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 외전-22화 (252/257)

외전 2부 5화. [여신이 되었다] (5)

조민하는 단짝 친구 은정, 수연과 함께 볼터치 토끼를 만나러 왔다.

“안녕하세요. 볼터치 토끼님.”

“반가워요. 민하 씨. 정말 이름이 똑같네요. [여신이 되었다] 여주랑. 호호호호.”

처음 만난 볼터치 토끼는 은색으로 탈색한 머리에 완벽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다.

‘너무 세련돼 보이잖아.’

밝고 쾌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 볼터치 토끼는 외모도 예쁘지만,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조민하는 볼터치 토끼를 보면서 더욱 주눅이 들었다.

은정이 볼터치 토끼에게 아는 체를 했다.

“잘 지냈어요? 볼터치 토끼님.”

“아휴, 토끼님이 뭐야? 토끼님이? 멀쩡한 이름 놔두고. 소율이라고 불러요. 소율이.”

수연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소율. 이름 이쁘네요. 훨씬 좋다. 볼터치 토끼보다. 근데 볼터치 토끼란 닉네임은 어떻게 탄생한 거예요?”

“제가 앞니가 조금 크잖아요. 학교 다닐 때부터 별명이 토끼였어요. 볼터치를 좋아하기도 했고. 그래서 라미네이트를 하고 싶기도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트레이드마크가 돼서 그걸로 사람들이 절 기억해줘서 좋아요.”

저렇게 예쁜 여자에게도 콤플렉스가 있었다니?

조민하는 볼터치 토끼의 의외의 모습에 놀랐다.

“민하 씨, 제 예전 사진 보여줄까요?”

예전 사진이라니? 볼터치 토끼에게도 과거가 있다고?

볼터치 토끼가 노트북을 열더니 사진 파일을 열었다.

“저, 초등학교 때까지 비만이었거든요. 친구들에게 놀림 받고 학교도 가기 싫고 그랬었죠. 그러다가 같은 반에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어서 고백을 했는데 보기 좋게 차였어요. 사실 차인 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그 남자애가 저를 일부러 꼬셨다가 찬 건데. 꼬신 이유가 다른 친구들과 내기를 했더라구요. 글쎄. 우리 반에서 가장 뚱뚱하고 못생긴 애가 저라서 저를 두고 내기를 한 거였어요. 충격이 너무 컸어요.”

민하는 자신의 일인 양 격분했다.

“그런 놈들은 이 지구상에서 쓸어버려야죠.”

은정과 수연도 맞장구쳤다.

“신상 공개해서 마녀사냥 해야 해요.”

“지도 똑같이 당해야 정신을 차리지.”

소율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처음엔 되게 많이 화가 났는데 지나고 나니 너무 초라하더라구요. 내 자신이. 그래서 그 뒤로 다이어트를 시작했어요.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면서 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죠. 진짜 웃긴 게 몸이 변하니까 인생이 변하더라구요. 얼굴은 똑같았는데. 처음엔 성형을 하고 싶단 생각도 했었다가.”

조민하는 소율의 이야기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 같아서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쳐? 성형하셨나요? 저도 성형할까요?”

“아뇨. 민하 씨. 전 성형하지 않았어요. 성형할까 했는데 하필 그때 성형 부작용을 겪고 있는 분에 대한 다큐를 티비에서 봤거든요. 프로펠러 성형녀라고 원래 굉장히 예쁘셨던 분인데 오히려 성형을 해서 얼굴을 망친 케이스.”

수연도 그 방송이 기억난다는 듯 맞장구를 쳤다.

“그분 저도 봤어요. 너무 안타깝더라구요.”

“네, 결국 그래서 재미없는 말일 수 있지만 아름다움은 얼굴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고 나서 단점을 커버하는 메이크업을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잘돼서 유명한 너투버가 되었죠.”

민하가 탄성을 질렀다.

“우와 멋지네요. 전 소율 씨가 처음부터 예뻤을 거라고만 생각했어요.”

“태어나면서부터 예쁜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민하 씨 전 모든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매력을 모르는 거죠. 결국은 그 매력을 개발할 기회만 오면 누구든 다 아름다워질 수 있어요. 그거 아세요? 모델들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기 위해 삼 년이란 시간이 걸린대요. 정말 다양한 옷을 입고 시도하기 때문이죠. 근데 일반 사람들은 평생이 걸려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지 못하기도 한대요. 유행하는 옷만 입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뭔지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죠. 과감하게 시도해 봐야 알 수 있거든요. 망할 때 망하더라도.”

소율의 말에 자신을 얻은 조민하가 물었다.

“저도 찾을 수 있을까요? 제 스타일.”

“그럼요. 같이 찾아봐요. 일단 퍼스널 컬러부터 봅시다.”

“퍼스널 컬러요?”

