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225화 (225/257)
  • 225화. 신곡 (5)

    백수희는 맘카페에 접속했다가 깜짝 놀랐다.

    대문송으로 은우가 콩콩이를 위해 만들어준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송보송 기여운 너.

    통통한 뺘미 탐스러어.

    너무 기여어.

    네 누는 꽃씨 가타.

    행보긔 씨아시 자라네.]

    ‘어떻게 이렇게 유명해진 거지? 며칠 사이에.’

    맘카페에 접속하자 은우의 노래에 대한 여러 개의 글이 보였다.

    [새벽만 되면 발차기가 심해서 잠이 들 수 없었는데 이 노래를 듣고 자니 숙면하게 됐어요.]

    ┗ 전 며칠 동안 하혈을 해서 걱정했는데 이 노래 듣고 맛있는 거 먹었더니 멈췄어요.

    ┗ 이 곡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 이렇게 좋은 곡을 무료로 들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 근데 진짜 은우가 부른 곡 맞나요? 아무리 들어도 은우 목소리 맞는데.

    ┗ 제가 은우 소속사에 전화해봤는데 소속사에선 대답을 안 하던데요.

    ┗ 은우가 부른 게 맞다면 은우 동생 생기나요?

    ┗ 은우 동생이면. 백수희 씨 임신하셨나요? 혹시.

    백수희는 깜짝 놀라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아직 기사를 통해서는 발표된 적이 없는데.

    이 곡이 은우가 부른 거라는 걸 알리려면 임신했다는 것부터 기사가 나야겠군.’

    백수희는 아래의 글들을 더 확인했다.

    [음원 이용료를 모금합니다.

    우리 카페에 대문송으로 등록돼있는 [나의 천사에게]는 무료로 업로드된 곡이지만 많은 회원님들께서 효과를 보고 계신 곡이기도 합니다.

    몇몇 회원님들의 요청에 따라 이용료를 자율적으로 모금하여 곡을 업로드해 주신 [은우러버]님께 음원 이용료를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자율적으로 내주고 싶으신 만큼 이용료를 납부해주시면 카페 차원에서 이용료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통장 모금 내역과 이체 내용이 추후 투명하게 공개될 예정이니 마음 놓고 후원해 주셔도 됩니다.]

    ┗ 찬성합니다. 좋은 노래를 공짜로 듣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돈을 낼 수 있다니 마음이 편하네요. 오십만 원 입금합니다.

    ┗ 임신 후 다리 저림 현상이 너무 심해서 고생이었는데 노래를 듣고 나아졌어요. 임신 중이라 약 먹기가 꺼려져서 계속 버티고 있었거든요. 오만 원 입금합니다.

    ┗ 저는 호르몬 영향인지 우울해지고 불안해서 힘들었거든요. 힘들 때마다 이 곡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구요. 너무 좋은 곡입니다. 나중에 우리 아기 태어나도 들려주려고요. 저도 적지만 만 원 입금합니다.

    ┗ 노래 너무 좋아서 수박 같은 사이트에서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이트에 올려줄 순 없겠죠? 저도 십만 원 입금합니다.

    ┗ 가수가 낸 음반이 아니니 그건 어렵지 않을까요?

    ┗ 아쉽네요. 분명 그런 사이트에 올려놔도 많은 사람들이 들을 곡 같은데요.

    ┗ 이 곡 어린 아기들도 좋아해요. 제 세 살짜리 첫째가 이 곡만 틀어주면 잠투정 없이 잘 자요.

    ┗ 맞아요. 저희 첫째는 두 살인데 등센서라고 놀릴 정도로 내려놓기만 하면 앙하면서 깨고 울거든요. 근데 이 곡 틀어놓으면 바닥에 내려놔도 잠을 잘 자요. 그래서 제가 조금의 자유를 좀 더 얻었습니다. 만세. 저는 삼만 원 입금합니다. 마음 같아선 더 내고 싶은데 이번 달 여유가 없네요. 산후조리원비도 모아야 하고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모금이 시작됐네. 아무래도 이거 일이 커지는 거 같은데 은우 소속사에 말해서 음원 등록도 하고 임신 기사도 내야겠다. 근데 은우 노래 실력은 숨길 수가 없네. 말하지 않아도 다들 은우 목소리를 알아보고 말이야.’

    백수희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은우로부터 전화가 왔다.

    “엄먀.”

    “은우야.”

    “엄먀. 머 하고 이떠요?”

    “엄마 인터넷 하고 있는데, 은우가 전에 콩콩이를 위해서 만들어준 노래 있잖아. 그 곡을 엄마들이 자주 오는 카페에 올렸는데 인기곡이 됐어.”

    “징짜요?”

