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 Ep6. 위화도 위기 (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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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이범석 총리가 국회에 돌아왔다.
그가 돌아오자마자 실시한 것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몇 달 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일시정지된 묵은때 같은 법안이었다.
국회 하원의석 300석 중 185석에 달하는 자신의 초거대 여당으로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 국회 하원을 거쳐 상원까지 통과를 받아내 고종 황제 시절부터 쓰이던 대신(大臣)이라는 칭호를 지우고 장관(長官)이라는 용어를 쓰게 만들었다.
그 후 새로 임명된 국방부장관.
55세의 남자 김종규.
그가 전면에 등장했다.
이 소식을 비서관으로부터 전달받은 신민당의 회의실은 술렁였고, 김영현 총재는 머리를 짚으며 인상을 쓰고 말았다.
"김종규라···."
간부 하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떨 것 같습니까?"
"국방대신 김신은 그래도 공군 장성 출신이었잖나?"
"그랬지요. 독립운동가이기도 했구요."
“군부를 제어할 수 있는 마지막 사람이었어. 공명정대했고, 인품도 좋았고, 공군 출신이다보니 육군이 즐비한 군부 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었거든.”
"결국 실패한 거 아닙니까? 군부 내 반란을 막지 못한 탓에 합참의장부터 육군참모총장까지 줄줄이 사퇴한 판이니까요.”
“상대가 경친왕이었잖아. 황제의 친동생으로 황위계승서열 1위였다고. 심지어 5성 장군인데 일개 장관이 어떻게 막아? 그만하면 최선을 다한거지.”
"하오면···."
“군부를 확고히 장악하겠단 뜻인거지. 김종규는 폐하의 오른팔이니까. 육군 출신으로 친위대장까지 역임한 현 시국 최고 실세.”
옆자리에 앉아있던 김대정 부총재가 신음하며 말했다.
“결국 군부 전체가 한 패거리가 된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김영현 총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군부의 말석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황제의 측근이 모조리 독식하는 그야말로···."
“하나의 파벌. 대한제국 국군이 황제라는 이름의 파벌로 똘똘 뭉쳐 주요 요직을 독점하는 시대가 올겁니다. 키워드는 세가지. 육사, 친위대 그리고 왕당파."
“이거 완전히 고려시대 무신정권이구만.”
"더 심했지요. 이 나라는 황제부터 군인이니까."
***
그 시각 이범석 총리의 집무실에는 두 남자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 나이 지긋한 노인 이범석 총리와 중년의 김종규. 황제의 친위정당인 한국독립당의 1인자와 2인자가 두는 소소한 대국의 장이었다.
"자네가 육군사관학교 몇 기였지?"
이범석 총리의 물음에 김종규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새삼스럽게 여쭤보시는군요. 1기였습니다. 개교하자마자 들어갔으니까요."
"자네가 1919년 생이니까··· 27세에 육사를 들어갔다고?"
"그 땐 경력자만 뽑지 않았습니까? 생판 아는 것도 없었는데 폐하께서 무리하게 임관시키셔선··· 말도 마십시오. 반년짜리 단기속성 프로그램인데 뭐 아는 게 있어야지요."
“하긴, 그 땐 정신이 없었지. 군대는 커녕 국가조차 없던 미군정 시절이었으니까.”
“그러다 정보대 들어가서 근무를 시작했는데, 북한 애들 언제오나 정보 수집하고, 우리들 방어가 허술하다 거짓 정보 퍼트리고, 특히 탱크 숨기는게 진짜 힘들었습니다. 집채만한 탱크를 미국으로부터 몰래 들여와서 시내랑 가까운 차고 같은 곳에 숨기라는데. 이게 말이야 쉽지···.”
“어찌보면 참 안타까워. 숨겨진 영웅인데 말이야. 보안이라는 이유로 인정도 못 받고···.”
하얀 바둑돌을 놓는 김종규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제가 영웅이 되면 남침유도설도 기정사실이 될겁니다. 그랬다간 이미지가 조금 그렇지 않겠습니까?”
"뭐 어때? 북진통일했으면 장땡이지. 북괴군을 무찌르고 통일을 했는데 그런게 중요한가? 역사는 말이야. 이긴 놈이 쓰는거야.”
"전 그냥 지금처럼 장막 뒤에 숨어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겠습니다."
바둑돌을 놓는 종규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이범석 총리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허허··· 고약한 사내로구만···."
