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Ep6. 위화도 위기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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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 8. 15. 대한제국 망명정부 긴급 선언문>
군인으로 복무한 자면 누구든지 상관 없다. 독립군, 미국군, 중국군 혹은 일본이나 만주군에 복무했다 하더라도 조선인이라면 모두 조선으로 돌아오라. 조국이 그대를 필요로 한다.
- 대한제국 황태자 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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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 6. 25. 한국전쟁 발발 직후 서울 시내 방송>
서울 시민 여러분, 실제 상황을 전파합니다.
이북의 공산 괴뢰군이 불법 남침을 시도하여 서울이 위험에 처했습니다. 지금 즉시 군의 통제에 따라 질서 있게 대피하십시오.
우리 국군은 시민 여러분들의 안전한 피난을 돕고자 용맹히 싸우고 있으며, 저는 여러분들이 피난을 마칠 때까지 서울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적과 싸워 이겨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달성할 것입니다.
- 대한제국 황제 이강(의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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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 7. 28.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의>
김일성이 완전히 속았다.
남조선이 무방비상태로 보였던 건 남침을 유도하기 위한 위장 전술이었다.
남조선에 전차가 없다더니 개전한 지 하루만에 튀어나오는 건 하늘에서 떨어진건가?
이 전쟁은 중국 인민들에게 백해무익하다. 조선 인민 스스로가 해결하도록 놔두고, 국력을 모아 우리의 혁명 과업을 완수하는 게 상책이다.
- 중화인민공화국 외교부장 주은래
조선반도의 혁명이 성공하려면 우리의 지원이 필요하다. 미국은 조선 같은 작은 나라 때문에 세계3차대전을 시작하진 않을 것이다. 이는 중국 인민의 안전에 직결된 문제이므로 즉각 김일성을 도우라.
-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모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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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 9. 18. 황태자와 맥아더 장군의 면담>
장군님! 한번만 저희를 믿어주십시오! 우리 조선은 이 순간만을 기다렸습니다!
- 대한제국 황태자 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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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 10. 1. 맥아더 장군 포고문>
이 전쟁은 한국인 간의 내전이므로 대한제국은 단독으로 38선을 넘을 것임. 미국과 유엔군은 여기에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을 것임을 보증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무단 개입하여 북한을 도울 경우 핵공격을 포함한 모든 보복 수단을 강구하겠음.
이후에 발생할 모든 일의 책임은 전적으로 중국에게 있음을 미합중국 대통령을 대신하여 엄중히 경고함.
- 유엔군 총사령관 더글라스 맥아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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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대한제국은 1950년 10월 1일. 단독으로 38선을 넘었다. 이 날이 오늘 날 국군의 날이다.
이연이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불렸던 건 싸움을 잘해서도 있지만 준비의 철저함 덕분인데, 장비부터 훈련, 정보전까지 모든 분야에서 북한군의 기습침공을 대비해왔고, 미국 장교로 2차대전 유럽전선에서 싸운바 있는 김영옥을 필두로 만주군 출신 백선경까지. 인재란 인재는 모조리 섭외하는 용병술로 1950년 6월 25일을 시작한 것이다.
대한제국 국군은 한강 방어선을 시작으로 전략적인 후퇴를 거듭하다 유엔군의 지원을 받아 대전에서부터 반격해 올라갔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서울을 수복하여 맥아더 장군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그렇게 이연을 인상깊게 본 맥아더 장군의 판단.
'어쩌면 대한제국이 혼자서 이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장군의 허락을 받고 38선을 돌파해 평양까지 밀고 올라간 대한제국의 11월. 중공군이 대대적으로 밀고 내려와 유엔군의 개입을 불러왔고, 북경에서부터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무차별 폭격으로 전쟁은 미국과 중국간의 전면전으로 번진다.
1950년 12월 20일.
미국이 원자폭탄 투하를 재차 경고하자 전쟁은 가까스로 끝을 맺었고, 대한제국은 꿈에 그리던 북진통일을 달성했다.