“자기 피부색을 보완할 수 있는 컬러를 찾는 거예요. 피부색의 단점을 화장과 의상으로 커버하는 거죠. 퍼스널 컬러만 알아도 분위기가 확 달라져요.”

수연이 알고 있다는 듯 말을 보탰다.

“요새 퍼스널 컬러가 유행이잖아요. 저도 인터넷에서 심심풀이로 해 보긴 했는데 맞는진 모르겠어요. 따로 받아보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너무 비싸더라구요. 오만 원, 십만 원 이러던데.”

은정이 민하를 보면서 부러워했다.

“조민하, 돈 굳었네. 부럽다. 나도 궁금한데.”

소율이 웃으면서 말했다.

“일단 민하부터 하고 나서 은정이랑 수연이도 해 봐요. 내가 언니니까 말 놔도 되죠?”

“네. 그럼요.”

소율이 8계절 천을 꺼냈다.

8계절 천은 퍼스널 컬러 진단을 할 때 많이 쓰이는 천으로 흰색, 노란색, 파란색, 자주색, 보라색 등등 원색 천을 얼굴에 대 보면서 자기 피부색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찾는 것이었다.

“겨울 쿨톤이시네요. 아마 버건디(와인빛)와 자주색이 잘 어울리실 거예요. 일단 메이크업부터 시작해 봐요.”

민하가 화장대 앞에 앉자 소율이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참, 그런데 지금 화장하는 이 영상은 제 너투브에 올라갈 텐데 괜찮아요? 저도 컨텐츠가 있어야 먹고사는 사람이다 보니.”

민하는 조금 망설여졌지만, 용기를 내 보기로 했다.

‘나도 소율처럼 단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으니까.’

혼자 있었다면 절대 할 수 없었던 일이었겠지만 옆에는 든든한 친구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고마워요. 그럼 시작할게요.”

소율이 카메라의 녹화 버튼을 누르고 촬영을 시작했다.

“피부는 너무 깨끗해서 베이스를 많이 안 깔아도 될 것 같아요. 부럽다. 전 잡티가 많아서 베이스하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리거든요. 톤 보정도 오래 해야 하고. 근데 톤도 너무 좋고. 기본적으로 동양 사람들은 흰 피부를 선호해서요. 너무 부럽다.”

내 피부가 깨끗했었나?

민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칭찬이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게다가 부럽다니? 소율이 나를 부러워한다고?

“눈이 정말 예쁘시네요. 눈화장으로 매력을 살려봐요.”

소율은 갖가지 화장도구로 민하의 얼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민하는 빠르게 변하는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놀라고 있었다.

‘이게 나야?’

생전 처음 보는 자신의 모습에 민하 자신도 놀라고 있었다.

‘성형보단 화장일 수도 있겠는데?’

눈화장을 끝낸 소율이 쉐딩을 가져와서 민하의 턱과 코 옆을 매만졌다.

“전체적으로 둥글둥글 귀여운 인상이시니까 쉐딩을 해서 날씬한 느낌을 살려볼게요. 근데 이목구비가 너무 예뻐서 다이어트만 해도 성형 느낌 나겠는데요.”

다이어트.

조민하의 평생의 숙원 다이어트.

하지만 늘 실패했던 다이어트.

‘다시 시작해 볼까?’

조민하의 마음속에 작은 불씨가 일었다.

***

‘[여신이 되었다]의 여주를 찾는 컨테스트라고?’

은우는 길동이 준 스케줄 안에 있는 일정을 보고 놀랐다.

‘드라마의 팬들을 위한 재밌는 이벤트네. 드라마 팬들도 만나고 재밌겠어.’

길동이 운전을 하면서 말했다.

“우리 와이프 말로는 요새 아파트 단지에서 [여신이 되었다] 얘기밖에 안 한대. 각종 여초 커뮤니티도 마찬가지라더라. 고민하면서 한 결정인데 잘돼서 너무 좋다.”

“대본이 너무 좋았어요. 다른 배우들이랑 케미도 잘 맞고.”

“네가 제일 잘했어. 은우야.”

길동은 다른 사람은 잘 칭찬하면서도 자신을 잘 칭찬하지 않는 은우의 자신에 대한 엄격함이 안쓰러웠다.

‘은우야, 자신을 좀 인정해 봐.’

말은 하진 않았지만, 은우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길동은 알고 있었다.

“어젠 좀 잤어?”

“아니요.”

“그렇게 잠을 못 자서 어떻게 해? 다음 스케줄까지 눈 좀 붙여봐.”

“괜찮아요. 억지로 자면 더 잠이 안 오거든요.”

“노래 틀어줄까?”

“네, 웃기는 거 있으면요.”

“아무거나 틀게.”

다음 스케줄은 예능 대세 유태우와 함께 하는 [하고픈 대로 질러요]였다.

은우가 도착하자 코너의 많은 스태프들이 인사를 했다.

