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 Ep6. 위화도 위기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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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쓸쓸한 점심 식사가 진행되는 곳.
평양의 옥류관.
드넓은 대동강 물이 시원하게 보이는 2층짜리 한옥 건물로, 전자쪽으로 유망한 S사에서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호텔 이화도 그렇고 이 기업은 황실과 사업을 참 많이도 벌인다.
이화라는 이름은 자두나무꽃의 다른 말인데, 대한제국 황실의 상징으로 쓰이는 탓에 이름이나 마크를 사업 용도로 쓸 때는 황실의 허가를 필요로 한다.
이게 황실의 권위를 하사한다는 느낌이라 아무한테나 허락되지 않았고, 혜조대제(의친왕) 때부터 높은 지지를 받아온 황실의 권위는 고급 이미지를 필요로 하는 호텔이나 리조트, 음식점, 명품 사업쪽에서 수요가 높아 기업들이 지분 일부를 헌납하는 대가로 빌려 쓰곤 했다.
이러다가 황실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고, 모 가구사의 경우 '황실에서도 쓰는' 타이틀까지 광고에 걸어 마음만은 황실처럼 살아보고 싶었던 수 많은 부자들을 공략하기도 했다.
이렇게 이연은 돈벌이에 대해선 상당히 적극적인데, 국민의 세금으로 황실을 유지하는 게 싫었던 게 첫 째고, 보훈처에 투입할 예산을 확보하는 게 둘 째였다.
독립전쟁부터 한국전, 월남까지 각종 전쟁에 참전한 유공자들이나 일제강점기 시절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에게 위로금이나 학자금, 집을 지어주는 등의 사업으로 황실 재정이 늘 빠듯했던 탓이다.
이런식으로 사업을 벌이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곤 하니. 옥류관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옥류관은 황실이 지분을 가진 식당이고, 7월 26일은 황태녀 전하의 생신이다. 마침 두분은 평양에 계셨으며, 황제 폐하도 점심식사를 옥류관에서 하시겠다 하셨으니 의식의 흐름이 이렇게 전개된 것이다.
'우리 식당에서 황태녀 전하의 생신 축하 파티가?!'
이렇게 제멋대로 파티를 준비한 결과. 옥류관 입구에서부터 반기는 플랫카드.
<황태녀 전하 생신 축하드립니다!>
은서한테 퇴짜 맞고 왔던 남자에게 뜻밖의 굴욕이 찾아왔다.
"딸내미 생일 잔치에 아비 혼자 와서 밥을 먹게 되다니... 이래선 내가 너무 처량하지 않겠나?"
"소, 송구하옵니다. 폐하···."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가지고···."
남자의 나이 57세. 딸내미와 밥 한끼 먹기 힘든 중년의 아버지였다.
"에휴···."
수라상이 만한전석 마냥 차려진 특실에서 황제와 비서실장 단둘이 앉아 쓸쓸하게 대화를 나누니, 웃고 싶지 않아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럴줄 알았으면 황명을 내려서라도 은서를 끌고올 걸 그랬어."
이화도 웃으며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될거라곤 전혀 예상 못했네요."
직원들이 고생해서 차려준걸 먹기는 먹어야겠는데··· 눈앞에 놓여진 위엄찬 3단 케이크는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우아한 분홍빛이 맴도는 생크림 케이크에 딸기가 예쁘게 장식된. 백번 양보해도 은서 취향이 아닐 거 같은 케이크를 눈앞에 두고 남자는 차만 마셨다.
그래도 미소가 번졌다.
"아까 봤나? 은서말이야. 정말 멋지게 큰 거 같아. 완전 지 어미를 닮았다니까."
"황후 마마 말씀이십니까?"
"그래, 20대 시절 제시카를 똑 닮았거든."
"제시카라 하시면···."
"자네한텐 서민애(徐民愛)라는 이름이 익숙하겠지. 내 아내 인애황후의 본명이 원래는 제시카 제이슨이거든. 서재필 선생의 양녀였잖나?"
"아... 서재필 선생님 존함이 필립 제이슨이셨죠. 그래서 따님 되시는 황후 마마의 존함도 제시카 제이슨이시구요."
"원래 이름이 뭔지도 모르는 천애고아, 미국 교포 사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었고, 의사 선생이던 서재필 선생이 데려다 키우셨지. 어린시절을 그렇게 보내서 그런가 진짜 당찬 여인이었어."
"그럼 서민애라는 존함은 한국에 와서 받으신 거군요?"