    “응. 다들 좋아해. 아기들도 좋아한다고 하더라고. 노래가 너무 좋아서 음원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 이따 엄마가 강라온 대표님께 전화해서 음원으로 발매할 수 있는지 알아볼게.”

    “그 노래는 콩콩이를 이한 건데.”

    “그럼 콩콩이한테 물어볼까?”

    “네네네네네.”

    “콩콩아, 오빠가 만들어준 노래 다른 아기들도 들을 수 있게 음원으로 등록해도 될까?”

    백수희가 음성을 변조하여 아기 목소리를 냈다.

    “네에.”

    “콩콩이갸 말해땨.”

    백수희는 다시 자신의 음성으로 돌아와 대답했다.

    “그럼 강라온 사장님께 말해서 음원으로 등록할까?”

    “네네네네네.”

    “참, 은우야 좋은 소식 있다. 어제 엄마가 병원에 갔는데 콩콩이가 여동생이라고 하더라고.”

    은우는 신이 나서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와, 냔 오뺘다. 내 기도갸 이루어져떠.”

    “오빠 되니까 좋아?”

    “조은 오뺘갸 댈 거예요. 매일매일 콩콩이에게 노래도 불러주고 장냔감도 양보할 거예요.”

    “콩콩이 좋겠다.”

    백수희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난 외동으로 자라서 늘 외로웠는데 콩콩이는 이렇게 좋은 오빠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우애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거지. 진짜 소중한 거야.’

    연예인으로 활동하면서 백수희는 가족들 사이에 돈 때문에 의가 상하는 것도 많이 보아온 터였다.

    ‘부모가 돈 때문에 등 돌리고 형제나 자매가 돈 때문에 등을 돌리고 서로를 이용하려고 하고 참 힘든 세상이지. 그 속에서 나를 정말로 아껴주는 가족을 만난다는 건 정말 행운이니까.’

    백수희는 태어나지도 않은 콩콩이를 예뻐하는 은우의 모습을 볼 때마다 결혼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

    분장을 맡은 이사벨라는 대기실로 내려왔다가 은우를 보고 웃음이 터졌다.

    은우가 엉덩이를 하늘로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사벨라는 은우에게로 가까이 갔다.

    ‘대체 뭐 하는 거지? 힘들지도 않나? 기합받는 자세로 있다니.’

    이사벨라는 조심스럽게 은우를 흔들었다.

    “은우야 분장해야지.”

    아무 말도 없는 은우.

    이사벨라는 은우의 눈을 쳐다보았다.

    두 눈이 꼭 잠겨 있었다.

    ‘잠든 거야? 맙소사. 저런 자세로 잠들 수도 있나? 아기들은 정말로 신기한데.’

    이사벨라는 은우의 엉뚱함과 귀여움에 웃음이 터졌다.

    ‘많이 피곤했나 보다. 더 자라고 하고 싶지만, 분장을 시작해야 할 시간이네. 지니로 변신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테니까.’

    이사벨라는 갑자기 장난기가 일었다.

    ‘그냥 깨우면 재미없겠지? 간지럼을 태워볼까?’

    이사벨라가 은우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간지럼을 태웠다.

    “헤헤헤헤헤헤헤헤.”

    은우가 눈을 감은 채 자지러지게 웃었다.

    ‘이래도 안 일어나다니 은우 정말 대단한데.’

    이사벨라가 은우의 양말을 벗기고 발바닥을 간질였다.

    “항복.”

    은우가 웃으면서 일어났다.

    “이사벨라 눈나 복슈댜.”

    은우가 이사벨라에게 달려들더니 간지럼을 태우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 항복.”

    은우는 성에 차지 않는지 계속해서 이사벨라를 간지럽혔다.

    “미안해. 은우야. 그만. 지니 분장해야지.”

    은우가 간지럼을 멈췄다.

    “지니! 저 지니 조아해요.”

    오늘 무대는 알라딘과의 콜라보 무대.

    은우는 지니로 분장을 해서 노래를 부르기로 돼 있었다.

    지니는 은우가 알라딘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다.

    “램프의 요정 지니! 부르떠뜸니꺄. 주인님.”

    은우가 팔에 힘을 잔뜩 주면서 지니 흉내를 냈다.

    “은우야, 팔을 왜 자랑하는 거야?”

    “지니는 알통이 이떠요. 지니는 힘이 아주 세고 우주에서 제일 센 마법샤예요.”

    “그렇구나. 그럼 눈나가 세상에서 가장 힘센 마법사로 은우를 변신시켜 줄게.”

    “변신.”

    은우가 신이 나서 두 팔을 들었다.

    이사벨라는 은우를 파란색 지니로 변신시켰다.

    흰색 바지를 입고 파란색 몸을 한 은우는 너무나도 귀여웠다.

    이사벨라가 은우에게 까만색 콧수염을 달아주면서 말했다.

