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 외전-1화 (231/257)

외전 1화. 베이비가 돌아왔다 (1)

[이수정, 조작설 어디까지가 진짜인가?

최근 베이비가 돌아왔다에 출연한 이수정 가족의 방송 조작설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주 방송 편에서 나온 중국 별장이 이수정 시아버지 소유의 건물이 아니라 에어앤비 숙소이며, 3달 전 방송 편에서 남편 준호 씨의 회사로 방송된 중국 현지의 의류회사 역시 남편의 소유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며 논란을 겪고 있다.

이수정 씨는 직접적인 해명을 하지 않은 채 방송 하차 결정을 내렸다.]

[베이비가 돌아왔다. 이수정 방송 조작설로 시즌 3 강제 종료]

[베이비가 돌아왔다. 프로그램 폐지 수순 밟나?]

[베이비가 돌아왔다]의 정태욱 PD는 두통약을 꺼내 먹었다.

7년 전 파일럿 프로로 편성되었다가 큰 인기를 끌어서 정규 프로그램이 된 후 시청률에 등락은 있었지만, 프로그램 폐지 논의는 처음이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최근 들어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대한 논란이 여기저기서 불거지면서 여러 프로그램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이돌 가수 롱디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생방송 인기가요]는 MC를 바꿨고, 드라마 [울지 않는 강]은 주연 배우 교체로 전체 촬영분의 80프로를 재촬영했다.

‘내가 처음 맡아서 키운 방송인데 결국 폐지되는 건가?’

조연출로 시작해 메인 PD가 되기까지 [베이비가 돌아왔다]는 정태욱 PD에게 단순한 방송이 아니었다. 자신의 첫정이자 자신의 청춘을 고스란히 바친 프로라고나 할까?

옆자리의 김경란 PD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정PD 그동안 [베이비가 돌아왔다] 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잖아. 몇 달 좀 쉬면서 여행도 다니고 그래.”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틀 이상 쉬어본 적이 없는 정PD였다.

‘한창 바쁠 땐 이번 시즌만 끝나면 쉬어야지, 쉬어야지 하면서 촬영했었는데, 막상 끝난다고 하니 왜 이렇게 허전한 걸까?’

머리를 식힐 겸 드라이브나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교외로 빠져나가는 도로를 탔다.

‘봄이라 그런지 꽃이 많이 피었구나.’

길가에 핀 꽃들과 푸르게 변한 나무들이 온몸으로 봄을 알리고 있었다.

‘풍경이 너무 활기차니까 내가 더 쓸쓸하고 초라해지는 것 같아. 노래나 들어야겠다.’

정PD는 라디오를 켰다.

[난 기어캐요. 엄마갸 처음 내 소늘 잡아준 그나를.

세상은 너무도 따뜨태꼬 비츠로 가득 차쬬.

여행을 떠나기 전 나릐 설렘처엄

처음 하꾜에 이팍할 때 느끼는 설렘처엄

기분 조은 설레므로만 가득 찬 오늘]

라디오를 타고 흘러나오는 맑고 깨끗한 음성.

‘이은우 노래네. 벌써 삼 년 전에 나온 곡이니. 시간 참 빠르다.’

이은우.

우리나라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고 [블랙 레오퍼드] 시리즈로 바블사의 대표 히어로 [와찰라]로 활약 중이며 빌보드 차트 1위를 석권한 가수.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로 학업에 매진하겠다며 휴식기에 접어든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정PD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이은우의 최근 활동을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이은우, 학업에 매진하기 위하여 연예 활동 쉬기로]

‘벌써 1년 전 기사네. 1년을 쉬었으니 이제 다시 돌아올 때도 된 것 같은데.’

최근 기사는 활동 기사가 아니라 은우의 SNS에 올라온 사진들을 기자들이 퍼 나른 것이었다.

[이은우, 휴식기에도 멈추지 않는 동생 사랑]

[동생 바보 이은우, 마트에 갈 때도 동생 손 꼭 잡고]

‘이은우가 동생이 있었어?’

정PD는 기사를 클릭했다.

사진 속에서는 은우의 손을 잡고 있는 작은 여자아기가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었다.

‘백수희 씨 딸이라 그런가? 백수희 씨 미니미인데? 그리고 은우도 좀 닮았고. 백수희 씨 얼굴에 은우 눈을 넣으면 은우 동생이네. 아, 이름이 은정이구나.’

은우의 두 살 난 동생 은정은 사진 속에서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두 살짜리 여동생에게 분유를 먹이는 은우는 어느새 자라 의젓해져 있었다.

[은우 가족, 다 함께 나들이 가요.]

은우와 은정, 그리고 은혁이 함께 손을 잡고 차를 타는 사진이었다.