"물려드릴까요?"
"됐네."
"이걸로 제가 두 판째입니다?"
"에잉···."
김종규가 바둑돌을 정리하며 물었다.
"솔직히 국방부는 좀 의외였습니다. 절 내무부로 보내서 군인 물을 완전히 빼내실 줄 알았거든요."
"평양에 대규모 숙청이 있었잖나? 중공군 쳐들어오기 전에 하루 빨리 수습해야지. 자네가 구 장군이랑 같이 괜찮은 사람들을 뽑아봐."
"그 구남철이라는 작자. 육군참모총장이 됐던데 어떤 사람입니까? 정말 우리 사람 될 수 있겠습니까?"
"글쎄··· 딱 나같이 능구렁이 같은 인간인 듯 한데···."
"각하 같은 분이었으면 걱정을 안하지요. 쿠데타에 가담해놓고 혼자 배신해서 황제 편에 붙었다라··· 전 솔직히 기회주의자 같습니다만?"
"그래도 기회주의자 만큼 이용해먹기 쉬운 놈이 또 없잖나? 기회를 제공해주면 제공해주는 만큼 우리 사람이 되니까. 그만큼 속을 알기 쉬운 놈이 또 없지."
"만약. 더 이상 제공해줄 기회가 없으면···."
"그 땐 잘라버려야지."
"친일파들 잘라버리셨던 것처럼 말입니까?"
"자네 하기 나름이야. 중요한 건 지금 당장의 문제지. 39만 대군의 지휘체계가 완전히 무너져있잖아? 중공군이라도 쳐들어오면 2차대전 소련 꼴이 나는 수 있어."
총리의 말에 김종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래서 군은 군인이 해야하는건데··· 황태녀 전하를 5성 장군으로 만든건 역시 무리수였나봅니다."
"황태녀 전하를 군인의 길로 보낸건 자네일세."
"그야 그렇긴 하지만···."
"전하의 머리카락까지 자른 녀석이 이제와서 후회는. 쯧쯧···."
***
다음 날 서북방위사령부. 넓직한 식당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진혁이와 함께 밥을 먹던 은서 옆에 한 남자가 찾아온다. 먹음직스런 음식이 푸짐하게 담긴 식판을 탁 하고 내려놓는 터프한 남자의 실루엣에 은서가 무심결에 물었다.
"뭐지? 사령관 밥먹는데 이리 무례하게 식판을 내려놓는 녀석은?"
근데 맞은편에서 밥을 먹던 진혁이의 얼굴이 굳어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옆을 돌아보니 거기엔 환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
"오랫만에 딸이랑 밥이나 한 끼 먹어야겠다."
"아, 아니··· 옥류관에서 삼시세끼 드실 양반이 왜 여기서 이러고 계세요?"
"부녀간에 오붓하고 좋잖냐?"
"으엑···."
아버지가 손바닥을 비비더니 기대감 잔뜩 담긴 표정으로 딸래미의 식단을 확인해본다. 녹색 플라스틱 식판에 담겨있는 대한제국 국군의 짬밥. 보리밥에 된장국, 김치, 콩나물. 말라비틀어진 조기 튀김.
끝.
정말 끝이다. 이거 외에 아무것도 없는 뭔가 나사 빠진 1식 3찬이었다. 이상함을 느낀 이연이 식판을 들고 서있는 이화에게 물었다.
"얘 먹이라고 덕수궁 주방장까지 보냈을텐데, 이 녀석 왜 이렇게 먹고 있는거지?"
이화가 조용히 속삭이듯 황제에게 말했다.
"73년 대한제국 국군 표준 식단입니다. 사령관으로 모범을 보이겠다고 일부러 이렇게 드시는 거 같습니다."
이연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딸에게 물었다.
"너, 왜 이렇게 먹고있냐?"
"그야 황태녀라고 혼자 잘 먹으면 이상하잖아. 그래서 장병들 먹는 그대로 먹고 있는건데?"
"너 챙겨주라고 전담 요리사까지 보냈는데 그 친구들로 이런걸 만들게 하고 있다고?"
"응."
포크 달린 숟가락을 들고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딸의 모습을 보며 아버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말라비틀어진 조기튀김의 비주얼까지 그대로 재현할 필요는 없잖냐?"
"그렇다고 혼자 살이 두툼한걸 먹으라고? 에이··· 리더로서 모범을 보여야지."
남자는 생각했다.
