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70 대한제국-61화 (61/131)

〈 61화 〉 Ep7. 악마와의 동맹 (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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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11월 1일. 이범석 총리 담화문 일부>

조국 근대화의 꿈은 우리 모두의 미래입니다.

비록 세계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고 조국의 발전에 장애물이 생겼다 하더라도 우리는 멈추지 않고 힘차게 앞으로 달려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국민 여러분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모두가 조금씩 아끼고 나누고 협력하여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 나갑시다. 저희 정부도 국민 여러분들의 불편이 최소화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뒤이어 궁금해하시는 사안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65년 한일기본조약이 결렬된 이래로 지속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 때도 지금도 저희들의 목표는 같습니다. 우리는 식민지배의 피해자임과 동시에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제국과 전쟁을 벌인 당사국으로서 배상금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권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독립전쟁에 참가했던 한 명의 노병으로서 이 자리를 빌어 감히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승전국입니다. 누가 뭐라 하여도 승전국입니다. 세상 모든 나라가 이를 비웃고 부정하더라도 우리 만큼은 떳떳해야 합니다.

그들은 전쟁을 벌였던 범죄 국가입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주어야 할 돈은 전쟁을 벌인 책임과 댓가여야지 독립축하금이 되어선 안됩니다. 우리는 우리 영해의 불분명한 정리와 양보로 미래의 화근을 만들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일본과의 과거를 확실하게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 세운 다음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것입니다. 요 근래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한일동맹에 관한 모든 논의는 위와 같은 사항이 전제된 다음에야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대한제국 내각총리대신 이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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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중간도 좋았다. 하지만 마지막은 끝끝내 국민의 공분을 사고 말았다. 독립전쟁의 영웅이었던 노병, 지금은 대한제국 행정부의 책임자가 된 영웅의 입에서 한일동맹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위와 같은 사항이 전제된 다음에야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약속드립니다.>

전제되면 진행하겠다는 소리니까.

신민당을 중심으로 야당과 무소속 의원 전원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투쟁을 벌였고, 전국의 대학가 학생들이나 지식인들도 거리에서 총리를 규탄하고 나섰다.

<한일동맹이 왠 말이냐!>

이런 상황에서 여당인 한국독립당조차 우호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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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 11. 3. 국회 하원 자유발언, 한국독립당 온건파 의원의 말>

총리가 말한 내용을 일본이 수용할리 없다. 놈들의 마음 속에 제국주의 야욕이 꿈틀대고 있는 이상 한일수교조차 가망이 없을진대 무슨 허황된 꿈을 꾸는가?

수교까지는 인정하겠지만, 한일동맹을 진행할 시 우리는 야당에 협력하여 내각불신임안을 추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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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의원조차 지지율 폭락을 걱정해 이범석의 탄핵을 경고하는 상황.

모두에게 일본은 여전히 적이었고, 제국주의의 야망이 꿈틀거리는 침략자로 기억되고 있었다.

모두의 비웃음과 비난 속에서 이범석 총리가 국회 하원본회의장에 출석한다. 황제의 뜻인 '한일동맹'을 성사시키기 위한 총리의 필사적인 노력. 299명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노인의 모습에 긴장감이 서린다. 야당도, 여당도 어느 누구도 자신을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299명의 민의의 대표들 사이에서 홀로 투쟁하는 70대 노인의 모습은 외로워보인다.

신민당 의원이 묻는다.

"석유 파동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 일본도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보상을 받겠다는 것인지 답변해주십시오."

이범석 총리는 말했다.

"미국측이 배상금 지급 문제에 대해 도움을 주겠다는 약조를 했네. 실제로 그들은 일본 내각과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 보상금을 당장 일시불로 받겠다는 게 아니야. 5년에서 10년 정도 분할 배상을 염두하고 있네. 그러면 일본도 감당할 수 있지 않겠나?"

"놈들이 정말 진심으로 사과하겠습니까? 불과 몇 십년 전까지 대동아공영이니 뭐니 하며 히틀러와 함께 세계정복의 야욕을 꿈꾸었던 놈들입니다."

"내가 직접 일본으로 가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오겠네. 날 믿어주게. 나 이범석. 정치경력만 25년이 넘은 사람이야."

