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 Ep10. 국가가 무너지는 날 (7)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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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 정상의 발걸음이 국립중앙극장으로 향했다.
8월 15일의 충격을 뒤로하고 본래의 장소로 돌아온 공연장은 한미정상회담을 축하하는 화려한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복 입은 무용수들의 부채춤이 인상적이었고 합창단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멋진 굉장한 공연들.
무대의 뒷편엔 황태녀 이은서가 있었다. 장막의 뒤에서 객석에 앉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눈매가 예사롭지 않았다.
'웃음 속에 뭔가를 숨기고 계셔···.'
VIP석에 앉은 아버지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내막을 모르는 은서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겉으론 하하호호 웃고 있지만 비즈니스적인 계산이 담겨있는 가면일 뿐 불쾌함이 감추어져있었다. 다른 귀빈이나 주요 인사도 마찬가지였다.
"공연 시작 10분전이옵니다. 전하."
축하 공연의 연출을 담당하는 직원이 은서에게 아뢰었다. 멋들어진 한복을 입고 있는 은서 옆에는 즐겨 연주하던 거문고가 세워져있었다.
"흐음··· 저 무거워보이는 분위기를 어떻게 풀어볼 순 없을까?"
"분위기라 하오시면?"
"거문고만으론 부족할 거 같아. 미안한데 가서 진희언니에게 가야금좀 가져와달라고 해줘."
"가야금이요?"
"축하공연에서 거문고도 하고 가야금도 할거야. 난 둘 다 잘하거든!"
은서는 축하공연의 주인공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취미를 넘어 도전적인 각오로 즐기는 문화 생활은 국가에 중요한 귀빈이 왔을 때 축하공연으로 세워도 될만큼 노련한 실력이 깃들어있었다.
은서는 뒤에 서있는 진혁이를 노려보며 따뜻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혁아~ 내 무대는 너를 위한거야. 알았지? 최고중의 최고로 만들테니까 잘 듣고 있어~♥"
은서의 달달한 목소리가 진혁이를 또 다시 곤란하게 했다.
"하하··· 예···."
"예로 끝이야?"
웃음기를 머금은 은서의 살기어린 경고에 진혁이가 식은땀을 흘리며 답했다.
"아, 아뇨! 여기서 똑바로 잘 듣고 있겠습니다! 부디 아름다운 선율을 저에게···."
"옳지 옳지. 앞으론 그렇게 대답하면 돼. 각목처럼 서있지 말고. 알았지이~?"
"물론입니다! 하··· 하하···."
진혁이의 태도가 바뀐건 비서실장님 덕분이었다. 황태녀의 예쁜 사랑을 위해 힘써주신 그분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하지만 진혁이한텐 죽을 맛이었다. 뭐든지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그 뭐든지가 이런게 될 줄은 몰랐다. 비서실장 이화가 진혁이에게 한 전화상의 경고.
<폐하께는 제가 말씀드리죠. 약속하신거에요. 진짜 뭐든지 하겠다고>
그리고 진짜 뭐든지 하게 됐고···.
<진혁군이 먼저 한 약속이에요. 덕수궁은 거짓도 배신도 용납하지 않는거 아시죠?>
<진혁군의 성실한 모습을 기대하도록 하죠.>
전직 요원 출신의 비서실장님이 내리는 살벌한 기대가 식은땀을 흘리게했다.
그래서 결국 뭐든지 하게 되었다. 황태녀 전하가 내리시는 모든 말이 어명의 효력을 가져 진혁이의 행동을 강제하게 됐다. 이걸 알게된 은서는 신이 났더랜다.
<오! 그래? 좋아! 김진혁 중령! 어명이다!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도록!>
<사, 사, 사랑합니다 전하···.>
그 뒤로 은서는 진혁이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먹잇감을 노려보는 은서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역시 권력이 최고야!'
그 때 방송이 들렸다.
<다음 순서는 황태녀 전하께서 직접하시는 거문고 연주가 있겠습니다.>
쏟아지는 박수 소리와 함께 은서의 시간이 찾아왔다. 거문고를 옆에 끼고 당당하게 무대로 향하는 대한제국 황태녀, 조선 여인의 기개, 한복차림이 우아한 조선의 딸이 이곳에 있었다.
그 여인 이은서.
공부는 취미고 예술은 도전이다.
거칠게 뜯어내는 은서의 손놀림 속에 담대한 연주가 시작됐다. 그것은 마치 최후의 전투를 앞둔 장군의 기백을 상상하게 했다.
연주하면서 올려다보는 관객들의 표정이 여전히 무거웠다. 황태녀의 연주회가 그들에겐 외교전 도중에 이어지는 막간의 작전타임 같았다. 복잡하게 오가는 비서실장님과 아버지의 귓속말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미국 대통령이 회심의 미소를 짓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직 정무에 끼지 못하는 자신은 들러리였을 뿐 아무런 도움도 아무런 정보도 들을 수가 없다.