'안되겠어 이 녀석,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아버지의 일대일 코치는 그 날 점심 식사부터 시작됐다. 황제의 명령으로, 주방에서 조기나 튀기고 있던 덕수궁 주방장이 팔을 걷어 붙여 황실의 솜씨를 가감없이 뽐내기 시작했다.
점심 식단으로 나온 보리밥엔 윤기가 흘렀고, 된장국 대신 나온 곰탕엔 푸짐한 고기가 들어가 있었으며, 김치와 오징어 젓갈, 메인 반찬으로 노릇노릇 잘 구워진 삼겹살이 나오니, 그걸 사령부의 모든 장병들이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먹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얼굴에 웃음 꽃이 피니 지켜보는 황제의 얼굴에도 기쁨의 미소가 피어났다.
은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군대 짬밥으로 삼겹살이 나온다고? 아버지?"
"네가 장병들 입장에서 생각을 해봐라. 부대장으로 황태녀가 부임했지. 그런 그들이 뭘 기대할까? 자기랑 똑같이 가난하게 먹는 모습을 기대할까? 아니면 황태녀의 인자한 아량으로 자기들까지 푸짐하게 먹는 것을 원할까?"
"아, 아니··· 당연히 후자겠지만 우리나라 국력으론 83만 국군 장병 모두에게 삼겹살을 먹이는 건 좀··· 예산이 없을건데···."
이연은 단호히 말했다.
"사령부는 네 친위대 같은 조직이야. 너랑 부대끼며 24시간 365일을 함께하는 동료 중의 동료지. 장병들보다 이 친구들의 마음을 먼저 얻는게 순서 아니겠냐?"
"그렇긴 한데···."
"리더는 모범을 보이는 걸로 끝나선 안돼. 능력껏 보상을 해줘야지."
남자의 코칭이 계속됐다. 더욱 집요해지고 강해져서 은서를 정신적으로 괴롭게 만들고 있었다.
"이 실장! 차 장군! 지금 당장 각 참모부 돌아다니면서 은서가 싸인했던 결재 서류 모조리 가져와!"
"얼마나 가져올까요?"
차지연 장군의 물음에 이연은 이렇게 말했다.
"전부!"
그렇게 은서의 집무실에 결재 서류가 밑바닥부터 천장까지 벽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로 쌓이니, 이연은 그걸 하나하나 빠르게 읽어가며 은서가 무슨 짓을 저질러왔는지 빠르게 파악해냈다.
"넌 정말 무능하구나?"
아버지의 질타에 은서가 화를 내며 물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이거 읽어봐라."
이연이 은서에게 서류 하나를 보여준다. 복잡하게 생긴 지도 곳곳에 사각박스가 그려져있고 거기에 x자가 쳐져있는 작전지도 같은 서류였다.
"단대호잖아. 부대 위치 표시한 거."
"그래, 너도 장교라고 그정도는 아는구나."
"당연하지! 내가 육사에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럼 이 단대호들로 부대가 어떤 위치에 어떤 목적으로 배치되어 있는건지도 알 수 있겠냐?"
"그야 평양 방어를 위해서···."
이연이 성을 내며 은서를 타박했다.
"네 손으로 싸인한 쿠데타 계획서야!"
"에?"
"이 기호 보이지? 기갑연대! 무슨 놈의 평양 방위훈련이 전차를 끌고 사령부를 점령하게 만드냐?!"
"그건···."
"그리고 여기 특공연대 보이지?"
"그러네···."
은서는 그제야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아버지가 결재서류에서 찾아내 보여준 것은 평범해보이는 훈련계획서다.
하지만 그 내용엔 살벌함이 담겨 있었다. 부사령관 최형욱이 훈련계획서로 둔갑해 은서의 싸인을 받아낸 부대이동 명령엔 7군단 기갑연대가 시내로 진격해와 은서의 서북방위사령부를 점령하는 내용이 담겼고, 7군단 특공연대가 숲속 곳곳에 매복을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 외에도 유사시 은서가 평양을 탈출하지 못하도록 많은 부대가 헬기장부터 시작해 평양 외곽을 포위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 내용에 따라 며칠 전. 사령부에 잔류해있던 진희가 구남철에게 체포되었고, 부대 순시를 마치고 복귀하던 은서가 특공연대의 기습을 받아 포로로 잡히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싸인할 때는 몰랐는데, 겪어보니까 모두 알 거 같아···."
