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 Ep11. 사이공 철수 작전 (9)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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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의 외교관이 미국 대사관의 담을 넘었다.
사이공의 대사관은 문이 앞뒤로 2개였는데, 후문에는 사람이 비교적 적었던 탓이다.
몰려오는 미군 장병들에게 ‘니들 대가리 나오라그래!’를 외치던 이대현 공사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CIA 요원을 찾았고, 대사관에 상주하던 요원이 운 좋게 알아봐 신원을 입증해줄 수 있었다.
“아무리 상황이 급박하다지만 동맹국 공사도 못 알아보는게 말이 되나? 대체 여기 있는 새끼들은 다 뭘하던 머저리들이야?!”
멋쩍은 미소를 짓던 백인 남성은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이대현 공사를 토닥였다.
“미안합니다. 미스터 리. 오늘 막 지원 나온 친구들이니 이해해주세요.”
말인 즉슨. 본국에서 대사관 경비를 위해 지원해준 병력이라는 것. 사이공에 온 것도 오늘 처음. 미국 대사관 경비를 서보는 것도 오늘 처음. 당연히 대한제국의 외교관도 오늘 처음 봤다는 게 이유였다.
선임들에게 끌려가 대사관 뒷골목에서 갈굼 당하는 미해병대 신입 장교를 뒤로 한 채 이대현 공사는 대사관 후문을 열고 일행들을 들여보냈다.
“일단 안전은 확보됐구만. 난 이대로 마틴 대사를 찾아가 헬기를 얻어낼테니까 여기 기다리고 있게.”
그렇게 던지듯 말하는 이대현 공사는 양복 외투를 벗어 어깨에 걸쳐 멨다. 사이공의 4월이 오늘따라 후덥지근했다.
사이공의 하얀 성. 마틴 대사가 황제처럼 군림하고 있는 미국 대사관의 모습은 수영장까지 딸려 있는 초호화 요새. 하얀 벽에 붉은 지붕을 가진 2층 높이의 부속 건물들이 즐비한 사이공 속의 작은 미국이었다.
“몇 번 와보긴 했지만 참 재밌는 곳이야. 대사관에 수영장도 다 있고.”
하지만 지금은 난민촌이다. 미국인부터 베트남인까지 수 많은 사람들이 대사관 직원들의 지휘에 따라 인원 분류를 받고 있었고, 분류가 끝난 사람들은 쭈그리듯 바닥에 앉아 생기 잃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제 살았다는 표정과 빨리 헬기를 탔으면 좋겠다 같은 표정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긴장 풀린 표정들이다.
한 쪽에선 다른 직원들이 서류 뭉치를 쓰레기 봉지에 담아와 구석에 던져놓고 있었고, 본관 안으로 들어가면 요란한 전화 벨소리와 고함치는 백인 남녀들의 소리가 귀청을 때리는 듯 했다.
그렇게 가브리엘 마틴의 집무실까지 걸어 들어왔을 때 이대현 공사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
사이공의 하얀 성. 베트남 속의 작은 미국을 다스리는 우리 영주님. 가브리엘 마틴께서 뭘 하고 계신가 했더니 집무실에서 애완견을 쓰다듬고 계셨다.
"오우··· 이대현 공사님 아니십니까? 근데 몰골이···."
이대현 공사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오랜만에 몸좀 풀고 왔거든요."
"허허허··· 일단 앉으십시오. 이거 차라도 한잔 내드려야 할텐데···."
"차는 됐고 헬기나 좀 주시죠."
"헬기?"
"분명 도와주겠다 하셨습니다. 지금 사이공엔 저희 교민 50명이 미처 대피를 하지 못해 발이 묶여있죠."
"오··· 그건···."
"생각해보니 한대론 안되겠군요. 밖에 있는 사람까지 합하면 수백대는 필요해보이던데."
“피난민이 그정도나 됩니까?”
이대현 공사가 분노하듯 말했다.
"지금 강아지나 쓰다듬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바깥을 좀 살펴보십시오. 수 만 명에 달하는 난민들이 대피를 원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 그들을 말하는거군. 상관하지 마세요 이대현 공사. 그들은 미국인이니까요.”
“미국인이면 총알도 피해간답니까?”
“본국에서 다 알아서 해줄거요. 그러니 일단 진정하세요. 이대현 공사.”
“진정? 사이공이 14만 대군에게 포위당해 있습니다. 공항엔 포탄이 떨어졌고 듣자하니 미군 병사도 여럿 죽은 모양인데 이런 판국에 진정할 마음이 드십니까? 대사님은 이곳 총책임자이십니다!”
"워싱턴은 사이공을 버리지 않을거요!"
마틴 대사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성을 냈다. 상황 파악 못하는 그 영주님을 위해 이대현 공사는 더 크게 소리쳤다.
