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 외전-26화 (256/257)

외전 2부 9화. [여신이 되었다] (9)

민지후 테마곡의 제목은 [왜 그땐 몰랐을까?]로 자신도 몰랐던 오민하에 대한 사랑을 깨달아가는 감정을 노래한 곡이었다.

미디엄 템포의 부드러운 발라드곡으로 드라마에선 민지후와 오민하가 등장하는 극 중반부터 자주 등장하는 곡이었다.

조민하는 마이크를 잡고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티비를 볼 때마다 나였으면 하고 바랐던 곡이잖아.’

은우의 팬으로서 한 번이라도 은우가 자신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 번이라도 은우가 자신을 돌아봐 주었으면 하고 꿈꾸었던 조민하였다.

하지만 톱스타인 은우와의 사랑은 현실에선 이뤄질 수 없는 신기루였다.

‘그래서 [여신이 되었다] 드라마를 볼 때마다 더 집중했던 것 같아.’

오민하를 향해 하는 말이 자신에게 하는 말인 것만 같아, 조민하는 설레고 행복했다.

‘자, 이제 내 무대야.’

수십 번도 넘게 드라마를 보며 따라 불렀던 그 노래의 전주가 시작되고 있었다.

조민하는 눈을 감고 노래를 시작했다.

[처음엔 편한 친구였지.

하지만 이젠 어지러워. 우리 사이.

헷갈려. 우리 사이.

난 다가서려 하는데 넌 자꾸 멀어지려 해.

그때마다 불안한 내 맘 알까.

사랑도 아닌 우정도 아닌 우리 사이.

예뻐지지 마.

멀어지지 마.

넌 어딜 가도 눈에 띄니까.

넌 어딜 가도 향기로우니까.

네가 거리를 나서면 너를 좇는 남자들의 시선.

불안한 내 맘 두근두근.

하지만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닌걸.

넌 나를 보며 웃지.

웃는 너는 사랑스러워.

불안한 맘 감추며 따라 웃는 나를 너는 알까.]

조민하는 눈을 감고 드라마 속 장면을 떠올렸다.

‘은우가 내게 말하는 것처럼 말이야. 내가 오민하가 된 것처럼 말이야. 나를 향해 질투하는 은우라니 너무 귀엽잖아.’

노래하는 조민하가 어느 순간 미소 짓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고 심사평이 이어졌다.

첫 번째 시영의 심사평.

“목소리가 너무 예쁘시네요. 은우 씨도 미성이긴 하지만, 여성분의 목소리로 들으니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근데 민하 씨 노래 어디서 배웠어요?”

카메라가 조민하의 얼굴을 잡았다.

“아니요. 어렸을 때부터 성가대도 하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어요.”

“성가대가 보컬학원보다 나은 거 같은데요. 노래를 너무 잘해요. 일단 발성이랑 호흡이 너무 좋고요. 성량이 진짜 풍부하네요. 그리고 음역대가 상당히 높은데도 거부감이 없게 들렸어요. 되게 편안하게. 말하는 듯이. 그 오디션 프로에 많이 나오는 말하는 듯이 부르는 거요. 제가 오늘 그걸 느꼈네요. 자, 이 곡 불러주신 이은우 씨는 어떻게 느끼셨나요?”

카메라가 은우에게로 넘어갔다.

“일단 제 곡을 이렇게 근사하게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너무 좋았고 너무 행복했고 너무 감사했어요. 눈을 감고 노래 부르는 모습이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혹시 눈을 감으신 이유가 있나요?”

카메라는 다시 조민하를 잡았다.

“상상하기 위해서요.”

“어떤 상상이죠?”

순간 떨리는 민하의 눈빛.

‘이걸 사실대로 말했다간 웃음거리가 될 것 같고 거짓말을 하자니 은우에게 부끄러울 거 같고 어떻게 해야 하지?’

옆에 있던 도진이 장난스레 농담을 던졌다.

“혹시 민지후랑 키스하는 상상 아닌가요?”

순간, 조민하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예뻐지는 상상이요.”

시영이 도진을 막았다.

“도진 씨, 짓궂은 질문은 안 돼요. 여긴 촬영장이 아니라고요.”

시영의 제지에 도진이 바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은우는 다시 심사평을 이어갔다.

“그렇게 눈을 감고 가사를 음미하듯이 부르는 게 저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행복한 듯 미소를 짓기도 했는데 그게 가사랑 반대되는 느낌이어서 되게 묘했고요. 분명 가사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할 수 없는 그런 고통 같은 것을 말하고 있는데 노래 부르는 사람은 행복한 것 같은 미소를 짓고 있으니 가사에 대해 더 생각해 보게 되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불안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니 충분히 행복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은 처음 해 봤네요. 저완 다른 곡 해석 정말 멋졌습니다.”

은우의 칭찬을 받은 조민하가 밝게 웃었다.

마지막으로 심사평을 말하는 도진.

