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 Ep9. 중앙정보부 (7)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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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인도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라자스탄 주 포카란의 지하에서 발생한 리히터규모 5.0의 지진은 핵실험으로 밝혀졌으며 이 날부로 인도는 핵보유국이 되었다.
간디의 비폭력주의를 칭송하던 그들이 핵무기를 만들어낸 것은 중국과의 국경분쟁 때문이었다. 지구상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두 나라는 1962년 무력충돌을 벌였는데 여기에서 패배한 인도가 분노의 칼을 갈며 핵실험을 준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의 핵보유가 국제사회의 허락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지켜봐야 알 듯하다.
6월 5일엔 아무 일도 없었다. 책이 한 권 나왔는데 2차장이 불온서적이라며 출판을 금지시킨 것 뿐이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에헤이 신경쓰지 마라. 황실의 국정운영에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안좋은 책이야 안좋은 책.
6월 13일에는 서독일에서 월드컵이 개최됐다.
대한제국은 예선전에서 호주를 꺾고 본선에 진출했다. 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당시 평양태생 박두익을 앞세워 8강 진출의 신화를 쓴 적이 있어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많이는 바라지 않는다! 16강만 가자!>
8강에서 16강으로 겸손해진 이유는 1970년 월드컵은 본선 진출도 못하고 말아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기대해볼 만하다. 축구 좋아하는 2차장이 눈여겨보기를 53년생 차범근이 언젠가 사고를 칠테니 기대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빛의 속도로 탈락했다.>
3전 3패였다.
욕하기 전에 변명 좀 들어줘라. 1조는 죽음의 조다. 독일이 하나만 있어도 버거운데 1974년 월드컵은 독일이라는 나라가 2개나 있다. 그것도 같은조로 진출했다.
처음엔 동독일이었다. 그래도 살짝 해볼만했다. 하지만 4대 2로 무너져서 모두의 뒷목을 잡게 했다.
동독일은 약과였다. 뒤이어 찾아온 서독일엔 축구계의 카이저로 불리우는 프란츠 베켄바우어가 있었다. 그 남자는 대한제국을 7대 1로 때려부셔 우리들의 영혼을 라인강으로 던져버렸다.
덕수궁에서 진혁이랑 축구 경기를 관람하던 은서는 펑펑 울어버렸다. 독일이 나빠! 독일이 둘이나 달려와서 다구리를 치는 게 어딨어? 비겁해!
용한 점쟁이가 예언하길 40여년 뒤에 추운 땅에서 공놀이를 하면 기적이 일어날거라 했다. 두고봐라. 군자의 복수는 40년이 되어도 늦지 않으리라. 독일 역사상 최초의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으로 갚아줄테다.
7월 26일은 은서의 생일이었다. 월드컵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은서는 진혁이에게 생일 선물을 요구했다.
<네가 주는 생일선물을 통해 앞으로의 관계를 가늠해보겠어.>
덕수궁 석조전. 공주의 방에 찾아온 진혁이 건넨 생일 선물은 바나나 한송이였다.
"설마 이게 지금 내 선물이라고?"
"제일 좋아하시는게 바나나 같아서···."
"야 이 빙구야!"
그 뒤로 친위대에 김진혁이 고자라는 소문이 중앙정보부까지 퍼졌다. 친위대의 아는 친구로부터 소문을 들은 중정 2차장은 이렇게 말했다.
<에라이 한심한 새끼... 거기선 반지를 사갔어야지!>
아무튼 그러던 7월 26일. 중정에 큰 소식이 날아들었다. 일본에 쳐놓은 그물망에 오진수의 꼬리가 걸린 것이다. 중앙정보부가 다시 바빠졌다.
<일본 공안조사청에서 오사카 변두리 지역에 버려진 무허가 사격장을 발견. 인근 주민들을 탐문해보니 조선인들이 드나들었다는 진술이 있으니 확인해보기 바람.>
사건인 즉. 일본 공안조사청 요원들이 오사카에서 발견한 무허가 사격장에 대해 수사하던 중 인근 주민들로부터 '조선인을 본거 같다'는 진술을 얻었다는 것이다. 정보를 공유받았을 때 중정의 모두가 똑같은 생각했다.
<설마 오진수?>
그래서 중정의 요원들이 현지에 파견되어 오진수의 몽타주를 들고 돌아다녔는데 슈퍼마켓 주인 한 명이 결정적인 제보를 했다.
