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화. 세상의 모든 사랑 (1)
은우는 제이슨에게 답장을 쓰고 싶었다.
“멍멍(뭐라고 쓸까?)”
“네 칭구갸 대고 시퍼. 그러케 써져.”
“멍멍(그게 끝이야?)”
“그리고 제이슨에게 이거 듀고 시퍼.”
“멍멍(그건 네가 가장 아끼는 장난감이잖아.)”
은우는 팬들에게 받은 퐁퐁이를 제이슨에게 주려고 했다.
“멍멍(근데 인형을 어떻게 메일로 보내?)”
“너무 킁갸. 그래도 주고 시퍼서.”
“멍멍(네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란 걸 알면 감동받을 텐데 아쉽다.)”
“보이야, 제이스네게 소어니 머냐고 무러뱌.”
“멍멍(소원? 버킷리스트 같은 거?)”
“버키리스트갸 머야?”
“멍멍(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소원 목록인데 영화 같은 곳에 보면 나와.)”
“응, 제이스네게 무러뱌. 엄먀, 아뺘 말고 다른 서언이 인냐고.”
“멍멍(알았어.)”
보리가 제이슨에게 메일을 보냈다.
***
은우는 케미기샤와 함께 너투브 영상을 찍는 중이었다.
“안녕하떼요. 재롱이들. 오느른 선무를 뜨더 보게뜹니댜.”
은우의 앞에는 팬들로부터 받은 선물 상자가 잔뜩 쌓여 있었다.
옆에는 케미기샤가 앉아있었는데 케미기샤 앞에도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다.
“이건 케미기샤 거예요.”
“감사합니다. 여러분. 이렇게 많은 선물을 받게 될 줄 몰랐어요. 한국 사람들은 정말 따뜻해요.”
은우가 상자를 뜯자 그 속에서 초콜릿 자판기가 나왔다.
“와, 자판기댜. 가꼬 십던 건데. 헤헤헤헤.”
은우가 버튼을 누르자 동그란 초콜릿볼이 나왔다.
케미기샤도 버튼을 눌렀다.
“우와, 초콜릿이다.”
케미기샤와 은우는 신이 나서 버튼을 계속 눌렀다.
금세 초콜릿이 바닥이 났다.
“다음 샹쟈엔 머갸 드러뜰꺄?”
은우가 상자를 뜯자 그 속에선 눈알이 가득 쏟아져 나왔다.
케미기샤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악.”
보리가 꼬리를 치면서 태연하게 말했다.
“멍멍(저거 유명한 건데 눈알 모양 젤리 아냐? 맛있다던데.)”
은우가 눈알 모양 젤리를 들어서 씹었다.
“우와.”
젤리 속에서 터지는 블루베리잼이 너무나도 상큼했다.
케미기샤는 은우를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은우, 사람 눈을 먹으면 어떻게 해? 여기도 이상한 풍습이 있는 거야?”
아프리카에는 아픈 아기가 불행을 가져온다거나 죽은 사람의 물건을 지니고 있으면 불행해진다는 등의 미신이 많았다.
“하하하. 케미기샤. 이거 징쨔 마디떠. 젤리라니까.”
은우가 젤리를 한입 물어서 보여주었다.
젤리 속엔 파란색 잼이 잔뜩 들어있었다.
“아.”
은우가 케미기샤의 입 안에 눈알 모양 젤리를 넣어주었다.
“맛있어.”
케미기샤도 눈알 모양 젤리의 맛에 놀랐다.
재롱이들 채팅방에서는 오랜만에 등장한 은우의 모습에 난리가 났다.
[꿈을 꾸는 사람] : 저 눈알 모양 젤리 요즘 인기긴 하던데 나도 젤리 보낼 걸 그랬나? 전 인형 사서 보냈는데 인형보단 젤리가 좋은 건가? 은우.
[에티우] : 인형도 좋아해요, 은우. 은우 팬들에게 받은 선물 하나도 안 버린다고 하더라구요.
┗ [거대고냥이] : 얼마 전 보이그룹 멤버가 팬들에게 받은 선물 당근에 올린 거 보셨어요? 진짜 화나던데.
┗ [mk9] : 그니까요. 그 팬들 진짜 서운했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선물을 당근에 올려놓다니.
┗ [미르은가람] : 이래서 스타도 인성이 중요합니다. 인성 하면 은우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 [sylv] : 옳소. 인성은 은우가 최고.
[장난꾸러기 lee] : 아깐 초콜릿, 이젠 젤리. 은우 과자 너무 많이 먹어서 배탈 나는 거 아닐까요?
은우가 다음 상자를 뜯었다.
“우와, 계란프라이 젤리댜. 잠깜먄.”
은우가 부엌에 가서 귀여운 펭귄 모양 도시락통을 두 개 가져왔다.