"그래, 황태자비로 책봉되며 받은거야. 황후 될 사람이 영어 이름을 쓸 수는 없으니까. 서재필 선생께서 백성 민(民)에 사랑 애(愛)자를 붙여 서민애라 지어주셨네. 독립운동가셨던 장인어른 다운 작명이었지.”
이화가 문득 떠올라 말했다. 서재필. 그분의 과거가 황실과 연을 맺기엔 좀 껄끄러운 부분이 있었다.
“서재필 선생은 조선왕조 시절 갑신정변을 주도했다가 반역자로 낙인찍히신 분인데··· 가족분들도 모두 처형되셨었죠. 황실과는 엄청난 악연인데, 나라가 망하고 미국 땅에서 재회해 인연을 맺다니···.”
“그야말로 엄청난 악연이었지. 사귀는 것조차 반대가 극심했으니까. 조선총독부에 태극기를 꽃지 못했다면 허락 받지 못했을거야.”
이연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대단한 분이셨지. 개혁을 해보겠다고 일어났다가 반역자로 쫓겨나고, 친지들이 처형당했는데도 미국 땅에서 독립운동을 하셨어. 나였다면 망해도 싸다. 그리 생각했을텐데 말이야.”
“그래서 결국, 미국인 시절의 데이트는 서재필 선생 몰래 하셨던건가요?”
“목숨 걸고 했지. 여러가지 의미로.”
이연은 망명정부 시절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미국 해병대 장교의 제복을 입고서 민애와 데이트를 했던 그 남자의 20대 시절. 한국어보다 영어가 편했던 망국의 황태자.
그 때도 입에 달고 살았던 남자의 한마디.
<난 미국인이야!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다고!>
그곳은 뉴욕. 자유의 여신상이 훤히 보이는 유람선 위. 억울한 표정으로 항변하는 20대 청년 이연과 그런 남자친구를 손가방으로 사정없이 두드려패는 20대 여인 서민애의 한마디.
<조선 땅 돌아가면 황제 될 양반이!>
<그렇게 말하는 넌 조선 이름조차 없잖아! 맨날 제시카라 불러달라더니!>
<그럼 당신은 왜 조선식 이름을 쓰는데요? 미국인이라며!>
이연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답했다.
<그, 그야··· 우남 선생이 지어준 제임스란 이름이 마음에 안드니까···.>
<어이구 잘났다! 이름은 조선말로 쓰는 양반이 애플이 조선말로 뭔지도 몰라요? 맞아도 싸! 더 맞아요! 더!>
<아니, 좀! 스탑!>
<스탑? 스타압????>
<아, 아니! 멈춤! 멈춤!>
<그만해겠지! 그만해!>
그렇게 데이트 하던 시기 줄기차게 얻어맞던 20대 청년은 어느덧 중년의 황제가 되어있었다. 옥류관에 차려진 근사한 밥상머리를 눈앞에 두고 그리운 표정을 짓는 남자의 얼굴엔 여전히 행복이 가득했다.
"난 사실 조선 같은 건 관심에 없었어. 난 미국인이었으니까. 독립운동도 할 생각이 없었지."
"미국은 인종차별이 심했던 걸로 압니다. 많이 시달리셨을 거 같은데요?"
"정말 지긋지긋했어. 그래서 더더욱 미국인이 되려 노력했지. 전쟁터에서 공을 세우면 미국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테니까. 그래서 사관학교에 들어갔고 해병대가 된거야. 조선인이 되기 싫어서···."
“황후 마마께 맞으실 만했네요···.”
"그래서 민애가 눈에 들어온거야. 이름은 제시카면서 누구보다 애국심이 깊었고, 미국땅에서 태어난 주제에 조선땅을 그리워했어.
그게 신기해서 접근한 게 모든 일의 시작이었지.
그녀는 망명정부에서 서기관으로 일했거든. 타자기를 치면서 선전물을 만들고, 해질녘 6시 정각이 되면 바이올린으로 아리랑을 연주하더라고. 근데 그 모습이 정말 근사한거야."
이연이 밥상머리에 놓여져있던 술잔을 마시며 말했다. 고개숙인 남자의 손에 사진 하나가 들려있었다.
"그 여자가 나한테 애국심을 심어줬어. 넌 조선인이다. 조선인으로서 긍지와 애국심을 가져라."
애플이 조선말로 뭔지 모른다고 손가방으로 두드려 패던 민애의 모습. 그 모습이 어쩐지 딸내미인 은서와 겹쳐보여 이연이 웃음을 지었다.
