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7화. 새로운 인연
안드레아의 전화를 받은 유진호가 한걸음에 달려왔다.
“정말 다행입니다.”
안드레아가 멋쩍은 듯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미안해요. 놀랐죠?”
유진호가 안드레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선생님. 선생님은 제 영웅이십니다. 저도 이탈리아에 있을 때 공황장애가 온 적이 있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숨을 쉴 수가 없었죠. 학교에 가려고 길을 나섰는데 도로에서 갑자기 주저앉아서 한 걸음도 뗄 수가 없었어요. 상처와 맞선다는 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죠.”
“고마워요.”
안드레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내 곁엔 왜 이렇게 좋은 사람이 많은 걸까?’
공식적인 스케줄을 깬다는 건 후원을 한 기업의 입장에서도 홍보를 하고 있는 은우 소속사의 입장에서도 모두 곤란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다들 나를 먼저 생각해 주고 있어. 이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용기를 내야겠지?’
안드레아는 옆에 있는 은우와 은정이의 손을 잡았다.
“다 같이 출발!”
은혁이도 출발을 외쳤다.
“출발.”
은혁이가 준비한 유부초밥 50인분과 은우 소속사에서 준비한 필기구를 싣고 함께 고아원으로 달렸다.
유진호는 운전을 하면서 말했다.
“제 차에 이렇게 많은 손님이 탈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요.”
안드레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애들이 많다는 건 참 좋은 것 같아. 웃을 일이 늘어난다는 거니까.”
은정이가 안드레아의 턱을 만지면서 말했다.
“뚜염 어디가떠?”
“하하하하하하. 은정이가 따가워해서 밀었지.”
안드레아는 샤워를 하면서 오랫동안 길렀던 수염을 밀었다.
‘아이들이 싫어할지도 모르니까.’
처음 보는 고아원 아이들을 위해 안드레아는 수염을 포기했다.
‘어떤 아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안드레아의 눈빛이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로 빛났다.
유진호가 백미러로 미소 짓는 안드레아를 보았다.
“안드레아, 전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불교에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거든요. 우리가 현생에서 한 번 만나기 위해선 전생과 현생, 그리고 다음 생의 인연이 모두 필요하대요. 이게 있어야 이번 생에서 한 번 만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세상의 모든 인연이 소중하다는 가르침이죠.”
“참 멋진 말이네요.”
안드레아의 품에 안긴 은정이가 안드레아의 매끈해진 턱을 만지며 말했다.
“아 따거 엄떠?”
안드레아는 조용히 되뇌었다.
‘모든 인연이 소중하다. 지나간 인연뿐만 아니라 다가올 인연들도 모두 소중하다.’
루시가 떠난 이후로 어쩌면 루시가 아닌 인연들을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닐까?
루시를 보낸 슬픔에 다른 소중한 인연들은 모두 버려둔 것은 아닐까?
안드레아는 휴대폰을 켜 어머니의 연락처를 열어보았다.
통화목록을 살펴보니 어머니와의 최신 통화는 3개월 전이었다.
‘죄송해요. 어머니. 마음 아프셨죠?’
다음으론 이제는 사이가 멀어진 아내의 연락처를 열어보았다.
아내와의 최신 통화는 십 개월 전.
‘그렇게 서로 상처 주지 말았어야 했었는데.’
힘이 돼 주었어야 할 그녀를 안드레아는 할퀴기만 했다.
그녀를 할퀴지 않으면 루시에 대한 죄책감이 더 살아날 것만 같아서였다.
‘미안해. 내가 너무 비겁했어. 남자답지 못했어.’
안드레아는 자신의 지난날을 후회했다.
“도착했습니다.”
유진호가 차 문을 열어주자 아이들은 신이 난 듯 차에서 내렸다.
고아원에는 먼저 도착한 B브랜드의 마케팅팀장이 나와 있었다.
마케팅팀장이 안드레아에게 악수를 청하며 감사 인사를 했다.
“와 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죄송했어요.”
그때 고아원 원장이 인사를 하며 마중을 나왔다.
“안드레아 씨 걱정했어요. 괜찮으신가요?”
“괜찮습니다. 걱정을 끼쳐서 죄송해요.”
“아닙니다. 저희 아이들도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라서요. 이해해요.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은 늘 부모를 기다리죠.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거든요. 하루 종일 놀이터에 앉아서 멍하니 서 있는 아이들도 많아요.”