“자, 케미기샤. 우리 이걸로 도시략 싸 보쟈.”
“과자 도시락?”
은우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상쟈.”
은우가 다음 상자를 뜯었다.
“우와, 팬케이크댜. 이건 토마토 젤리네.”
“여긴 과자 공장 같아. 은우야. 은우 팬들 만세.”
“헤헤. 케미기샤. 내 팬드리 좀 짱이지? 나도 그러케 생가케.”
“응, 너무 부러워. 은우야.”
“케미기샤 네 거또 뜨더뱌.”
케미기샤가 상자를 뜯었다.
“이건 새알 모양 초콜릿이네. 우와. 도시락에 넣어보자.”
“그건 메추리알 가탸.”
은우와 케미기샤는 신이 나서 도시락 뚜껑을 열고 젤리와 초콜릿을 채우기 시작했다.
은우의 도시락에는 초콜릿볼 위에 계란프라이 모양 젤리를 얹고 곰돌이 젤리와 하트 모양 젤리를 담아놓았다. 다른 칸에는 새알 모양 초콜릿을 가득 담았다.
케미기샤는 오색 초코볼에 계란프라이 모양 젤리를 얹고 눈알 젤리를 잔뜩 넣었다. 옆에는 지렁이 모양으로 생긴 젤리를 넣었다.
“은우야, 이 도시락 누구 줄까?”
“음. 엄먀? 아빠?”
“좋은 생각이야. 이따 오면 선물로 드리자.”
“네네네네네.”
재롱이들이 댓글 창에서 형제를 보며 미소 지었다.
[ssong] : 저 도시락 먹을 수 있을까요? 너무 달 거 같은데.
[with] : 전 은우가 주면 무조건 먹습니다.
[줌마] : 저도요. 은우의 사랑이 가득 담긴 도시락.
[해피 바이러스] : 부모도 극한 직업이네요. 먹기 싫은 것도 먹어야 하다니.
[euno] : 원래 부모 되면 입맛도 변해요. 애들이 남긴 과자 하도 주워 먹어서. 저도 그것 땜에 다이어트 매번 망해요.
은우가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팬여러분 따랑 감샤해요. 열심히 하께요. 또 만냐요.”
“감사합니다. 저도 좋은 선물 많이 받고 착하게 살게요.”
은우와 케미기샤는 화면 앞에서 배꼽 인사를 했다.
너투브 촬영을 마치고 은우와 케미기샤는 효도 계획을 세웠다.
“케미기샤. 도시락 말고 멀 하면 조을꺄?”
“음. 라면을 끓여볼까?”
“라면?”
“퇴근하면 배고프실 거야. 이제 오실 시간이 다 됐는데.”
“조은 생갸기야.”
보리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멍멍(어째 불안하다. 너희들 라면 잘 끓일 수 있어?)”
은우는 전에 요리 대결에서 아빠를 이겼던 생각이 났다.
“걱정 먀. 난 요리샤라고. 잘할 뚜 이떠.”
은우는 부엌 의자를 가져다가 밟고 섰다.
“케미기샤. 냄비에 물을 바댜.”
“응.”
케미기샤가 냄비를 꺼내고 물을 받았다.
“근데 물 얼마나 넣어? 이 정도면 돼?”
“응, 갠차냐. 여기다 올려.”
케미기샤가 인덕션 위에 냄비를 올려놓자 은우가 작은 손으로 인덕션을 작동시켰다.
“음 잘대고 이떠. 라면을 차자야지.”
은우가 서랍장에서 라면을 꺼냈다.
물이 보글보글 끓자 은우가 면과 스프를 넣었다.
“와아, 냄새 조탸.”
라면이 보글보글 끓었다.
“케미기샤. 그르세 다마져.”
케미기샤가 그릇을 가지고 와서 라면을 담았다.
“우와. 완성했네. 엄마, 아빠가 기뻐하시겠다.”
“그치? 마디떠 보여.”
은우와 케미기샤가 서로를 바라보며 밝게 웃었다.
“음, 계라니 피료한데.”
은우는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에 계란프라이 모양 젤리를 라면 위에 얹었다.
라면이 뜨거워서인지 젤리가 조금씩 녹기 시작했다.
그때 벨이 울렸다.
“내갸 가께.”
은우가 나가서 현관문을 열었다.
“잘 놀았어? 은우야? 보고 싶었어.”
백수희가 은우를 안고 볼에 입을 맞추었다.
“엄먀 냐도 보고 시퍼떠요.”
창현이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라면 먹었어? 라면 냄새나네.”
“엄먀, 아뺘 주려고 저량 케미기샤가 만드러떠요.”
“우리 아들.”
백수희가 은우의 볼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잡아당겼다.
