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226화 (226/257)

226화. 신곡 (6)

코카콜라의 마케팅 부장 니콜라스는 피자를 앞에 두고 티비 앞에 앉았다.

그의 옆에는 장난치는 어린 아들 둘이 있었다.

여덟 살 알렉산더와 아홉 살 올리버.

장난꾸러기 두 아들 때문에 주말 내내 전쟁이었다.

‘주말이 평일보다 더 피곤하다니까. 어서 출근하고 싶다.’

니콜라스는 티비를 켰다.

올리버가 레고를 꺼내자 알렉산더가 옆에 가서 레고를 만졌다.

올리버가 짜증을 냈다.

“이건 형 거야. 넌 네 장난감 가지고 놀아.”

“같이 놀자.”

“형이 레고 가지고 놀 거야.”

알렉산더는 시무룩해져서 장난감 상자에서 헬리콥터를 꺼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올리버가 알렉산더의 헬리콥터를 보더니 알렉산더의 옆으로 왔다.

“알렉산더 헬리콥터 내가 가지고 놀 거야. 넌 레고 가지고 놀아.”

“헬리콥터 내가 가지고 놀려고 했는데.”

“내가 형이잖아. 네가 레고해.”

올리버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왜 나만 가지고 그래.”

“내가 형이니까 그렇지.”

올리버가 알렉산더의 머리를 콩 쥐어박았다.

“으앙.”

올리버가 큰 소리를 내면서 울기 시작했다.

니콜라스가 소리쳤다.

“동작 그만. 알렉산더 누가 동생을 때리래? 형이 동생을 잘 돌봐줘야지.”

알렉산더가 입술을 삐쭉거렸다.

“왜 나한테만 그래요? 저 오늘부터 형 안 할래요. 형은 좋은 건 하나도 없고 나쁜 것만 있잖아요.”

니콜라스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오늘부터 나도 아빠 안 할 거야. 그러니까 너희 둘 알아서 살아. 피자도 알아서 먹고 돈도 알아서 벌고 집세도 알아서 내고.”

올리버가 니콜라스의 눈치를 보았다.

“아빠, 화났어요?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알렉산더는 뽀로통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티비에서 지니로 변신한 은우가 나오고 있었다.

[냐는 램프의 요정 지니.

세상에서 가장 히미 센 마법샤.

램프의 약속에 가쳐

바끄로 나갈 뚜가 엄떠.

당신의 소어늘 드러쥬면

내게 자유를 줄 건가요?

당신도 댜른 사람처엄

내게 자유를 주지 안게쬬?

지니로 사는 건 피곤해.

지니로 사는 건 피곤해.]

알렉산더와 올리버의 눈동자가 티비 속의 은우에게로 향했다.

니콜라스는 짜증이 났다.

‘둘이 붙여놓으면 하루종일 싸우니 아주 전쟁이야. 집에 장난감이 하나인 것도 아닌데 계속 싸운단 말이지. 대체 왜 저럴까? 연년생이라서 그런지 몸집도 고만고만하고 생각도 고만고만하고. 형도 동생도 한 마디를 안 지고 싸우니 정말 애 키우기 힘들다.’

알렉산더는 티비 속의 지니를 보고 생각했다.

‘지니잖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니. 은우가 지니 분장을 했네. 정말 귀엽다. 은우야. 내 소원 좀 들어줄 수 있어? 내 소원은 아빠가 날 사랑해 주는 거야. 아빠는 날 사랑하지 않아. 올리버만 사랑해. 매일 나만 혼내고. 나랑 올리버랑 싸울 때마다 늘 올리버 편만 든다니까. 어쩜 나 같은 건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게 좋았을까. 난 너무 슬퍼.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는 거 같아.’

올리버는 지니를 보면서 생각했다.

‘오늘도 형이랑 싸웠어. 형은 날 미워해. 난 형이 좋아서 그러는 건데. 형은 늘 혼자서만 놀려고 하고 내가 같이 놀자고 하면 짜증을 내. 장난감도 같이 사이좋게 가지고 놀면 좋을 텐데. 내가 그렇게 미운가? 내가 없어지면 형은 행복해질까?’

올리버는 지니의 노래에 따라 몸을 흔들었다.

‘근데 노래 진짜 신난다.’

이윽고 무대가 어두워지더니 피아노 위에 앉은 은우가 아부와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난 기어캐요. 엄마갸 처음 내 소늘 잡아준 그 나를.

세상은 너무도 따뜨타고 비츠로 가득 차쬬.