'이걸론 부족해!'
은서는 빠르고 경쾌한 템포의 연주가 하고 싶었다. 거문고 연주가 끝났을 때 정상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진희가 가야금을 가져왔다.
악기가 바뀌자 음색도 달라졌다. 거문고가 묵직한 베이스의 느낌이라면 가야금은 좀 더 맑고 경쾌했다. 그걸로 더욱 빠르게 하지만 나비처럼 우아한 연주가 시작되었다.
노랑 나비 한 마리가 빗방울을 뚫고 맑은 햇살이 쏟아지는 잔디밭을 향해 날아간다. 꽃이 만발하는 들판으로 힘찬 날개짓을 하는듯한 가락이 공연장을 가득채웠다.
'힘 내 아버지! 뭐 때문에 고심하는 진 모르겠지만 항상 잘해왔잖아?'
은서의 시야가 공연장 뒷편 진혁이로 향한다.
'내 연주를 들어줘!'
손 끝에 사랑의 열정이 깃들어 가야금을 뜯는 손놀림이 더욱 우아해졌다. 연주하는 음악이 자연스럽게 전환되었다. 열정적인 남녀가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당돌하고 절도있는 가락이 전통음악계에선 들어보지 못한 현대식 연주곡으로 빚어졌다.
사랑하는 그대여 춤을추어라.
***
한미정상회담은 11월 22일 부터 진행되어 다음 날 23일에 끝났다. 주한미군기지를 방문하여 격려행사를 지낸 양국 정상은 회담장으로 돌아와 합의문에 싸인을 했다.
막바지 비밀 회담에서 이연이 물었다.
"여기에 싸인하면 우린 어떻게 되나?"
포드 대통령이 답했다.
"한미동맹이 더욱 공고해질 것입니다."
"핵개발, 넘어가줄 생각은 없는건가? 우린 동맹이잖나?"
"핵무기가 무분별하게 퍼지면 핵전쟁의 위험도 높아지게 될겁니다. 세계평화를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이니 이해해주시지요."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면 네 녀석들을 포함한 모든 강대국들도 핵을 포기하는게 맞겠지. 니들이 과연 몇만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까?"
이연의 물음에 포드 대통령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을 이해한 이연이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래서 네놈들을 위선자라 하는거야."
그는 말했다.
"좋은 땅을 가진 네 녀석들은 절대로 모를거야. 이곳은 사방팔방이 강대국들로 둘러싸여있거든. 소련, 중국, 그리고 일본을 발판삼은 미국까지. 이 사이에 놓인 조선은 아무리 강해져도 상대적인 약소국이 되고 말아."
이연은 테이블에 놓인 태극기를 바라보며 말한다.
"군사력만 따지면 프랑스나 영국 못지 않은데. 그런 지역 강국이 동북아 한복판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꼴이라고. 독립을 쟁취했지만 지키는 게 만만치가 않지."
해결책은 핵이었다. 강대국들도 두려워할 강력한 힘. 부족한 인구를 커버할 수 있는 비대칭적인 파워가 대한제국에 있다면 독립도 굳건해질 거 같았다.
하지만 포드 대통령은 부정하며 말했다.
"약소국이 독립을 지킬 수 있는 길은 외교입니다. 미국의 편에 서십시오. 세계의 경찰을 자부하는 저희들이 대한제국을 지켜드리겠습니다."
포드 대통령의 말에 이연이 웃으며 말했다.
"외교에 의한 평화? 좋지. 하지만 우리라고 안해봤을거 같나? 그런 짓거리를 조선왕국 시절부터 하고 있었어. 동북아 최강인 명나라에 붙어서 평화를 노렸지. 하지만 명은 청에게 무너졌고, 청은 일본에 무너지며 우린 늘 피의 보복을 당했거든."
이연이 미국 대통령을 노려보았다.
"네 녀석들의 천하가 얼마나 갈지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미국이 명나라 꼴이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있지?"
"미국은 중국과 다를겁니다. 저희를 믿으십시오."
이연은 테이블에 놓인 협정서를 쳐다보았다. 그곳엔 대한제국이 받게 될 상당금액의 경제협력과 한국군의 현대화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대한제국이 핵확산방지조약 NPT의 가맹국으로 책임을 다한다는 약속이 숨겨져있었다.
여기에 싸인하면 국제원자력기구 IAEA 관계자가 고리 원전을 들쑤시고 다니며 엄중히 감시를 할 것이다.
이연은 대통령을 노려보며 경고하듯 말했다.
"세계의 경찰이라는 말. 지키는 게 좋을거야."
이연은 만년필을 들었다. 황제의 서명이 협정서에 기록되었다.