<혹시 이런 사람을 보신 적 있으십니까?>
<어? 이 사람 예전에 담배를 사러 저희 가게에 왔었어요!>
오진수가 사격장을 운영하며 누군가를 훈련시키고 있었다. 그런 결정적인 제보를 얻어낸 중앙정보부 1차장은 암살시도가 다시 있을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마침 8월 15일이 독립기념일이지. 폐하의 외부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는 시기가 아닌가?"
일본에서 건너왔거나 건너 올 모든 사람을 조사해볼 생각이다.
***
며칠 뒤 이화는 덕수궁의 자기 집무실에 경찰청장을 불렀다. 약간은 공손해진 경찰청장의 눈에는 담배를 피고 있는 비서실장님이 보인다.
"흡연자셨습니까?"
고심하는 눈빛으로 익숙하게 담배를 피는 이 여자. 경찰청장의 눈에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골초 그 자체 같았다. 그런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설득력 없는 한 마디는 이랬다.
"아뇨, 담배하면 딱 질색이에요."
"헌데 어찌하여 담배를 피고 계십니까? 게다가 피고 계시는 담배는 군납품으로 들어가는 화랑이 아닙니까? 여성들이 피기엔 굉장히 독할텐데···."
"그러게요. 어떻게 유지하는 20대 피부인데."
"예?"
여성들이 '피기에' 독하다는 경찰청장과, 여성들의 '피부에' 독하다는 비서실장의 이해가 엇갈렸다. 발음 문제 보다는 그냥 그렇게 믿고 싶어서 멋대로 알아들은 느낌이다.
담배를 피는 주제에 피부 나이를 걱정을 하고 있는 기묘한 여인이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즐겨피시는 담배가 화랑이에요."
"군납품을 피신단 말씀이십니까? 좋은 담배들 놔두고 어찌···."
"한국전쟁 때 즐겨피던게 화랑이라나? 누가 군인 출신 아니랄까봐 담배도 군납품만 피시는거죠. 몸에 나쁘고 맛도 없고 피부 미용엔 엄청나게 안 좋은 담배를 왜 피고 계실까? 그분의 심리를 연구하는 과정이에요. 지금 피는 담배."
"아 예···."
역시 설득력이 없었다. 20년 경력의 흡연자가 보기에 그녀의 담배 피는 모습은 오래 전부터 해온 것마냥 익숙해보였고, 비흡연자가 처음 담배 필 때 흔하게 보이는 콜록콜록 기침 소리 조차 없었기에 연구로는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그런 불신어린 시선을 인지했는지 이화가 물었다.
"왜요? 너무 잘 피는거 같나요? 아무렇지도 않게?"
"조금 그렇긴 합니다만···."
그러자 이화가 피식 웃더니 재떨이에 담배를 지졌다.
"간첩은 배우와도 같아요. 내가 아닌 누군가를 연기하는 과정이죠. 저는 비흡연자지만 담배피는 연기는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어요. 회사 경리부터 불량 서클의 청소년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봤으니까."
"즉, 지금껏 모두 연극이라는···."
"그런 연기력을 곁들여 업무에 고단한 폐하의 심정으로 담배를 펴보면, 금연을 권할만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까? 뭐 그런 연구랄까?"
비서실장의 집무실을 가득 채운 담배연기에 이화가 처음으로 기침을 했다. 손부채질에 이어 창문까지 여는 그녀의 모습이 어쩐지 경찰청장의 시선에선 가식으로 느껴지고만다.
<실은 누구보다도 담배를 많이 펴본 게 아닐까?>
그런 경찰청장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화는 자기 할 말만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었다.
"뭐··· 아무튼 그런 역지사지적인 시도를 해보고 있었는데 왠걸? 오진수가 담배 때문에 꼬리를 밟혔네요?"
경찰청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오진수 말씀이십니까?"
"예. 담배를 사러 갔다가 현지 주민에게 얼굴이 기억된 모양이에요. 그것 때문에 사격장 인근에서 조선인을 봤다는 제보가 일본 공안조사청을 통해 우리에게 들어온거죠. 이 작고 보잘것 없는 몸에 나쁜 쓰레기 하나가 만든 치명적인 단서랄까요?"
"고작 담배 하나 때문에···."
"흡연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록 담배 피는 양이 늘어난다죠? 작전을 준비하는 중에도 조심성 없이 담배를 사러 나와야 했을 만큼 과도한 스트레스가 있었다. 그렇게 짐작해볼 수 있을테구요."
"대체 오진수는 오사카까지 가서 뭘 하고 있었던 겁니까?"
"누군가를 훈련시키고 있었어요. 오사카 변두리에서 무허가 사격장을 운영하면서 암살자를 키우고 있었나봐요. 불과 며칠 전까지 사격이 있었다고 하니 슬슬 작전의 결행일이 임박했을거에요."