"워싱턴은 사이공을 버렸습니다!"
도망가는 강아지를 뒤로 한 채 이대현 공사는 집무실의 창문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커텐을 걷어버렸다. 그리곤 창문까지 활짝 열어제껴 마틴대사에게 강조하며 말했다.
"1만명! 1만 명이라 가정해도 엄청난 헬기가 필요합니다. 계산해볼까요? 치누크 헬기 한 대당 50명 정도를 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급박하니 무리를 해서 90명까지 태운다고 가정하죠. 몇 대가 필요한 지 아십니까?"
"그야···."
영어를 쓰던 이대현 공사는 한국어를 섞어 소리쳤다.
"112대! One Hundred Twelve!”
치누크 헬기 112대. 그만큼의 헬기가 대사관을 왔다갔다해야 겨우 피난시킬 수 있는 인원 1만명. 이대현 공사가 대사관 담벼락에서부터 보아왔던 추측 인원이었다. 그들 모두의 목숨이 자신에게 걸려 있는 기분이 들어 더더욱 화가 났다.
"저들은 미국을 위해 싸웠던 사람들이고, 미국인과 함께 살았던 사람들이며, 미국의 승리를 위해 도왔던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란 말입니다!"
이대현 공사는 주차장쪽의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당장 저 나무부터 베셔야 합니다. 치누크 헬기가 112대 이상 왔다갔다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야지요. 차량도 싹 치워버리고! 나무들 싹 다 잘라버리고! 지금 당장 그렇게 해도 빠듯하단 말입니다!”
하지만 가브리엘 마틴 대사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듯 말했다.
"나무를 베면··· 사람들이 우리가 도망치는 걸 알게 될거야···."
“이미 알고 있습니다! 싹 다!”
“우린 미국이야. 세계최강대국이지···.”
“세계최강대국 미국은 졌습니다. 우린 패잔병이고 패배자로서 역사에 기억되겠죠.”
“아니야, 우리가 패배자일리 없어. 우린 휴전한 거라고! 우린 전쟁의 당사국도 아니고 미국인으로서 당당하게 철수를···.”
“패배자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대사님.”
“지금 날더러··· 꽁무늬를 빼면서 도망치라 그 말인가?”
이대현 공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제 그만 눈을 뜨세요. 미국은 졌습니다. 협상을 할 처지도, 능력도 없고, 돕겠다는 생각조차 못할 만큼 처절하게 말아먹었죠.”
그는 호소하며 절박하게 말했다.
“체면 따질 때가 아닙니다. 창 밖의 저들을 보십시오. 저들 모두 안전하게 철수 시키려면 꽁무늬라도 빼고 비겁자처럼 도망가야 합니다.”
“우린 미국이야···.”
“제발 정신 차리세요! 우리가 저들을 두고 가면 북베트남 공산군에게 붙잡힌단 말입니다!”
"저들도 베트남인이잖나?"
"예! 같은 민족이죠. 하지만 이념이 다르고 싸운 깃발이 다릅니다. 저들은 북베트남 사람 입장에선 매국노가 되고 반역자가 될것이며, 불순한 사상을 지닌 반동분자가 되겠죠."
그는 고개를 저으며 참담한 심정으로 말했다.
"대한제국이 어땠는 줄 아십니까?"
"자네들은 통일을 했지. 한국전쟁에서."
“한국전쟁을 포함한 우리들의 50년대는 피의 시대였습니다.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전쟁을 하고 사람들을 처형했죠.”
"......"
“공산주의자들은 반동분자를 죽이고, 자본주의자들은 빨갱이를 죽이는거. 그게 바로 우리 조선인들의 냉전시대였단 말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살아남을 수 없다고?"
“모두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렇게 배웠고 그래야 한다 믿었고 그렇게 해서 승리한 거니까.”
그는 창밖의 베트남 사람들을 보며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이념 논쟁은 그런겁니다. 둘 중 하나는 죽지 않으면 끝나지를 않죠. 대한제국이 그랬고 베트남이 그럴겁니다."
머리 속에 남베트남 사람들이 겪을 참담한 모습이 상상됐다. 자본가란 이유로 사형, 공무원이니까 사형, 세금 징수원이었으니 사형, 지주라는 이유로 사형,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사형, 언론인으로 자본주의자들의 논리를 대변했으니 사형. 지식인으로서 자본주의를 가르쳤으니 사형. 사형이 아니면 자비를 베풀지 않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우린 그랬거든···.'
북한이 그런 짓을 하는 동안 대한제국이라고 가만있진 않았다.
<공산당 명부에 이름이 적혀있으면 사형.>
공산주의자와 자본주의자가 전면전을 벌이며 사형에 사형으로 맞받아치는 50년대의 서슬퍼런 이념전쟁은 승리자가 된 대한제국조차 잊고 싶은 어두운 기억이었다.
