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208화 (208/257)

208화. 귀국 (1)

에릭의 새 음반 [Back to the basics]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7년 만에 나온 에릭의 신작, 빌보드 앨범 차트 50위로 진입]

[약물과 총기, 섹스 등이 남발하던 빌보드 차트에 오랜만에 등장한 서정적인 멜로디의 곡]

[에릭의 음반은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감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것들, 우린 모두 신인이었던 순간, 어린아이였던 순간이 있지 않은가.]

[노병은 죽지 않았다. 중, 장년층 팬들 에릭의 새 음반에 환호]

[에릭의 신곡, 빌보드 차트 77위로 순위 진입]

[에릭의 신곡 를 함께 부른 이은우, 그는 누구인가]

에릭의 의 좋은 반응이 은우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재롱이들] 팬카페에서는 난리가 났다.

[꿈을 꾸는 사람] : 드디어 은우가 미국 팬들에게 음악으로 눈도장을 찍는 건가?

[mk9] : 빌보드 기다려. 은우가 다 발라버릴 테니.

[장난꾸러기 lee] : 이번 곡 정말 좋아요. 여러분. 은우 목소리 너무 귀엽고 정말 저를 안아줄 거 같고.

[봄날] ; 저 노랜 은우가 살린 듯요. 은우는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음색이 신의 한 수임.

[euno] : 저 어린 시절로 소환됐어요. 은우는 마법사인가봉가

[라이머] : 은우 목소리 1급수네요. 듣는 순간 청정지역 됨. 서울 미세먼지 쩔고 있는데 은우 목소리 들으니 코가 시원해지는 거 같아요.

[스페로라] : 내가 가수라도 은우 피처링 받고 싶을 듯. 에릭도 에릭이지만 은우가 이 곡 거의 살린 거 같은데.

[sylv] : 노래 듣고 제 어린 시절 생각나서 울었어요. 저 어릴 때 친구들이 저 괴롭혔거든요. 그럴 때 은우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 [with] : 괴롭히는 것들은 아무리 어려도 소탕해야 함. 학교 폭력도 그렇고 대체 왜 그럼?

┗ [줌마] : 학대, 폭력 모두 싫어요. 아기들이 행복한 세상이 오길.

┗ [ssong] : 저도 어렸을 때 친구들이 따돌려서 힘들었어요. 집에 오면 그래도 제 말을 들어주는 토끼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어요. 따돌림 없는 세상이 오길.

[에티우] : 은우 빌보드 차트도 쓸어버렸으면 좋겠네요. 2집 음반 안 나오나.

[ssong] : [블랙 레오퍼드 2]로 인지도가 높아진 지금이 기회일 것 같아요. 새로운 음반을 내서 빌보드 가봅시다. 다음엔 아카데미 시상식이 아니라 그래미상 시상식으로 가보자구요.

[해피 바이러스] : 그래미 좋습니다!!

***

강라온은 은우에게로 밀려드는 제안서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에릭과 함께 녹음한 곡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피처링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특히 미국 쪽에서.’

강라온은 피처링 제안이 온 가수들의 목록을 훑어보는 중이었다.

- 비욘세

- 아리아나 그란데

- 마룬 5

- 저스틴 비버

- 빌리 아이리시

‘내놓으라 하는 탑가수들이네. 누구와 해도 인지도 면에서는 좋을 수밖에 없겠어. 그렇지만 피처링이라는 건 인지도 말고는 좋을 게 없긴 하지.’

은우의 맑은 목소리는 곡의 분위기를 끌고 가는 1등 공신이었다. 밝고 따스한 분위기를 내고 싶거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곡들이라면 은우와 피처링을 하는 것이 가수의 입장에선 좋을 것이었다.

그러나 은우의 입장에서는 이 역시 소모적인 것일 수 있다는 게 강라온의 생각이었다.

‘은우도 빌보드에 도전해야 하긴 하니까. 목소리를 알리는 건 좋지만 너무 비슷한 이미지로 여러 곡을 피처링하게 된다면 그게 은우가 음반을 냈을 때 유리하게 작용하진 않을 거야.’

강라온은 더 이상 피처링 음반을 내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강라온의 앞에는 은우의 선택을 기다리는 수많은 대본이 놓여있었다.

‘[블랙 레오퍼드 2]가 흥행 신화를 새로 쓰고 있으니 지금이 은우의 배우로서의 전성기겠지.’

아역이 비중 있게 출연하는 모든 대본이 그의 앞에 놓여있는 것 같았다.