그 다음엔 한국독립당의 온건파 의원이 물었다.

“미국이 일본에게 평화헌법을 폐지하라, 재무장을 하여 조선과 동맹을 체결하라 압력을 넣고 있다 들었습니다. 이런 외신의 보도가 정말 사실입니까?”

"그래, 사실이야. 공식 외교 채널을 통해 확인했네."

그러자 의원들 사이에 무거운 신음이 흘렀다.

“결국 수교건 동맹이건 모두 미국의 뜻이군요.”

총리는 답한다.

“우리 대한의 독립을 위해서야.”

“대한의 독립을 일본군으로 지키겠단 말씀이십니까? 이건 총리님 답지 않은 주장입니다.”

그러자 이범석 총리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말했다.

“나도 많은 고민을 했네. 하지만 들어주게. 3년 전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는 유대인 위령탑을 찾아가 무릎을 꿇었어.

그는 조국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반성의 노력을 보였지. 그 진심의 노력을 피해자들이 받아주고 화해하며 독일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온거야. 일본도 그리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일본놈들에게 의지가 있다면 말이지요.”

“난 그들의 마음 속에도 평화가 있으리라 믿네.”

“조선 땅의 누구도 그 마음을 믿지 않을겁니다.”

“믿어주게. 내가 책임지고···.”

이런 대화가 지속될 때 쯤 일본에서 사건이 하나 터졌다. 이범석 정치 인생사 최대의 위기가 도래한다.

***

<조센징은 물러가라!>

사건은 쓰시마, 조선 사람들이 대마도라고 부르는 곳에서 시작됐다. 이곳은 부산과 가까운 거리의 일본 땅으로 일제강점기 때부터 재일교포들이 살고 있었는데, 이범석 총리의 연설을 전해듣고는 일본인들이 시위를 벌인 것이다.

횃불이 몰아치는 검은 새벽. 시위가 폭력으로 변질되는 현장 속에서 일본에 살던 조선인들이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 아이를 끌어안은 조선 여인의 얼굴에 피눈물이 흘렀다.

"너희들의 나라로 돌아가!"

"이러지 말아요! 난 죄가 없단 말이에요!"

"당장 꺼져!"

이러한 소식은 11월 2일 일본 현지 언론을 통해 대한제국으로 흘러들어갔고, 민족적 감정이 들불처럼 번져나가며 중앙정보부의 언론 통제조차 먹히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누구 맘대로 이딴 기사를 실어!"

신문사에 파견된 중앙정보부 요원의 항의에도 기자들이 들고 일어나 반대의 목소리를 외쳤다. 기자들 중 편집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칠판지우개를 땅바닥에 집어던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쪽바리들한테 우리 동포가 구타를 당했는데 보도관제가 대수야? 넌 씨발 애국심도 없어!?”

그리곤 부하 기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책임은 내가 질테니까 당장 기사 실어!"

그렇게 대한제국에 존재하는 모든 언론사가 보도관제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 11월 3일 아침 신문으로 모든 국민의 분노를 달구기 시작했다.

일본에선 혐한시위가 벌어지고, 대한제국에선 반일시위가 벌어지며 양측이 모두 반대에 나서는 상황.

평양의 길거리에선 일장기와 함께 이범석 총리의 초상화가 불타고 있었고, 바다 건너 일본에선 태극기가 불타고 있었다. 어느쪽도 총리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

내각 일원들이 모두 모인 중앙청의 회의실. 새로 부임한 경찰청장이 시위 상황을 브리핑했다.

"현재까지 집회 인원은 서울 50만, 부산 39만, 평양 34만 명, 대전 28만 명, 그리고 광주에서도 20만 명이 반일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 외 기타 지역까지 합할 경우 전국에서 200만 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반일시위를 벌이는 상황입니다."

"반일, 그걸로 끝인가?"

경찰청장이 무거운 마음으로 이범석 총리에게 말했다.

"총리 각하를 포함해 황실까지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명목상이긴 해도 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야.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면 들어줘야지. 빨갱이만 아니면 돼."

"평양에서··· 경찰서에 대한 방화 사건이 일어났답니다."

그 말에 이범석 총리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경찰서라고 했나?"

