구황실의 족속들은 민족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그들은 단지 피가 고귀했을 뿐이며 고귀한 피로 어떤 노력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들을 황족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계승권을 부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대한제국 황실의 정통성은 독립운동에서 나올 수 있으며 국민 여러분들의 인정으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저는 군림하고 통치하지만 허락받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권력을 내려놓을 것입니다.

헌법 제1조. 대한제국은 입헌군주제다. 대한제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황실은 민족 통합의 상징으로 헌법을 준수할 의무를 가진다.

이 나라는 민주국가입니다. 더 이상 전주이씨의 나라도 아니며 천자의 나라도 아님을 다시한번 엄숙하게 선언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결국 이 남자의 숙청이란 일본 황실로 치면 신적강하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의친왕계를 제외한 모든 구황실을 평민으로 만들어버리고 계승권을 영구적으로 부정하는 게 이 남자의 숙청.

애초에 평민이었지만 직간접적으로 황족으로 대접받던 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영친왕의 직계존속인 이구가 그랬고 덕혜옹주 역시 그랬다. 어거지를 부린다면 고종황제 위로 흥선대원군까지 따져서 영선군 이준용의 딸인 이진완까지 유사시 계승권을 논할 수 있는 영역에 있었지만 완전히 부정되어 '평민'으로 공식 규정됐다.

의친왕계는 장남 이연의 딸 은서와 차남 이열(경친왕)의 아들 이환(수성군)이 있는데 이환은 아버지를 암살하고 중앙정보부에 납치. 프랑스에 격리된 상태로 생사여탈권이 이연에게 달려있었다. 이렇게 완성된 숙청으로 대한제국의 유일한 계승권자는 이은서. 지금까지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빌미를 제공한 전주이씨종친회는 평민들이 만든 사조직으로 규정되어 덕수궁으로부터 부정을 당했고, 이범석 총리가 모든 예산을 끊어놔 재정난에 시달리게 했다. 소식을 들은 여당 의원들은 한국독립당 당사에서 소식을 듣곤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황위 계승에 넘버투가 생기면 권력에 해가 됨을 모르는건가? 정말 멍청한 작자들이군.>

가만히 있으면 종친이란 자격으로 종묘와 황릉을 관리하며 한자리 해먹을 수 있었을텐데, 괜히 영친왕의 이름을 잘못 올렸다가 최후를 맞았다.

하지만 이연의 이런 정치적 숙청이 의외의 역풍을 불러왔으니, 한복을 차려입고 댕기머리를 튼 은서가 덕수궁에 쳐들어와 아버지 집무실을 찾아 따지고 든 것이다.

"이럴 필요까진 없었잖아!"

신랑까지 데려와놓고 다리를 까딱까닥. 황태녀는 불만이 아주 많아보였다. 옷차림을 보아하니 다른건 몰라도 전통 만큼은 생각이 확고하구나 싶어 이연도 긴장감이 서렸다.

"종친을 잘라낸건 상관없어. 촌수를 따져봐도 너무 먼 친척이었으니까. 하지만 뭐? 문화공보부? 황릉과 종묘를 문화재로 취급해서 내각에 맡겨버린다니 이게 말이 돼?"

집무실에 앉아있는 이연은 볼펜을 까딱까딱하며 말했다.

"문화재가 아니면 뭐냐? 사유재산이라도 되는거냐?"

"우리 조상님들을 모신 곳이잖아. 종친이 관리하든 덕수궁이 직접 관리하든 해야지 이걸 문화재로 취급해서 사람들 구경거리로 만드는건 너무하잖아."

"관리만 맡긴거지 구경까지 시킬 생각은 없었는데 네가 원한다면 그리 해주마. 관광자원도 되고 좋겠구나."

"아버지!!!"

이연의 생각은 그랬다. 미국땅에서 태어나 미국 학교를 다녔다는 이 남자는 조선의 유교적 사상과 뿌리부터가 달랐고, 한술 더 떠 무교였던 터라 개인적인 신념이 확고했다.

"죽으면 끝이야. 한줌의 흙으로 돌아갈 뿐이지. 영혼이라던가 사후세계라던가 그런게 어딨다고 제사를 지내냐? 제사를 지낸들 뭐가 달라지고? 조상님 덕 보자고 제사를 지낸 거였으면 1910년에 대한제국이 망할 일도 없었겠지."

"아, 아니···."

"난 말이야. 죽으면 현충원에 묻힐거야. 그러니까 아까운 돈 들여서 황릉 만들생각 하지 말고 조그만 비석이나 세워놔. 제사도 지낼필요 없고 꽃 같은것도 놓지 말고, 그냥 가끔가다 사진이나 보면서 '보고싶어요 아버지' 한마디만 해주면 돼."