"그럼 역시 8월 15일입니까?"
"예. 대한제국의 전승기념일. 황제 폐하의 대외 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날. 오진수는 분명 그 때를 노릴거에요. 이번 행사는 실내 위주로 진행하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철저히 대비하세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겠습니까?"
"대한제국은 민간인의 총기소유가 금지된 나라니까 해외에서부터 총기를 밀반입해올 거에요. 해안가 경계병력 강화는 군이 해줄테니, 경찰은 공항이나 항구 위주로 검문검색을 강화해주시구요."
"오진수가 직접올까요?"
"직접 와주면 고맙겠지만 누군가를 사주해서 보낼 가능성이 커요. 현지 적군파의 부하들이나 조선계 일본인을 앞세울 가능성이 크겠죠. 한국에 반감을 잔뜩 가진 인물로."
"같은 조선인끼리 반감이 있단 말씀이십니까?"
"저희가 지은 민폐가 좀 있거든요. 대마도 침공. 그로 인해 현지 조선인들의 입장이 많이 난처해졌을거에요."
"아···."
"한일수교 이후로 넘어오는 동포들은 저희가 파악하고 있으니까 이쪽 부분은 조만간 리스트로 공유해드리죠. 공항에서 철저히 검문해주세요."
"예, 한치의 실수도 없이 진행하겠습니다."
그러면서도 경찰청장은 생각했다.
'담배 하나로 사람 심리를 파악하고 암살계획까지 예상해? 소설도 정도껏 써야지.'
***
오진수가 담배를 사야만 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문세광이 정말 엄청나게 말을 안듣는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호텔방에서 오진수는 편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이런 편지 아무한테나 막 보내지 말랬지? 한국 영사관에 폭탄테러를 벌이자고? 이런거 떠벌떠벌 대다가 중앙정보부 눈에 들어가면 넌 끝이야!"
"......"
"내가 사전에 알고 막아줬으니 망정이지···."
하지만 문세광은 고개를 저으며 오진수에게 말했다.
"빠지고 싶었어요···."
"뭐?"
"암살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싶었다구요."
"갑자기 왜 이래?"
"그들이 제게 뭘 했다는거죠?"
그 남자의 말에 오진수가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뭘 했다니?"
오진수는 생각했다. 자신이 이 남자를 선택한 이유. 1951년 오사카 이카이노의 빈민촌에서 태어나서 자란 조선인. 공부 잘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괴롭힘을 당했던 남자.
학생운동에 몸담았고 마오쩌둥의 어록을 탐독하며 좌익 사상에 심취했던 문세광. 70년대 한일간의 갈등으로 일본 내 조선인들이 피해를 입게 되자 누구보다도 분노했던 조선계 일본인. 그렇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 암살의 동기.
<좌파 운동을 탄압하고, 일본 내 조선인들을 곤경에 빠뜨린 황제에게 죽음을!>
완벽한 암살자가 될거라 생각했던 문세광은 오진수의 기대를 배신하며 전혀 다른 소리를 했다.
"내가 좌파운동에 심취했던건 맞아요. 하지만 대한제국이 제게 뭘 했다는 거죠?"
"그야··· 바로 작년까지만 해도···."
"대한제국이 누굴 납치했나요? 아니면 암살? 이 나라 일본은 변변찮은 조선계 좌파 단체도 없는 나라에요."
"하지만 조총련···."
"이름 정돈 들어봤네요. 근데 뭐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졌던데. 그게 당신들이 만든건가요?"
"......"
"대한제국은 조선반도를 통일한 나라에요. 일본에 사는 조선인들 사이에서도 좌파는 몰락하고 우파가 득세하고 있죠. 나같은 사람은 소수에요."
"그래서 지금 나를 배신하겠다는건가?"
"일본 내 반한감정은 일시적으로 끝날 거에요. 재일 조선인이야 국교정상화까지 된 지금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겠죠. 제 주위에서도 다들 조선으로 건너가겠다더군요."
"그래서 너도 조선으로 가겠다는건가? 혁명이고 뭐고 대한제국의 사람으로 살겠다고? 넌 절대로 못해!"
"오진수씨도 이제 그만두세요."
"아니, 난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거야. 지금 이 순간에도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위해서!"
그는 문세광의 어깨를 감싸쥐고 말했다.
"혁명의 동기가 없으면 조선땅의 노동자들을 생각해봐. 일주일에 하루도 못쉬고 피를 토하면서 쓰러져간 동포들을 생각해보라고. 너도 구해주고 싶었잖아. 그래서 좌파로 길을 정한 거 아니었나?"
