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70 대한제국-58화 (58/131)

〈 58화 〉 Ep7. 악마와의 동맹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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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8월 16일. 이연이 덕수궁에서 새로운 장군들을 임명했다. 대한제국 황제는 국군의 실질적인 통수권자로서 1성 이상의 모든 장군 임명식을 직접 주관하고 있었다.

83만 대한제국 국군의 각지에서 활약한 장교들이 김종규 국방부장관과 구남철 육군참모총장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되어 황제의 승인을 받았다.

동양식 건축물인 덕수궁 중화전에서 열린 임명식에 멋드러진 제복을 차려입은 장성들이 장군을 상징하는 서양식 세이버를 들고 가지런히 서서 황제를 기다렸고 기자들이 연신 취재를 이어갔다.

카메라 플래시가 찬란하게 터지는 중화전에서 이연은 장군들이 들고 있는 칼에 붉은 수치(리본)를 달아주니 거기엔 멋드러진 한자로 각 장군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렇게 장군의 칼에 리본을 달아주면 그 다음 충성의 맹세가 이어진다.

허리와 어깨를 곧게 펴고, 오른쪽 팔을 45도로, 손은 곧게 펼쳐 눈썹으로 향하고, 전면에서 봤을 때 엄지 손가락이 보이지 않도록 날카롭게. 은서가 황태녀 즉위식에서 했던 것 만큼이나 절도있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경례와 우렁찬 충성의 구호가 국가와 민족을 대표하는 국군통수권자 대한제국 황제 이연에게 향했다.

"충성!!!"

"충성, 앞으로 잘 부탁하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굳이 저 말까지 할 필요는 없었지만 장군들은 어떻게든 황제에게 자신의 충성심을 보이고자 별의 별 미사여구를 다 붙여가며 아부성 짙은 맹세를 이어갔다. 그 중 한 명의 장군이 이렇게 말했다.

"민족의 태양과 같으신 황제 폐하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혼신을 다하여 황태녀 전하를 모시겠습니다!"

도를 넘은 장군의 맹세에 이연이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그래그래. 내 딸을 잘 부탁하네. 하하하!"

그것은 분명, 김종규 장관이 임명됐을 때 신민당 수뇌부가 걱정하던 부분이었다. 국가를 위해 충성해야 할 군부는 여전히 한 명의 사람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었다. 대한제국 황제 이연. 대한제국 국군 전체가 황실을 보위하는 친위조직화 되고 있던 것이다. 황제와 그의 딸을 위하여.

그러든 말든. 이연은 어쨌든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이걸로 서북방위사령부의 지휘공백은 모두 매꿔질테고, 각지에서 선발된 유능한 장군들이 숙청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39만 병력을 추스릴 것이었다.

***

장군 임명식이 끝난 같은 날. 덕수궁 석조전에서 집무를 보던 이연에게 미국 대사가 찾아왔다.

황제의 집무실에서 단 둘이 소파에 앉아 독대를 나눌 수 있는 사이. 대한제국의 가장 중요한 혈맹국 대표였다. 두 사람 역시나 영어로 대화한다.

"군에 인재가 많은 것 같습니다. 숙청으로 많은 장교들을 잃었는데도 저리 능력있는 인재들을 찾아내시다니요."

웃음섞인 대사의 말에 이연이 커피향을 음미하며 답했다.

"인재들을 키우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지. 50년대에 사람이 없어 그 고생을 했으니 말이야."

"그 땐 폐하같은 인재가 있었으니까요."

"군은 내가 어찌 해본다지만 경제는 그러지 못했잖나? 이 나라는 일본과 다르게 지식인층이 매우 얇았으니까. 공무원들은 무능했고 내각에 들어와 나라 경제를 이끌어야 할 각료들도 죄다 군인들이었지 경제통은 없었으니··· 10년을 인재만 키운다고 허송세월했어."

"그래서 해외 유학을 보내고 대학들을 세우고. 인재 육성에 전력을 기울이셨지요. 그 때 한 투자로 이 나라는 문무양면에서 인재층이 참 두텁지 않습니까?"

대사의 아부성 칭찬에 이연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오늘따라 아부를 해주는 이가 많구만. 후후···."

"아부가 아니라 진심입니다. 대사인 저를 떠나 미국 정계에서 보기에도 대한제국은 꽤나 미래가 밝은 나라거든요."

"그렇게 보이나?"

"안정적인 식량 공급 속에서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이대로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면 대한제국의 인구도 1억이 넘을겁니다. 모든 국민이 고등교육을 받고 있고 대학진학률도 꾸준히 늘고 있으니 지금같이 경제가 성장해주면 대한제국은 분명 미국의 가장 중요한 1등 동맹국이 될 수 있을거라 봅니다."

