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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재능흡수-188화 (188/257)

188화. 형제의 이름으로 (2)

수영장에서 신나게 논 후에 은우와 케미기샤는 백수희, 이태석, 길동과 함께 레스토랑에 왔다.

케미기샤와 은우는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뭐 시킬까?”

백수희가 메뉴판을 들고 물었다.

은우가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스테이크.”

백수희가 은우의 볼을 늘이며 대답했다.

“알았어, 육식 공룡.”

케미기샤가 수줍은 듯 말했다.

“감자튀김.”

“케미기샤는 초식공룡이네.”

백수희가 점원에게 스테이크, 햄버거, 샐러드, 치즈를 얹은 감자튀김, 치킨을 주문했다.

점원이 음식을 내려놓자 테이블이 음식으로 가득 찼다.

“우와.”

케미기샤가 탄성을 질렀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많이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

“생일 같아요.”

케미기샤가 방긋 웃었다.

은우는 케미기샤의 생일을 챙겨주지 못한 것이 생각났다.

‘파드와일 때는 생일날에도 수수죽을 주었지. 굶었던 날도 있었어.’

은우는 케미기샤에게 멋진 생일케이크를 주고 싶었다.

“눈나, 이짜나요.”

은우가 백수희의 옆으로 쪼르르 달려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케미기샤에게 머찐 생일 케이크를 쥬고 시퍼요.”

백수희가 방긋 웃더니 점원에게 가서 말했다.

“케이크 하나 더 주문할 수 있을까요? 초도요.”

“생일이신가요?”

백수희가 케미기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네, 저기 케미기샤가 생일이에요.”

“생일이시면 연주도 해드려요. 생일 축하곡 연주해 드릴까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좋아요.”

“네, 그럼 생일 케이크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은우는 감자튀김을 손으로 집어서 케미기샤에게 내밀었다.

“케미기샤, 아아.”

케미기샤가 감자튀김을 받아먹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은우 최고.”

케미기샤도 감자튀김을 집어서 은우에게 주었다.

“냠냠냠냠, 아이 마디뗘.”

은우와 케미기샤가 함께 바라보며 웃었다.

백수희가 자리로 돌아와 은우와 케미기샤를 보며 웃었다.

‘은우가 케미기샤를 생각하는 마음이 특별한 것 같아. 지난번에도 함께 한국에 가겠다고 하더니. 케미기샤를 한국으로 데려가는 걸 생각해 봐야 할까?’

백수희는 창현에게 케미기샤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때 초록색과 붉은색 천을 두른 연주자들이 은우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점원은 케이크를 들고 있었다.

연주자들은 잠베(우리의 북과 비슷한 잠비아의 전통악기)를 두드리며 노래했다.

“오늘은 당신이 태어난 날.

햇살도 바람도 파도도 당신이 태어남을 기뻐했죠.

당신은 소중한 사람.

오늘은 당신의 생일.

영원한 축제의 날.

다 함께 마시고 먹고 노래해.

내게 소원이 하나 있다면 당신이 행복한 것.

지금 나를 위해 방긋 웃어볼래요?”

한 연주자가 케미기샤의 손을 잡으며 테이블 아래로 끌어당겼다.

케미기샤가 수줍은 듯 나왔다.

케미기샤가 은우의 손을 잡아당겼다.

은우도 케미기샤를 따라 테이블 아래로 나왔다.

“지금 나를 위해 춤을 춰 줄래요?”

빨라지는 잠베 연주.

연주자들이 잠비아의 전통춤을 추었다.

팔을 양쪽으로 휘저으며 발을 빠르게 구르는 그 춤은 매우 단순했다.

케미기샤가 연주자들을 따라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당신은 건강할 거예요.

당신에겐 좋은 일만 가득할 거예요.”

은우와 케미기샤는 함께 발을 구르며 웃었다.

연주자들이 마이크를 은우에게 주었다.

곡조가 반복되기 때문에 노래를 만들기는 쉬웠다.

은우가 즉석에서 가사를 만들었다.

“우린 함께 이뜨면 행보케.

다음 생일에도 너에 생일을 추카해 줄게.”

은우가 마이크를 케미기샤에게 넘겼다.

“너와 함께 있으면 매일이 생일이야.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너와 함께 있으면 행복해.”

이태석은 박수를 치면서 생각했다.

‘두 아이는 정말 특별해. 저 둘을 떨어뜨려 놓을 수 있을까?’

연주가 끝나고 난 뒤 케미기샤와 은우의 이마에선 땀이 흘렀다.

백수희가 연주자들에게 팁을 건넸다.

“고마워요.”

“땡큐. 생일 축하해요. 귀여운 아가들.”

길동이 케미기샤의 케이크에 초 10개를 꽂고 불을 붙였다.

은우가 노래를 불렀다.

“생일 추카함니댜. 생일 추카함니댜. 사랑햐는 케미기샤 생일 추카함니댜.”

케미기샤가 촛불 앞에서 밝게 웃었다.

“케미기샤 소언 빌고 초뿔 꺼.”

- 후우우우

케미기샤가 소원을 빌었다.

‘은우랑 함께하게 해 주세요. 그곳이 어디여도 상관없어요.’

은우가 작은 손으로 박수를 쳤다.

이태석과 백수희, 길동도 박수를 쳤다.

“생일 축하해, 케미기샤.”

“축하해.”

처음으로 받아보는 축하에 케미기샤는 밝게 웃었다.

길동이 케이크를 잘라 케미기샤의 그릇에 담아주었다.

