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 Ep11. 사이공 철수 작전 (1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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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의 패망으로 대한제국은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이연이 제일 먼저 내놓은 대답은 군비증강이었다. 더욱 더 가열차게 대한제국의 안보태세를 강화해야 했다. 대한제국 제1의 주적이 중국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소련까지 상대해야 한다.
세계3차대전 발발시 압록강과 두만강 전선으로 밀려올 중공군과 소련군 규모가 약 200만 정도로 예상되는데 이들을 대한제국 육군 혼자서 막아야 한다. 그래서 이들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었고 눈에 들어온 것이 중국의 부드러운 아랫배에 해당하는 상하이였다.
상하이에 미국 해병대와 대한제국 해병대가 상륙하여 교두보를 확보하면 태평양에서 건너온 미국 육군이 중국 본토를 공략함으로써 붉은군대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을 따라서 대만과 일본, 필리핀까지 합류하게 되면 정말로 세계대전이 된다. 여기에 중국과 앙숙인 인도를 꼬드겨 참전하게 하면 중국은 3면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최악의 상태가 된다.
이 작전에 가장 중요한 전략적 핵심이 다름아닌 제주도였다. 상하이에서 제주도까지의 거리가 500km남짓. 이곳에 공군기지와 해군기지를 지어놓으면 제주도 자체가 거대한 상륙지원함 역할을 하게 된다. 공격당한들 침몰할리 없으니 불침함인 셈이다.
그래서 이연의 4월 30일 두번째 일정은 제주도에서 첫 삽을 뜬 해군기지의 기공식에 참석하는 것. 하지만 이 날은 월남이 멸망한 날이기도 해서 대국민담화의 성격을 띄고 있었고, 제주도민 3천명까지 참석하는 규모로 방송사 카메라들이 전국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단상위에 선 이연의 눈앞엔 드넓은 제주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시원한 바다를 한폭의 그림삼아 도민들이 자리에 앉아있으니 모두가 이연의 연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대한제국의 국군이 다시 제주를 찾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이를 허락해준 도민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하고자 한다.”
도민들 대부분이 70대를 넘긴 노인들이었다. 50년대나 입었을 법한 허름한 옛날 한복을 입고 있는데 마치 시간여행을 온 기분이다. 백의민족할 때 그 백의였으니까. 그들을 본 이연은 연설문을 덮어버렸다. 이연은 눈을 감아버린 채 머리속에 떠오르는 대로 즉흥적인 연설을 하기로 했다.
“나는 대한제국의 황제다. 하지만 헌법상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했으니 이 나라의 주권은 그대들에게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난 이 순간부터 하대를 하지 않겠다.”
그리고 눈을 뜨며 말했다.
“국민 여러분.”
다섯글자. 그 다섯글자가 제주도민은 물론이거니와 방송사 기자들, 연설을 듣던 이범석 총리를 비롯한 내각 장관들까지 충격에 몰고갔다. 너무 당연해보이지만 대한제국에선 당연한 게 아니다. 황제가 백성에게 하대(下待)를 하지 않는건 동양의 문화에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라도 된 양 존대를 하며 연설하기 시작했다.
“저는 오늘 국가가 저지른 중대한 실수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연설문에 없던 내용. 말하지 않기로 했던 비밀. 그러나 월남의 패망을 바라보며 내린 영웅의 결단. 진실의 고백.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선 좌익무장단체의 반란이 있었습니다. 이념의 전장 속에서 반란군과 정부군 사이에 교전이 벌어지는 동안 수 많은 제주 시민들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는 더욱 더 가열차게 진실을 밀어붙여 자신의 입밖으로 몰아붙였다.
"저는 당시 정부군을 지휘하는 현장의 책임자로서 비극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이 있으며, 이에 국가를 대표하고 저 자신을 대표하여 시민 여러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곤 모두의 앞에서 90도로 숙여 사과의 인사를 올렸다. 그는 대한제국의 황제였으며, 한국전쟁의 영웅이었고, 국군의 최고통수권자였다. 그런 영웅은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 당시 황태자였던 저는 유채꽃이 만발한 제주의 들판에서 시민 여러분께 약속드린 게 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국군을 만들겠다. 그리고 이 땅에 다시 돌아와 인정을 받겠다. 그것이 제가했던 진짜 약속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동안의 노력들을 털어놓았다.
“저는 한국전쟁의 통일을 달성하여 이념전쟁의 싹을 잘랐고, 권력을 잡는 즉시 이북 주민들에 대한 보복작전을 영구히 중단시켰습니다.”