‘은우네는 케미기샤를 입양하기도 했었지. 케미기샤가 한국식 이름 은혁으로 개명을 했구나. 하긴 형제끼리 이름이 다른 게 이상할 수도 있으니까 돌림자를 넣어서 개명했나 보네. 은우는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서 그 뒤로도 아프리카에 지속적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은우, [세이브 더 월드] 재단에 23억 기부]

[이은우, [블랙 레오퍼드 3] 출연료 전액 아프리카 학교에 기부]

‘정말 세상을 움직이는 선한 영향력이군.’

정PD는 기사를 보다가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은우를 [베이비가 돌아왔다]에 섭외하면 어떨까? 스타 이미지가 워낙 좋아서 팬들도 좋게 생각할 거고. 덩달아 프로그램 이미지도 좋아질 거야. 그리고 활동을 쉰 지 1년째이니 잡기만 한다면 고정 팬들이 우리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올려줄 거야. 은정이는 예능에서 다뤄진 적이 없으니까 이슈 몰이에도 괜찮을 거고.’

정PD는 차를 돌려 다시 방송국으로 향했다.

***

학교에 온 은우는 책상 서랍에 손을 넣었다가 가득 차 있는 선물과 편지를 보고 놀랐다.

‘오늘도 학교 애들이 채워놓은 건가?’

입학한 직후부터 은우는 너무 많은 관심에 시달리고 있었다.

‘조용히 지내고 싶었는데.’

입학식 날 강당에 잔뜩 몰려든 기자들과 팬들.

입학식 이후에도 항상 은우는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야, 쟤. 이은우 맞지? [와찰라]?”

“딱 봐도 이은우잖아. 내가 기사에서도 읽었는데 우리 학교에 다니는 거 맞다니까.”

너무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자신에 대한 평가는 은우를 위축시켰다.

“티비에서 봤던 거보다 키가 작은 거 같아.”

“난 쟤가 되게 착할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까 아닌 거 같아.”

“은우는 좋겠다. 우리 엄마, 아빠 말이 은우는 평생 벌어야 할 돈 이미 다 벌었대. 펑펑 써도 다 못 쓸 거라고 그러던데.”

은우는 웃고 있었지만 웃는 게 아니었다.

‘나는 평범한 초등학생으로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너무 큰 소망이었던 걸까?’

제이슨과 명석이, [소망 어린이집] 친구들이 그리웠다.

하지만 어린이집과는 달리 초등학교는 선택해서 다닐 수가 없었다.

‘어떤 학교에 가도 지금과 비슷한 반응이겠지? 아이들이 내게 관심을 보이는 건 어쩜 당연할지도 몰라.’

학창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활동까지 줄이면서 선택한 학교생활이었으나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싶었는데.’

은우는 오늘도 외로운 학교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빠 와떠?”

은우가 벨을 누르자 은정이가 문을 열었다.

“은정아.”

은우가 은정이를 번쩍 들어서 안아주었다.

“헤헤헤헤. 오빠 보고시퍼떠.”

학교에선 외롭고 힘들었지만 집은 은우에게 휴식의 공간이었다.

이제 두 살이 된 은정이는 눈물이 날 만큼이나 귀여웠다.

집에 와서 은정이를 보면 학교에서의 힘들었던 시간들이 모두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은우는 은정이를 안고 부엌으로 갔다.

백수희가 상을 차리며 물었다.

“학교에서 재밌었어? 은우야? 간식 줄까?”

“배 안 고파요. 그냥 늘 똑같아요.”

백수희는 은우의 말투에서 묻어나는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벌써 일 년째 학교에서 올 때마다 표정이 어두워. 지난번 학부모 상담 때 담임 선생님께 여쭤봤을 때 들었던 말이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데.’

은우의 담임 선생님이 은우에 대해서 한 말은 백수희를 근심스럽게 했다.

“학교에서도 애들이 은우에게 관심을 많이 표현해요. 매일 선물을 주는 아이도 있고, 아무래도 은우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애들이 은우를 볼 때마다 관심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신기해하는 것 같기도 해요. 제가 말해 보려고도 했지만 쉽지가 않네요.

지난번에 물어봤는데 은우가 딱히 말을 하진 않더라구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은우는 성격이 변했는지 말수가 적어졌다.

‘담임 선생님 말씀을 듣기 전까진 전혀 상상도 못 한 일이었으니까. 여러 번 물었지만 아무 일도 없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은우는 마음 씀씀이가 깊은 아이였다.

‘어쩌면 나랑 창현 씨가 걱정할까 봐 아무 말도 못 했던 것일지도 모르지. 아무래도 은우를 위해서 다른 방법이 필요해.’

백수희는 창현이 퇴근해서 집으로 오면 은우의 일을 이야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백수희가 은정이에게 말했다.

“은정아, 은우 오빠 힘들어. 그러니까 내려와.”

“시러. 안 힘드러.”

요즘 들어 고집이 늘었는지 은정이는 도통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은우가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아요, 엄마. 은정이 안는 거 저도 좋아요.”

“그래도, 너도 성장기라서 안 좋아.”

은정이가 은우의 볼에 뽀뽀하면서 말했다.