‘시즌 5에 접어든 [모던 패밀리]의 톡톡 튀는 아기역. 이것도 은우에게 잘 어울리긴 하겠다. 회당 출연료로 30만 달러(한화 3억 3천 정도)니 출연료도 좋고. 드라마니까 한 시즌에 12화만 촬영해도 돈은 정말 걱정할 필요 없겠네. 우리 회사 매출 절반은 올해 은우가 채워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역시 미국이 자본이 세군.’

한국에선 탑텐 급 인기에 들어야 회당 오천만 원 정도의 출연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한국에선 드라마 5개를 찍어야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 미국에선 시즌 하나만 찍고 나면 손에 들어올 수도 있는 금액이 된 것이었다.

‘욕심이 나는 시장이야. 음반 시장 역시 우리랑은 비교가 안 되는 규모니까. 하지만 잭슨 파이브 이후 어린 가수가 미국에서 성공한 전례가 없었어.’

강라온은 은우의 미국 진출에 대해 고민이 깊어졌다.

‘어떻게 해야 은우가 자신의 솔로곡으로 빌보드에 오를 수 있을까?’

***

미국의 유명한 팝가수 카디비는 딸과 함께 [블랙 레오퍼드 2]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이었다.

카디비의 다섯 살 난 딸 줄리는 은우의 열렬한 팬이었다.

“[와따따 포에버]”

줄리가 가슴 앞으로 엑스자를 만드는 와찰라의 포즈를 취했다.

카디비는 그런 줄리가 귀여워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재밌니? 줄리. 이게 벌써 다섯 번째 보는 거잖아.”

“재미떠. 다음 버네 또 볼 거야.”

“엄만 이제 모든 대사를 외울 것만 같다.”

카디비는 아이들은 왜 같은 것을 반복해서 보는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한 가지에 잘 꽂히는 건 날 닮은 거 같기도 하고.’

줄리가 극장 앞 굿즈 가게로 향했다.

“줄리 집에 인형 많잖아.”

“어제 은우 별스타에서 새 인형 바떠. 프링이. 나 프링이 살 거야.”

카디비는 줄리에게 이끌려 굿즈 가게로 들어섰다.

굿즈 가게엔 [블랙 레오퍼드 2] 용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미 여기 있는 거 모두 다 집에 있잖아. 줄리.”

“엄만 투더리야. 프링이는 엄따고. 루루도.”

줄리는 기어코 프링이 인형과 루루와 그의 아기들 인형을 찾아내어 장바구니에 넣었다.

카디비는 결제를 한 뒤 차에 올랐다.

“엄마, 은우 노래 트러져.”

카디비는 은우의 너투브를 틀었다.

“겹쨍이 토먀툐, 토먀툐.

나는야, 어듀미 무서어.

나는야, 주샤가 무서어.

나는야, 슈영이 무서어.

나는야, 고양이갸 무서어.”

줄리는 새로 산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줄리는 어느새 한국어로 된 노래 가사를 꽤 잘 따라 했다.

‘은우를 너무 좋아해서 자동적으로 한국어나 한국문화를 배우기 시작했어.’

줄리는 처음엔 은우의 너투브를 보고 좋아하더니 근래엔 한국의 다른 노래를 듣거나 드라마를 보고 동물 너투브까지 구독해서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너투브의 알고리즘은 정말 무섭다니까.’

그들은 어떻게 찾아내는지 줄리가 좋아할 만한 영상들만 골라서 줄리의 눈앞에 내놓곤 했다.

‘나도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지.’

어느 날 갑자기 줄리는 불고기가 먹고 싶다고 말하거나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말해서 카디비리를 놀라게 했다. 카디비는 한인 마트를 뒤져서 불고기와 떡볶이를 찾아냈다.

처음 보는 비주얼이 익숙지 않았지만 의외로 맛은 나쁘지 않았다.

그 뒤론 모든 가족이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한국 음식을 먹게 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의 아동 컨텐츠들은 교육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들이 많아 보였다. 동화나 동요 같은 것들.

카디비는 그런 것들을 선별하여 줄리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카디비는 줄리 덕분에 은우의 정규 앨범 [Born to be cute]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곡이 너무 귀여워 비트도 신나고.’

줄리와 카디비가 모두 좋아하는 음반이 은우의 첫 번째 앨범이었다.

줄리가 외쳤다.

“엄마, [난 너무 기여어] 트러 주떼요.”

카디비가 은우의 음반을 재생했다.

“거리를 냐셔면 날 보는 시션들.

누냐, 횬아, 할뷰지, 할모니

내갸 그러케 기여운가여.

내갸 지나갈 때먀댜 냘 향한 시션들.

멀리셔도 냐를 쫓는 시션들.

내갸 그러케 기여운가여.”

차 안은 금방 신나는 콘서트 무대가 되었다.

카디비를 닮아 줄리도 목청이 컸다.