"현충원이라 하면 엄마 옆자리 말하는거지? 독립운동가 묘역에···."

"내가 이래봬도 독립운동가야. 거기에 한국전쟁 참전용사기도하지. 죽어서 현충원에 뭍힐 자격은 충분하다고 본다만?"

"그래도 아버지는 황제잖아. 풍수 좋은 곳에 황릉을 만들어서 모셔야지··· 날 더러 어떻게···."

"됐다. 현충원에 니 엄마 옆자리를 비워놨으니까 거기에 묻어놔. 내가 원하는 방식이야. 그렇게 해도 원망 안할테니까 아쉬운 생각 말고."

"그래도 아버지···."

우물쭈물하는 딸내미를 보며 이연이 자세를 고쳐 앉아 진지한 눈으로 웃으며 말했다.

"전통이란 건 말이야. 시대에 따라 변화해야 하는거야. 고인물처럼 그대로 굳어져 백년이고 천년이고 똑같이 답습했다간 엇박자가 생기지."

"어째서?"

"시대는 변화하거든."

이연은 일례로 전통혼례를 들었다. 그것은 딸내미 결혼 준비 때문에 많은 것을 알아보던 아버지의 고민이었다.

"네가 원하던 전통혼례란 건 말이야. 왕조시절 전통이야. 명나라와 청나라를 상전으로 모시며 천자의 질서아래 제후국으로 지내던 전통이지."

"전통혼례는 대한제국 시절에도 했어. 1906년에 황태자의 혼례가 있었잖아. 나도 알아봤다고."

"그래 바로 그 혼례 말이다. 넌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었겠지? 조선의 전통적인 웨딩드레스. 아마 적의라고 했던가? 푸른 비단에 금색 실을 수놓은 왕실 여인들의 드레스. 큼지막한 머리장식에 금색 비녀까지 낀 그런거 말이야."

"응!"

"전통대로 한다면 넌 적의를 입을 수 없어. 웨딩드레스는 꿈도 꿀 수 없게되지."

"드레스를 입을 수 없다고? 왜? 나 여잔데?"

"넌 여자이기 전에 황태녀야. 전통혼례로 따지면 세자빈이 아니라 세자의 역할이지. 제위를 계승할 넌 남자의 역할을 하면서 곤복 차림에 면류관을 써야 해. 종묘제례 할 때도 그랬잖냐?"

"어, 어··· 그런가? 그럼 진혁이는?"

남녀가 바뀌어버린 전통혼례에서 신랑 김진혁이 입어야 할 옷. 은서가 머리를 굴리는 동안 이연이 은근한 협박을 섞어 경고하듯 말했다.

"진혁이는 세자빈의 역할을 하는거야. 여인의 옷을 입어야 한단 말이지. 적의를 입고 머리장식을 쓰고 비녀까지 틀어야 할지도 몰라."

"......!"

여인의 옷. 그 말에 은서는 충격적인 상상을 해버렸다. 진혁이가 푸른 비단의 적의를 걸쳐입고 머리장식을 쓰며 비녀까지 틀어 수줍게 웃는 모습. 세자빈이 되어버린 진혁이 앞엔 면류관을 쓰고 있는 세자 이은서가 마주서서 전통혼례를 한다. 실로 초월적인 장면이었다.

"아, 아··· 안돼···."

"애초에 말이야. 조선왕조에 왕세녀란 직책이 있던 적은 없었어. 황태녀는 더더욱 없지. 그러니 넌 존재 자체가 전통 위반이야. 그러니 황태녀의 부마가 뭘 입어야 하는지도 전례가 없지. 여인의 옷은 민망하니 관복을 입혀줄까? 그건 그거대로 재미있겠구나. 신랑신부가 남자옷만 입고 하는 혼례라···."

이은서가 문제였다. 이은서는 전통혼례를 할 경우 절대 여자 옷을 입을 수 없다. 권력을 물려받아야 할 세자는 면류관을 쓰는것이 지당하며 하늘에 예를 올려야 한다. 이는 종친회도 같은 입장이었고 이연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은서는 여자가 아니다. 황태녀다.

"전통과 현실 사이에 생기는 괴리감은 이걸로 끝이 아니야. 조선 후기의 유교적 관습에 따르면 제사도 남자가 지내야 하는데 종묘는 어떠냐? 여자가 임금이 된 전례가 있더냐?"

"없지···."

"여자가 면류관을 쓰고 종묘 제례를 본다는 것부터가 전통에 벗어나는 일이야. 부부관계는 어떠냐? 너와 진혁이 사이에 태어날 자손은 아내 성씨를 따라갈텐데 부계사회였던 조선의 전통에 이게 옳은 일이었을까?"