"핵무기는 포기해주지. 하지만 오키나와는 좀 더 노력해봐. 제주도에 군대가 들어올 일은 없을 테니까."
고개를 갸웃하는 대통령에게 황제는 말했다.
"거기는 아름다운 곳이거든. 관광지로 점찍어둔 곳이니까 꿈도 꾸지 말라고."
이연은 피식 웃으며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었다. 이 날 마지막으로 열린 회담 결과 발표 자리에서 이연은 국민들을 향해 분명히 강조하여 말했다.
<짐은 과거 제주에서 있었던 일들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다. 황태자 시절 했던 약속은 현재도 유효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 도민들은 안심하여 국군을 믿으라.>
그게 무슨 약속인지 내막을 아는 이는 없었다. 미국 관계자나 국민들이나 제주와 뭔 약속을 했다는 건지 어떤 일이 있었던건지 모르는 눈치였다.
정상회담은 큰 문제 없이 마무리 되었고, 포드 대통령은 대한제국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며 김포공항을 통해 에어포스원을 타고 돌아갔다.
굿바이 프레지던트.
***
며칠이 지났지만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제주에서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덕수궁과 내각은 언급을 피하고 있었다.
추측을 하자면 건국 이전 미군정기 제주에서 무력충돌이 있긴 했는데 그 때 뭔 약속을 한건지를 다들 궁금해한 것이다.
<제주도엔 무슨 일이 있었나? 무슨 일이 있었기에 주한미군까지 거절해야 했나?>
제주도 사람들이 황제 폐하를 지지해주니 좋은 일인 거 같은데 자세한 내막을 모르니 육지의 사람들이 답답해했다.
그러던 어느날 독립신문의 기자들이 현장탐사 중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 단독보도로 내보냈고 뒤이어 모든 신문사가 앞다투어 아부떨듯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한다.
사건인 즉. 제주도에서 민간인 학살이 일어날 뻔했다는 것.
<미군정 시절 제주도는 좌우 충돌이 극심했다. 군경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제주도 사람들이 휘말려 학살을 당할 뻔했는데, 국방경비대의 호기로운 장교 한 명이 그것을 막아내었다. 그분이 바로 오늘날 우리의 황제 폐하셨다. - 독립신문>
<황제 폐하의 숨은 업적이 또 있었다. 제주도민들에게 하셨다는 약속은 평화 그 자체 - 제국신문>
<정말이지 찾아내고 또 찾아내도 미담밖에 없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민족대표 - 황성신문>
하지만 이런 보도는 다음날 깨끗하게 사라졌다. 모종의 이유로 신문사들이 하루만에 태도를 바꿔 보도를 자제하기 시작했고 국면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한 경제적인 이익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었다.
4.3 사건의 내막을 자세하게 알고 있는 이범석 총리는 관저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눈앞엔 언론사까지 쥐락펴락하는 덕수궁의 비선실세 이화가 앉아있었다.
"이번에도 자네 작품인가? 신문사들이 아부를 떨다가 하루만에 태도를 바꾸더군."
"신문사에 요원을 보냈거든요. 그리고 딱 한마디를 하게 했죠. 폐하께서 심기가 아주 불편하시다고."
이화의 말에 이범석 총리가 어처구니 없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고작 그 한마디로 태도를 바꿨다고?"
"그게 이 나라 언론이에요. 외압을 행사하면 자존심으로 맞서지만 돈 앞에선 살살 녹아내리죠."
"그래서 폐하는 심기가 왜 불편하시다던가?"
"국민이 학살을 당할뻔한 사건이죠. 막긴 했지만 일어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수치로 여기고 계세요. 가뜩이나 정상회담 결과로 심기도 불편하신데 언론이 거기에 기름을 붓고 있으니···."
이범석 총리가 냉정한 눈초리로 물었다.
"핵개발, 정말 포기할건가?"
"네."
"자네들은 정말 무능하군. 제국익문사니 뭐니 하면서 유능한척 다 떨어대더니. 고작 한다는게 황태녀 전하를 위해 뉴스를 조작하던 거 뿐이고, 아부떠는 기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거 뿐이지. 전혀 달라지지 않았어."
그러자 이화가 웃으며 말헀다.
"유능하다 한 적 없습니다. 유능해지겠다고 했죠."
"말장난 하지 말게."
"분명히 말씀 드렸을텐데요? 대한제국의 첩보 능력은 CIA보다 한 수 아래고 KGB에는 상대가 안된다구요."
"중정은 목표를 잃었어. 자넨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한 걸세."
"핵개발을 지켜내지 못한 책임은 통감하고 있습니다만, 이건 폐하의 결단이었습니다."
"그래서? 날더러 그 악법을 계속해서 추진해달라 이건가? 제국익문사?"
"소련이 국가원수의 암살을 시도했어요. 당연히 강화해야죠."