“우리 드라마에서 보면 이게 민지후의 테마곡인데요. 민지후 캐릭터 자체가 되게 밀크남이어서 친절하고 부드럽고 모든 여자들에게 잘해주는 그런 남자죠. 사실 저는 민지후 같은 남자가 진짜 나쁜 남자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여자에게 잘해주는 남자가 어딨어? 그거야말로 바람둥이 아니에요. 암튼 그 나쁜 남자에 대한 느낌을 이은우 씨보다 더 잘 표현한 것 같아서 좋았어요. 약간 슬픔을 느끼면서도 행복해하는 그런 곡 해석이 참 잘 어울렸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목소리가 시영 씨가 말한 대로 정말 국보급 보이스입니다.

조민하 씨, 가수 데뷔하시면 어떨까요? 다음엔 오디션 프로에서 뵈면 좋을 것 같은데. 프로듀시 202 같은 거 어때요?”

시영이 도진을 막았다.

“도진 씨, 그만 하세요. 여기 촬영장 아니라니까. 드립 그만.”

사회자가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심사평이 모두 호평 일색이네요. 과연 점수는 어떨지. 조민하 양의 점수는?”

두구두구두구 긴장되는 음악과 함께 전광판에 떠오르는 민하의 점수.

사회자가 흥분된 소리로 외쳤다.

“참가번호 1번 조민하, 30점 만점에 27점, 현재까지 최고 점수.

상당히 높은 점수입니다. 뒤의 참가자 부담되겠어요? 조민하 양의 점수를 깰 수 있을 것인가? 과연.”

민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잘하면 우승할 수도 있겠는데. 은정아, 수연아, 그리고 소율아. 내가 해낼지도 몰라.’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신이 되었습니다. 오민하 닮은꼴 찾기 콘테스트.] 그 영예의 1위는 조민하 양. 축하합니다.”

민하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악악.”

두 발을 동동 구르며 정신없이 무대로 올라가는 민하.

사회자가 마이크를 건네기도 전에 정신없이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은정아, 수연아 고마워. 정말 고마워.”

갑자기 눈가에서 터지는 울음.

사회자가 마이크를 주면서 말했다.

“진정하세요. 민하 양. 마이크는 대고 말해야죠. 하나도 안 들려요.”

순간 민하는 살짝 웃음이 터졌다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악악, 저 일등 했어요. 일등. 일등.”

마이크를 타고 흐르는 돌고래 같은 비명 소리.

“자, 민하 양. 목소리 좀 낮출게요. 귀 아파요. 진짜 하이톤이네.”

“너무 신나서 죄송해요.”

“수상 소감 계속해 주세요.”

“사실 제 학교생활은 행복보단 불행에 가까웠어요. 뚱뚱하다고 놀리는 애들, 그걸 방관하는 선생님. 공부에도 관심이 없었고 학교 가기가 싫었죠. 그런 저에게 은정이와 수연이라는 친구가 나타났어요. 우린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쉽게 친해졌고 똘똘 뭉칠 수 있었어요. 은정이와 수연이를 만나고 나서 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조금씩 배우게 된 것 같아요.

그 두 친구가 저에게 이 콘테스트에 나가보라고 했어요. 은정이와 수연이가 아니었다면 전 이 콘테스트에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은정아, 수연아. 고마워.”

“참 좋은 친구들이네요. 이상으로 [여신이 되었다 오민하 닮은꼴 찾기 콘테스르트]를”

사회자의 클로징 멘트를 막아서는 조민하.

“잠시만요. 잠시만요. 할 말이 생각났어요.”

사회자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어쩔 수 없이 마이크를 다시 넘겼다.

“[여신이 되었다] 제작해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정말 제 인생 드라마였어요. 웹툰으로도 좋긴 했지만, 드라마는 또 달랐어요. 저는 오민하랑 이름 말고도 공통점이 많거든요. 제 외모만 봐도 아시겠지만요. 늘 용기가 없어서 참고 견디기만 했던 저에게 인생은 마치 꽝만 들어있는 뽑기 같았거든요. 그런 제가 [여신이 되었다]를 보면서 처음으로 꽝이 아니라 당첨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여신이 되었다]를 보면서 용기를 가졌을 거예요. 정말 우리나라에 이런 좋은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져야 해요.

드라마가 별건가요? 힘든 현실을 잊게 해 주고 이겨나갈 용기를 주는 게 드라마잖아요. 가끔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견디기 힘들 때 현실 속에만 있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으니까요.”

민하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

카메라 감독이 민하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감정이 북받친 듯 붉어진 민하의 코끝과 입술.

심사위원석에 앉아있던 은우가 무대 위로 올라와 민하를 위로했다.

“수고했어요. 민하 양. 오늘 정말 잘했어요. 눈부셨어요. 정말.”

민하가 은우를 봤다.

은우가 자신에게만 이렇게 말해주는 순간이 꿈처럼 느껴졌다.

‘오늘 나의 모든 꿈을 이루었어.’

사회자가 은우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은우 씨, 민하에게 축하 멘트 하시겠습니까?”

은우가 흔쾌히 마이크를 받아들었다.

