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 Ep3. 애국자들 (8)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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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소위 시절로 돌아가버린 이은서가 물었다.
“이거 지금 제가 술 취해서 그런거죠? 내가 너무 많이 마셨나봐. 막 헛것이 보여”
아무도 없는 어둠 속의 현충원을 방방 뛰어다니며 은서가 사정없이 자기 볼을 두들겨 댔다.
“아니 씨발 왜 이 사람이 나오는데!”
“뭐? 씨발? 이 사람? 너 술 마셨냐?”
“아니, 마시긴 했는데··· 왜 헛것이 보여도 이분이냐고···.”
울먹이는 은서를 붙잡으며 김훈 대위가 말했다.
“헛것 아니거든?”
“나 귀신들렸나봐···.”
“얘가 이젠 사람을 귀신 취급하네. 너 보겠다고 탈영해서 여기 죽치고 앉아있었는데.”
은서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탈영했어요?”
“그래! 니 걱정되서 탈영했다!”
“아니 왜 탈영했어요! 미쳤어요?”
“넌 그럼 안 미쳤냐? 한 나라의 공주씩이나 된 애가 여기서 지금 뭐하는 짓인데?”
“아니 그야··· 난 사정이 있었고···.”
“난 니가 걱정되서 온거거든?!”
은서가 울먹이던걸 멈추고 나지막이 물었다.
“제가... 걱정되서요?”
“그래, 신문기사 읽어보니 니 소식으로 도배가 되어있더라. 미친새끼들. 부하를 모두 잃었는데 지금 공치사 따위가 중요해?”
“그, 그렇긴 한데··· 근데 왜 아직 대위에요? 월남에선 분명 소령으로 진급해서 돌아가셨을건데···.”
김훈 대위가 은서 어깨에 손을 떼며 말했다.
“몇 번을 말해? 니가 걱정되서 왔다고. 이 모습이어야 월남시절의 날 떠올릴거 아냐?”
“......”
“신문기사 읽자마자 평양에서부터 여기까지 차타고 튀어왔어. 걱정되서 온거야.”
“......”
은서는 들고 있던 술병을 떨어뜨리곤 죄책감 섞인 표정으로 물었다.
“팀장님이 아끼던 부하 11명을 잃었어요.”
“알아.”
“화나지 않아요?”
“나지. 잔뜩. 네가 공수지구대 3팀의 팀장이 되기 훨씬 전부터 알고 지내던 부하들이었으니까.”
“근데 왜 탈영까지 했어요? 나 죽이러?”
“넌 같은 말 몇번 반복하게 할래?”
“말이 안되잖아··· 자기가 아끼던 부하 11명을 죽인 후임인데 걱정되서 탈영까지 했다고? 평양에서부터 서울까지?”
은서가 넋나간 표정으로 말했다.
“말이 돼 이게?”
“......”
“월남에서부터 알고 계셨죠? 제가 대한제국 공주인거.”
“그래, 알고 있었어. 알면서 모른척해줬지. 니가 그걸 원할 거 같아서.”
“근데 그게 끝이 아니에요. 왜냐면 나··· 황제가 될거거든요. 황태녀가 되고 후계자 수업을 받아서 군부의 추대를 받아 이 나라 지존이 된대.”
은서가 눈물섞인 미소로 자신의 선임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한제국 황제가 된대잖아···.”
“은서야···.”
“평양에서 복무한다 하셨죠? 그럼 경친왕 전하 부하겠네. 나요. 대한제국 황태녀가 되면 경친왕 전하랑 경쟁해야돼요.”
“그렇겠지.”
“아버지는 경친왕 전하를 죽이겠죠. 과거 태종대왕이 아들을 위해 형제를 도륙하고 신하들 숙청한 것처럼. 나 한명을 위해 무수한 목숨을 빼앗을거에요.”
“그래.”
“근데 내가 그렇게 가치가 있나? 내 휘하에 부하 11명도 못지키고 허망하게 잃은 지휘관인데?
작전 중에 전사한 것도 아냐. 나 혼자 죽겠다고 뛰쳐나간걸 구하겠다고 따라와선 그러다 죽은건데··· 이딴 녀석 황제로 앉히겠다고 죄없는 목숨을 또 뺏는대잖아.”
은서가 울음을 터트리며 호소하듯 외쳤다.
“근데 내가 어떻게 덕수궁에 남아서 공주 노릇을 해!”
그렇게 외친 은서는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음을 터트렸다. 서러워서, 죄책감이 들어서, 무서워서. 가지각색의 감정이 술과 약기운에 섞여 눈물로 터져나왔다.
“부하들 잃은 것만으로도 죄책감이 들어 미칠 거 같은데···.”