“오빠 조아, 엄마 나뺘.”

“으이구.”

백수희는 자신보다 은우를 더 좋아하는 은정이가 신기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왜 저렇게 오빠를 좋아하지? 둘이 사이가 좋은 건 다행이지만, 은우가 아직 어린데 힘들까 봐 걱정이 돼. 은우 요새 학교에서도 힘든 거 같은데 말이지.’

은정이는 은우에게 딱 붙어 있었다.

은정이의 머리가 헝클어진 것을 보고 백수희가 머리끈을 가져와 머리를 묶어주려고 했다.

은정이가 고개를 홱 돌렸다.

“안 해.”

“은정아, 머리가 너무 난리야. 머리 묶어야 이쁘지? 응, 엄마가 묶어줄게.”

“안 해.”

고개를 다시 홱 돌리는 은정이.

“요즘 청개구리니?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은정아.”

“제가 해 볼게요. 엄마.”

은우가 백수희에게서 머리끈을 받아서 은정이의 머리를 묶었다.

“은정아, 우리 미용실 놀이할까?”

“응.”

은정이가 순순히 머리를 대었다.

은우가 은정이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머리를 양쪽으로 묶어주었다.

“귀여운 머리 요정 우리 은정이.

귀여운 머리 요정 우리 은정이.

짧은 머리. 긴 머리 모두 어울려.

삐쭉삐쭉 잔머리도 너무 이뻐요.

사랑하는 내 동생 우리 은정이.”

백수희는 은정이를 달래는 은우의 솜씨에 감탄하였다.

‘뱃속에서부터 은우 목소리를 듣고 자라서 그런지. 정말. 엄마인 나보다 은우를 더 좋아하다니.’

은정이가 뱃속에 있을 때 태명도 지어주고 태교곡도 지어주었을 정도로 은우는 은정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달랐다. 그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은정이도 은우를 태어나자마자 매우 좋아했다.

‘은우가 힘들지만 않으면 좋겠는데, 통 내색을 안 하니 알 수가 있어야지. 사춘기인가.’

밝고 장난기 많던 은우는 사라지고 조용하고 침착한 어른스러운 은우가 백수희는 낯설었다.

“다녀왔습니다.”

은혁이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왔다.

“은혀기 오빠, 오빠.”

은정이가 은혁에게 안기고 싶어서 두 팔을 뻗었다.

은혁이 은우에게서 은정이를 받아서 안았다.

“우리 은정이 잘 노라떠요?”

은혁은 은정이를 대할 때면 유난히 혀짧은 소리를 잘 냈다.

“응응.”

“뽀뽀.”

은혁이 은정이를 향해 입술을 내밀었다.

은혁은 유난히도 은정이와 뽀뽀하는 것을 좋아했다.

은정이는 입술을 크게 벌리고 은혁의 입술에 침을 잔뜩 묻혀놓았다.

옆에서 보고 있던 백수희가 은혁의 입술에 묻은 침을 닦아주면서 말했다.

“으, 침 봐. 은혁아 그래도 은정이가 뽀뽀해 주는 게 좋니? 은정이는 뽀뽀를 침 묻히기로 생각하는 거 같아.”

은혁이 방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도 좋아요. 하나뿐인 여동생이잖아요.”

“은정이는 좋겠다. 이렇게 오빠 둘이 예뻐서 죽으니. 집에만 있어도 행복하시겠어요.”

“헤헤헤헤헤.”

은정이가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해맑게 웃었다.

창현이 퇴근을 해서 집으로 들어왔다.

“우리 공주님, 하루 종일 잘 놀았어?”

창현이 은혁에게 안겨있던 은정이를 받아들었다.

“아빠.”

은정이가 창현에게 안겨서 작은 손가락으로 창현의 얼굴을 만졌다.

“아이, 이뻐라.”

창현이 은정이 너무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듯, 은정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백수희가 입술을 뽀로통하게 내밀었다.

“창현 씨 나는 뽀뽀 안 해 줘요? 서운해요.”

백수희는 은정을 낳고 나서 창현의 관심이 은정을 향해서만 깊어진 것이 조금 서운했다.

‘내 딸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여야 하잖아요? 나를 좀 더 예뻐해 줘요.’

창현이 눈치를 보며 백수희에게 입맞춤을 했다.

“미안해요. 서운했어요?”

은혁이 백수희를 안으며 말했다.

“엄마가 최고예요. 걱정 마세요. 엄마.”

은혁이 은우에게 눈짓을 하자 은우도 백수희를 안았다.

“엄마가 최고예요. 그치 은정아.”

창현에게 안겨있던 은정이 해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엄마 체고.”

창현이 백수희에게 말했다.

“서운하게 해서 미안해요. 수희 씨. 그래도 당신은 영원한 나의 공주님이에요.”

백수희가 못 말린다는 듯 창현을 보면서 웃었다.

“알았어요. 대신 또 그러면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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