안드레아는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다니? 어쩜 그리 나와 똑같지?’
안드레아는 고아원의 아이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찌르는 듯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이런 아이들은 내가 또 기다리게 했구나.’
안드레아는 고아원의 문을 열면서 말했다.
“어서 빨리 들어가 보죠.”
은정이가 안드레아의 손을 잡고 외쳤다.
“빠리빠리.”
고아원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티비를 보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던 아이들의 눈이 안드레아와 은우 일행에게로 향했다.
고아원 원장이 아이들에게 은우 일행을 소개했다.
“오늘 봉사하러 오신 성악가 안드레아 씨와 은우야. 같이 온 아기는 은우 동생 은정이랑 은우 형 은혁이야. 다들 은우는 몇 번 봐서 알고 있지?”
몇몇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초등학교 6학년 정우가 손을 들고 물었다.
“오늘만 오는 거예요? 아니면 계속 오는 거예요?”
“안드레아 씨는 오늘만 오신 거야.”
“아, 또 착한 척하러 온 거구나.”
“착한 척이라니?”
예상치 못한 정우의 대답에 당황한 원장은 목소리를 낮추고 안드레아와 유진호에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애들이 가끔 저렇게 엉뚱한 얘기를 해서.”
정우의 말이 이어졌다.
“다 알아요. 불쌍한 애들 한 번 도와주고 생색내는 거요. 세상에 나는 이렇게 좋은 사람이다 그렇게 말하고 칭찬 듣고 싶은 거잖아요.”
안드레아는 정우의 말에서 상처를 느꼈다.
‘아이들은 어쩜 지쳐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형식적으로 한 번씩 놀아주고 가는 어른들에게. 어쩜 저 아이는 그렇게 만난 봉사자 중에서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고아원 원장이 당황한 듯 정우의 말을 눌렀다.
“너희는 모르겠지만 우리 고아원에 오시는 분들은 돈을 받고 일하시는 분들이 아니다. 한 번이든 여러 번이든 오고 싶어서 오신 거니까 그 마음을 알아드려야 해.”
정우는 원장의 말을 듣지 않고 건물 밖으로 나가버렸다.
안드레아가 유진호에게 말했다.
“진호,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네에.”
안드레아는 이럴 때 한국말을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했다. 언어란 것은 통역을 거치게 되면 의미가 조금씩 퇴색되는 경우도 있으니.
안드레아와 유진호는 밖으로 나가 정우를 찾았다.
정우는 텅 빈 놀이터 그네에 혼자 앉아서 있었다.
안드레아가 정우의 옆에 앉았다.
“정우, 넌 뭘 좋아하니?”
안드레아의 말을 진호가 통역했다.
“좋아하는 거 없어요. 그런 거 알아서 뭐 하게요. 어차피 한 번 보고 말 거잖아요.”
정우의 퉁명스런 대답을 전해 들은 안드레아는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난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 사라져 버렸거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내 딸 루시였어. 루시는 라비올리를 좋아하고 비눗방울을 좋아하고 은우를 좋아하고 디즈니 인형을 좋아하는 일곱 살짜리 여자 아기였지.
그 뒤로 인생이 무료해졌단다. 오늘 아침에도 침대에서 한 발짝을 내려오지 못해서 봉사도 못 오겠다고 사람들을 걱정시킨 게 나야. 참 형편없지 않니?”
한동안 놀이터에는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깬 것은 정우였다.
“저도 그랬던 때가 있었어요. 학교에서 친구들이 저를 괴롭혔어요. 아무런 이유가 없었죠. 운동장 벤치에 앉아있으면 남자애들이 제 얼굴에 축구공을 던졌어요. 아이들은 그게 재밌는지 웃었어요. 아무도 제 기분 따위 신경 쓰지 않았죠.
담임 선생님께 말했지만 제 얘기를 열심히 들어주시지 않았어요. 애들의 왕따는 계속됐죠. 사람들은 남의 얘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척만 해요. 누구도 내 아픔에 공감하지 않아요. 전 그런 사람들이 지겨워요.”
안드레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왜 누구도 정우를 도와주지 않았지? 그건 어른들의 잘못이야.’
안드레아가 말했다.
“아저씨 오늘 착한 척하러 온 거 맞아. 근데 착한 척하다 보면 정말 착한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거든. 아저씨가 너에게 착한 사람이 돼 줄게.”