"1등 동맹국인가? 후후···."

"하온데 폐하. 귓동냥을 하고보니 내년도 예산에 국방비를 대폭 증액할 거라는 소문이 돌던데 사실입니까?"

"뭐, 국방부에서 그렇게 희망하고 있더군. 나도 딱히 나쁘진 않아. 이 나라 전쟁위기가 올해로 벌써 두 번째니까."

미국 대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재고하심이 어떠신지요?"

대사의 말에 이연이 뜻밖의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자네가 그걸 반대하니 의외군. 대한제국이 국방예산을 증액하면 미국 안보에도 득이되는 게 아닌가?"

"아뇨. 대한제국에게 70년대는 가장 중요한 타이밍입니다. 여기서 얼마나 경제에 투자하고 미래 산업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80년대 사회가 달라질테니까요."

"그런 걱정까지 해주는건가?"

"지금의 국방예산도 대한제국 국력에 비하면 과도한 수준입니다. 줄이진 못할 망정 여기서 증액만 했다간 경제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어요."

이연이 커피를 내려놓으며 고심에 빠졌다. 고민하는 남자의 표정을 엿보며 미국 대사가 조심스럽게 제안을 건넸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이온데. 이쯤에서 일본과의 보상문제를 매듭짓는 게 어떠신지요?"

"......"

"정식으로 수교를 체결하시어 배상금을 받고 그 돈을 경제에 투자하시면 대한제국은 더욱 부강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일본과 동맹을···."

"대사."

"예, 폐하."

"그건 불가능하다는 거 잘 알고있지 않나?"

"......"

"그건 악마와의 동맹이야. 내가 그런 짓을 하리라 보나?"

대사가 굳은 의지를 꺾지 않으며 재차 강조하여 말했다.

"폐하 말씀처럼 이 나라. 올해로 데프콘2가 벌써 두 번째입니다. 세번째 네 번째가 없으리란 법도 없지요. 중공과 소련이 매번 도발할 때마다 데프콘을 발령하시렵니까?"

"그렇게라도 해야지. 항상 전쟁에 대비해야 하니까."

"그랬다간 장병들이 지쳐 나가떨어질겁니다. 전쟁공포에 떨고 있을 국민들도 생각하셔야지요. 폐하, 일본의 배상금이 마음에 안드신다면 저희라도 힘을 보태드리겠습니다. 그들과 정식으로 수교하시고 군사협력을 강화하시어 중공과 소련이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십시오. 그것이 이 나라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일입니다."

"끝까지 포기를 안하는군."

"저희도 언제까지 이렇게 도와드릴 순 없습니다. 베트남 전쟁으로 지출된 전비도 과도했고, 그로인한 국내 반전여론도 수습이 힘든 지경이에요. 그나마 대한제국이 최우방국이니까 이렇게 도와드린거지. 이것도 지속되면···."

"미국이 도움을 못 줄수도 있다. 그 말을 하는건가?"

"노력만으로는 버거울 수도 있습니다."

"우릴 버릴 수도 있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버리는 게 아니라 조정으로 이해해주십시오.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없습니다. 중국의 요구와 별개로 저희는 주한미군 중 7사단의 철수를 고려중입니다."

그 말에 이연이 큰 충격을 받아 물었다.

"진심인가?!"

"폐하, 부디 진지하게 고려해주십시오. 일본과 군사동맹을 맺으셔야 합니다. 그것이 미국과 한국 모두에게 좋은 일입니다."

"국민들도 들고 일어날거야. 황실이 뿌리째 뽑힐 수도 있어."

"폐하는 독재자입니다. 권력을 쥐셨으면 쓰십시오.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면 대한제국은 굳이 민주국가일 필요가 없습니다."

"남미에 있는 군사정권들 처럼 말인가?"

그러자 미국 대사가 냉소적으로 답했다.

"대한제국 황실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합니다."

그들의 대화는 이렇게 끝났다.

***

1973년 8월 20일. 일본 언론에 뜻밖의 기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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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 8. 20. 일본 아사히 신문 단독 보도>

65년 국교정상화 논의가 결렬된 이후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던 한일 양국의 외교가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익명의 소식통에 의하면 미국과 일본이 최근 일본-한국 국교 정상화에 대해 논의했으며, 일본이 부담해야 할 배상금 문제에 대해 미국 정부가 일정 부분 협력해주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자리에선 중국-소련 동맹에 대응한 일본-한국 동맹을 추진하는 게 어떻겠냐는 논의가 오갔으며, 이를 위해 일본의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의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 것으로 보여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의하면 한국은 올해로 벌써 두 번째 안보 위기를 겪었으며, 이러한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일한동맹에 적극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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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진원지는 일본이었다.