이연은 다시 한 번 영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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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 12. 25. 백두산 천지에서 형제의 대화>
“형님! 지금 제일 생각나는게 누구요?”
- 대한제국 황자 이열(경친왕)
“내 딸, 이 모습을 같이 봤으면 참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안되겠어. 맥아더 장군께 비행기를 빌려야지···.”
- 대한제국 황태자 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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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백두산 천지가 눈 앞에 있었다.
1950년 크리스마스. 기적 같은 싸움의 끝에 영웅들이 있었다. 이연과 경친왕, 백선경 장군이 백두산에 꽃은 태극기를 보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대한제국이 6.25 전쟁에서 이기고 한반도를 통일하는 순간이었다.
이 시기 은서는 할머니와 엄마 손을 잡고 부산에 내려가 있었는데 이 때 나이 다섯 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귀여운 꼬마 공주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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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서북방위사령부 집무실. 진희와 은서의 대화>
“기억을 못하시는군요. 한국전쟁 끝나자마자 부산에 내려오셔서 얼싸 안고 좋아해주셨다고 전임자분께 들었습니다.”
- 덕수궁 제2부속비서관 김진희
“부산은 내려온 적도 없는 양반이 얼어죽을···.”
- 대한제국 황태녀 이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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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아버지는 분명히 안아줬다.
대한제국 황태자 5성장군 이연은 백두산에서부터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날아왔고, 도착 즉시 은서를 끌어안으며 뽀뽀까지 해줬다. 그런데 너무 어려서 기억에 없는 모양이다.
그 때 같이 바라본 부산 바다가 정말 아름다웠는데. 이 녀석... 28살 먹은 현재까지도 진혁이 품에 안긴게 남녀사이의 최초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분명히 안아줬다.
다시 강조하지만 볼에다 뽀뽀까지 해줬다. 매정한 딸래미. 조만간 진실을 알려줄테다. 그런 각오를 담은 한국전쟁의 영웅이 1973년 7월 26일 평양으로 향했다.
술과 담배, 권력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하나밖에 없는 딸래미의 생일이었다.
***
1973년 7월 26일.
대한제국의 황태녀 서북방위사령관 이은서 원수가 만 27세 생일을 맞이했다. 태어날 때부터 1살씩 연단위로 계산하는 한국식 나이로 28세다.
황태녀의 생일이라 온통 떠들썩할 거 같지만, 대대적인 숙청으로 장성들이 쓸려나간 사령부는 조용하다 못 해 을씨년스러웠다.
예하 부대는 장성급이나 대령급 장교만 숙청됐지만, 은서가 있는 최고 사령부는 부대원 대부분이 한통속인 반역의 심장이었고, 이런 탓에 장군부터 영관급 장교 대부분이 숙청. 남은 장교라고는 소위부터 대위, 소령 일부를 포함한 20~30대 청년 장교들 뿐이라 사령부로서의 기능이 정지되어 있었다.
이걸 기업으로 비유하면 사장단부터 이사, 과장급까지 모조리 정리해고 당한 상태로 회장님 1명과 말단 사원들만 남은 셈이라 존폐 위기에 몰려 있던 것이다.
이런 판이니 황태녀의 생일이 눈에 들어올리가. 얼마 전까지 함께 일했던 선배님들이 군사재판정에 끌려가버린 1973년 7월 26일은 모두에게 우울한 시간이었고, 폐허가 된 사령부는 적막감이 흘렀다.
어느 때처럼 별 다섯개가 달린 제복 차림으로 집무실에 앉아있는 은서는 맨종이에 만년필을 끄적이며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지 않냐?”
김훈 중령이 옆에 서서 미소지어 말했다.
“나는 또 현장에서 총살하실 줄 알았지. 근데 재판정에 세워 법대로 진행하시겠다니 얼마나 다행이냐?”
“......”
몇일 째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황태녀를 위해 김훈 중령이 열심히 아부를 떨어본다.
“네가 말했던 법치주의야. 그러니까 힘내라.”