정우는 안드레아의 말에 시니컬한 표정이었다.
“전 착한 사람 안 좋아해요. 솔직한 사람이 좋아요.”
“솔직히 어른들이 나빠. 그래서 아저씨가 너에게 괜찮은 어른이 돼 줄게. 지금까지 네 곁엔 괜찮은 어른이 없었으니까.”
정우는 안드레아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때 고아원의 문을 열고 은우, 은정이, 은혁이 나왔다.
은정이가 안드레아의 옆으로 오더니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여기 클로버. 클로버.”
은우가 은정이의 말을 정리해 주었다.
“여기 놀이터 근처에 클로버가 많이 있대요. 네잎클로버 찾아서 가지고 가기로 했어요.”
은혁이는 풀숲 사이에 허리를 굽히고 클로버를 찾기 시작했다.
“클로버.”
은정이는 목표물을 외치며 작은 손으로 풀 사이를 휘적거리기 시작했다.
“여기 네잎클로버다.”
은혁이가 가장 먼저 네잎클로버를 찾았다.
“은정아, 이거 가져. 이걸 가지면 행운이 온대.”
“거마어.”
은정이는 은혁이가 준 네잎클로버를 손에 쥐고 바라보았다.
유진호가 네잎클로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고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래. 멀리 있는 행운보다 가까이에 있는 행복이 소중할 수도 있단 말이지.”
은정이가 세잎클로버를 손에 꼬옥 쥐고는 말했다.
“토끼밥. 토끼야. 토끼야.”
은우가 은정이의 귀 옆에 민들레꽃을 꺾어서 꽂아 주었다.
“예쁘다. 은정아.”
아까까지만 해도 토끼를 찾던 은정이는 은우의 칭찬에 배시시 웃었다.
안드레아는 은정이를 보면서 말했다.
“은정아, 네가 클로버다. 행복과 행운이 함께하는 클로버.”
은우가 그 말을 듣더니 맞장구를 쳤다.
“은정이가 최고네. 세잎클로버와 네잎클로버를 다 합친 것보다도 세잖아.”
“헤헤헤헤헤. 거마어.”
은정이가 해맑게 웃었다.
안드레아는 은정이를 안아서 목 위에 올려주었다.
‘루시 보고 있니? 넌 내게 행운과 행복 모두였어. 네가 곁에 없지만, 아빤 내게 남은 인연들을 소중히 대하다가 너의 곁으로 갈게.’
***
봉사가 끝나고 안드레아는 원장실에 들렀다.
고아원 원장이 안드레아에게 봉사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오늘 힘드셨죠?”
“아닙니다. 오늘 여기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와서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제 인생에 대한 생각도 정리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더 감사드립니다. 아까 정우가 했던 말은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정우 녀석이 사춘기라서 그런가 봅니다. 저희가 신경 쓴다고 하긴 하지만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다 보니 상처가 많아요.”
안드레아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원장은 안드레아의 반응이 걱정돼서 안절부절못하였다.
‘아무래도 정우가 기분을 많이 상하게 한 모양인데. 큰일이네.’
B자동차 회사의 후원 봉사는 봉사도 봉사지만 이천만 원의 후원금이 걸린 중요한 행사였다.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만으로는 고아원을 제대로 운영하기가 힘든데 이렇게 중요한 행사를 망치다니 정우 이 녀석.’
원장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그때 안드레아가 입을 열었다.
“제가 정우의 후원자가 되고 싶습니다. 정우가 어른이 될 때까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싶어요.”
“네에?”
고아원 원생들 중 후원자가 있는 아이는 열 명뿐.
전체 원생 백이십여 명 중 열 명이니 정말로 적은 숫자였다.
‘안드레아는 세계적인 성악가라고 들었는데 그럼 후원 금액도 평범한 직장인들과는 다르지 않을까?’
원장은 예상치 못한 행운에 어안이 벙벙했다.
***
인천공항.
안드레아는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이탈리아로 출국을 하는 중이었다.
‘처음에 계획했던 일정은 한 달.
하지만 계속 늘어나다 보니 삼 개월이 지났네.’
한국에서의 삼 개월은 그의 지친 영혼을 달랠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이었다.
은우 가족이 안드레아를 위해 공항에 나와 배웅을 하고 있었다.