"저는···."
"부자들만 잘 살고 가난한 서민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는 나라. 우리의 고향이 그런 나라가 되고 있잖아."
"......"
"나도 조선 인민을 사랑하는 사람이야. 혁명을 위한 나의 열정은 순수하고 깨끗한 진심이라고."
오진수는 진심을 담아 열의를 통해 자신의 대의를 설명했다.
"조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어. 산업화의 속도가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지. 하지만 그걸 위해 피와 땀 눈물을 흘려온 노동자들의 희생은 누가 기억해줄까?"
오진수는 하찮은 미소를 지으며 호소하듯 말했다.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황제 폐하 만세! 모두가 그렇게 눈이 멀어 박수만 쳐대는 대한제국이 되겠지!"
오진수는 절망하듯 말했다.
"정작 그 나라를 일으키고 발전시킨 건 자기들의 어머니 아버지들인데 말이야."
"그게 대한제국의 미래일까요?"
"과거를 돌아보자고. 전태일이란 친구가 있었어. 누군가의 아버지가 될 수 있었던 평범한 노동자였지. 쉴 틈없이 쉴 틈없이 재봉 공장에서 일을 하며 나라 경제 발전에 이바지 한 노동자라네."
"전태일은···."
"참 병신같은 나라였어. 그런 나라에서 인간 답게 살게 해달라며 노동법을 외치다 죽은거야."
오진수는 차분한 자세로 벽에 기댄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겠지. 영웅이 뿜어내는 찬란한 후광에 눈이 멀어버린 국민들은 그 녀석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할거야. 빨갱이 빨갱이 빨갱이."
오진수는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절박하게 토로했다.
"좌파의 사상을 공부한 네 입으로 말해봐. 그는 사회주의자였나? 아니면 공산주의자였나? 우리의 대의에 버금가는 똑똑한 혁명가였나?"
"그는···."
"한자 조차 읽을 줄 몰랐던 국민학교 중퇴자였지. 그딴 녀석이 어떻게 혁명을 하겠나? 단지 열악한 환경에서 피토하는 친구들이 불쌍해서 나선게 전부인데. 그 녀석 40년 뒤엔 어떤 평가를 받을 거 같냐고."
오진수의 절박한 호소에 문세광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결심어린 남자의 표정에 오진수가 선언했다.
"잊혀질거야. 대한제국의 경제는 그 녀석 같이 평범한 새끼들이 산업의 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희생하고, 노력해서 만든 거지만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을 거란 말이야."
오진수는 문세광을 노려보며 절박하게 말했다.
"한강의 기적은 그것을 위해 싸우고 죽어간 산업현장의 영웅들이 이룩한 업적으로 기록되어야 해. 그렇지 않나?"
고개를 끄덕이는 문세광에게 오진수는 말했다.
"하지만 그건 평범한 방법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회민주주의니 점진적인 개혁이니 그딴건 안일한 소리지!"
"혁명이 유일한 해답이란 말씀이시군요. 그럼 혁명 다음엔 어떤 나라가 됩니까? 오진수 당신이 만드는 조선."
"독재자가 나오지 않도록 만들거야. 민주적인 투표로 공정하게 대표를 뽑는 조선인민공화국이 될거니까. 정부와 당에 자유로운 비판을 허락하고 그것을 수용해가며 대안을 찾아가는 공산국가가 될거거든."
"공산주의가 당에 대한 비판을 허용한다구요?"
"그게 전제되지 않으면 독재국가로 타락할거야. 김일성 그놈을 보며 느꼈어. 나는 혁명을 주도하고 그것을 실현해서 놈을 앞지를거야."
"그런 나라를 어떻게 만든다는 겁니까? 정말 가능할까요?"
"가능해. 그 나라는 핵무기도 만들지 않을거야. 군대도 자국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만 갖출테지. 그렇게 아낀 자원을 인민을 위해 사용한다면 모두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조선이 될거라 믿어."
"자유롭고 정의로운 조선인민공화국?"
"그것이 나 오진수가 만들 붉은조선이지."
오진수는 자기가 들고 있던 총을 문세광에게 건네며 말했다.
"그럴려면 황제가 죽어야 해. 나를 위해서 놈을 죽이고 조선 인민들을 해방시켜주게.
모두가 우리를 악으로 매도하고 빨갱이라 모욕하겠지만 믿어. 우리가 바로 해방자야. 우리가 정의고, 우리가 진실이고, 우리가 대안이야."
"저도 혁명가가 될 수 있나요?"
문세광의 물음에 오진수는 미소지어 답했다.
"뜻있는 동지는 모두 혁명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