하지만 이연의 타박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부대 훈련을 왜 너 혼자 결정했냐?"
"그야 내가 5성 장군이고 서북방위사령관이니까···."
"39만 명이야!!!!!!!!"
이연이 서류를 집어던지며 말했다.
"39만 대군의 훈련 계획서였어. 이 서류 하나로 서북방위사령부 모든 보병사단은 물론이거니와 해병대, 공군, 지역 예비대에 경찰까지 동원되어 방위 훈련을 진행했다고."
"그, 그렇게 하는게 맞다고 부사령관이 그랬으니까···."
쭈삣쭈삣 말하는 은서에게 아버지가 목청을 높여 말했다.
"그걸 말이라고 해!!!"
"아, 아버지···."
"39만 명이야! 39만 명의 훈련 계획을 합참의장이랑 상의도 안하고 국방대신에게 보고도 안하고, 나 조차 모르게 니 혼자 부사령관이랑 작당을 해서 진행시켰어. 너 이거 군법대로 가면 사형감이야."
"......."
"제대로 된 훈련도 아니었지. 전방 병력 일부를 빼와서 평양을 겹겹이 포위하고 특공연대로 황태녀를 납치하는 계획서였는데, 뻔히 적혀있는 걸 구분도 못하고 그대로 싸인한거냐?"
"난 정말 몰랐다고···."
"그러게 사관학교 생활 좀 똑바로 하지 그랬냐? 코앞에서 반역자가 달콤한 속삭임으로 너를 속이고 쿠데타를 진행했는데 그거 하나 분간 못할 정도로 바보 천치가 되어 졸업한거야 너는."
"......"
"내가 그랬지? 사관학교 생활 똑바로 하라고. 건성건성으로 하더니 지금 이게 뭔 꼴이냐?"
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녀를 쳐다보며 아버지가 서류 하나를 더 보이며 말했다.
"그래도 군령권이랑 군정권은 제대로 구분했더구나. 인사이동명령서에 싸인이 안 되어있는 걸 보면."
"기본이잖아, 그건···."
"네 입으로 말해봐라. 둘의 차이가 뭔지.'"
은서는 쥐죽은 듯한 목소리로 둘의 차이를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군령권은 군대를 지휘하는 권한, 군정권은 군인의 인사권에 대한거고··· 나같은 전방 사령관은 군령권만 갖고있어."
"왜지?"
"부대를 지휘하는 사령관이 군령권과 군정권을 같이 쥐고 있으면 그게··· 안되는거잖아. 군벌처럼 되니까···."
은서의 설명을 들으며 이연은 또 다시 한숨을 쉬었다.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부대 지휘 경험이 풍부한 이연이 좀 더 정확한 설명을 해줬다.
"군정권은 군의 행정, 보급, 인사권에 대한 것이고, 군령권은 군의 작전 지휘권을 말하지. 나같은 국군통수권자면 모를까 일선부대 지휘관이 이걸 두 개 모두 갖게 되면 자기에 충성하는 사람만 골라 앉히면서 부대 전체를 자신의 사병으로 만들거다. 예산도 지맘대로 빼다 쓰며 군부 전체의 전략을 흐트려놓겠지."
"그래서 나같은 사령관은 지휘만 하고, 내 곁에서 싸울 장군이랑 장비, 예산 같은건 윗선의 아버지랑 국방부장관, 참모총장이 한다는거야?"
"그래."
그 말에 은서가 물었다.
"그럼 경친왕은···."
"녀석은 국방대신 김신과 사사건건 충돌하며 군정권까지 가지려 들었어. 예산도 자기가 갖고 싶고, 장군도 자기 사람을 앉히고 싶고, 그러다 내 명령도 없이 무력시위를 벌였고, 녀석의 추천으로 장군이 된 사람들이 반란까지 일으켰지. 널 죽이려 들었다고."
이연은 그렇게 말하더니 은서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이제 다 끝났어. 더 이상 너를 괴롭힐 녀석도, 배신을 할 부하도 없을거야. 네 밑에서 싸울 유능하고 좋은 장교들을 고르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리고. 그 동안은 내가 여기 남아서 차근차근 알려줄테니까 같이 배워나가자꾸나."
은서가 자신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 군인 그만하면 안돼?"
"군부를 장악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조금만 더 고생하자. 네 나이 30대 초반이 되면 옆에 앉혀두고 정치를 가르쳐줄테니까."
남자는 인자한 미소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고생했다 은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