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 외전-2화 (232/257)

외전 2화. 베이비가 돌아왔다 (2)

저녁을 먹고 나서 방으로 들어온 백수희는 창현에게 은우의 일을 꺼냈다.

“아무래도 요새 은우가 이상해요. 학교 선생님께서 친구들이 은우한테 지나친 관심을 보인다고 하더니 그것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은우는 평범하게 지내고 싶은데 스트레스가 상당할 거예요. 근데 방법이 없으니…….”

“다른 학교로 전학을 시켜보면 어떨까요?”

“다른 학교에 가면 괜히 적응하는 데 힘만 드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그 학교 애들도 은우를 알아볼 텐데. 전학이 과연 좋은 방법인지 확신이 없어서.”

“은혁이가 다니는 국제학교는 어때요? 외국 애들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지 않을까요? 은우는 국내에선 워낙 많이 알려져서. 인생 전체가 기사화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애들 입장에선 은우가 좋아서 가지는 관심일 수 있지만, 은우는 힘들 거예요. 그치만 외국 애들은 은우에 대해서 관심도가 약하지 않을까요?”

“좋은 생각이네요. 근데 은우가 국제학교 입학 조건이 될까요? 은혁이는 시민권자이기도 했고 외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하기도 했잖아요.”

백수희가 서랍에서 시민증을 꺼내면서 말했다.

“미리 찾아봤는데 은우가 [블랙 레오퍼드 2]를 찍을 때 주변 나라에서 받은 시민권이 몇 개가 있더라구요.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콩고의 대통령 시마에게서 받은 시민증.

“이 정도면 되겠네요. 그럼 당장 전학을 시키는 게 좋겠어요. 은우가 요즘 말도 없어지고 너무 성격이 변한 것 같아서.”

“내일 당장 학교에 가 볼게요.”

***

은우의 전학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은우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난리가 났다.

“들었어? 은우 전학 간대.”

“내일이라니? 말도 안 돼. 은우를 이제 더 이상 못 본단 말야.”

“은우 보는 즐거움 때문에 매일매일 학교 오는 게 즐거웠는데.”

“난 아직 은우한테 고백도 못 했는데 전학을 간다니.”

은우는 책상 위에 쌓인 편지에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다 뭐지?’

책상 위에는 포스트잇도 붙어져 있었다.

[은우야, 가지 마. 이 학교에서 졸업까지 하자.]

[은우야, 널 잊지 못할 거야. 너도 우리 잊으면 안 돼.]

[은우야, 갑자기 왜 떠나는 거야? 제발 가지 마.]

은우는 친구들의 반응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고맙지만 난 스타 이은우가 아니라 평범한 초등학생 이은우로 지내고 싶어. 조금만 나를 편하게 대해주면 좋을 텐데.’

담임 교사인 김지희 선생님이 종례를 하기 위해 교실로 왔다가 은우의 책상 위에 놓인 편지와 선물들을 보았다.

“은우 전학 가는 얘기가 벌써 소문이 다 퍼진 모양이네.”

몇몇 여학생들은 훌쩍이기까지 하고 있었다.

“여러분, 은우는 내일부로 국제학교로 전학을 가게 됐어요. 오늘이 은우를 보는 마지막 날일 거예요. 은우 앞에 나와서 마지막 인사할까요?”

은우가 앞으로 나가자 다른 반의 학생들까지 은우의 교실로 몰려들어 창문 안으로 은우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은우.”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옆 반의 장난꾸러기인 김시온이 시선을 끌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

은우가 앞에 서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선물과 편지 고마워. 다른 학교에 가서도 너희들을 기억할게.”

자리에 앉아있던 미나가 일어났다.

“은우야, 우리가 힘들게 해서 전학 가는 거 아니지? 우린 네가 좋아서 그랬던 거야.”

미나의 옆에 앉아있던 가온이가 일어나서 말했다.

“더 재밌게 놀지 못해서 아쉽다. 체육 시간에 너랑 짝 돼서 좋았었는데. 난 너처럼 유명한 아이랑 한 반이 돼서 좋았어. 네 얘기하면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도 부러워했었거든.”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형석이가 말했다.

“얘들아, 은우 편하게 갈 수 있게 해 주자. 전학 가는 게 죽는 것도 아닌데 다들 왜 그래?”

앞자리에서 훌쩍이고 있던 보연이가 말했다.

“그치만 이제 은우 못 보잖아. 자주. 은우 티비에도 잘 안 나오는데. 은우 매일매일 보고 싶은데.”

보연이의 말에 교실에서 훌쩍이고 있던 여자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김지희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예전에 선생님이 좋아하던 노래 중에 이런 가사가 있었는데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은우가 우리 학교에 놀러 올 수도 있고. 그치 은우야?”