“잘 부탁해요. 이은우 씨.”

국민 MC 유태우가 은우에게 인사를 했다.

“이은우 씨 팬입니다. 함께 출연하게 돼서 영광이에요. 제가 이은우 씨 진짜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거든요.”

보조 MC 조태호는 오랜 무명 생활을 견디고 근래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개그맨이었다.

“조태호 씨 지난번 제 결혼식엔 왜 안 오셨어요?”

“네에, 은우 씨 결혼했어요? 왜 저만 몰랐죠?”

조태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진짜예요? 은우 씨 결혼했어요? 기사에서 읽은 기억은 없는 거 같은데. 제가 은우 씨 팬이라 대부분의 기사는 거의 다 읽은 거 같은데. 혹시 말 못 할 사실혼 같은 거예요? 숨겨야만 하는 그런 거요?”

무심코 던진 농담에 대한 조태호의 반응이 너무 진지하고 무거워서 은우는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나 머리가 아파왔다.

‘농담 안 하던 사람이 농담을 시도하니 이렇게 되네.’

티비에서 조태호를 보면서 ‘왜 내 결혼식엔 안 왔냐?’고 묻는 게 유행이길래 한 번 따라 해 본 것인데 정작 본인인 조태호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농담이었다고 말하는 게 일을 더 키우지 않는 방법이겠지? 아, 썰렁해. 진짜. 나도 유머 좀 잘하고 싶다.’

은우가 사실을 말하려는 찰나, 유태우가 은우를 대신해 대답했다.

“사실혼은 무슨 사실혼이야? 은우 씨처럼 이미지 깨끗하고 사생활 바른 분한테. 너한테 농담한 거잖아. 요새 모든 연예인들이 너만 만나면 묻잖아. [조태호 씨, 왜 제 결혼식에 안 왔어요?], [왜 축의금 안 냈죠?], [왜? 우리 집 이사하는데 안 왔죠?] 그거 말야. 그거?”

“아, 맞다.”

조태호는 그제야 눈치를 챘는지 어색하게 웃었다.

“그쳐. 그쳐. 사실 제가 그걸로 떠서. 은우 씨는 늘 진지한 사람이라 농담 같은 거 안 할 줄 알았어요. 못 알아들어서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하면 어떻게 해? 너도 참. 농담 못 받아. 하긴 그 캐릭터로 뜬 거지만.”

“은우 씨, 요새 유행하는 부캐 알죠? 부캐. 이따가 프로그램 시작하면 부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테니까 미리 재미난 거 있는지 생각해 봐요. 그 부분은 대본이 없거든요.”

대본이 없다는 말에 은우는 이것이 말로만 듣던 리얼리티 예능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대본이 주어진 상태에서만 연기를 했었는데 대본이 없는 상황에서 티비 앞에 선다니 긴장되네. 근데 부캐는 티비에서 볼 때도 재밌어 보이긴 했어.’

오늘 출연할 [하고픈 대로 질러요]는 은우가 집에서 가장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부캐는 자신의 현실과 상관없는 가상의 캐릭터 하나를 더 만들어내는 것으로 평소의 내가 아닌 새로운 캐릭터로 행동하는 것을 말했다.

‘부캐라. 꼭 해 보고 싶던 거였어.’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이미지 때문에 하고 싶은 여러 가지를 할 수 없던 은우에게 부캐는 톡 쏘는 탄산음료 같은 설렘을 주었다.

‘그래, 이런 게 필요했어.’

녹화가 시작되고 유태우가 오프닝 멘트를 했다.

“지루한 한 주에 한 줄기 빛과 같은 시간.”

조태호가 멘트를 이었다.

“하고 싶던 모든 걸 마음대로 질러보는 시간.”

은우가 마지막 멘트를 했다.

“[하고픈 대로 질러요]”

유태우가 자신의 부캐 [유다지오]가 되어 말했다. [유다지오]는 [아다지오]에서 온 말로 유촉새라는 자신의 별명과 반대로 뭐든지 느리게 하고픈 그의 소망이 투영된 부캐였다. [유다지오]의 직업은 프로듀서였는데 뭐든지 망하게 만드는 탁월한 재능을 지닌 제작자였다.

“은우 이번 드라마 반응 좋던데 저와 함께 시즌 투 어떻습니까?”

옆에 있던 조태호가 자신의 부캐 [조차차]가 되어 말했다. [조차차]는 차력맨으로 늘 여러 가지 차력쇼를 기획하지만 망하는 캐릭터였다. 현재 너무 많이 망해서 신용불량자가 되어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캐릭터였다. 그는 기회를 엿보면서 항상 [유다지오] 옆에서 돈이 될만한 무언가를 먹고 튀려는 전략을 짜고 있었다.

“좋지요. 좋지요. 기회가 되면 저와 함께 차력쇼를 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은우는 머릿속에서 고심하던 자신의 부캐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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