"눈이며 코며 입이며··· 나한테 화내는 모습 조차도 민애를 닮았어···."
중년의 남자에게 눈물이 고였다. 그런 눈빛으로 여전히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그저 웃었다. 먼저간 아내에 대한 슬픔과 귀여운 딸을 떠올리는 아빠 미소가 섞인 복잡한 감정이 흘러나왔다.
"벌써 32년이 지났구만. 1941년 12월 6일. 내가 그녀에게 했던 말이 뭔 지 아나?"
이화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저 그렇게 성심성의껏 남자의 말을 들어주는 그녀의 얼굴에 진지함이 묻어났다.
남자는 말했다. 그날의 망언.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미국인으로 살아! 봐봐, 얼마나 대단한 나라야? 시골 촌구석 같은 조선은 잊어버리고 나랑 같이 여기서 살자!"
“......”
표정이 굳었다. 그 날의 기억. 남자의 미소를 싸늘하게 바꿔버릴 만큼 위태로웠던 시간의 악몽.
"배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타고 도망가더군. 그녀를 찾아 뉴욕 시내를 한참 들쑤시고 다녔는데 다음 날 진주만 공습이 터졌어. 미국 전체가 전쟁의 구렁텅이에 빠져들었지.
서재필 선생께 사정사정해서 겨우 만났거든.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전쟁터 나가기 직전에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그렇게 민애를 만나서 약속을 했어. 난 전쟁터에 나갈거다. 가서 일본군을 무찌르고 너의 조국 조선을 해방시켜 선물로 주겠다. 그걸로 프러포즈를 할테니 돌아오면 나랑 결혼하자."
이화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성공하셨군요."
이연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내 인생 최고의 프러포즈였지."
"그리고 멋진 딸도 두셨습니다."
"내 인생 최고의 작품이고."
이연은 손에 들린 가족사진을 쳐다보았다. 부산 바다를 배경으로 허름한 군복을 입은 남자가 서있었다. 남자의 품에 안긴 다섯살 꼬마 공주님은 아버지에게 뽀뽀를 당하며 울상을 지었다. 그런 부녀를 재미있게 쳐다보는 여인의 모습엔 행복이 가득해보였다. 이연과 서민애.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사랑의 결실 이은서의 단란한 가족사진.
그것은 한국전쟁 직후, 백두산에서부터 비행기를 타고 온 남자의 사진. 은서에게 주려고 했던 생일 선물이었다. 은서는 엄마를 참 좋아했으니까.
"녀석 말이야. 내가 부산에 내려간 적 없다고 했었지? 살아생전 딸내미 한 번 안아준 적 없다고 말야. 이렇게 증거가 남아있는데 어떻게 기억을 못 해? 야박한 녀석."
이연이 고개를 들어 이화를 노려보고 말했다.
"은서는 나와 민애 사이에 태어난 유일한 자식이야."
"네, 폐하."
"갓 독립한 이 나라 대한제국을 반석위에 세워 물려줄거야. 그곳에서 녀석은 세종대제처럼 하고 싶은 모든 정치를 하며 성군이 되면 돼."
이화가 결의에 찬 각오로 조심스레 물었다.
"그것이 설령 폐하를 폭군으로 만드는 일이라도···."
"그래, 녀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
이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거대한 숙청의 파도를 거친 두 사람 사이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지금은 난세야. 은서가 정치를 하려면 정적이 될 모든 자를 제거해야 해. 국내가 됐든 국외가 됐든."
"고문, 암살, 숙청. 그걸로 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 내가 지옥에 떨어진다 하더라도."
이연이 결의에 찬 눈빛을 담아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 요 몇 달간 많이 망설였지? 내 동생을 제거할 때도 망설였고, 놈을 지지하는 장성들 숙청할 때도 망설였어. 이런식으론 안 돼."
“하오나 폐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 보안사령부에 그렇게 명령했다면 어땠을까? 장군들을 미행하고, 도청하고, 최형욱 장군을 납치해서 고문할지언정 반역자들의 명단만 확보했더라면 은서를 미끼로 보낼 일도 없지 않았을까?"
이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연은 할 말이 많았다.
"아까 은서가 있던 사령부 봤지? 장교란 장교는 모조리 숙청돼서 피래미밖에 안 남았잖아. 최형욱과 일행을 잡아서 사전에 제거했다면 최소한 중견급 장교들은 반역에 가담하지 않았을거야."
"책임을···."
이연은 고개를 저었다.
"이 실장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야. 망설인 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우리 둘 다 달라져야만 해.”
