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 Ep9. 중앙정보부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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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관계자들이 국회의사당의 조감도를 가져온 건 아침 10시의 일이었다.
부지 마련부터 설계까지 끝나있는 상태에서 재개만 기다리던 중이었으니 건설사 대표가 뛸뜻이 기뻐하며 덕수궁에 달려왔다.
그렇게 모인 국회의사당 건립위원회 구성원은 황제 이연과 건설사 관계자들. 내각총리대신 이범석, 국회상원의장 안수진, 국회하원의장, 건설부장관과 여야 국회하원의원 6명 정도였다.
그들 모두를 석조전의 회의실에 앉혀두고 건설사 대표가 직접 브리핑에 나서니 전면에 거대한 조감도가 걸려 모두의 감탄을 자아냈다.
<오... 저것이 대한의 국회인가!>
하지만 국회상원의장 안수진은 이런 상황이 납득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국회의사당은 진작에 짓고 있어야 했으니까. 하지만 60년대 중반에 뜬금없이 황제가 거부권을 날렸고, 74년에 오니 대뜸 다시 지으랜다. 그래서 소근소근. 이범석 총리에게 물었다.
"폐하께서 아침에 꿈이라도 꾸셨답니까? 중앙청이나 쓰라시더니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어서 의사당 신축을···."
이유를 모르는 건 이범석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경제가 어려워서 내 생전에 못보고 갈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이리 앉아서 참여하게 되니 얼마나 다행인가? 허허허···."
그리고 이어지는 건설사 대표의 행복한 브리핑.
"국회의사당은 60년 중반부터 진행된 여의도개발계획에 따라 서울특별시 여의도동 1번지에 건설할 계획입니다."
조감도에는 기둥이 일렬로 늘어서있는 현대식 건물이 그려져 있었다.
"기둥은 의사당 외곽으로 총 24개가 세워지는데, 이는 조선반도의 24절기에 맞춘 것으로 전체적인 양식은 모더니즘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자 이범석 총리가 물었다.
"모더니즘?"
"현대예술양식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간결하고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매력이 있지요. 조감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철근콘크리트 건물에 대리석으로 외벽을 꾸밀 예정입니다. 규모로 따지면 동양 최대 규모가 될겁니다."
그러자 누가봐도 군인 출신인 떡대의 건설부장관이 말했다.
"입구에 석상이 있구만. 동물 같은데···."
"예. 화기를 막아준다는 의미로 상상속 동물인 해태상을 세워봤습니다. 이곳을 사용할 후대의 국회의원들이 깨끗한 정치를 하는지 안하는지 감시한다는 의미도 있죠."
"그것 참 민주주의에 걸맞는 느낌이구만. 하지만 뭔가 부족한 거 같아."
"어떤···?"
그 남자가 '부족하다'라고 할 때마다 건설사 대표가 항상 느끼는 불안감. 떨리는 동공, 흐르는 식은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기존의 설계도들, 갈아엎어지는 우리의 미래, 이어지는 그의 지시.
"의사당이면 미국이나 유럽처럼 큰 돔이 있어야지. 왜 여기는 없는건가?"
"돔··· 말씀이십니까?"
"그래. 현대식 건물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멋도 있어야지. 웅장미가 떨어져보이잖아."
"하오나 돔은··· 현대식 건물에 어찌 르네상스식 디자인을 올리겠습니까? 이래선 외관이 뒤죽박죽이 될겁니다."
거기에 이연도 한마디를 얹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황명이 되는 그 남자. 대한제국의 황제.
"내가 알기론 조선총독부 건물이 5층이었지. 맞나?"
"예. 현재 중앙청으로 쓰고있는 그곳이 5층입니다. 폐하."
"우리 손으로 짓는 우리 건물인데. 의사당 건물이면 조선총독부 보단 높이 지어야지. 그래야 이 나라의 자존심이 세워지지 않겠나?"
"하오면···."
"한 층 더 올려."
"그럴려면 설계를 갈아 엎어야···."
이연이 자신감 있게 말했다.
"민족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야. 당장 올리게."
대표는 느꼈고 건축가는 절망했다. 국회의사당이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대리석으로 꾸며진 현대식 건물에 르네상스 풍의 돔을 얹는 것도 모자라 한 층까지 더 올리라는 명령이 그들에게 떨어졌다.
결국 그들은 3일을 꼬박 밤새워가며 수정안을 제출해야만 했다. 그렇게 4일째. 덕수궁의 똑같은 회의실에 같은 사람들이 모였다. 건설사 대표 옆에서 울상을 짓고 있는 설계자가 생각했다.