"예. 평양의 북부 경찰서장이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다가 일이 터졌나봅니다. 분노한 시민들이 경찰서로 몰려가 불을 지르는 일이··· 바로 끄긴 했습니다만···."

이범석 총리가 신음하며 말했다.

"역시 한일동맹은 무리였는가?"

"각하···."

모든걸 단념한 총리에게 검정 양복을 입은 비서가 들이닥쳐 다급히 보고를 올렸다.

"큰일났습니다!"

"무슨 큰일?"

"11월 3일부로 평양에 계엄령을 발령한다고 합니다!"

"내가 여기있는데 누가 그딴 명령을 내려!!!"

핏대세워 목청 높이는 총리에게 비서가 괴로운 표정으로 답했다.

"덕수궁에서 직접···."

그러자 총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폐하께서 전면에 나서셨단 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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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 11. 3 황명

금일 20:00분 부로 평양특별시에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군은 평양에 계엄사령부를 설치하고 지역 내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실행하라.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가 있다면 계엄사령관의 권한으로 어떠한 처벌을 내려도 허락하겠다.

- 대한제국 황제 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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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화가 울렸다.

늦은 저녁 서북방위사령관의 집무실. 공허히 울리는 전화벨에 은서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아버지가 내린 계엄령은 자신이 관할한 평양지역에 떨어졌고, 설치하라는 계엄사령부는 이곳이며, 그들을 지휘하는 사령관은 본인이다.

이은서. 28세의 소녀. 국군으로 국민을 지키겠다던 황태녀가 국민을 국군으로 진압해야 할 위치에 놓였다.

전화기 너머로 아버지가 말했다.

[평양에 34만 명이나 시위를 벌인다지? 거긴 어떠냐?]

어둠속에 파묻혀 두려움을 느끼던 은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경찰서에 불이 났대. 경찰서장님이 직접 해결해보겠다고 가셨는데 일이 더 커져버렸나봐. 지금 평양 길거리에선 일본 국기랑 총리님 사진이 불 타고 있고···."

두려워하는 은서에게 이연이 말했다.

[이젠 내 사진이 불타겠구나.]

“아버지···.”

[내가 지난번에 말했지? 지도자에겐 사람을 부리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그게 왜?"

[그걸 지금부터 보여줄거야.]

"아버지는 계엄령을 선포했어. 군대로 시위대를 강제 진압하라고. 이런 상황에서 누굴 써서 난국을 해결할건데?"

[바로 너]

아버지의 뜻밖의 대답에 은서가 놀라 물었다.

"나? 내가 아버지의 장기말이라고?"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용병술은 너야. 너한테 단독임무가 있어.]

"무슨 임무?"

[네가 입으로 떠들어대던 민주주의 대한제국. 기회를 줄테니 마음껏 펼쳐봐. 그게 네가 수행해야 할 단독임무니까.]

"무슨 소리야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건지 이해가 안되잖아. 계엄령 발동해놓고 무슨 민주주의를 펼치란건데?"

아버지는 크게 숨을 내쉬며 각오를 담아 말했다.

[이 나라엔 정당이 두 개 뿐이야. 여당인 한국독립당과 야당인 신민당. 그 외엔 어떤 정당도 없는데 그게 왜 그런 줄 알아?]

“그건···.”

[국가보안법, 국가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모든 사상 일체를 금지시킬 수 있는 법이지. 이 나라는 이념전쟁의 최전선에 놓여있는 냉전국가니까. 그 법으로 경찰은 정말로 많은 단체와 싸웠거든.]

"......"

[이 나라가 처음 광복을 맞이했을 때부터 한국전쟁 이후. 그리고 내가 쿠데타를 벌여 정권을 장악할 때 까지도 이 나라의 경찰은 늘 이념 전쟁의 최전선에서 싸운거야.

자본주의가 맞냐? 공산주의가 맞냐? 한반도를 강타하는 이념의 파도 속에서 시위대와 대치를 벌이고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진압했을 그들이 얼마나 많은 피를 봤을지 넌 모를거다.]

"아버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네 코앞에 벌어지는 시위는 한일동맹을 반대하는 시위야. 이건 이념에 기반하지도, 국가보안법에 위배되지도, 불순분자나 간첩 혹은 반란 세력이 조장하는 시위도 아니지.