서글프게 울어대는 은서에게 김훈 대위(원래는 소령)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야, 띨띨이. 너만 부하 잃었냐?”
“......”
“고개 안들어?”
“팀장님?”
“이은서!!!!!!!!!!!!”
“소, 소위··· 이은서?”
은서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월남에 처음 왔을 때 인정사정없이 혼나던 띨띨이 소위 시절처럼. 반쯤 넋이 나가고 반쯤은 힘들어 죽겠는 신입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니만 부하 잃었냐고. 니가 잃은 부하들 원래는 내 부하들 아냐?”
“마, 맞습니다···.”
“너만 슬퍼? 너만 괴로워? 왜 혼자 불쌍한척이야?”
“그래도···.”
“우리만 부하 잃었디? 여기 묘비들 안보여? 이 묘역에 묻혀 있는 파월 장병들 몇 명이나 될 거 같냐?”
“한 명··· 두 명··· 세 명···.”
“이런 미친··· 그걸 또 일일이 세고있냐?”
“죄, 죄송합니다···.”
“여기 있는 이 사람들 다 채명진 장군님 부하 아니야? 그분은 월남에 계시는 7년동안 몇 명이나 잃으셨을 거 같은데?”
“......”
“지휘관의 견장이 왜 무거운 줄 알아? 자기의 명령 하나에 수 많은 부하들의 생사가 결정되기 때문이야.
분대장은 15명, 소대장은 50명, 중대장 250명, 대대장 1천명, 연대장 3천명, 여단장 5천명, 사단장 1만 5천명, 군단장 8만명! 대한제국 황제! 83만 5천 171명!!!”
“83만···.”
“그게 지휘관의 어깨에 얹어진 목숨의 무게야. 특전사는 편제가 다르니까 11명이었지. 근데 11명 밖에 안된다고해서 가벼웠냐?”
은서는 주먹을 쥔 채 부르르 떨며 김훈 대위에게 따져 물었다.
“무거워요. 미친듯이 무거워요. 그러니까 죄책감을 갖고 슬퍼할 수 있는거잖아요.”
“슬프겠지. 근데 슬프단 이유로 니 삶까지 포기할래?”
“슬퍼할래요. 포기하고 싶어요. 어깨에 달린 목숨의 무게를 감당할 자신이 없으니까. 군인이고 황태녀고 다 포기해버리고 그냥 평범한 민간인으로 살면 안될까요?”
“그렇게 살라고 부하들이 목숨바쳐 구한걸까?”
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박철민 상사가 분명히 그랬으니까. 공주로서 행복하게 살라고.
<부하들과 함께 하나의 팀으로 싸우는 유능한 팀장이 되십쇼. 3년 전의 일은 죄송했습니다.>
<부디 살아서... 공주로 행복하게···.>
술과 약으로도 지워지지 않는 선명한 기억이 족쇄가 되어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박철민 상사라는 족쇄. 그것은 지휘관으로서 자신이 짊어진 목숨의 무게였다.
“다들 힘들어. 나도 그렇고 채명진 장군님도 그렇고. 하다 못해 널 끝까지 인정하지 않은 특전사령관 박승진 소령님도 슬퍼서 매일 같이 눈물을 흘리셨지. 그래도 지휘관이잖아.”
“그렇게 다들 힘들고 슬프면 왜 지휘관을 하는거죠?”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김훈 대위는 은서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죄책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거야. 근데 그걸로 끝나면 안돼. 피해를 줄이고자 최선을 다하고 그럼에도 결국 누군가를 잃었다면,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해. 그게 지휘관이야.”
“저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요.”
“실수할 수도 있겠지. 근데 너라고 좋아서 부하들 사지로 몰았냐? 아니잖아.”
은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반성해. 반성하고 다신 그러지 않게 노력을 하면 돼. 그러면서 다들 성숙한 지휘관이 되는거야.”
김훈 대위는 은서의 울먹이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사과할 수 있지?”
“네···.”
“포기하지마. 얘네들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죽기살기로 노력해야지.”
은서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팀장님은 몇명의 부하를 잃으셨어요?”
“니가 오기 전에 5명. 네 뒤에 묻혀 있는 애들이야. 공수지구대 3팀의 선배들이지.”
“이분들이 모두···.”
“그래, 모두 우리 팀이었어. 대한제국의 자랑스러운 특전사. 용맹히 싸웠던 내 전우들이지.”
"다들···."
은서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무릎꿇고. 눈물지으며. 하지만 똑바른 정신을 담아 부하들 앞에서 고개숙여 외쳤다.
“미안해···.”
은서는 그렇게 한참을 울며 부하들의 이름을 하나씩 하나씩 자기 입에 담아 흐느꼈다.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다신 그러지 않겠다고.