“여기 있는 조민하 양은 저의 오랜 팬입니다. 제가 다섯 살 때부터 저에게 팬레터를 보냈죠. 처음엔 편지가 아니라 그림에 가까웠지만요. 우린 함께 자란 팬과 스타예요. 민하는 긴 시간 저에게 편지를 보냈고 전 민하를 본 적은 없었지만 민하의 모든 이야기를 읽고 있었죠.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네요. 그래서 오늘 저도 기쁩니다. 저의 오랜 팬이 상을 받아서요. 그리고 우린 1박 2일 동안 함께 여행을 하게 될 테니 더 많은 걸 알게 되겠죠.”

민하는 은우의 말에 너무 기뻐서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다.

‘전부 다 알고 있었어. 전부 다 기억하고 있었어. 은우가 날 잊지 않았다고.’

***

“신난다. 대체 이게 얼마 만에 떠나는 여행이야.”

방바닥에 캐리어를 펼쳐놓고 민하는 신이 나서 고민 중이었다.

캐톡 창을 열고 은정과 수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여신이 된 조민하] : 잠옷 가져갈 거야?

[금정은정] : 난 새로 샀다. 귀여운 걸로.

[수수수연] : 돈 많다. 난 용돈 떨어져서 있던 거 가져가. 애들아, 아쿠아슈즈 챙겨라. 외국 나가면 다 돈인 거 알지?

[여신이 된 조민하] : 악, 나 안 챙겼는데.

[금정은정] : 나도. 넌 왜 그 중요한 걸 출국 전날 말하는데?

[수수수연] : 알아서 챙겨야 하는 거 아냐? 내가 니들 엄마도 아니고 어떻게 그걸 따라다니면서 전부 알려줘?

[여신이 된 조민하] : 하아, 아큐아슈즈 없으면 발 아프겠지?

[금정은정] : 검색해 봤는데 그거 리조트 안에서도 판대. 근데 비싸대.

[여신이 된 조민하] : 별수 없지. 발 다칠지도 모르니까.

[금정은정] : 숙소비랑 비행깃값은 네가 페스티벌에 당선돼서 해결됐는데 나머지 여행비가 너무 많이 든다. 하아, 나 용돈 가불할까? 우리 다녀와서 알바해야 하는 거 아닐까?

[수수수연] : 나도 이미 통장이 텅장됐다. 그래도 언제 또 가겠어. 가불해서라도 할 건 하자. 오케이.

[금정은정] : 기다려. 얘들아. 나 엄마랑 담판 짓고 올게.

[여신이 된 조민하] : 얘들아, 나 할 말 있는데 사실.

[수수수연] : 금정은정 스탑. 가지 말고. 민하 말 듣고 가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금정은정] : 어서 해 봐. 대체 뭐야?

[여신이 된 조민하] : 알바 자리 안 구해도 된다고. 알바 자리 이미 있어.

[금정은정] : 대체 그걸 왜 지금 말해? 응? 우리 돈 없는 거 알면서

[여신이 된 조민하] : 그게 내가 지금 고민 중이긴 해서.

[수수수연] :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숨넘어가겠다.

[여신이 된 조민하] : 볼터치 토끼가 영상 더 찍자고 했어. 별스타 광고도 몇 개 들어왔고. 그거 다 찍으면 돈 생길 거 같긴 한데.

[금정은정] : 그렇게 중요한 얘길 왜 안 했어? 응?

[수수수연] : 배배배배배, 배신자야? 너.

[여신이 된 조민하] : 음, 니들이 나에게 잘 보이면 생각해 볼게.

[금정은정] : 어떤 거? 너 설마 치사하게 우리 셔틀 시키려는 거냐?

[여신이 된 조민하] : 그건 아니고. 우리 찰스(강아지) 산책시키는 건 어때?

[수수수연] : 찰스, 우리 복댕이. 찰스는 언제든 환영이지. 찰스 간식도 만들어주고

[금정은정] : 찰스도 너투브에 데뷔시키는 건 어때? 귀여우니까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여신이 된 조민하] : 찰스가 좀 귀엽긴 하지.

[수수수연] : 잘만 키우면 알바보다 쏠쏠할지도 몰라.

[금정은정] : 근데 얘들아, 벌써 새벽 네 시야. 지금 안 자면 내일 공항에 지각하지 않을까?

[수수수연] : 벌써? 진짜네. 어서 자야겠다.

[여신이 된 조민하] : 내일 공항에서 만나.

아침이 되자 세 사람은 공항에서 만났다.

“하아, 졸려.”

은정은 잠이 덜 깬 표정이었다.

수연이 은정에게 캔커피를 건네면서 말했다.

“잠이 오니? 잠이 와? 오늘 우리 여행 간단 말이야. 그것도 은우랑.”

조민하가 수연의 입을 틀어막았다.

“누가 들으면 어떻게 해? 조용히 해.”

공항은 늘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니 조심해야 한다고 민하는 생각했다.

수연이 은정에게서 받은 캔커피를 따면서 말했다.

“그래, 잠 깰게.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니까. 처음 가보는 사이판에. [여신이 되었다] 포상 휴가에 끼게 되다니. 꺅.”

은정도 수연의 말에 동의했다.

“그래, 그래. 나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우리 삼총사가 함께라는 것도.”

민하가 은정과 수연에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말했다.

“우리가 다 쓸어버리자고.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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