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197화 (197/257)

197화. 개봉박두 (1)

[밖으로 GO] 게임이 출시되었다.

시민들은 서울의 전광판에서 [밖으로 GO]의 광고를 볼 수 있었다.

[지도 위에서 움직이는 와찰라를 찾으세요.]

[다섯 가지 캐릭터의 와찰라를 모두 모으시면 은우 굿즈를 드립니다.]

[메인 캐릭터 20개를 가장 빠르게 모은 열 명에게 은우와의 점심 식사 초대권을 드립니다]

[캐릭터 지도를 모두 완성한 분께 [블랙 레오퍼드 2] 스페셜 영상을 보내드립니다.]

재롱이들 팬카페에서는 난리가 났다.

- 해피 바이러스 : 은우와의 점심 식사 내가 가져가겠소. 빨리 받아야지.

- with : 게임 방금 다운로드했는데 서울시 전체를 이 잡듯 뒤져야 할 거 같아요. 발바닥에 불나겠네.

- 에티우 : 불나도 일단 시작시작. 빨리 시작하는 사람이 승자.

- 꿈을 꾸는 사람 : 저 벌써 하나 모았어요. 집 근처에서. 기본 와찰라 너무 귀여운데요.

┗ mk9 : 윗님 어디 사세요? 저도 그 동네 가서 기본 와찰라 잡고 싶어요.

┗ 꿈을 꾸는 사람 : 망원동이요.

┗ mk9 : 감사합니다. 달려가야지.

- euno : 전 직딩이라 나갈 수가 없는데 이럴 때 학생분들 부럽네요.

- 라이머 : 외근직인 게 이렇게 좋을 줄이야. 평소엔 왕짜증이었는데 오늘은 참 행복하네요. 저 거래처 들렀다가 옴바쿠 잡았습니다. 하필 제일 처음 잡은 게 옴바쿠라서 짜증 나지만

┗ 고구마녀 : 은우가 아니라서 서운하시겠지만 그래도 캐릭터 지도 완성엔 도움이 될 테니 기분 푸세요.

- 스페로라 : 서울 시내 곳곳에서 잡았다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군요. 저도 잡고 싶습니다. 전 두 시간째 배회 중인데 동네를 잘못 잡은 걸까요? 왜 옴바쿠도 없을까요? 흑흑.

팬클럽을 중심으로 해서 빠르게 퍼진 [밖으로 GO]의 인기는 일반인들에게까지 전해졌다.

길거리를 배회하며 휴대폰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잡았다.”

“아, 옴바쿠네. 와찰라 왜 안 나와?”

“자하라의 레드 드래곤 생각보다 귀여운데.”

“아싸! 다섯 개의 와찰라 다 모았다.”

예상치 못했던 [밖으로 GO]의 인기에 넷팍스 역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세정이 정철에게 말했다.

“사장님, 새로 개봉하는 영화 [좀비 몬스터] 측에서 저희와 계약을 원한다고 합니다.”

정철은 갑작스런 이 사태가 놀라웠다.

‘[블랙 레오퍼드 2]의 인기가 놀라워. 영화사와 드라마사에서 앞다투어 우리에게 제작요청을 하고 있어. 유명한 게임사에서도 우리에게 협업 요청을 해 오고 있고. 덕분에 이제 회사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것 같아. 이대로만 간다면 내년엔 직원들 연봉을 올려줄 수도 있을 거야.’

변 대리가 말했다.

“역시 바블사의 힘이 대단하긴 하네요. 인지도 없던 저희 게임을 한 방에 띄운 걸 보면.”

듣고 있던 세정이 말을 보탰다.

“바블사도 대단하긴 한데 우리나라에선 은우 인기를 무시 못 하죠. [블랙 레오퍼드 2]도 중요하긴 하지만 게임 보상이 전부 은우 관련된 것으로 구성돼 있잖아요. 은우 팬들을 주축으로 해서 여성 팬들이 귀여운 것들을 좋아해서 흥행이 된 거라고요.”

김 주임이 동의했다.

“맞아요. 원래 게임은 남자들이 많이 하는데 저희 게임 사용자를 확인했더니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어요. 세정 씨 말대로 은우 팬클럽이 가장 큰 일등공신 같아요.”

변 대리가 의견을 내놓았다.

“오래 살아남기 위해선 남성 유저들도 더 많이 끌어들일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반대로 생각하면 은우 팬들이 아니면 우리 게임이 유지되기 힘들다는 말일 수도 있잖아요.”

정철이 동의했다.

“그건 그래. 스타나 영화의 흥행 요소 없이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지.”

* * *

케미기샤 역시 [밖으로 GO] 게임에 심취해 있었다.

은우가 걱정되는 듯 케미기샤에게 말했다.

“케미기샤, 길도 잘 모르면서 그러케 돌아다니면 어떠케?”

“이 게임 너무 재밌어. 어학당 친구들도 다 같이 빠져서 단체로 하고 있거든. 케빈은 이미 옴바쿠 캐릭터 3개를 다 모았어. 나는 설룡 와찰라 하나밖에 못 모았어.”