그 시절 이념의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군인은 1975년 현재 대한제국의 외교관이 되어 창문을 통해 사이공의 베트남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들의 50년대가 베트남의 70년대가 될지도 모릅니다. 똑같은 분단국가로서 비슷한 이념 전쟁을 하고 비슷한 참극을 겪을지도 모르죠. 저기 대사관 벽에 매달린 청년들이 희생양이 될지도 모르는 겁니다.”
"이 공사···."
“북베트남에겐 불순분자지만 우리에겐 동맹입니다. 우리가 아니면 누구도 챙길 수 없습니다. 국가는 버려도 사람은 버리지 말아야지요.”
이대현 공사는 강조하여 말했다.
“베트남의 70년대는 조선반도의 50년대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저들에게 다른 역사 선물해줍시다.”
"베트남에게 선물해야 할 역사는 미국의 승리 뿐일세. 공사."
"그 선물은 늦었습니다. 북진통일은 베트남 전쟁 초반에 진작 했어야죠."
이대현 공사 생각에 미국은 승리의 기회가 있었다. 1964년이다. 미군 함정이 공격받았다는 통킹만 사건을 계기로 참전한 미국이 북베트남으로 밀고 올라가는 것이다.
“그 시절엔 명분을 이유로 북진을 못했죠. 전쟁은 어디까지나 남베트남을 지켜주기 위해서라고 강조하고 다녔으니까.”
“그랬지···.”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미국이 북베트남과 전면전을 벌여 북진통일을 하는 것이다.
당시 미국은 소련의 눈치를 보며 남베트남으로 전쟁터를 한정지었다. 미국군이 진주하는 건 어디까지나 ‘동맹국의 방어’를 위해서였고 그러다보니 전쟁 내내 방어전만 하면서 게릴라군을 상대했다.
“어차피 욕 먹을 전쟁이었으면 이기고 욕 먹는게 나았습니다. 침략자 소리를 들어도 이겨놓고 듣는게 나았겠죠.”
“우린 늦은건가?”
“역사는 승리자들이 쓰는거라 했습니다. 패배자인 우리들은 역사를 쓸 자격이 없죠.”
***
1975년 4월 29일 같은날 낮 12시.
미국 대사관 위로 치누크 헬기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워싱턴과 미국 대사관이 나눈 전문은 이랬다.
<10시 45분은 사이공 시간을 기준으로 함. 7함대는 지금 즉시 작전을 개시할 것.>
은서의 주장대로 시차에 문제가 있었다.
미국이 중대한 실수를 한 것이다. 워싱턴에서 말했던 10시 45분은 사이공 현지 시간을 기준으로 했지만, 베트남의 항모 전단이 이해한 건 그리니치 천문대의 국제표준시였다.
얼핏 보면 황당하지만 함대사령관의 변명처럼 미국이니 가능한 실수였다. 대한제국도, 영국도, 프랑스도, 독일이나 일본조차도 이런 실수를 할 경험이 없었다. 세계 곳곳에 자국 군대를 배치하며 국제적인 작전을 벌이는건 진짜로 미국 뿐이었으니까.
치누크 헬기가 날아오는 동안 이대현 공사는 실미도 대원들과 함께 미국 대사관의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의 등장에 미군 장교 한명이 지레 겁을 먹으며 차 뒤로 숨어버렸다. 선배들에게 불려가 갈굼을 먹은 신입 장교는 더 이상 이대현 공사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여기 아무도 없나!?"
아무도 나오지 않자 이대현 공사가 강 소령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실미도 대원들의 품에서 폭탄이 튀어나왔다.
"그럼 터트리겠습니다."
그러자 신입장교가 경악하며 튀어나와 말했다.
"지금 뭐하시는겁니까! 여긴 미국 대사관입니다!"
"아? 마침 나왔군. 아까 그 녀석이지? 이 친구."
이대현 공사의 말에 '그 녀석'이 답했다.
"폭탄을 내놓으십시오!"
"그래, 주지. 줄테니까 이 나무를 폭파시켜주게."
"나무를 폭파시키라뇨?"
이대현 공사 눈 앞엔 10m 크기의 나무 한 그루가 서있었다. 주차장 정가운데 버티고 서서 헬기 착륙을 방해하는 장애물이었다.
"마틴 대사에게 허락받고 오는 길이네. 이 나무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당장 날려버리라시는군. 의심된다면 다시 물어보고 와도 좋아."
"여긴 지금 전쟁터입니다! 여기서 폭탄을 터트렸다간 폭격맞았다고 오해를 할텐데. 잠시만 기다립시오!"
다행히도 정신머리는 붙어있는 친구였다. 그 초임장교는 자신들의 선배를 찾아가 사정을 설명했고, 마틴 대사에게 재차 확인을 받아 군인들을 모아왔다.