'층 수는 높일 수 있어. 하지만 돔은 안돼!!!'
그의 손에는 국회의사당의 수정된 조감도가 들려있었다. 우스꽝스러울 만큼 거대한 돔이 얹어진 24개 기둥의 대리석 건물. 몸보다 머리가 더 커보이는 우스꽝스러운 대두가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이렇게 무식하게 큰 돔을 그려놨으니 분명 싫어하실거야. 하하. 설마. 아무리 건축을 몰라도 보는 눈이 있지. 이걸 그대로 하자고 하시겠어?'
하지만 그는 몰랐다. 설마 하는 불안감은 항상 적중한다는 사실. 새하얀 국회의사당 위로 무식하게 큰 구리돔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며 건설부장관이 큰소리를 내며 기립박수를 쳤다.
그 사내. 누가봐도 군인 출신인 떡대의 건설부장관.
"브라보!!!!!!!!!"
잘 배운 엘리트들이 심하게 착각하는 중대사항. 전문가의 미적감각과 일반인의 미적감각은 다를 수 있다는 것.
돔이라는게 없었던 국회의사당 초안은 전문가 입장에서 무척이나 멋진 예술의 극치였지만, 평범한 미적감각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에겐 그들만의 또다른 원칙이 있었던 것이다.
<무조건 크게! 큰 것이 좋은거야!>
이 시기 이 상황. 황제, 총리, 하원의장, 건설부장관, 하원의원들 모두 군인 출신인 대한제국에서 그들의 미적감각은 정말로 단순했다. 건물 위에 '무언가 큰게 얹어져 있으면 멋있어보이는' 철저한 아저씨들의 취향이었던 것이다.
그런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고 만 설계자는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깨달으며 절망하듯 머리를 쥐어뜯었다.
'안돼··· 정말 저런 크기의 돔을 얹었다간 우리나라 건축학계에 두고두고 놀림거리가 될거야! 그런 오명은 뒤집어 쓰고 싶지 않아!'
그의 마지막 기대는 황제에게 쏠린다. 이 나라는 민주국가가 아니다. 황제의 한 마디면 뭐든지 갈아엎을 수 있는 한국식 입헌군주제. 그분의 미적감각에 건축가의 자존심이 달렸다.
'폐하, 부디 한 말씀만 해주시옵소서!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학교를 다니신 폐하라면 미적감각도 미국인에 가까우실 게 아닙니까?!'
하지만 그는 알아야 했다. 미국의 국회의사당엔 돔이 있다. 크고 아름다운 르네상스풍의 돔. 그 남자 이연. 미국 학교를 다니면서 보아온 미국 국회의사당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검은머리 외국인.
"좋아, 역시 이 정도는 되어야 대한의 국격에 맞지."
옆자리에 앉아있는 이범석 총리도 웃음을 지으며 황제에게 말했다. 1900년생 75세. 큰 건물이면 뭐든지 뿌듯했던 조선시대 할아버지.
"정말 유능한 친구들입니다. 어쩜 이렇게 저희들 취향을 훤히 꿰고 있는건지. 역시 건축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봅니다. 허허허."
'이럴수가···.'
절망하듯 머리를 쥐어뜯는 건축가를 바라보며 상원의장 안수진이 하찮은 미소를 지었다. 군인으로서의 미적 감각보다 여인으로서의 미적 감각이 강했던 중년의 여인. 국회의사당 조감도를 손에 쥐며 느끼는 그녀의 절망감.
'슬슬 이 자리도 내려놔야지. 저기에 입주하느니 정계에서 은퇴하는 게 낫겠어.'
하지만 상원의장에게 실권은 없었다.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안수진의 오후 3시, 당장 건축을 허가해달라는 건설부장관의 오후 3시, 울상짓는 건축가의 오후 3시, 그리고 한 여자의 숨가쁘고 강렬한 오후 3시의 덕수궁.
그녀에겐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남자들의 취향. 그래서 더욱 절박한 목소리.
"돔은 안돼애애애!!!!!!!!!!"
29세의 대한제국 황태녀. 5성장군 이은서. 군복차림에 선글라스를 하고 있는 여장부가 헬기를 타고 날아와 외쳤다.
"동작 그만!"
"평양에 있을 애가 여긴 어떻게 온거냐?"
놀란 아버지의 물음에 은서가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
"설계도 갈아 엎어요! 당장!"
"아니, 이렇게 멋진 국회의사당을 두고···."