이연은 선언하듯 확신을 담아 시민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 국군이 월남에 고립된 국민 전원을 구출하여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확신을 갖고 다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래서 그는 복받치는 감정을 담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런 저의 노력을 묵묵히 지켜봐주시고 인정해주시어 해군기지건설을 허락해주신 제주 시민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모자란 황태자를 기다려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실 이연 앞에 앉아있는 3천명의 제주도민들은 평범한 시민들이 아니었다. 그 시절 이연으로부터 목숨을 부지했던 시민들이었고, 허름한 옷을 입고 나온 건 그 시절 자신들이 입었던 복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은 젊은 황태자와 시민들이 재회하여 사과와 용서를 주고 받는 시간여행이었다.
"오늘 월남에선 우리의 동맹이 쓰러졌습니다. 저는 여기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제국은 항상 정의로울 것이며 정의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서 새로운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첫번째 약속은 정치에 대한 것이었다.
"저는 이 시간부로 전제군주제 개헌을 영구히 포기할 것입니다. 대한제국은 입헌군주제이며 민주국가입니다.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도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저는 민족의 대표로서 통치를 허락받았을 뿐이며, 국민 여러분들이 허락해주지 않으신다면 언제든지 권력을 내려놓을 것입니다."
두번째 약속은 사회였다.
"이는 법치주의를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튼튼하고 강력한 안보는 질서에서 나오며, 질서는 모두의 합의 아래 만들어진 법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헌법을 준수할 것이며, 사법의 독립을 존중할 것이고, 의회정치의 역할을 믿을 것입니다."
그리곤 국민들에게 말했다.
"월남이 망한 이유는 정부부터가 그것을 지키지 않았고, 부패한 고위공직자들이 법치주의를 훼손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들의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아 부패의 근절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곤 생각했다. 말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약속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교훈도 너무 많이 떠올라 두서없이 말할거 같았다. 그 때 자신의 딸이 떠올랐다. 민주주의를 입에 달고 사는 그 녀석은 월남전의 참전용사로서 전쟁의 상처로 마음아파하고 있었다. 그런 딸에게 아버지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저는 월남전에 참전하는게 정의라고 믿었습니다. 동맹과의 신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했고, 자유 월남을 지켜주는 게 정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국군은 정의를 위해 싸웠습니다."
여기서부터 하는 말은 조금 두려웠다. 그들의 신념을 부정하는 거 같았고, 그들이 이유를 빼앗는 거 같았다. 하지만 그들을 위해서라도 황제는 말하기로 했다.
"하지만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조국을 위해 싸운 그들 만큼은 누가 뭐라 해도 따뜻하게 안아주십시오. 책임질 일이 있다면 제가 대신지겠습니다. 저는 역사 앞에 당당히 서서 책임과 의무 명예를 회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곤 은서를 떠올리며 재차 말했다. 그녀가 이연의 마음 속에는 모든 참전용사를 상징하는 하나의 심볼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저는 그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의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그들의 상처를 보살피고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이연은 자신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을 모든 국민들에게 말했다.
"우리의 전쟁이 끝났습니다. 이제 뒷일은 국가에게 맡겨주십시오. 저희들은 항상 정의의 편에서 여러분들의 긍지가 되어드릴 것입니다."
그래서 이연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했다.
"여기는 대한제국이기 때문입니다."
***
그렇게 말했던 황제는 정작 5월 5일이 되니 주한미국대사를 납치했다.
닉슨의 하야 이후 새로 부임했던 제임스 슈나이더 미국대사는 업무를 마치고 공관에서 산책을 하던 중 제국익문사 요원들에게 납치당해 눈이 가려진 채로 리무진에 태워졌다.
"난 외교관입니다! 당신들이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습니까!?"
그러자 복면의 여인이 낮은 목소리로 슈나이더에게 말했다.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덕수궁에서도 가끔 들어봤던 여인. 비서실장 이화였다.
“은밀히 모시라는 폐하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참아주십시오.”
"대체 무슨 꿍꿍이지?"