    “지니, 뱃살이 너무 귀여운 거 아닌가요?”

    은우가 팔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나는 램프의 지니댜. 세상에서 갸장 히미 센 마법샤. 하하하하.”

    이사벨라가 마지막으로 은우의 머리카락을 파란색 피부로 덮어주었다.

    “이제 완벽하네요. 지니.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대머리가 되셨습니다.”

    은우가 콧수염을 만지면서 말했다.

    “히믄 여기서 나아요. 머리는 엄떠도 대요.”

    “아, 그렇습니까?”

    그때 대기실의 문이 열리며 스텝이 외쳤다.

    “올라갈 시간이에요.”

    은우가 이사벨라에게 말했다.

    “지니갸 소언을 드러주고 올게요.”

    “파이팅!”

    무대에 올라가자 알라딘과 자스민, 알라딘의 원숭이 아부가 있었다.

    알라딘이 노래를 시작했다.

    [나는 부모도 없고 집도 없어.

    하지만 꿈이 있지.

    비록 지금은 좀도둑일 뿐이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착하니까.

    도둑으로 사는 건 피곤해.

    도둑으로 사는 건 피곤해.]

    자스민이 노래를 불렀다.

    [나는 한 나라의 공주.

    드레스 따윈 흥미가 없어.

    바느질 따윈 더 지겨워.

    궁궐은 너무나도 따분해.

    공주로 사는 건 피곤해.

    공주로 사는 건 피곤해.]

    아부가 원숭이 소리를 내며 노래를 불렀다.

    [나는 아부.

    나는 최고의 도둑.

    어떤 물건이든 발견만 하면 손에 넣을 수 있지.

    그러니까 오늘 밤 네 주머니를 조심해.

    원숭이로 사는 건 피곤해.

    원숭이로 사는 건 피곤해.]

    지니로 변신한 은우가 노래를 받았다.

    [냐는 램프의 요정 지니.

    세상에서 가장 히미 센 마법샤.

    램프의 약속에 가쳐

    바끄로 나갈 뚜가 엄떠.

    당신의 소어늘 드러쥬면

    내게 자유를 줄 건가요?

    당신도 댜른 사람처엄

    내게 자유를 주지 안게쬬?

    지니로 사는 건 피곤해.

    지니로 사는 건 피곤해.]

    무대에 불이 꺼지고 곡이 바뀌었다.

    놀란 듯 무대 위를 두리번거리는 알라딘과 자스민, 아부.

    은우가 피아노 위에 앉아 작은 손으로 피아노를 치고 있다.

    은우가 치고 있는 곡은 신곡 [첫사랑]이었다.

    [난 기어캐요. 엄마갸 처음 내 소늘 잡아준 그 나를.

    세상은 너무도 따뜨타고 비츠로 가득 차쬬.

    여행을 떠나기 전 나릐 설렘처엄

    처음 하꾜에 이팍할 때 느끼는 설렘처엄

    기분 조은 설레므로만 가득 찬 오늘]

    은우의 맑고 고운 목소리가 무대를 가득 채웠다.

    아부가 은우의 피아노 위에 앉아 이빨을 드러내며 장난을 쳤다.

    “이히히히히히.”

    은우가 아부를 보며 웃었다.

    [오느른 행보칸 냘.

    내 샤랑을 노래해요.]

    알라딘과 자스민이 함께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두 사람은 손을 잡은 채 함께 춤을 추었다.

    무대에 불이 꺼지고 알라딘과 자스민의 아름다운 그림자가 무대를 가득 채웠다.

    조명은 피아노를 치는 은우와 은우의 어깨 위에 앉아있는 아부를 잡았다.

    아부가 은우의 어깨 위에서 꼬리를 흔들며 리듬을 탔다.

    [지브로 돌아오는 밤 날 따라오던 달처엄

    속상해서 눈물지떤 뱜 날 이로하던 별처엄

    우린 서로에게 이로갸 될 테니

    살미 조금 부조카더라도

    내 샤량을 노래해요.]

    노래를 듣는 관객들은 동화 속에 초대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추억에 잠기게 하는 목소리야.’

    ‘인생에 작은 설렘들이 없다면 얼마나 지루한 인생이 될까?’

    ‘내 인생이 완벽하진 않지만 나에게 위로가 되는 가족들이 있어서 버틸만한 것 같아.’

    ‘헤어진 여자친구가 갑자기 보고 싶다. 퇴근길마다 함께 전화를 했었는데 그리운 그 목소리.’

    ‘요즘은 위로를 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너무나 외로워. 난 언제쯤 날 위로해주는 사람을 만나게 될까?’

    ‘사랑받고 사랑하는 인생이 가장 값진 인생이겠지? 어제 아빠랑 싸웠는데 아빠에게 전화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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