은우가 친구들에게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날 좋아해 줘서 고마워, 얘들아. 나중에 또 놀러 올게.”

울고 있던 보연이가 작게 대답했다.

“응.”

***

은혁이 다니는 한국국제학교는 한 학년당 한 반으로 이루어진 학교였다.

1학년 담임 레이첼은 은우의 입학원서를 살펴보았다.

‘이은우? 내가 아는 그 이은우가 우리 학교에 온단 말이야?’

성악 전공자인 레이첼은 평소 클래식이나 오페라만 들을 뿐 대중가요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그런 그녀를 케이팝의 세계로 이끈 것이 은우였다.

은우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레이첼은 놀라곤 했다.

‘성량이 정말 풍부해서 오페라를 불러도 남달랐을 거야. 은우가 대중가요를 하지 않고 오페라를 했더라면 오페라의 역사가 달라졌을 텐데.’

레이첼이 은우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은 일 년 전 은우의 콘서트장에서였다.

레이첼은 은우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기 위해 인맥을 총동원하여 아는 사람에게 모두 티켓 구매를 부탁했다.

‘지인 찬스까지 쓰긴 했지만, 과연 만족스러워. 은우는 확실히 라이브를 더 잘 부르는구나. 대중가요를 이렇게 멋있게 부를 수 있다니.’

콘서트장에 다녀온 후 일주일 동안 내내 은우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천상의 목소리가 있다면 바로 은우의 목소리일 거야. 게다가 생긴 건 어찌나 귀엽던지.’

그런 은우를 다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레이첼의 마음이 설렜다.

‘이제 올 때가 됐는데. 은우는 어떤 모습일까?’

백수희가 은우의 손을 잡고 교무실로 들어섰다.

레이첼은 은우를 보며 반가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번 공연에서 봤던 것보다 키도 많이 자라고 성숙해졌네.’

은우가 레이첼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은우구나. 얘기 많이 들었어. 우리 학교에 온 것을 환영한다.”

레이첼이 은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교장 선생님인 로니가 은우를 보고 레이첼의 자리로 왔다.

“은우가 왔네요. 레이첼 선생님. 은우 형인 은혁이가 우리 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죠. 연기와 노래 등 다방면에서 인정받는 스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스타로서의 삶보다 평범한 학생으로서 지내기를 원한다고 어머님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레이첼은 속으로 뜨끔했지만, 티 나지 않게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그렇게 지내기에 최적인 학교가 우리 학교 아니겠어요? 교장 선생님. 하하하하하.”

레이첼의 어색한 웃음소리에 교무실에 있던 다른 선생님들이 레이첼을 쳐다보았다.

“친구들이 기다리니 어서 교실로 가요.”

레이첼이 은우를 교실로 이끌었다.

1학년 교실은 아이들의 장난 소리로 시끄러웠다.

교탁 근처에서는 금발 머리의 백인 쌍둥이 자매 르베티와 에벨리가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이건 내 거야.”

“내 거라고.”

토끼 인형의 양쪽 귀를 잡고 당기고 있는 르베티와 에벨리.

레이첼이 르베티와 에벨리에게 말했다.

“그러다 인형 찢어져. 선생님이 어머님께 전화해서 인형 하나 더 사 주시라고 말할게. 그만 싸워.”

르베티와 에벨리가 자리로 돌아가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쉬는 시간에 보자. 에벨리.”

“쉬는 시간에 보자. 르베티.”

에벨리와 르베티가 자리에 들어가고 난 후 레이첼이 은우를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새로운 전학생이 왔어요. 이은우.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은우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저는 이은우입니다. 친하게 지내요.”

은우의 인사를 하자 몇몇 아이들은 박수를 치고 몇몇 아이들은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은우는 한국 초등학교와의 온도차이에 깜짝 놀랐다.

‘정말 나에게 관심이 없구나. 이곳이 내가 바라던 학교야.’

***

길동은 베란다에서 우는 시완이를 안고 달래고 있었다.

‘어서 백일의 기적이 찾아왔으면 너무 힘들다.’

지쳐서 잠든 아내를 깨우지 않기 위해 길동은 시완이가 깨지 않길 빌고 있었다.

은우의 활동 중단 선언 뒤 길동은 시완이의 탄생과 함께 육아휴직을 쓰고 있는 중이었다.

아내의 옆에서 지켜본 육아는 상상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은우의 모습만 보고 귀여울 거라고 생각한 내가 잘못이었지. 육아는 전쟁이야.’

귀여운 모습도 잠깐일 뿐, 아기는 너무 자주 먹었고 너무 자주 울었다.