두 모녀는 함께 노래를 불렀다.

줄리는 은우의 트레이드마크인 엉덩이춤을 추고 싶었다.

“엄마 내려서 다시 한 번 불러요. 차는 답다패요.”

차가 집에 도착하고 카디비는 줄리가 산 인형을 한 보따리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휴우, 피곤하다. 극장 다녀오니 하루가 끝난 기분이야.”

카디비는 커피를 한 잔 타서 자리에 앉았다.

“줄리 과자 좀 먹고 너투브 잠시만 보고 있어.”

카디비는 커피를 마시면서 3D 아바타 만들기를 시작했다.

카디비가 새로 가지게 된 취미인데 휴대폰으로 사진을 입력하면 사진에 맞춰서 가상의 3d 아바타를 만들어주는 어플이었다. 카디비는 완성한 아바타를 넣어 집의 사진을 찍었다.

“아바타야. 네가 나 대신 집안일도 해주고 줄리도 돌봐주고 촬영도 해주고 음반도 내주면 좋겠다.”

도우미 아줌마도 쓰고 유모도 쓰고 있는데도 시간은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카디비는 휴대폰을 고정한 채 아바타 어플을 켰다.

태블릿으로 은우의 노래를 켰다.

“거리를 냐셔면 날 보는 시션들.

누냐, 횬아, 할뷰지, 할모니

내갸 그러케 기여운가여.”

노래가 들리자 방에서 혼자 놀고 있던 줄리가 뛰어나왔다.

“엄먀, 냐두.”

줄리와 카디비가 음악에 맞춰서 은우의 엉덩이춤을 추기 시작했다.

둘은 호흡이 척척 맞는 환상의 커플이었다.

아바타가 카디비의 춤을 촬영하고 있었다.

“아, 더어.”

줄리가 땀을 흘리며 말했다. 카디비는 영상이 잘 저장됐는지 휴대폰을 확인했다.

아바타는 훌륭하게 자신과 줄리의 춤을 기록했다.

“엄먀. 이 인형 뱌. 이거 우리야?”

줄리가 아바타를 보고 신기한지 웃었다.

“응, 우리야. 우리 은우의 두 번째 멤버 할까?”

“조아.”

카디비는 방금 찍은 영상을 sns에 공유했다.

***

백인수는 한국으로 돌아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에릭의 새 음반은 언제 들어도 좋단 말이야. 게다가 우리 은우가 에릭과 함께 노래를 부르게 될 줄이야.’

요즘만 같아선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생각하는 백인수였다.

‘은우가 화가로서도 유명해지고 아프리카 아기들을 위해서 후원도 하고.’

평생 이루고 싶었던 화가의 꿈을 대신 이뤄준 은우가 너무나도 대견한 백인수였다.

양복점 역시 새 디자인을 올릴 때마다 주문이 폭발하고 있었다.

주 고객은 은우 또래의 아기를 둔 부모들이었다.

수작업이라 많은 제품을 만들지 않았지만 많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한정판을 내놓는 것이 낫다는 사실을 백인수는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친구들을 만날 때도 은우 덕분에 어깨가 으쓱으쓱하는 백인수였다.

60이 넘어 처음 가게 된 미국이라는 땅 역시 신나기는 마찬가지였다.

백인수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미국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한턱 쏘겠다며 저녁 약속을 잡은 터였다.

친구 석이와 용남이와 함께 곱창집에 앉아 소주를 부딪쳤다.

석이가 말했다.

“요즘 너 잘돼서 보기 좋다. 인생은 말년이 중요하다던데. 너 말년 복 타고났구나. 아주.”

용남이도 맞장구쳤다.

“그니까. 우리 애는 이번에 로스쿨에 들어갔는데 서른이 넘도록 밥벌이가 안 돼서. 자기가 가고 싶다고 해서 보내긴 했는데 요샌 로스쿨 졸업해도 변호사가 너무 많아서 쉽지 않다고 하고 걱정이다. 언제쯤 돈 대주는 게 끝나나 몰라.”

백인수는 자신의 자랑을 하기가 미안해졌다.

“그러다가 또 잘되겠지. 인생은 길잖아. 나도 고등학교 때 그림 접었을 때 얼마나 슬펐다고. 하지만 지나와 생각해 보니까 그게 또 내 인생에서 다른 인연들을 만나게 하는 그런 기회가 됐을 수도 있고 말이야.”

용남이가 소주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부럽다. 백인수. 자식 걱정 언제 끝나나 싶어.”

백인수도 소주잔을 부딪쳤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소주의 맛.

그런데 다른 날과 다르게 위가 너무 아파 왔다.

‘이상하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명치를 찌르는 듯한 고통에 백인수가 가슴을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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