“어서 갸요. 엄먀.”
은우가 백수희의 손을 잡아당겼다.
부엌에 들어서자 식탁 위에는 라면 한 그릇과 귀여운 뽀로로 도시락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창현이 보면서 웃었다.
“근데 라면은 왜 한 개야? 아빤 못 먹어?”
“아.”
은우는 당황했다.
‘라면을 두 개 끓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한 개 끓이는 것도 힘들었는데.’
백수희가 웃으면서 말했다.
“나눠 먹으면 되죠.”
백수희가 도시락을 열었다.
“우와, 맛있겠다. 메추리알이 가득 들어있네.”
백수희가 메추리알을 하나 꺼내서 씹었다.
“이거 초콜릿이잖아. 옆엔 곰돌이 젤리도 있어. 맙소사.”
창현도 자신의 도시락을 열었다.
“내건 눈알이 들어있어. 할로윈 특집인가.”
창현이 눈알 젤리를 꺼내서 씹었다.
“생각보다 맛있네. 잘 만들었다. 도시락.”
백수희가 은우와 케미기샤를 칭찬했다.
“벌써 이렇게 효도를 하니 어쩜 좋아. 우리 아들들. 하루 종일 일하고 와도 우리 아기들 보니 하나도 안 피곤하다.”
“헤헤헤헤헤.”
은우와 케미기샤가 수줍은 듯 웃었다.
케미기샤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라면 불기 전에 드세요.”
백수희가 그릇을 가지고 와 라면을 덜어 창현에게 주었다.
“같이 먹어봐요.”
“근데 이거 뭐지? 계란프라이가 좀 이상한데.”
창현이 계란프라이를 들어서 먹어보았다.
입 안으로 퍼지는 달큼하고 시큼한 맛.
“은우야, 이건 계란프라이 모양 젤리야? 아까 도시락에 들어있던 거.”
“네네네네네.”
“하하하하하.”
“세상에서 하나뿐인 도시락이네.”
백수희는 라면을 한 젓가락 떠서 먹어보았다.
‘물은 너무 많아서 싱겁고 면발에는 젤리의 시큼하고 달달한 맛이 배서 대체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은우와 케미기샤는 긴장되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백수희와 창현을 바라보았다.
“엄먀, 마디떠요? 은우 잘해떠요?”
백수희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서 대답했다.
“은우 체고!”
“헤헤헤헤. 다행이다.”
은우가 부끄러운 듯 웃더니 백수희의 옆으로 왔다.
“엄먀 이따가 안먀 해주까요?”
“괜찮아요. 안 해줘도 돼요. 우리 은우도 사회 생활하느라 힘든데 쉬세요.”
“해 주고 시퍼요.”
“아이고 눈물 나네.”
백수희는 휴대폰을 들고 와서 은우가 만든 라면을 찍었다.
‘비록 정말 맛이 이상하긴 하지만 오늘 이런 행복은 은우가 자라면 다시 오지 않겠지? 은우야 천천히 자라렴. 이 시간들이 참 행복하구나.’
백수희가 sns에 글을 올렸다.
은우가 만든 라면 #우리 아들은 꼬마 요리사
퇴근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큰 선물을 받았네요.
엄마, 아빠 배고프다고 은우가 라면을 끓여주었네요.
맛은 독특했지만 그 속에 담긴 사랑에 마음이 뭉클.
#찬찬히 크렴.
창현은 라면 면발을 먹고 나서 라면 국물에 밥을 넣더니 냉장고 속 반찬들을 꺼냈다.
“멸치랑 깻잎 좀 넣고 볶아 볼게요.”
프라이팬에 밥과 멸치를 달달 볶다가 깻잎과 고추장으로 마무리를 하자 근사한 볶음밥이 완성되었다.
“맛있겠죠?”
창현이 볶음밥을 백수희 앞에 덜어주었다.
백수희는 한 입 먹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와아, 아들은 요리사 아빠는 마법사네요.”
“우리 은우가 아빠보다 낫죠. 그럼 그럼.”
은우는 수줍게 웃었다.
“헤헤헤헤. 아빠 고마워요.”
식사를 마친 뒤 은우와 케미기샤가 창현과 백수희를 소파에 앉게 했다.
“가만 이떠 뱌요.”
은우가 백수희의 손을 주물렀다.
“은우 안마해 주는 거야?”
“네네네네네.”
백수희는 은우의 힘이 약해서 시원하지 않았지만 작은 손이 조물거리는 느낌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엄먀 수고 마니 하셔떠요.”
“아이, 시원해. 고마워. 은우야.”
“징쨔 시언해요?”
은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작은 손을 열심히 움직이며 주물렀다.
“응.”
백수희가 귀여운 은우의 볼에 뽀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