그런 은서를 가장 먼저 찾아온 건 이승필 중위의 선임이기도 했던 은서의 수행원. 대한제국 친위대 김진혁 대위였다.
***
1973년 3월 7일.
결전의 날.
중앙청 로비를 또박또박 걸어가는 대한제국 공주 이은서는 육군 장교의 제복을 입고 있었다. 어깨엔 소령 계급장이 달려 있었고 가슴엔 하얀 리본의 자응장, 푸른 리본의 태극장, 황금 리본의 대훈위 금척대수장이 달려 있었다.
“정말 괜찮으십니까?”
진혁이 걱정되는 말투로 조심스레 물었다.
“안 괜찮아.”
“그럼 역시 쉬시는게···.”
“영원히 안 괜찮을거야. 죽어버린 11명의 전우는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거든.”
“......”
“그러니 가야지. 걔네들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보려고.”
“공주님···.”
“그쵸? 훈이 오빠?”
은서가 짓궂은 표정으로 뒤따라오던 김훈 소령에게 말했다.
“왜 이래? 징그럽게. 약먹었냐?”
“약은 먹긴 했는데. 히히.”
김훈 소령을 노려보며 진혁이 물었다.
“근데 이분은 왜 따라오시는겁니까? 탈영하셨다며요. 영창가야 맞지 않습니까?”
은서가 말했다.
“친위대로 오신대.”
“예?”
“덕수궁 945 경비대.”
"황궁 경비대?!"
진혁이 입을 쩍 하니 벌리며 김훈 소령을 노려보았다. 그런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훈이가 말했다.
“이은서. 어제처럼 도망갔다간 나한테 죽는다. 이제.”
“아 예~”
상하원합동연설은 중앙청 내에 위치한 하원회의장에서 열렸다. 국민의 손으로 선출된 하원의원 300명과 1945년 광복과 동시에 작위를 받은 독립운동 가문(상원의원) 100명이 한꺼번에 모여 황제의 연설을 듣는 자리였다.
회의장의 문 너머에선 은서의 아버지인 대한제국 황제 이연의 연설 소리가 나지막이 들렸다. 문 너머에 들리는 소리이니 정확히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긴 힘들었고 사실 별 관심도 없었다.
황제의 연설이 끝나자 회의장 문에서 기다리고 있던 비서진이 말한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눈을 감고 연설문을 달달 외던 은서를 향해 김훈 소령이 말했다.
“야! 띨띨이! 가서 멋지게 한방 먹이고 와라!”
응원 같지도 않은 응원에 은서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놈의 띨띨이. 그만 좀 하라니까. 진짜···.”
“다녀오십쇼. 공주님!”
진혁도 한마디 거든다. 둘의 응원에 은서는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이기고 돌아올게!”
“그래!”
“예!”
그렇게 각오를 다지며 은서는 하원 회의장으로 성큼 성큼 걸어들어갔다. 그러자 400명에 달하는 상하원 국회의원들이 은서의 입장을 바라보며 열화와 같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여기저기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를 온몸으로 느끼며 은서는 단상위에 서서 의원들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연설은 라디오로 전국에 생중계가 되고 있을거고 평양의 경친왕 전하도 듣고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자리는 어떠한 보도관제도 조작도 통하지 않는 완전무결한 민의의 장이었다.
그렇기에 은서는 결연히 서서 전투에 임한다는 각오로 연설을 시작했다. 아버지의 기대를 배신하기 위해서. 경친왕 전하에게 자신의 각오를 알리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11명의 부하들에게 사죄하기 위해서. 은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민족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여러분, 민의를 대표하는 하원 의원 여러분. 대한제국 철혈공주 이은서입니다.”
은서는 깍듯이 45도 숙여 공주로서의 인사를 올렸다. 열화와 같은 박수 소리가 한참 울리다 천천히 멎기 시작하면 은서의 연설이 시작된다. 첫 주제는 자신의 봉작명인 철혈(鐵血)에 관해서였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제 봉작명은 철혈입니다. 철과 피를 가슴에 품은 강직한 여인이 되어 조국과 민족을 수호하라는 황제 폐하의 뜻이 담긴 작위입니다.”
은서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 순간부턴 저를 철혈공주라 부르지 말 것을 부탁드립니다.”
은서는 의원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폈다. 기대하는 표정과 우려하는 표정이 섞여있으니 우려하는 표정은 민주주의자들인 신민당 의원들이었을테다.
“철혈이라는 호칭은 독일제국의 정치가였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에서 따오신 것으로, 서양사에 심취해있던 폐하께서 지으셨지요. 이는 대한제국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은서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구 조선 왕실의 법도에 따르면 세자에겐 봉작명이 붙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제가 황태녀가 된다면 철혈공주라는 작위는 자동으로 폐기될겁니다.”