그렇게 한참을 달려간 곳은 방향이 어디인지도 몰랐다. 슈나이더가 유일하게 알 수 있던 정보는 5월인데도 불구하고 추웠다는 것이다. 리무진은 구불구불 산길을 타며 오르락내리락 거렸고, 수도 없이 많은 터널을 지나다 뱅뱅뱅 같은 자리를 돌며 지하로 내려갔다. 방향감각을 상실해버린 미국대사는 춥다는 것을 빼면 어떤 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리무진이 멈추면 거대한 강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차에서 끌려 내려졌을 땐 콘크리트 바닥이었다. 수갑이 풀리고 안대가 벗겨지자 슈나이더 미국 대사 눈에 들어온 것은 도시만큼 거대한 콘크리트 벙커였다. 낮게 깔린 주홍빛 조명아래 군용 트럭이 300대 이상 주차되어 있는 비밀기지.
검정 양복을 입었던 제국익문사 요원들은 여인과 함께 온데간데 없었고, 눈 앞엔 육군 제복을 입은 4성 장군 한 명이 대사 앞에 버티고 서있었다.
“육군참모총장 구남철씨군요. 본국에 돌아가면 이번일을 정식으로 항의할겁니다. 저를 어서 돌려보내주십시오.”
대한제국 국군 육군참모총장 구남철. 평양에서 애국자의 기회를 얻은 기회주의자. 하지만 지금은 제국익문사를 도와 핵개발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있는 군부의 책임자였다.
“항의하실 수 있게 안전히 돌려보내드리겠습니다. 그 전에 잠시만 시간을 내어주십시오.”
모순적인 대답에 슈나이더 대사의 고개가 갸웃했다.
“악의는 없습니다. 대사님 뿐만 아니라 이곳을 드나드는 모든 직원들이 이런식으로 출퇴근하거든요. 저 또한 대사님같은 방식으로 여기에 왔으니 보안상 절차다 생각하시고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미국 대사를 납치해놓고 악의는 없다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겁니까?"
그러자 벙커 끝에 서있는 중년의 사내가 말했다.
“기다리고 있었네. 슈나이더 대사.”
벙커의 끝에 묵묵히 서있던 남자는 대한제국 황제 이연. 도시처럼 거대한 콘크리트 벙커의 주인이었다.
“여긴 방공호입니까?”
“제국익문사가 관리하는 최고 등급의 비밀 시설이지. 등급을 분류하는 것조차 하지 않는 무등급의 비밀이거든. 정권이 바뀌어도 정해진 사람이 아니면 알아낼 수가 없게 되어있어.”
“무슨 용도입니까?”
“이리 오게. 백마디 말보다 한 번의 증명으로 보여주지.”
슈나이더 대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조심스레 황제를 따라갔다. 걸어가는 발걸음 조차 또각또각 메아리처럼 울려퍼지니 비밀기지가 얼마나 거대한지 실감이 났다.
'이건 분명 핵전쟁을 대비한 비밀기지일거야. 본국에서도 3차대전을 대비한 지휘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비밀번호로 잠겨있던 굳건한 철문이 열리니 락커룸이 나온다. 거기엔 무수히 많은 방호복이 걸려 있었는데 구남철 중장의 권유로 그걸 입어야만 했다. 여기서부터 느껴지는 낌새가 불안했다. 그렇게 보호복을 입고 끝도 없이 긴 복도를 걸어가니 눈앞에 보인 것은 수조 속에 빛나는 찬란한 푸른 빛이었다.
그 몰골에 미국 대사는 절망하듯 욕설을 중얼거렸다.
"이런 씨발···."
대피시설이 아니다. 하지만 대피시설이다. 미국의 감시로부터 대피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니 추측은 틀렸고 단어만 맞았다. 그들이 숨긴건 원자로였다. 수조가 푸른색으로 빛나는 이유는 핵시설에서 흔히 보이는 체렌코프 현상이란 것 때문이었다.
“대한제국의 핵무기 제조공장에 온 것을 환영하네. 대사.”
이연은 미국대사에게 대한제국의 핵무기 제조기술을 고스란히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단 장소는 비밀이다. 미국 대사가 돌아갈 땐 다시 안대를 쓰고 뱅뱅 돌아서 갈 것이다.
“우리 몰래 숨겨둔 원자로가 있다니 말도안돼···.”
“고리원전은 네 녀석들이 뻔히 알고있는 핵시설이지. 우리가 설마 거기서 핵을 만들거라 믿었나? 바보 천치가 아니고서야 그런 짓은 안했겠지.”
“고리 원전으로 눈속임을 하다니 대단하시군요. 이걸로 CIA와 KGB까지 모두 속이다니. 꽤 오래전부터 만드셨나봅니다?”