"힘을 원하면 능력부터 입증하고 와. 난 더이상 중정을 믿을 수 없으니까."
이범석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런 그에게 이화는 경고의 목소리로 물었다.
"대한제국의 경찰청장. 제가 왜 살려뒀을까요?"
그러자 총리가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8.15 암살 미수사건의 책임으로 친위대장 차지연이 1계급 강등을 당했죠. 덕수궁 경호실 차장도 폐하의 경고와 함께 3개월 감봉을 당했는데 경찰청장만 그대로에요. 그게 왜 그런지 아시나요?"
"그야 내 사람이기 때문이지. 내가 임명한 나의 사람이니까."
그러자 이화가 썩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그래서일까요? 뇌물을 챙기시던데요."
"뭐라?"
"조직폭력배들이 상권을 잠식하며 강남을 주름잡고 있는데 누군가 묵인해주시더랍니다. 돈을 받아먹고서 말이죠."
그러자 이범석 총리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지금 날 협박하는건가!!"
"예! 경찰청장을 임명한건 총리님이십니다. 그의 비리가 세상에 알려지면 책임에서 자유로우실 수 없겠죠. 1년 단위로 경찰청장을 두번이나 갈아치우는 인사참사의 주인공이 되실테구요."
"이게 정말 보자보자하니까···."
"선택하시죠. 중정을 위해 법안을 개정해주시거나 총리직을 그만두시거나."
"나 이범석이야!!!"
그는 탁자를 내리치며 말했다.
"갖고 있는 증거 당장 내놔! 내 손으로 직접 진실을 밝히고 그 놈을 잘라버릴테니까!"
"그랬다간 총리님 정치 생명에 타격이 생길텐데요?"
"책임질 일이 있다면 기꺼이 지지. 난 권력을 밝힐지언정 부패는 용서하지 않을테니까!"
70대 노인의 쩌렁쩌렁한 선언적 경고가 이화를 몰아붙였다. 그러자 그녀는 뜬금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내 말이 우스운가 본데···."
"아뇨, 그게 아니라··· 내가··· 이래서 총리님을 존경한다니까···."
"......?"
"중정을 안믿는다시더니··· 비리 이야기가 들리자마자···."
이화는 그렇게 한참을 웃으며 총리에게 진실을 말했다.
"사실 정 반대거든요. 제가 경찰청장을 살려둔 이유."
"정 반대라고?"
"그 녀석 조사를 해봤는데 진짜 먼지 하나 안 나오더랍니다. 기껏 나온다는 게 속도위반 했다가 교통경찰한테 딱지를 떼인건데···."
"경찰청장이 딱지를 떼였다고?"
"웃기죠? 경찰의 최고 지휘관이 시골 촌구석 교통경찰한테 딱지를 떼였다구요. 그것도 속도위반. 그런 녀석을 제가 어떻게 건드리겠어요?"
"아니 그러면···."
"진짜로 못믿으시나 시험해봤는데, 총리님 완전 신뢰하고 계시잖아요! 하하하하!"
"이게 진짜···."
"그리구요. 조폭은 총리님이 정리하셨잖아요. 일망타진 하셔놓곤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시다니. 정말 분에 과할 정도로 신뢰 받는 모양인데요?"
"......"
이화가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이왕 믿으시는거 좀 더 믿어주시죠. 저희 애들 핵이 있든 없든 진짜 국가만을 위해 노력하는 애들이거든요. 권력 같은 것도 관심 없구요."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총리에게 이화는 강조하여 말했다.
"그리고 능력은 입증했어요. 조선노동당 1호로."
그리고 품에 갖고 있던 서류 봉투 하나를 건넸다.
"반년만 지켜보시죠."
“이게 뭔가?”
“총리님께 보내는 SOS.”
“SOS?”
“중앙정보부에서 보고서가 올라왔는데 폐하께서 믿어주질 않으시거든요.”
“덕수궁의 비선실세가 폐하를 설득하지 못해서 나한테 도움을 청한다? 대체 뭔 사안이길래···.”
그것은 중앙정보부 제1차장실. 해외첩보를 총괄하는 팀이 작성하여 올린 월남에 대한 보고서였다.
그것을 읽으며 이범석 총리는 처음엔 고개를 저었고 이내 끄덕였으며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정상회담 끝난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이딴 보고서를··· 이러니 안 믿어주시지···.”
보고서에는 미국이 월남과의 상호방위조약을 어기고 동맹을 헌신짝처럼 버릴거라는 정보가 100페이지에 달하는 근거자료와 함께 적혀 있었다.
그것을 통해 중앙정보부는 남베트남 정부의 붕괴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예상했다.
<북베트남과 단독으로 싸울시 패전할 가능성 : 75%>
미국이 대한제국과의 동맹을 강조한지 불과 몇일 뒤에 올라온 보고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