그러자 은서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조용히 해, 배신자.”
“배, 배신? 야! 너 지키려고 연기를 한건데···.”
“내 눈앞에서 사라져 스파이. 넌 이제 오빠도 아냐.”
은서 옆에 서있는 제2부속비서관 김진희도 살기어린 눈빛을 담아 김훈 중령에게 말했다.
“어떻게 한 마디 언질도 없이 그래요?”
"그게··· 은서 옆에 부사령관부터 시작해서 사령부 참모진들까지 반역자들이 득시글대니까··· 도저히 말할 틈이···."
“난 손찌검까지 당하고 재갈에 안대까지 씌워졌어요! 못된짓 당할까봐 얼마나 무서웠는데!”
“그건 제가 한게 아니라 구 장군님이···.”
“조용히하세요!”
“예, 죄송합니다.”
김훈 중령이 한숨을 쉬며 집무실을 나간다. 배신자가 사라지자 진희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은서에게 말했다.
“많이 놀라셨죠? 공주님.”
“언니도 나가.”
“네?”
"언니는 내 참모잖아. 훈이 오빠가 저런 작전을 짜고 있었으면 척하면 척 알아보고 준비했어야지. 언니는 무능했던 거야. 삼국지로 치면 간손미 수준이었던 거지. 혼자 있고 싶으니까 사라져.”
“간손미면 간옹, 손건, 미축··· 제가 고작 그정도밖에···.”
공주님의 싸늘한 평가에 진희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집무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다음엔 분발하라는 구 장군의 충고가 귓가에 맴돌아 그녀를 슬프게 했다.
“크흑···.”
다음은 진혁의 차례. 한숨을 쉬며 말하는 남자의 빠른 포기.
“저는 고자군요. 예,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이만···.”
그런데 은서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
“양복 입었네?”
그 남자 김진혁. 며칠 전 은서의 명령을 따라 검은 정장을 빼입고 있었다. 마치 보디가드가 된 듯한 남자의 수트핏. 은서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사랑이 가득한 미소로 말했다.
“착해, 착해. 우리 진혁이. 날 지켜주려는 충심도 깊고, 마음씨도 착하고, 남자답고 똑똑하고... 어쩜 이 수트핏좀 봐! 예술적이잖아? 이럴 게 아니라 우리 어디 나가서 밥 한끼라도 할까?"
“예? 어··· 음···.”
진혁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고자가 아니라니.
진혁은 그렇게 은서와 식사를 하러 갔다. 기껏해야 사령부 구내식당이었지만.
***
같은 날 은서와 진혁의 다정한 식사가 끝났을 때, 서북방위사령부의 1번 초소에서 비상이 떨어졌다. 하품하던 헌병 김 병장의 눈에 보인 믿을 수 없는 리무진 행렬.
"어어어어어··· 저거 설마?"
뒤이은 최 일병의 외침
"여기로 오시는 거 맞지 말입니다?"
"황제 폐하께 대하여 경례!!"
"충성!!!"
초병들의 다급한 경례 소리가 부대 끝까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 소리에 위기를 직감한 경비대장이 다급히 전화를 돌렸다.
“야! 애들 다 불러! 당장 정리정돈 하고!”
끝도 없이 펼쳐진 리무진 행렬과 번쩍번쩍하는 친위대의 새하얀 오토바이, 키 180cm 이상의 장신들로 구성된 선글라스 낀 경호원들. 문자 그대로 중공군보다 무서운 존재가 경비대장 눈앞에 몰려오고 있었다.
'살아 생전 황제폐하를 뵙게 되다니···.'
대한제국 황제 이연. 독립운동가 출신의 한국전쟁 영웅. 대한제국의 영원한 1호, 인민의 위대한 영도자, 83만 대한제국 국군의 최고통수권자. 모든 장병들에게 중공군보다 무서운 구름 위 존재. 살아생전 한 번 볼까말까한 분이 눈앞에 다가오는 꿈(악몽)같은 시간.