여행을 떠나기 전 나릐 설렘처엄

처음 하꾜에 이팍할 때 느끼는 설렘처엄

기분 조은 설레므로만 가득찬 오늘]

은우의 목소리는 니콜라스를 과거로 데려갔다.

‘알렉산더가 처음 태어나던 날이 기억나. 그날 갑자기 양수가 터졌다고 아내가 나에게 전화를 했었지. 출산예정일이 두 달이나 남아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난 회사에서 허둥대면서 정신없이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어. 병원에서 아내를 봤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지. 아내는 고통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난 아내가 잘못될까 봐 미칠 듯이 걱정됐어. 아내는 결국 조산을 했지. 팔 개월 만에 태어난 알렉산더. 인큐베이터에서 한 달을 더 살고 퇴원해서 나왔을 땐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는데.’

알렉산더는 니콜라스에게 처음 아빠란 이름을 달아준 아기였다.

‘병원에서 퇴원하던 날 너무 행복했지. 한 달 동안 알렉산더가 잘못될까 봐 망설였었는데 그땐 알렉산더가 건강한 것만으로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어.’

알렉산더는 노래를 들으며 바닷가에서 물에 빠진 자신을 아빠가 구해준 날을 떠올렸다.

‘다섯 살 때 식구들과 함께 바닷가에 갔던 날이 기억나. 그날은 햇살이 너무도 아름다웠고 바다도 너무 좋았지. 더 어렸을 적에도 바닷가에 간 적이 있어서 난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은 채 바다로 향했어. 한 달 동안이나 기다렸던 날이었으니까.

바닷물에 들어간 나는 아빠의 기다리란 말을 무시하고 혼자 튜브를 낀 채 바닷가로 들어갔어. 아빤 올리버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지.

그리고 예상과는 다르게 내 몸이 튜브 밑으로 빠졌어. 내 손을 튜브를 잡고 있었지만, 몸을 물 밖으로 내밀만큼 힘이 세지 못했지. 물 밖의 세상이 점점 아득해 보였어. 입 안으론 물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고 소리를 낼 수도 없었지.

이제 정말 죽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커다란 손이 나타나서 날 끌어올렸지. 아빠였어. 그때 본 아빠는 내 영웅이었어.’

올리버는 알렉산더와 함께 놀이터에 갔던 날을 기억했다.

‘형이랑 싸우고 혼자 놀러 나갔는데 놀이터에서 다른 친구들이 내 장난감을 뺏어가고 괴롭혔었어. 너무 화가 나서 장난감을 던지고 울려고 했는데 형이 나타났었지. 그때 형이 친구들에게 내 동생 괴롭히지 말라면서 화를 냈어. 난 형이 날 미워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때 형이 내 편을 들어줘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날 괴롭히던 한 아이가 자신도 형을 불러오겠다며 집으로 들어갔지. 그러자 형이 내 손을 잡고 집으로 달리기 시작했어. 그때 내 손을 잡아준 형이 너무나도 좋았었는데. 형이 있다는 게 정말 행복했어.’

은우의 노래가 이어졌다.

[오느른 행보칸 냘.

내 샤랑을 노래해요.]

화면 속에서 자스민과 알라딘이 함께 춤을 추었다.

니콜라스가 식어버린 피자를 잘라서 알렉산더에게 내밀었다.

“다 식었다. 어서 먹어.”

“아빠부터 드세요. 동생이랑 싸워서 죄송해요. 아빠.”

“아빠도 혼내서 미안하다.”

올리버가 알렉산더에게 사과했다.

“형아, 내가 미안해.”

“미안하긴 내가 잘못했어.”

알렉산더와 올리버가 서로 껴안고 울었다.

니콜라스가 말했다.

“나중에 자라서 보면 형제만 한 사이가 없어. 이 험한 세상 다리가 돼 줘야지. 서로에게. 아빠가 없을 땐 너희가 서로에게 제일 큰 팬이 주어야 해. 알았지?”

알렉산더가 눈물이 맺힌 눈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올리버가 알렉산더에게 말했다.

“고마워. 형아.”

“미안해. 동생아.”

둘은 서로를 꼬옥 껴안았다.

니콜라스는 아들들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이렇게 싸우고 화해하면서 자라는 거겠지. 오늘 힘들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이 시간들도 그리운 시간이 되겠지. 근데 저 곡 너무 좋다. 사람의 감정을 흔드는 음악이라니. 진짜 대단한데.’

니콜라스는 화면에 나온 지니를 자세히 쳐다보았다.