백수희가 안드레아에게 쇼핑백을 내밀었다.
“좋아하시던 걸 조금씩 샀어요. 이탈리아에서 한국이 생각나시면 드세요.”
“고마워요. 정말. 있는 동안 너무 따뜻하게 대해 주셔서.”
“뭘요. 우리 애들에게도 좋은 삼촌이 생겨서 즐거웠는걸요. 다음에 또 오세요. 그땐 호텔 가시지 말고 저희 집에서 묵으세요.”
“고마워요. 꼭 다시 올게요.”
은우가 태디를 안드레아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
“태디도 즐거운 여행이 되었을 거예요. 안드레아랑 노래해서 너무 즐거웠어요. 다음에도 함께 노래 불러요.”
“나도 즐거웠어. 처음엔 루시를 위한 음반을 만들고 싶었지만, 너와 함께 노래하다 보니 잊고 있었던 열정을 생각하게 됐어. 이제 나도 다시 열심히 노래하려고.”
“안드레아 당신은 정말 좋은 성악가예요. 테너는 정말 멋있어요. 난 낼 수 없는 음역대니까요.”
“은우, 네 재능이 더 빛나지. 네가 성악을 했더라면 성악의 역사에 빛나는 발자국을 남겼을 텐데. 하지만 어떤 장르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결국 음악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거니까.”
“안드레아 우린 잘 어울리는 듀엣이죠?”
“그럼.”
안드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긴 시간 그의 통역을 맡았던 유진호가 인사를 건넸다.
“잘 가요. 안드레아.”
“진호, 정말 고마웠어요. 당신이 없었다면 내 한국 생활은 이렇게 즐겁지 못했을 거예요. 개인 시간도 많이 희생해 주고. 당신 같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거예요. 이탈리아에 꼭 와요. 당신이 내게 해 주었던 것처럼 나도 당신을 도와주고 싶어요.”
“내년쯤에 다시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게 될 거예요. 하지만 안드레아 그 전에 한국에 한 번 더 오지 않겠어요?”
“와야죠. 한국은 내게 잊을 수 없는 나라니까.”
보딩 시간이 다가오고 안드레아가 출국을 위해 출국장으로 나갔다.
백수희에게 안겨있던 은정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가지 먀. 가지 먀.”
백수희가 은정이를 달랬다.
“열 밤 자면 다시 오신대. 괜찮아. 뚝뚝.”
“가지 먀.”
은정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백수희의 품에 안겨 안드레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드레아가 출국장으로 가려던 발걸음을 돌려 은정이에게 왔다.
안드레아가 백수희에게 안긴 은정이를 받아서 안았다.
“은정, 슬퍼하지 마. 꼭 다시 올게.”
“사땅해.”
은정이가 보드라운 뺨을 안드레아의 가슴에 대며 속삭였다.
안드레아가 은정이를 보면서 말했다.
“나도.”
유진호가 안드레아에게 말했다.
“분위기 깨기 싫지만, 탑승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어요.”
안드레아가 은정이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슬퍼하지 마. 은정아. 꼭 다시 올게.”
백수희가 은정이를 받아서 안았다.
“은정아, 네가 자꾸 울면 삼촌이 마음 편히 못 가잖아. 삼촌 다음에 또 봐요. 하고 웃어야지. 이별은 슬픈 게 아니야.”
은정이가 작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또 뱌.”
안드레아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다짐했다.
‘꼭 다시 올게. 은정아, 은우야, 은혁아. 그리고 정우야. 잘 지내고 있어. 다음에도 널 보러 갈게.’
그때 어머니로부터 문자가 왔다.
[엄마] : 몇 시 도착이니?
[안드레아] : 오후 열 시요. 늦은 시간이니 쉬고 계세요.
[엄마] : 아니야. 엄마가 마중 나갈게.
[안드레아] : 고맙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안드레아는 아내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안드레아] : 나 내일 밤 열 시에 도착해. 편한 시간에 함께 식사라도 하자.
[아내] : 그래, 주말쯤에 편한 시간에 봐.
안드레아는 이탈리아로 돌아가 소중한 사람들을 챙길 생각에 들떴다.
‘루시, 아빠 다시 열심히 살아볼게. 널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안드레아는 태디를 꼬옥 안고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는 하늘 창문 너머로 바라보았다.
-<외전 1부>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