"국회가 무슨 아라비안나이트야? 돔은 아니지! 게다가 구리잖아! 산화되면 푸른색이 된다고! 뚜껑 열면 로보트 튀어나올 것 같이 생겨선 이게 무슨 공상과학영화야?"
"전하···."
황태녀의 지원사격에 설계자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대한제국의 국회의사당! 돔은 예술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또 몰랐다. 황태녀 전하의 취향. 조선여인 이은서는 모더니즘 자체가 싫었다.
"돔 말고 기와 지붕을 얹죠! 조선시대처럼 검정색으로!"
"예????"
"이왕 짓는거 우리 문화에 맞게 짓자구요! 기와지붕 얹으면 얼마나 멋지겠어? 그냥 싹 다 갈아 엎고 경복궁처럼 전통 목재로 똭!"
"그, 그건···."
"아니면 현대식 기술로 콘크리트로 짓고 기와지붕도 멋지게 얹어서 청색을 이쁘게 칠하면 굉장히 멋있을걸요? 제가 이름까지 지어놨어요! 푸를 청, 기와 와, 대 대. 합해서 청와대(靑瓦臺)!"
그 날 건축가는 생각했다. 대한제국 건축계에 거대한 재앙이 몰려오고 있다고. 황태녀 전하 이은서. 이분이 황제가 되면 모든 정부청사를 경복궁처럼 나무로 짓자고 하고도 남을 위인. 취향이 누구보다 고전적이었던 조선 여인의 기개.
'거 이름 참··· 5년만 하고 내려와야 할 거 같은 건물이네···.'
결국 국회의사당은 황제와 황태녀의 기싸움 속에 '적당한 크기의 돔'이 얹어지는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완공 예정일은 1980년. 국회의사당의 돔은 처음엔 붉은 빛이 도는 구리색이고, 시간이 지나며 산화되어 청녹색이 될 예정이었다.
그 건물은 훗날 건축가들이 뽑은 '해방이래 최악의 건물' 6위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린다.
***
"더는 못 참습니다!"
비슷한 시각. 덕수궁에 있는 이화의 집무실. 경찰청장이 찾아와 항의 섞인 질문을 하고 있었다.
"서울대생을 풀어주셨다구요?"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 속에서 집무를 보던 이화는 늘 그렇듯 눈길 한 번 안주며 무신경하게 답했다.
"특별한 대공용의점은 없더군요."
"김원봉의 손자입니다. 반역자의 후손이란 말입니다!"
"김원봉의 손자란 이유로 처벌할 순 없어요. 이 나라는 연좌제가 적용되지 않는 법치국가니까. 공부 잘해서 서울대에 들어가 학생회장까지 하고 있는애를 무슨 수로 잡아넣을거죠?"
"놈은 빨갱이입니다!"
"모든 사회주의자를 공산주의자라 하진 않아요. 한국전쟁 때 우리를 도와준 혈맹 영국도 현 집권당이 노동당이죠? 해럴드 윌슨 총리가 사회주의자인데 그도 빨갱이라 할 셈인가요?"
하지만 경찰청장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공산주의건 사회주의건 그런 차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폐하의 권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게 중요한겁니다."
"그래서요? 없는 증거를 만들어내서 간첩으로 포장하자?"
"그렇게 해서라도 날려버려야지요."
"자기 발로 중정에 찾아와 간첩신고를 하는 녀석을 간첩으로 몰아넣자니. 그건 진실에도 어긋나고 정의에도 맞지 않는 선택이에요."
"대한제국에 필요한 사상은 딱 하나입니다. 황제 폐하에 대한 충성심. 그 외 모든 것은 불필요하고 불온한 사상일 뿐이죠. 공산주의든, 사회주의든 모두 다 빨갱이란 말입니다."
그러자 집무를 보던 이화의 표정이 굳어졌다. 경찰청장은 계속해서 말했다.
"진실 같은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희에게 중요한 건 간첩이 누군지가 아니라 누구여야 하는지 아닙니까?"
"그래서. 죄없는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어 사형대에 올리자?"
"신민당의 김대정 부총재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서실장님이 그 자리에 오시고 나서부터 모든게 엉망이 됐죠. 결과가 어떻습니까? 신민당 놈들이 제 세상이라도 된 양 폐하께 반항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김대정 부총재는 사회주의와 관련이 없을텐데요?"
"하지만 공화국을 꿈꾸는 자죠. 황제를 폐위하고 대통령을 세우자. 대한제국 대신 대한민국을 세우자. 그게 바로 빨갱이입니다."
"......"