‘가만있어봐. 피부색을 바꿔서 못 알아봤는데 은우 아냐? 우리 회사 광고 모델인. 저 노래 너무 좋은데. 이번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 때 은우가 나가면 어떨까?

디즈니 만화 주인공과의 콜라보도 너무 좋아서 디즈니에서도 후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슈퍼볼은 미국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운동 경기였다. 때문에 가장 큰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무대였다. 그중에서도 하프타임 무대의 시청률은 70프로에 육박했다.

‘은우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서 아시아 쪽 매출이 상승했어. 이번 슈퍼볼 무대에서 제대로 된 홍보 효과를 누려서 펩시를 눌러버려야지.’

하프타임 무대는 화려한 무대 장식과 퍼포먼스로도 유명했다.

‘무대 장식이나 공연 구성에 대해서 디즈니에서도 의견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은우에게 섭외부터 넣어야겠다.’

***

백수희는 관리실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1107호죠. 선물이 잔뜩 와서 쌓여있어요. 관리실이 좁아서 다 놓기가 힘드니 어서 가져가세요.”

“네? 선물이요?”

백수희는 어리둥절하면서 관리실로 내려갔다.

‘은우 선물인가? 내 앞으로 많은 선물이 오지는 않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관리실 앞을 가득 채운 선물 상자가 보였다.

‘세상에 이게 다 뭐야?’

관리실 아저씨가 백수희에게 말했다.

“혼자 왔어요? 이거 다 못 가져갈 텐데. 내가 도와줘야겠네. 선물이 너무 많이 왔어. 오늘 무슨 날이에요?”

“아무 날도 아닌데요.”

“선물 많이 와서 좋겠네요. 내 나이가 쉰다섯인데 내가 평생 받은 선물보다 수희 씨가 오늘 받은 선물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은우 앞으로 온 것 같아요. 저도 요샌 인기가 시들해져서요.”

“우리 조카가 은우 팬이라서 난리예요. 은우 사인받고 싶다고.”

“은우가 한국에 오면 해 드릴게요.”

관리실 아저씨가 바퀴 달린 수레에 택배 상자를 올려 담았다.

백수희도 바퀴 달린 수레 하나에 택배 상자를 올렸다.

“수희 씨, 하지 마세요. 임신하셨다고 하던데.”

“네에? 어떻게 아셨어요?”

“오늘 초록창 실시간 검색어에서 봤어요. 축하드려요. 은우가 만든 곡도 수박차트에서 들었습니다. 정말 좋더라구요.”

“네에. 감사합니다.”

온 국민이 가족이 된 듯한 이 기분은 전에 은우와 찍던 드라마[내일도 사랑해]에서도 느꼈던 감정이었다.

‘콩콩이가 태어나면 전 국민의 축하를 받는 거 아닐지 몰라.’

백수희는 택배 상자에 쓰인 이름을 다시 보았다.

‘백수희. 은우가 아니라 내 앞으로 온 게 맞네.’

경비 아저씨가 3번이나 손수레에 택배를 옮겨서 도와준 끝에 모든 선물이 백수희의 집으로 들어왔다.

퇴근한 창현이 택배 상자를 거실로 옮겨주었다.

“이거 뜯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는데요. 수희 씨.”

“따로 선물 방을 하나 마련해야 하려나 봐요.”

창현이 택배 상자를 뜯자 작고 앙증맞은 아기 신발이 나왔다.

백수희가 신발을 보면서 탄성을 질렀다.

“레이스 좀 봐. 귀여운 공주님 신발이네요.”

백수희가 다음 상자를 뜯자 아기용 젖꼭지가 나왔다.

“출산용품을 다 보내주신 거 같은데요. 팬들이.”

창현이 상자를 뜯자 곰돌이가 프린트된 배냇저고리가 나왔다.

“너무 귀엽다. 콩콩이가 이거 입으면 정말 이쁘겠다.”

백수희가 은우 팬들에게 선물로 받은 콩콩이의 물건들을 상자 안에 넣으며 물었다.

“근데 은우는 어떤 아기였어요?”

“은우는 순한 아기였던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못 해 준 게 많아서 참 미안해요. 그땐 먹고 살기 바빠서 은우를 신경 쓰지 못했어요. 요새 육아 프로 같은 걸 보면 정말 많이 반성되더라구요.”

“그래도 그땐 최선이었잖아요. 은우도 이해할 거예요.”

“앞으로 더 잘 해 주려고요.”

“저도 더 노력할게요.”

“우리 다섯 식구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살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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