"전통이 아니지···."

"조선은 말이야. 공주가 시집을 가도 자식 성은 남편을 따라야 해. 옳고 그름을 떠나 시대 자체가 그랬던 거야. 그런데 지금 네가 이렇게 황태녀에 오르고 황세손까지 낳게 된다면 전통이 아니라 현대의 영역이 되는거지."

이연은 의자에 기대 홀로 팔짱을 낀채 다리를 까딱거리며 말했다.

"여자가 왕이 된다. 유교적 전통에 따르면 전례에 없는 일이지. 조선왕조 500년을 통틀어 선대 임금들이 보면 널 뭐라고 생각할까? 하다하다 여자가 제위에 오른다며 기겁을 하셨을테지. 세상이 거꾸로 뒤집히고 있다 생각했을거야."

"그정돈 아니겠지 설마."

"물론 아닐거다. 내가 기브앤테이크를 해줬으니까. 망한 나라를 다시 세우고, 조선 땅이 두동강 날뻔한 걸 막아주고, 그것도 모자라 왕을 황제로 추존해드렸어. 왕릉도 황릉으로 고쳐드렸지. 받아먹은게 많으니 내 딸내미 정도는 허락해주실거야."

"받아먹다니 표현이 좀···."

"근데 말이야. 이것조차 전통에 위배되는 거잖냐? 선대 임금 모두를 황제로 추존해드리는 거. 동양 문화에 전례가 없는 일이라 네 입으로 그랬지."

그렇게 말하는 이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딸내미에게 다가갔다. 어깨에 손을 올리고 주물럭주물럭 딸의 어깨를 안마해주는 아버지의 손길이 뜬금없게 여겨져 은서가 고개를 갸웃했다.

"전통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거야. 남녀문제만 해당하는 게 아니지. 니 애비를 봐라. 내가 왜 한자 교육을 폐지했겠냐?"

"그건···."

"한자는 표의문자야. 상형문자 같은 거지. 글자 종류만 2~3천자가 넘는데 외우기도 힘들고 타자기로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 오죽하면 중국애들도 간체를 만들었겠냐?"

"그래서?"

"네가 내 나이쯤 되면 컴퓨터의 시대가 올거야. 난 벌써 그것을 준비하고 있지. 하지만 한자라는 건 내가 보기에 전산화에도 악영향을 줄 거 같거든. 행정에도 대단히 비효율적이고."

"그래서 한자교육을 폐지하고 한글전용책을 썼다?"

"그래, 조선왕조 500년 내내 쓰던 한문을 완전히 폐지해버리고 세종께서 만든 한글만 남겼어. 한글은 배우기가 쉬워 문맹퇴치에 도움이 되고, 표음문자라 50년대부터 타자기를 만들어 썼지. 행정에 대단히 효율적인 문자야."

이연의 안마가 계속됐다. 처음엔 아팠는데 능숙하게 조절되는 강약의 조절에 시원함이 느껴졌다. 물론 딸이 아버지의 안마를 받는게 영 이상한 그림이었지만.

"경제는 어때? 조선의 전통적인 국책은 사농공상이었어. 선비가 제일이요 농업이 으뜸이니 상업과 공업은 천한 것으로 여겨졌지. 근데 지금은 어때? 전 세계가 상업으로 돌아가잖냐?"

"......"

"과학기술은? 달나라로 사람을 보내는 시대에 우주공학이란 사농공상의 공에 해당하는데, 이런 시대에 전통을 고수했다면 이 나라가 어찌됐을거 같냐?"

은서가 아버지의 손길을 뿌리치며 말했다.

"끝! 그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전통에 안주하면 안돼. 인정할 건 인정하되 변화할 건 변화해야지."

"그래서? 내 결혼은?"

"네가 황태녀인 이상 전통혼례는 불가능해. 그러니까 현대식으로 하자. 니 애비가 적당한 선에서 정리해줄테니까 대한제국의 새로운 문화다 생각하는거야."

"현대식이면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말하는거야?"

"그래. 너도 여자라면 한번쯤 입고 싶을 거 아니냐? 세상에서 제일 곱고 예쁜 웨딩드레스. 영국왕실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을 최고중의 최고로 준비해줄 테니까 니 애비만 믿어."

"대한제국의 새로운 문화라··· 아버지 설마···."

불안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구황실을 모두 평민으로 규정해버리고, 종친회는 평민들의 사조직으로 만들어버리며, 황릉과 종묘를 문화재로 지정해버리는 아버지가 말하는 '대한제국의 새로운 문화'라 한다면 그게 떠올랐으니까.

이제부터 황태녀의 결혼식이 시작된다.

군대식으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