6성장군의 등장에 겁에 질린 경비대장이 수화기에 대고 중얼거렸다.
"살려줘···."
창밖으로 번쩍번쩍하는 황제의 행차를 봐버린 사령부 내부도 난리가 났다.
[전체 비상! 비상!]
모든 장교며 병사들이 허겁지겁 막사를 정리하고, 뭔가 일이라도 하는 척 책상을 꾸미고, 그런 다급한 모습들이 전쟁터처럼 펼쳐졌다.
빠릿빠릿한 장교들이 본관 정문으로 튀어나와 일렬로 도열하니 최고참으로 보이는 소령 한 명이 황제에게 말했다.
"황제 폐하께 대하여 경례!"
"충성!!!"
"그래, 고생이 많다."
이연이 재밌다는 듯 한참을 웃으며 경례를 받아줬다. 레드 카펫도 없고, 맞이해주는 장군도 없지만, 말단 장교들이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음··· 임 소령? 내 딸이 어디있는지 알려주겠나?"
"예! 황태녀 전하··· 아니, 서북방위사령관께서는 방금 전 식사··· 아니아니! 수라를 드시고 집무실로 가셨습니다!"
"음, 그래. 그리로 가지. 다들 볼일 봐."
"충성!!!
은서가 공산당보다 싫어하는 남자. 언제나처럼 양복을 차려입고 품에 리볼버 권총 한자루를 휴대하는 대한제국 황제. 비서실장 이화와 친위대장 차지연. 그 뒤로 늠름한 키 180cm 이상 장신의 경호원들이 서북방위사령부 본관으로 당당히 입성했다.
"사전에 언질이라도 해놓을 걸 그랬네요."
비서실장 이화의 말에 이연이 미소지으며 답했다.
“그랬다간 여기 있는 애들이 반 죽음이 되어버릴거야.”
이연의 말을 들으며 차지연 대장이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습니다. 폐하의 행차신데 청소 상태도 엉망이고 저기 보십시오! 벽도 좀 깨끗이 닦고 정 안되면 페인트라도 칠해놓지 얼룩이 잔뜩 묻어있잖습니까? 이게 공사판인지 사령부인지 원···.”
"차 장군. 군기란 것도 사기가 있을 때 가능한거야."
그렇게 터벅터벅 복도를 걸어가 은서가 있는 집무실을 활짝 열고 들어간 57세의 남자 이연의 첫마디.
"생일 축하한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돌아와 교범을 읽고 있던 28세의 딸 이은서의 무심한 대답.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 생일 같은거 신경 안쓰고 살았으니 축하 안해주셔도 돼요. 월남에선 제 생일이 언제인지도 까먹고 살았구요, 여기 행차하실 시간 있으시면 하루 빨리 인사 절차 거쳐서 장군들 좀 임명해주시구요."
그렇게 말하며 은서가 자리에서 일어나 여장부의 눈빛으로 아버지를 타박했다.
"숙청을 하셨으면 마무리도 해주셔야 부대가 제대로 돌아가겠죠? 제 밑으로 육해공 예비전력까지 39만 명인데 지휘관이 턱없이 모자라서 식물인간 상태거든요! 중공군이 쳐들어오면 어떻게 막으려고 이러고 계세요?"
“아, 아니 그야··· 장성급 인사라는 게 하루 아침에 되는게···.”
아버지를 타이르는 딸의 질풍노도 같은 잔소리.
"국가비상사태에 딸래미 생일 챙겨줄 여유가 있어요? 지금?"
“은서야···.”
“나가세요 당장! 꼴도 보기 싫으니까!”
그리곤 문이 쾅! 하고 닫혔다.
한 마디도 못해보고 쫓겨난 영웅의 얼굴에 비통함이 가득했다. 그런 모습이 너무도 안쓰러워 이화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 남자가 오늘 이곳에 찾아온 이유 중 하나. 딸래미에게 주려던 생일선물.
그 남자는 여전히 공산당보다 미움을 받는 아버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