“케미기샤, 혼자 나갸따갸 길 이러버리면 큰일 난단 마리야.”

“알았어. 미안해. 은우. 다음엔 꼭 같이 나가도록 하자.”

보리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멍멍(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게 게임이라고 하더니. 누가 케미기샤 좀 말려줘요. 케미기샤는 은우를 매일 보니 은우 굿즈나 은우랑 함께 하는 점심 식사 초대권 이런 거 하나도 필요 없을 텐데 말이야.)”

“그냥 게이미 재민나뱌. 보이야.”

케미기샤는 가끔씩 은우가 보리에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 생각했다.

‘은우는 보리를 정말 사랑하나 보다. 텔레파시가 통하는 걸까? 오랑이랑 우탄이도 은우를 좋아하긴 했지만, 저 둘은 특별해 보여.’

은우가 케미기샤에게 말했다.

“케미기샤 내이리 개봉이리니까 가치 영화가네 가쟈.”

은우는 케미기샤의 소원을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출연한 영화를 함께 극장에서 보는 것.

이번에 개봉하는 [블랙 레오파드 2]가 케미기샤가 처음으로 극장에서 보는 영화가 되겠지.’

케미기샤가 신이 나서 박수를 쳤다.

“와아!!!”

* * *

블랙 레오퍼드 2의 개봉일

은우는 케미기샤와 함께 길동의 차를 타고 극장으로 향했다.

은우는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벌써 이번에 2번째 영화 개봉이네. 두 번의 영화가 모두 내 전생과 연관이 있어서 더 특별하게 느껴져. [위대한 목소리]는 파리넬리의 삶을 [블랙 레오퍼드 2]는 흑인으로서의 내 삶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어.

[위대한 목소리] 때는 신인이라 아무도 나를 눈여겨보지 않았었는데 [블랙 레오퍼드 2]를 찍을 땐 참 많이 달라졌구나.’

은우가 차에서 내리자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블랙 레오퍼드 2] 흥행을 어느 정도 예상하나요?”

“[밖으로 GO] 게임이 유례없는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는데 은우도 게임 해 봤나요?”

“팬들을 위해 포즈 한 번만 취해 주세요.”

“[위대한 목소리]처럼 백만 넘었을 때 공약 같은 거 없나요?”

길동이 큰 덩치로 길을 뚫었다.

은우는 케미기샤의 손을 꼭 잡고 방긋 웃으며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다.

채드윅이 은우와 케미기샤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은우야, 이따 무대인사 기억하지? 별건 없고. 인사만 잘 해주면 될 거야. 믿는다.”

채드윅은 은우가 충분히 잘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케미기샤와 함께 보라고 이 층석을 배정했어. 이따가 다른 배우들도 올 테니까 편하게 봐.”

“네, 걈샤함니댜.”

길동이 은우와 케미기샤를 이 층석으로 데려다주었다.

“와, 좋다.”

케미기샤가 탄성을 질렀다.

편안한 이 인석 소파에는 팔걸이도 있고 다리를 펴고 누울 수 있도록 다리 받침대도 있었다. 위에는 따뜻한 담요도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과자도 준비돼 있었다.

은우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극장에서 준비해져냐 뱌.”

케미기샤가 카라멜 팝콘을 먹으며 말했다.

“슈퍼스타 은우 덕분에 나도 특급 대접을 받네.”

“헤헤헤헤헤헤.”

관객들이 다 차고 은우는 일 층으로 내려가 무대인사에 참여했다.

“안녕하떼요. [블랙 레오퍼드 2]에서 와찰라 여글 마튼 이은우임니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번 영화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뭔가요?”

“엄떠떠요.”

“네?”

예상치 못한 대답에 기자는 당황했다.

“그러니까 아프리카 하면 덥고 벌레도 많고 또 듣기로는 와찰라 분장에만 한 시간 반이 걸렸다고 하던데. 여러 가지 요소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중에서 어떻게 제일 힘들었어요?”

“다 조아떠요. 와찰라 분쟝은 변신하는 거 가타서 신이 나꼬 아프리카에선 아기드를 만나면서 새로운 꾸미 생겨떠요.”

“새로운 꿈요?”

“아프리카 아이드레게 히먕을 주고 시퍼요.”

“출연료 전액을 기부한 것도 그것과 관련이 있나요?”

“네네네네네.”

기자들은 은우가 가진 너무나 원대한 꿈과 그것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어투와 아기다운 천진스러움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질문을 한 기자의 옆에 서 있던 기자가 질문을 이었다.

“우리가 은우 캐릭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질문한 것 같네요. 은우는 긍정론자 같으니까 앞으로 힘든 것, 안 좋은 것보단 좋은 것 위주로 물어보도록 합시다.”

기자들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블랙 레오퍼드 2]를 촬영하면서 제일 재밌었던 건 뭐예요?”

“똥침노리요.”

“아, 그 영상 너투브에서 흥행을 해서 봤어요. 재밌던데 실제로도 똥침 좋아하나요.”