‘은우는 다섯 살 때 나를 만나서 이런 과정이 없었던 걸까? 은우는 나이에 비해 의젓했었는데.’

은우가 환생자라는 걸 모르는 길동은 세상 모든 아기의 기준을 은우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완의 탄생과 동시에 길동은 현실의 아기와 만나는 중이었다.

거실에 올려놓은 휴대폰의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

‘하필 전화라니. 시완이를 안고 들어가면 아내가 깰 텐데. 시완이가 좀 잠잠해지면 들어가야겠다.’

길동은 눈앞에서 전화가 울리는 것을 보면서도 받을 수 없었다.

“시완아. 좀만 도와주라. 엄마 어제도 세 시간 잤잖아. 지금이라도 좀 자게.”

길동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시완이는 울음을 멈추고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휴우, 이제 좀 살겠네. 다시 거실로 들어가야지.’

시계는 저녁 아홉 시를 향하고 있었다.

길동은 방으로 들어가 시완이를 침대에 눕혀 놓았다.

‘잘 때가 제일 예쁘다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아. 정말 잘 때만 천사라니까.’

길동은 거실로 나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전화기를 열었다.

[HO 엔터테인먼트 김태현 팀장]

부재중 전화의 목록을 확인하고 길동이 전화를 걸었다.

“형님. 웬 일이십니까? 이 시간에.”

“기쁜 일.”

“시완이가 잠든 것보다 더 기쁜 일도 있나요?”

“육아에 찌들어가지고는. 너 너무 여자 같아. 임마.”

“형님 자식을 키우는 게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아세요? 저는 시완이를 키우면서 엄마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그래, 아이를 키우는 건 참 대단한 일이지. 그건 그렇고. 너 복직해야 할 것 같다.”

“은우가 다시 활동한대요?”

“일단은 파일럿 프로그램이기는 한데 [베이비가 돌아왔다]라고 그 프로에서 신청이 들어왔어.”

“[베이비가 돌아왔다]라면 요즘 그 프로그램 조작설로 문제가 많은 그 프로 아니에요? 그런 프로에 은우를 왜 출연시켜요? 전 반대예요.”

“시즌3가 끝나고 파일럿으로 5부만 들어간다고 하더라고. 담당 PD한테 전화가 왔는데 짠해서. 윗선에선 프로그램 정리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는데 PD가 마지막으로 기회를 달라고 애원했나 봐. 파일럿이지만 정말 중요하다며 부탁을 하더라고.”

“흐음. 은우 복귀라면 파일럿이라고 해도 시청률을 보장받고 가겠죠. 근데 은우는요? 은우가 쉬고 싶어 했잖아요. 은우가 다시 돌아오겠대요?”

“백수희 씨 말로는 일단 파일럿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을 거 같기도 하고 또 은우가 은정이를 아주 예뻐하잖아. 그래서 은정이랑 같이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그랬대. 은우는 은정이 때문에 오케이 한 것 같고.”

“육아 프로그램이라? 육아 프로그램이 나쁘진 않은데 하필이면 [베이비가 돌아왔다]라니?”

현재 방송 3사에서 방송되고 있는 육아 프로그램은 [베이비가 돌아왔다] 말고도 [심쿵, 베이비], [천사 같은 베이비]가 있었다.

시청률론 [베이비가 돌아왔다]가 압도적이었지만 지금처럼 위기 상황이라면 과연? [베이비가 돌아왔다]에 출연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길동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강라온 대표님은요? 뭐라고 하셨어요?”

“대표님은 일단 은우가 복귀를 했으면 하고 바라고 계셔. 그게 어떤 프로가 됐든 말야. 근데 은우가 처음 오케이한 프로가 저 프로여서. 일단 천천히 방송을 다시 하면서 감을 살려서 음반 활동도 시작하고 배우 활동도 시작했으면 하고 바라시는 것 같아.”

“다른 육아 프로그램에선 연락 온 거 없죠?”

“은우가 활동하는 줄 아무도 모르고 있으니까. [베이비가 돌아왔다] PD는 정말 간절하니까 먼저 연락을 한 거지 다른 사람들은 은우가 다시 활동을 시작할 거라고 생각도 안 하고 있을걸.”

“그 사람 정말 절박하긴 했나 보네요.”

“칠 년 동안 함께 한 작품이라더라. 그리고 PD로선 개인의 재산까지 알 수는 없었나 봐. 하지만 뭐 결과론적으론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안 되긴 했네요. 은우가 오케이 했으면 가죠, 그러면. 저도 집에서 좀 벗어나고 싶거든요. 요새. 너무 답답해요.”

“그럼 촬영 일정 잡히면 다시 전화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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