이연은 슈나이더 대사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오늘 보고 듣는걸 잘 기억하는 게 좋을거야. 대한제국은 이미 핵폭탄을 갖고 있거든. 협상에 참고할 데이터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각하께서 용서하지 않으실겁니다. 정상회담때 분명히 말씀드렸죠. 대한제국 경제를 50년대로 돌려 놓을 수 있다고. 이건 명백한 약속 위반입니다. 폐하.”
하지만 이연은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말했다.
“월남이 망하지 않았더라면 지켰을거야. 미국이 지켜준다는 약속 하나를 믿고 여기 있는 모든 시설과 핵무기까지 갖다 바치려고 했어. 미국과 대한제국은 피로 맺은 동맹이라 믿었으니까.”
"하지만 믿질 않으시는군요."
“너희는 동맹을 배신했지. 월남 정부를 지켜준다는 상호방위조약을 종잇장처럼 파기하고 그들이 공산국가에게 먹히도록 방치했어. 그러고도 내가 약속을 믿어줄 거라 생각했나?”
“......”
“한 번 버린 동맹 두 번은 못 버릴까? 자네들이 약속하는 방위조약은 의회가 거부하면 지킬 수 없게 되어있어. 하지만 의회가 대표하는 미국인들은 전쟁하는 걸 싫어하지. 그들은 반전주의자니까.”
"그래서 미국을 버리겠다 그 말씀이십니까?"
“니들이 거짓말쟁이라는 걸 말해주는거야. 그래서 이건 보험 같은 거지. 미국이 배신했을 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어수단 말이야.”
하지만 이번엔 미국대사가 가소로운 듯 웃으며 말했다.
“재밌군요. 폐하. 하지만 궁금한 게 있습니다. 핵무기 터트려보긴 하셨습니까? 시뮬레이션으로 떼우셨나보군요. 이스라엘처럼.”
“실험은 했잖아. 라자스탄에서.”
이연은 슈나이더 대사의 뒤를 가리켰다. 그러자 미국 대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이 들어왔던 입구 위의 간판을 바라본다. 그곳엔 대한제국의 핵무기 개발을 도와준 협력 국가가 그려져 있었다.
‘오··· 이런 씨발···.’
인도와 대한제국이 공동 개발을 하고 있었다. 라자스탄에서 터진 핵폭탄이 대한제국과 인도 공동 소유였던 셈이다.
대한제국의 핵개발은 1945년에 시작됐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되고 일본 제국이 삽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며 이연은 핵개발을 결심했다. 이화의 주도아래 머리 좋은 학생들을 골라 프랑스에 유학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기술 연구가 시작됐다. 비슷한 시기 인도도 같은 생각을 해서 1947년 두 나라가 우연히 만났다.
그들의 핵개발이 전환점을 맞은건 1962년이었다. 인도가 중국과의 국경분쟁에서 패배했을 때로 복수를 꿈꾸게 된다. 비슷한 시기 이연은 쿠데타를 일으켜 조선땅의 정권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였다. 절박한 이유와 절대권력이 만나 더욱 강력하고 빠른 속도로 핵개발이 가속화되어 70년대에 빛을 보았다.
하지만 핵개발은 두 나라만 하고 있던 게 아니었다.
중동전쟁으로 위기감을 느낀 이스라엘은 미국 정계에 로비를 해서 워싱턴의 정치인들을 유혹했다. 인도에 자극받은 파키스탄도 핵을 개발했고, 자원이 많았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핵개발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소련으로부터 위협 받던 서독일은 아예 대놓고 핵무기를 달라고 했다. 그들은 미국으로부터 핵무기를 빌려 소유는 그들이 하고 발사는 자신들이 함께 한다는 ‘핵공유’라는 개념을 정립한다.
이 시기는 그랬다. 누구도 핵무기를 꿈꿔보지 않은 적이 없다. 서슬퍼런 냉전시대에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핵이라고 믿었다.
<나를 죽이면 너도 죽는다.>
가장 원초적이면서 단순한 방법이지만, 누구도 이것보다 나은 평화유지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전략을 상호확증파괴라고 하는데 영어로 Mutual Assured Destruction이라 한다. 줄이면 MAD가 된다. 문자 그대로 미친짓이다.
<중국이 대한제국을 침공하면 죽을 때 죽더라도 베이징 만큼은 저승길 동무로 삼겠다.>
<일본이 1910년을 반복하려 든다면 도쿄를 불바다로 만들어주겠다.>
그래서 대한제국의 핵개발 프로젝트 이름은 고슴도치였다.
Ep1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