“네네네네네. 그치만 아무한테나 하면 안 된대요. 치질 때무네요.”

“치질? 그건 어디서 배웠어요?”

“길도이 횬아가 알려저뗘요.”

순간 앉아 있던 길동의 얼굴이 빨개졌다.

‘이렇게 순식간에 나의 치질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것인가?’

은우는 해맑은 얼굴로 웃으면서 말했다.

“여러분 치질 걸리면 앙대요. 그럼 피나요. 야채를 골고루 마니 머그세요.”

관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기자가 질문을 이었다.

“와찰라 역을 연기할 때 가장 좋았던 점은 뭔가요?”

은우의 표정이 순식간에 진지해졌다.

“와찰랴는 백셩을 따량해요. 우정을 이해서 노력하는 게 정먈 조아떠요. 저도 변신만 할 뚜 이뜨면 더 잘할 뚜 이는데.”

“은우가 변신을 할 수 있으면 뭐로 변신하고 싶은데요?”

“드래고느로 변신해서 전쟁을 끈낼 거예요. 너무 먀는 아기드리 전쟁 때무네 주거가요.”

은우는 파드와였을 때 자신의 삶을 떠올렸다.

‘아프리카의 아기들이 굶어 죽는 이유도 그거였으니까. 끝나지 않는 전쟁. 종교와 자원을 이유로 아프리카는 지금도 전쟁 중이니까. 그 전쟁이 끝나기만 해도 아기들은 부모를 잃지 않고 힘든 삶을 살지 않아도 될 텐데.’

은우의 대답은 간단명료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것이었다.

“은우 말이 맞네요. 세상에 너무 많은 전쟁이 있죠. 그 전쟁들이 다 끝나면 좋을 텐데. 현실에서도 와찰라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네요.”

사회자가 순서를 정리했다.

“자, 이제 기자분들 질문을 마치고 팬들 질문을 받겠습니다.”

곳곳에서 팬들이 손을 들기 시작했다.

“저기 네 번째 줄에 [와찰라 포에버] 문구 들고 계신 분.”

“네, 저는 연희동에서 온 이은희라고 합니다. 질문이 있는데요. 은우 아픈 건 다 나았나요? 팬으로서 너무 걱정이 돼서요. 1집 음반이 참 좋았었는데 활동 더 못 봐서 아쉬웠어요.”

은우가 갑자기 자신의 티셔츠를 올리고 배를 보여주었다.

관객석에서 비명이 터졌다.

“악, 너무 귀여워. 은우 배 좀 봐.”

“근데 배는 갑자기 왜 보여주는 거죠?”

“어때요? 귀엽잖아요.”

은우가 배를 두드리며 대답했다.

“이제 갠차냐요. 눈냐. 걱정하지 먀요. 이러케 튼튼해요. 배도 부르고. 아침도 마니 머거떠요.”

사회자가 다시 질문을 받았다.

“다음 질문. 여섯 번째 줄 핑크색 모자 쓴 여자분.”

“은우 다음 음반 활동 계획은 없나요?”

은우는 생각했다.

‘다음 음반은 빌보드 차트를 노려야지. 세계에서 인정받는 가수가 되고 싶어.’

은우가 일어나서 오랑우탄춤을 추었다. 양팔을 늘어뜨리고 박수를 치며 무대 위를 돌아다녔다.

“다음 음뱌는 오랑우탄으로 낼게요.”

느닷없는 오랑우탄 흉내에 관객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은우는 정말 럭비공 같아.’

‘뭘 해도 귀엽긴 하네. 난 태어나서 오랑우탄 흉내 한 번도 안 내본 것 같은데.’

사회자가 질문을 추가했다.

“은우 오랑우탄 음반 말고 다른 음반도 생각한 거 있나요?”

“음, 코끼리 음뱌니요.”

은우가 코를 말고 뱅뱅뱅 돌다가 쓰러졌다.

“너무 어지러어.”

사회자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코끼리 음반은 아무래도 힘들 것 같네요. 이상으로 팬들 질문 코너를 마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블랙 레오퍼드 2]팀이 하는 합동 인사를 보겠습니다.”

채드윅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채드윅의 옆에는 은우, 옴바쿠, 자하라, 알퐁소, 팔레레, 아르세데인의 역을 맡은 배우들이 서 있었다.

채드윅이 배우들의 손을 잡고 합동 인사를 했다.

“지금부터 [블랙 레오퍼드 2] 영화가 시작됩니다.”

불이 꺼지고 화면 가득 광고가 시작되었다.

케미기샤는 떨리는 마음으로 이 층석에 앉아 있었다.

‘은우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은우의 말 한마디에 웃고 울고. 내가 한국말을 이해할 순 없지만 모두 은우를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어.’

무대인사를 마친 은우가 이 층으로 올라와 케미기샤에게 말했다.

“어땠어?”

“최고였어.”

은우는 케미기샤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다.

‘영화가 끝나고서도 다들 이 반응이어야 할 텐데 긴장된다.’

은우는 케미기샤의 손을 꼭 잡고 영화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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