주한미국대사가 이연과 논의하는 사이 주일미국대사도 일본 내각과 같은 논의를 하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소문이 흘러나와 일본 아사히 신문에 단독보도가 터진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대한제국에 전해지지 않았다.

중앙정보부장 김재필이 보도관제를 걸어 한일동맹에 관한 모든 보도를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이 시기 대한제국의 신문사는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존속해오던 기성 언론들이 친일혐의를 받아 1960년 초에 강제로 폐간당했고, 그 자리를 독립운동가들이 이어받아 부활시킨 독립신문, 제국신문, 황성신문 등이 대신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 통제를 당해 황실의 나팔수 노릇을 했다.

그런데 딱 하나.

딱 하나의 언론이 중앙정보부의 보도관제를 무시하고 배짱있게 일본의 소식을 인용하여 한일동맹 논의를 폭로했는데 이 언론사가 바로 사상계(思想界)였다.

독립운동가 장준호가 출간하는 월간 잡지로, 현직 총리인 이범석 장군이 광복군의 장군으로 있던 시절, 부하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어 중앙정보부가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중앙정보부의 언론장악을 뚫어내고 발행한 사상계 9월호엔 미국과 한국 일본간에 오가는 국교정상화, 한일동맹에 관한 일련의 사실들이 상세히 보도되니, 이를 읽은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반대집회가 일어나 서울 시청 광장에 서울 시민 10만 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여기서 덕수궁의 고질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서울의 중심 종로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경호상 최악의 위치. 서울 시청과의 거리는 미터로 따지는 게 무의미하고, 횡단보도 하나 건너면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이 나오는 수준이었다. 그런 탓에 시위가 금지되어있는 지역이지만 대규모 기습시위가 벌어진 결과, 모든 목소리가 황제의 집무실까지 쩌렁쩌렁 들리는 대형 참사가 일어나니 황제의 집무실에 이런 외침이 들려왔다.

<대일굴욕을 결사 반대한다!>

<한일굴욕외교 반대!>

<매국적 회담 즉각 중단하라!>

<한일동맹 왠말이냐! 황실은 입장을 밝혀라!>

이연은 집무실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하들은 할 말이 많았다. 황궁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자 경찰청장이 경기를 일으키며 초강경 대응을 지시했고, 그에 따라 전투경찰이 최루탄을 쏘고 시위대를 곤봉으로 두드려 패며 강제 진압. 시위대가 피를 철철 흘리며 경찰들에게 끌려가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집무실에서 시위 진압 소식을 접했을 때 이연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황궁 앞에서 유혈사태라고?"

당황한건 덕수궁 비서실장 이화도 마찬가지였다.

"죄송합니다 폐하. 하필···."

"다음 선거에서 한독당이 패배하면 어떡할거야? 당장 수습해 빨리!"

그러자 이화는 단호히 말했다.

"안됩니다! 이번 일은 총리가 수습하게 두셔야 합니다."

"나를 상대로 한 시위였잖나? 내가 책임자야!"

"폐하께서 친정을 하고 계시지만 이 나라는 엄연히 입헌군주제입니다. 헌법상 행정부의 책임자는 총리구요. 하지만 이번 사태를 폐하께서 직접 수습하시면 유혈사태의 총책임자라는 인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럼 어쩌라고?"

"총리님 집권 경력이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분의 정치감각을 믿으셔도 될겁니다."

"어차피 반쯤은 전제군주제잖아?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을 이제와서 부정할 건 뭐야?"

"유혈사태입니다. 그들은 군인도 아니었고 반역자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공산주의자일까요?"

"......"

"반역자를 숙청하는 것과 시위대를 진압하는 건 격이 다른 문제입니다. 폐하."

이범석 총리의 대응은 이화가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빨랐다. 사건 발생 7분 57초만에 경찰청장을 총리 직권으로 경질. 모든 시위대를 즉각 방면하고 병원을 찾아가 일일이 사과하는 노련함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서울시청 광장 곳곳에 펼쳐진 유혈의 흔적들을 보며 총리가 참담한 심정으로 말했다.

"이 나라는 애국심으로 먹고 사는 나라야. 근데 이런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했단 말인가? 내가 사람을 잘못 뽑았군···."

그렇게 말하고는 이 모든 사태의 시발점인 월간 잡지 사상계의 사무실에 쳐들어가 분노를 토해냈다. 그의 앞엔 후배이자 사상계의 주필인 장준호가 있었다.