이 나라 독립운동가들이 나섰고, 야당 정치인들이 뒤를 따랐으며, 피끓는 애국심으로 무장한 젊은 청춘들이 혈기를 못 참고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워버린 것 뿐. 그래서 지금의 이 시위는 애국자들의 시위인거야.]

"들었어. 얼마전에 덕수궁 앞에서 시위가 있었다고. 경찰이 유혈진압을 했다가 이범석 총리님이 경찰청장을 즉각 경질시켰었지."

[그러니까 네가 한번 보여봐. 그 민주주의라는 거. 이념에 상관없이 순수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테니까.]

이연은 각오를 담아 황태녀인 딸에게 말했다.

[넌 서북방위사령관이야. 특수편제라서 군대는 물론 경찰력까지 마음대로 지휘할 수 있지. 거기에 계엄령을 더했으니 사법권까지 네 손에 쥐여져있는거야.]

"내가 뭘 하면 돼?"

[대한제국이 정녕 민주주의 국가라면 시위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보여주면 돼.]

"계엄령을 선포해놓고 민주주의다운 시위관리법을 보여줘라? 이제 28살 밖에 안된 소녀한테?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넌 28세 소녀가 아니야. 대한제국의 황태녀지. 당장 오늘 니 애비가 불온한 자들의 손에 암살당하면, 83만 국군통수권자로서 6천만 대한제국 국민을 책임지는 국가원수가 되어야 해.]

"그래도!"

[전국의 모든 장군들과 경찰 수뇌부가 너를 지켜볼거다. 평양의 시위를 어떤식으로 통제하는지 관찰하고 그것을 나머지 지역에도 적용할거야.]

이연의 말에 은서는 무거운 긴장을 느꼈다. 식은땀이 흐르는 듯했다.

"군과 경찰이 모두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이념전쟁의 참혹한 혈투에 빠져있던 경찰들에게, 시위를 강제로 진압하지 않아도 된다. 평화적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치안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 사례를 보여준다면 이 나라 경찰은 앞으로 달라질거야. 새로 임명된 경찰청장이 10명의 연구원을 평양으로 보냈으니까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인 셈이지.]

이연이 힘주어 말했다.

[대한제국 경찰을 민주적인 선진 경찰로 탈바꿈 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 28세 이은서가 아닌 황태녀 이은서로 대한제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니 애비가 주는 선물이라 생각해라.]

은서가 땀흘리며 물었다.

“실패하면? 시위가 여전히 과격하게 이어지고, 황태녀 이은서의 실수로 군이나 경찰이 국민과 유혈충돌을 벌이게 되면?”

[공산주의자와 싸우던 경찰이 50년대식 방법으로 애국자들을 때려잡겠지. 몽둥이로 두들겨패고 피를 철철 흘리는 사람들을 강제로 끌고가 처벌하는 그런 방법 말이야.]

"......"

은서의 침묵에 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할 수 있어. 해봐. 니 애비가 사태를 해결할 완벽한 작전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용기를 내서 버텨. 조금만 버티면 책임지고 반드시 해결해줄테니까.

기회를 줄 때 잡아. 너를 전면에 기용한 애비의 용병술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모두에게 입증해보이면, 넌 더이상 28세의 소녀가 아닌 황태녀 이은서가 되는거야. 대한제국 황제인 내 뒤를 이을 준비된 인재. 세종을 뛰어넘을 위대한 성군. 할 수 있지?]

아버지의 말에 은서는 주먹을 부르르 떨며 이렇게 말했다.

"정치랑 용병술을 가르쳐준다더니 이런거였어?"

[원래 교육이란 건 실전처럼 해야 느는거야.]

아버지의 말에 은서는 불끈쥐고 소리쳤다. 사령부가 쩌렁쩌렁 날아갈 것만 같은 28세 소녀의 포효. 황태녀 이은서의 외침.

“교육이 아니라 그냥 실전이잖아!!!”

정말 빌어먹을 선생님. 따라갈 수 없는 극악무도한 커리큘럼으로 학생을 인정사정없이 괴롭히는 악마 같은 교수님이 나타났다. 그 이름은 아버지.

폭군, 독재자, 대마왕. 뭘 더 붙이지?

에잇 그냥 악마.

내 행복한 장군님 라이프를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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