전기톱과 삽, 곡괭이까지 있는대로 끌고와 발악을 하니 10m에 달하는 타마린드 나무가 뿌리채 잘려나갔다. 자동차들까지 모두 정리되자 넓직한 공터가 된 주차장엔 석대가 넘는 치누크 헬기가 착륙해 사람들을 바쁘게 실어 날랐다.
마틴 대사는 대사관 옥상의 헬기장을 통해 탈출했고, 뒤 이어 미국인들 부터 차례대로 헬기를 타고 빠져나가니 3순위로 대한제국 사람들이 동맹국의 자격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어둑어둑한 저녁이 됐다. 자신의 차례가 왔지만 이대현 공사는 아직 탈출하고 싶지 않았다.
"이보게 강 소령."
"예, 공사님."
"미안하지만 한번만 더 도와줄 수 있겠나?"
"분부만 하십시오."
"대사관에 파기하지 못한 기밀 서류가 있는거 같거든. 왜 그런거 있잖나? ‘내가 불 끄고 나온게 맞나?’ 하는 의구심 같은거.”
그러자 강소령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떤 심정인지 알겠습니다. 도와드리죠."
"고맙네."
50명의 대한제국 교민이 탈출에 성공하자 이대현 공사와 실미도 요원들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이공 시내로 나왔다.
4월 29일 저녁 10시가 되었을 때 도착한 대한제국 대사관엔 한명의 가족이 더 남아있었다. 불행히도. 정말 불행히도. 조국에게 잊혀질 뻔한 소중한 마지막 교민들이었다.
"놓쳤나봐요. 어떡해···."
가까이 들리는 포성에 울어재끼는 아이와 부녀자. 그리고 발을 동동 구르며 고민하는 30대 후반의 남성 한명이 이대현 공사의 눈에 들어왔다.
"이 친구야··· 내가 빨리 피난오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공사님!"
"공무원도 아니면서 일개 기자가 왜 이렇게 열심히야?"
그 남자는 목에 걸린 사진기를 만지작 거리며 머리를 긁적이고 말았다.
"취재를 하다보니 그만···."
"내가 안 왔으면 어쩔려고 그랬어? 기자라는 양반이 말이야. 본업에 충실한 건 좋지만 자기 목숨은 챙기면서 해야지!"
"죄송합니다. 공사님."
"그래서 특종은 많이 건졌나?"
그는 대한제국의 작은 신문사에서 파견된 특파원이었다. 베트남 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파견되었다가 배까지 놓쳐버린 현장 중심의 열혈 기자였다.
"많은 진실을 담았죠. 우리가 잘한 일, 우리가 잘못한 일.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던 수 많은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까지. 이 카메라에 모든 것이 담겼습니다."
"그래. 잘했네."
"공사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겁니다."
"교민들은? 이분이 마지막인게 확실한가?"
"예. 현지 정보통으로 확인했습니다. 더 이상의 우리 교민은 없을겁니다."
"그래. 잘했네. 그럼 이만 가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강 소령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되는 표정이었다.
"작당··· 이라고 해야할까요?"
"작당이라니? 나도 제국익문사의 요원일세. 일종의 휴민트 같은거지."
"돈이라도 주신겁니까?"
"책임지고 데려가겠다는 안전의 약속을 했지. 그 댓가로 정보도 모으고 우리 교민들도 알아보고."
베트남 곳곳을 발에 땀이나도록 뛰어다니던 친구였으니까. 돈만 밝히는 기자들이 바글대는 요즘 시대에 참 보기드문 녀석이었다.
그렇게 마지막의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남은 최후의 교민까지 미국 대사관으로 데려가니 주차장에서 치누크 헬기가 문을 활짝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
"자네들도 어서 타게! 이 헬기가 마지막일지도 몰라!"
"저흰 여기 남겠습니다!"
"뭐?"
"회사로부터 받은 비밀 지령이 있거든요!"
말뜻을 이해한 이대현 공사는 백색요원의 마음가짐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설명드리지 못하면 버려진 걸로 알고 전하의 상심이 크실게야!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설명해주게!"
그러자 강 소령은 턱을 매만지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시 동대문구 496-7번지! 그곳에 제 아내가 살고 있습니다. 거기서 여쭤보라 하십쇼!"
"뭘?"
"흑장미! 그것을 받았다면 저희들이 살아있는겁니다!"
"그래. 그렇게 전하지. 행운을 빌겠네!"
강 소령은 기쁘게 손을 흔들며 이대현 공사를 떠나보냈다. 바로 이 순간. 실미도 요원들이 사이공으로 찾아온 진짜 이유가 시작됐다.
작전번호 8451번.
제국익문사의 1급 비밀 작전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