"지금 이 따위 기사를 내서 시위대 입에 황실이 오르내리게 만들었나?"

그런 그에게 장준호가 냉소적으로 답했다.

“저는 언론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따위 기사를 내라고 내가 중정의 압력을 막아준 줄 알아?”

“총리님!”

“분명히 말하는데 이런식으로 나오면 나도 가만 안둬. 출간된 잡지 전량 회수시켜."

“그럴 수 없습니다.”

“야 장준호!!”

“장군님!”

장준호가 이범석의 과거를 불렀다.

“저희가 이런 나라를 만들자고 독립운동을 했던 게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나라가 뭔데?”

“황실이 군사독재를 하는 나라. 그 권력으로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대한사람 대한민족이 아닌 조선 황실의 조선 민족을 만들어버린 나라.”

“......”

“누구보다 민족을 사랑하셨던 장군님이 언제부터 황실에 충성하는 꼭두각시가 되셨답니까?”

그러자 이범석 총리가 신음하며 답했다.

“내가 그리 보이나?”

“예!”

“내가 왜 너를 지켜준다고 생각하나? 중앙정보부가 신문사에 압력을 넣고, 황실이 방송국을 장악해서 나팔수로 만드는 동안 니가 발행하는 잡지사 만큼은 책임지고 막아줬지. 왜 그렇게 해주는 줄 알아?”

“왜 그러셨습니까?”

“이 나라는 독립운동가들의 나라지 황실의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야.”

“하지만 황실의 나라죠. 애초에 이 나라는 공화국이 되었어야 했습니다.”

“황실은 우리 독립운동가들을 대표하는 민족 대표일 뿐이야. 하지만 유용하니까. 미국에 영향력이 있으니까 이용을 하는거지.”

이범석 총리가 장준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황제 폐하는 말이야. 미국 해병대 출신으로 훈장까지 받으신 분이야. 은성무공훈장. 미국인들의 전쟁영웅이었다고. 덕분에 미군정이 1945년부터 점찍어두고 있었지.”

“예. 그랬지요.”

“네가 미국 놈들이라면 태평양전쟁에서 적으로 대면했던 일본 황실을 좋아하겠어? 아니면 자기 밑에 미국인으로 복무했던 조선 황실을 좋아하겠어?”

“당연히 조선 황실을 좋아했겠죠. 한반도의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검증된 친미주의자였으니까.”

“덕분에 한국전쟁 직전에 탱크도 얻어오고, 군비 확충하라고 자금도 얻어오고. 꽤 쏠쏠했잖아? 걔네들이 1960년 친위쿠데타를 눈감아 준 이유가 뭐겠어?”

"반공의 최전선에 세울 수 있는 충성스러운 친미국가."

"우린 손해보는 게 없어. 경제면 경제, 군사면 군사. 이 나라는 황실이라는 간판을 달고 많은 것을 얻어내고 있는거야.

간판 하나 멋진걸로 달아놓으니 얼마나 좋은가? 미국이 아주 그냥 이뻐죽겠다 하면서 잔뜩 퍼부어주는데. 이용해먹을 수 있을 때 이용해먹는 게 좋지 않은가?"

이범석 총리는 장준호의 어깨를 토닥이며 이렇게 말했다.

"황실은 써먹을 가치가 있네."

“선배님은 처음부터 그걸 노리고···.”

“그래, 이승만 총리에게 하와이행 편도 티켓을 끊어줬지.”

“......”

"황제 폐하는 절대 권력을 추구하시지만, 그분의 하나밖에 없는 따님이신 황태녀 전하는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계시네."

“그게 진심입니까? 철없는 28세 소녀의 망상이 아니구요?”

"진심이야. 아주 굳건하시지. 그분은 어린 시절부터 황후마마 손에서 자라셨어. 황후마마가 어떤 분이신가? 서재필 선생의 양녀 아니신가? 그분 밑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배우셨겠나?"

“그렇다면···.”

"그분이 즉위하시면 이 나라는 많은 것이 바뀔거야. 대한사람들의 대한제국.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다 했나?"

“정녕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그래, 그러니까 날 믿어. 내가 이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을테니까. 그 다음엔 자네가 이 나라를 원하는대로 바꿔봐. 이런 잡지사 일은 그만 두고 정계에 들어오란 말이야. 신민당 자리가 비어있잖아?"

"그들은 야당입니다. 장군님의 정적이 될텐데요?"

이범석 총리는 웃으며 말했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나중엔 여당이 될지도 모르지."

어깨를 토닥토닥. 이범석 총리는 그렇게 사무실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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