"이렇게 물러 터져서야 어떻게 권력을 유지하실 겁니까? 지난번 미니스커트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황실의 일이라 꾹 참고 있었지만 생각할 수록 걱정거리 아닙니까? 서구의 불온한 사상들이 물밀듯이 밀려올텐데 어찌 감당하려고 그러십니까? 저도 경찰청장으로서 자존심이 있습니다. 당장 비선실세 노릇 멈추고 모든걸 제자리로 돌려놓으십시오."
비선실세란 말이 이화가 하찮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저더러 비선실세라 했나요?"
"폐하를 보좌해야 할 비서실장이 그분의 눈과 귀를 틀어막고 이렇게 해야한다. 저렇게 해야한다. 좌지우지 하는 게 비선실세가 아니면 뭡니까?"
그러자 이화가 단호히 말했다.
"이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면 그랬을거에요. 선거로 뽑힌 임기제 대통령이 영구집권을 하려면 헌법을 어겨야겠죠. 그걸로 부족하면 헌법 자체를 뜯어고쳤을 거구요."
확신이 생긴다.
"헌법을 고치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반대가 생겼을거에요.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연장을 위해 헌법을 고친다. 누가봐도 독재니까요."
그래서 말했다.
"반대파를 잠재우려면 무자비한 숙청이 필요할테고, 경찰도 중정도 사법부조차 군부의 손아귀에 놓여서, 헌법 개정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빨갱이로 몰아 사형대에 올렸겠죠."
"권력 유지를 위해선 불가피하게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하죠. 이 나라는 공화국이 아니에요."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가 아닙니까?"
"여긴 대한제국이에요. 좋은 핏줄을 타고 나면 선거가 없어도 임기 무제한의 군주 자리가 합법적으로 들어와요. 황제! 왕중의 왕! 그 정통성은 어디서 나올까요? 영웅에서 나오죠. 지금의 황제 폐하는 북진통일을 달성한 민족의 영웅이니까요."
"하지만···."
"존재하지도 않는 한심한 나라 이야기는 집어 치우세요. 대한제국은 그렇게 구질구질한 방법을 쓰지 않아도 합법적으로 권력을 유지할 수 있거든요."
"구질구질? 지금 절 더러 하는 말입니까? 전 이 나라의 경찰···."
경찰청장은 그 뒤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배로 차가운 금속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게 무엇인지 어떤 의도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권총. 자신의 복부에 겨눠진 비서실장의 45구경 권총이 무언의 경고를 분명하게 전하고 있었다.
"내가 여자라고 만만해보이는 모양인데 나 중정 출신이야. 니가 대공분실에서 간첩을 만들고 있을 때 난 해외에서 간첩을 하고 있었어."
살기 어린 요원의 눈빛이 낮게 깔린 목소리와 곁들여져 경찰청장의 귀에 속삭여졌다.
"침투, 은신, 잠입, 유출, 폭파 그리고 암살. 니가 상상하는 모든 행위가 내 전문이었다고."
그녀의 과거사에 경찰청장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간첩잡는 경찰청장에게 총을 겨눈 간첩 출신의 비서실장. 중앙정보부 1차장 시절로 돌아간 여자는 한 명의 괴물이 되어 있었다.
"간첩 출신이니까 아주 잘 알지. 팁을 주는거니까 잘 들어. 방첩이라는 건 말이야. 누구여야 하는지가 아니라 누군지가 중요한거야. 쓸데 없는 짓에 힘 낭비 하지 말고 진짜 간첩을 찾아 내."
"대체 누굴 찾으란 겁니까?"
이화가 썩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간첩이 나 간첩이에요 하고 들어오는 거 봤어? 누굴 찾아야 하는건지 대상을 정하는 것도 니가 해야지."
"방첩 활동은 중정이 전문이잖습니까? 찾아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알려주십시오. 함께 협력해서 찾으면 분명···."
"오진수. 조선노동당 13과 특수부대. 우리가 적군파라 부르는 놈들의 대장이지. 놈이 황제 폐하와 전하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게 뒀다간 넌 나한테 죽어."
"......"
"설마 실패하진 않겠지? 무고한 사람은 잘 잡아놓고 정작 진짜 간첩을 못 잡으면 그런 경찰은 필요 없잖아?"
이화는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차가운 금속이 튕기는 소리를 빼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총알은 없었다. 그녀의 살기만 있을뿐.
"가서 간첩을 잡아와. 조금의 실수라도 보이면 자살을 당하게 해줄테니까."
그녀의 말에 실수는 없다. 경찰청장은 틀림없이 자살을 '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