은서의 연설을 듣던 아버지 표정에 실소가 번졌다.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나보다.
“예, 황태녀입니다. 제가 바로 대한제국의 차기 황제가 될 자. 황태녀가 되기 위해 전쟁터까지 다녀온 영웅의 딸 이은서입니다.”
은서는 185석에 달하는 아버지의 친위정당. 한국독립당 의원들을 바라본다. 그들 표정엔 ‘당연한 수순이다’라는 자신만만한 표정이 담겨 있었다.
“미약한 몸이오나, 이 나라 대한제국은 한 명의 영웅이 모든 권력을 틀어쥐고 좌지우지하는 독재국가. 그런 나라에서 저는 독재자의 딸로 태어났으니 황태녀가 되는 것도 어렵지 않을겁니다.”
예상치 못한 발언에 한국독립당 의원들의 표정이 굳어진다. 은서는 싱긋 웃으며 옆자리의 신민당 의원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다음 선거를 걱정하며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 다른 정치를 하겠습니다. 아버지의 대한제국과 저의 대한제국은 분명히 다를겁니다. 한 명의 영웅이 모든걸 통치하는 나라가 아니라, 수 많은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어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나라. 입헌군주제 대한제국의 황제가 되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발언에 신민당 의원의 표정이 밝아진다. 놀라고, 반갑고, 기쁜. 예상치 못한 아군의 등장에 신민당 총재 김영현과 부총재 김대정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은서는 상원 의원을 겸하고 있는 제국 귀족 100명을 향해 말했다. 모두들 독립운동에 목숨바쳐 싸운 영웅이거나 영웅의 유가족들이었다.
“월남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습니다. 그곳에서 빛나는 공적을 세워 훈장을 받았지만 소중한 부하 11명을 잃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팀이 아니라 욕했었고, 용병이라 욕했으며, 저 혼자서 무수한 공적을 세울수 있다 자만했습니다.
그러다 11명 모두를 잃었고 슬픔에 잠겨 오랜 시간을 어둠 속에서 보냈습니다. 그것은 혼자서 모든걸 할 수 있다 자만한 오만의 대가였습니다.”
은서는 눈물을 집어삼키며 씩씩하게 말했다.
“저를 위해 싸우다 쓰러진 박철민 원사가 말했습니다. 삼국지에서 중국땅을 통일한 건 촉나라가 아니었다고. 천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명재상 제갈공명이 나라를 틀어쥐고 수차례 북벌을 감행해도 위나라를 이길 수 없었죠. 그에겐 인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은서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표정은 복잡했고 속을 알 수 없었다. 옆자리에 서있는 이화는 은서를 노려보며 가소롭다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은서는 그들을 향해 선언했다.
“저는 제갈공명이 되지 않을겁니다. 대한제국을 촉나라처럼 한 명의 영웅에 의존해 모든걸 걸어야 하는 난제에 빠뜨리지 않겠습니다.
한 명의 영웅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저의 나라는 보통의 인재들이 무궁무진하게 팀을 이루는 나라. 공동의 목표 아래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가 될 것입니다.
대한제국 헌법 제1조. 대한제국은 입헌군주제다.
대한제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황실은 민족 통합의 상징으로 헌법을 준수할 의무를 가진다.
대한제국의 황실은 국민을 대표하는 민족 통합의 상징으로 존재해야 하기에 이 나라는 엄연히 민주주의 국가라 확신합니다.
제가 통치할 대한제국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나라가 될거라고 제 11명의 전우를 걸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저는 대한제국의 공주. 황태녀가 될 자. 어둠속에서 횃불을 들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독재자의 딸 이은서입니다.
감사합니다.”
은서의 연설이 끝나자 가장 먼저 박수를 친건 의외의 사람들이었다.
독립운동의 공으로 작위를 받은 100명의 가문들. 상원의원인 그들이 장성한 영웅의 딸을 바라보며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자 뜻밖의 우군을 얻은 신민당 의원들이 따라 일어나 힘차게 박수를 쳤다.
100명에 달하는 영웅의 가문과 95명에 달하는 민주주의자들이 일어나 박수를 치니 나머지 의원들도 얼떨결에 따라 일어나 박수를 쳐야만 했다. 400명에 달하는 상하원 국회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들으며 황제는 인상을 구겼다.
‘뭐하는 짓이냐?’
아버지의 물음이 싸늘한 눈초리에 담겨 날아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은서는 속으로 이렇게 답했다.
‘지켜봐 아버지. 이제부터 당신 딸이 지상 최강의 불효녀가 될테니까.’
단상에서 내려오는 은서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은서의 전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Ep.4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