술잔을 들이키며 남자가 말한다.
"내가 망설이지 않았다면 내 동생도 죽지 않았을거야. 없는 죄라도 만들어라. 경친왕에게 누명을 씌워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켜라. 그렇게 했더라면 최소한 죽일 필요는 없었겠지."
"하오나 폐하···."
"자네 맘 알아. 모든 걸 평화롭고 정의롭게. 룰대로 하고 싶었잖아."
이화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풀이 죽어있는 비서실장을 보며 황제가 말했다.
“우리 시대에 그런 건 불가능 해. 모든게 룰대로 돌아가는 절대권력이란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이화가 중얼거리듯 그렇게 말하며 이연을 노려봤다.
“모택동이 말했지요.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그래, 권력은 클수록 더 많은 힘과 대담한 방법을 필요로 하니까.”
"하오나···."
이연은 술잔을 들이키며 말했다.
“자네하고도 약속을 했어. 경성감옥, 고문당하고 유린당해 서글피 울던 자네 앞에 맹세했잖나?”
"우리 후손에게는 이런 나라를 물려주지 말자···."
이화의 말을 되새기며 이연이 말했다.
"강한 나라를 만들어야지. 후손들을 위해서."
이화가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이연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도 20대처럼 살게 해주고.”
환하게 웃는 남자의 얼굴을 보며 이화가 울상을 지었다.
"폐하···."
"그 시절 자네 심정은 어땠나? 평생 20대 처럼 살게 해주겠다고 했었는데. 내가 멋지게 보이던가?"
“고초란 고초는 다 겪은 피해자한테 평생을 20대처럼 살게 해주시겠다구요? 무례하셨습니다. 절대로!”
눈물 섞인 이화의 미소에 이연이 부끄러운듯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기쁘잖나?”
"절대로 못 지키실겁니다. 폐하 때문에 매일 같이 과로를 하고 있으니까요. 업무가 하도 많아서 1분 1초가 늙어가는 기분인데 모르시겠죠?"
“그래, 그러면 자네의 업무를 덜어줘야겠지.”
두 남녀는 환하게 웃었다.
"오늘쯤 이범석 총리가 개각을 할거야. 국방대신 김신이 물러나고 종규가 대신하겠지. 그 밑으로 합동참모의장이랑 육군참모총장도 교체되면 군부에서 자네 영향력은 사라질테고."
“......”
"보안사령관도 교체될거야. 자네가 장악하고 있던 중정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나랑 독대하면서 직접 지시 받아 일할테니 자네를 귀찮게 굴지 않을테지."
“......”
"비서실장 일이랑 중앙정보부. 이 실장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만 집중해. 줄어든 업무로 시간이 남으면 언제든지 휴가 쓰고."
이화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기여코 금연은 안하실 생각이시군요.”
“말했잖아, 내 유일한 쉬는 시간이라고.”
이화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미소지으며 말했다.
"저도 포기하지 않을겁니다. 담배 끊으시죠."
"이러다 주5일제가 주4일제로 바뀌겠구만."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한참을 웃다가 이연이 말했다.
"아무튼, 이제는 죄책감 같은거 갖지 마. 내가 무슨 일을 벌이든 자네랑은 무관한 일이니까."
“하오나 폐하···.”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그리고 내 딸을 위해서.
이연이 결의를 담아 술잔을 들이켰다. 남자의 각오를 본 이화는 결국 마음을 내려놓고 담담히 말했다.
"제가 폐하 옆을 지키겠습니다."
그렇게 한참의 침묵이 이어지다 이화가 나지막이 말했다.
"장성인사는 시간이 걸리겠죠?"
"그래, 장군부터 영관급 장교까지 임명해야 하니까. 충성심이라던가 최소한의 자질은 따져보며 임명해야하니 꽤 걸리겠지."
"대규모 숙청으로 39만 지휘체계가 완전히 붕괴되어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중공군이라도 쳐들어왔다간 서부전선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겠죠."
"그래서 우리가 왔잖아? 한국전쟁의 영웅과 그를 보좌하는 최고의 참모."
술잔을 바라보던 이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도와주겠는가? 공명 선생."
이화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전 공명 선생의 발톱도 못 따라갈겁니다. 마속이면 모를까요.”
"마속이라니? 적어도 관우 만큼은 해야지."
"관우는 참모가 아니라 장군입니다."
"그런가? 하하."
숙청에 대한 책임은 이렇게 끝났다. 이화에게 남은 건 자신의 한쪽 날개. 중앙정보부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