은우가 설명해 주었다.

“생일나렌 케이크를 머거. 케이크는 대게 마디뗘. 매일매일 먹고 시픈 마디야. 생일인 사람이 케이크를 가장 먼저 머글 뚜 이떠.”

케미기샤가 포크로 케이크를 한 조각 떠서 입 안에 넣었다.

사르르 녹는 달콤함. 끝에 퍼지는 부드러운 딸기의 맛.

“와아.”

케미기샤는 케이크 한 조각을 다 먹고 텅 빈 접시를 내밀었다.

백수희가 웃으면서 케이크를 한 조각 더 주었다.

“벌써 다 먹은 거야? 케미기샤. 천천히 먹어. 다 먹으면 또 시키면 되니까.”

“너무 맛있어요.”

은우는 케미기샤를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신뷰님, 저 여기에 학교를 만들고 시퍼요.”

이태석은 생각지도 못한 은우의 말에 놀랐다.

“학교를 만들겠다고?”

이태석도 이곳의 아이들에게 학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당장 필요한 식량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가 없으면 아이들의 삶은 달라질 수 없었다. 언제 끊길지 모르는 후원을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는 삶은 언제든 다시 불행 속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었으니까.

“그림도 팔기로 해떠요. 뉴요게서 전시회를 할 거예요. [블랙 레오파드 2] 출연료도 이뜨니까요.”

길동은 깜짝 놀랐다.

“은우야? 네 출연료가 얼만지 알기나 해?”

“잘 몰라요.”

은우는 케미기샤를 만난 후 돈에 대한 관심이 생기긴 했지만 정확한 금액을 기억하진 못했다.

“은우 출연료가 300만 달러예요. 33억이 넘는 금액이라고요.”

백수희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은우야, 너 진짜 대단하구나. 누나랑은 비교가 안 될 거 같은데. 이제.”

태석 역시 놀랐다.

‘우리나라에서도 33억은 큰돈인데 여기선 오십만 원만 있어도 집 한 채를 지을 수 있으니. 은우가 출연료를 기부한다면 학교는 물론 병원도 지을 수 있을 거야.’

병원. 그것은 아프리카에 꼭 필요한 것이었다.

꼬박 하루나 이틀을 걸어야 병원에 갈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

‘병원에 오다가 죽거나 병이 심해지는 사람들도 많지. 병원에 와서도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고. 학교와 병원이 생긴다면 이곳에 희망이 싹틀지도 몰라.’

이태석은 어쩌면 은우가 아프리카에 변화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길동은 은우를 보면서 생각했다.

‘은우야, 후회하지 않겠어? 그 큰돈을. 평생 벌어도 그 돈 못 버는 사람도 많은데.’

백수희는 이 상황을 창현에게 어느 정도까지 설명해야 할지 머리가 아파 왔다.

‘창현 씨가 버는 돈도 많아서 은우가 번 돈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것 같았지만 금액이 보통 큰 게 아닌데. 창현 씨도 허락할까?’

은우가 이태석에게 말했다.

“신부니미 해 주떼요. 학교를 만드러 주떼요. 신부니믄 어른이고 조은 사라미예요.”

이태석은 자신을 향한 은우의 맑은 눈망울을 쳐다보았다.

‘은우야 내가 아프리카를 떠날 때, 아프리카에 다시 돌아오지 않으려 했던 건 아프리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이곳에 있으면 너무 하찮고 작은 존재로 느껴졌기 때문이야. 끝나지 않는 가난과 고통을 감당하기 힘들었지. 난 점점 무기력함에 빠졌어.

하지만 이렇게 네가 날 믿어주니 다시 한번 아프리카에 희망을 전하고 싶구나.’

은우가 말을 이었다.

“케미기샤가 한구게 가려면 머갸 피료해요?”

“비자가 필요하지. 여행이라면 짧게도 가능하겠지만 길게 있으려면 비자가 필요해. 유학 비자가 좋을 거 같긴 한데 자세히 알아보고 준비해야 할걸.”

“복자파구냐.”

길동이 옆에서 웃으면서 말했다.

“은우야, 넌 일 때문에 해외에 갔던 거라서 전부 비자가 자연스럽게 발급이 됐었어.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엔 다른 나라에서 오래 있는 건 쉽지 않아.”

“케미기샤도 스타갸 대면 대요?”

“하하하하. 스타가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데.”

“케미기샤 노래 자래요.”

“스타가 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야. 은우야. 하지만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꾸나.”

길동이 은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태석이 말했다.

“은우가 아프리카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고 하는구나. 아프리카 사람들이 은우에게 매우 고마워할 거야.”

은우는 파드와였을 때 자신이 느꼈던 절망감을 잘 알고 있었다.

“거마어하지 아나도 대요. 여기 아이들도 한구게 아이들처럼 행보카게 지내뜨면 조케어요. 배고프지 말고 울지 말고요. 모든 아이드른 행보케야 해요.”

백수희가 은우의 말에 동의했다.

“그래, 은우야. 모든 아이들은 행복해야만 해. 나도 여기 와서 굶주린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어.”

백수희는 지난번 외곽 봉사를 나갔다 만난 아이들이 떠올랐다. 가느다란 팔다리를 한 아이들은 너무 말라서 눈만 커다랗게 보일 정도였다. 거기에 비하면 그래도 하루 두 끼를 먹을 수 있는 캠프의 아이들은 건강상태가 양호했다.

길동이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자자, 은우가 좋은 결심도 했으니 우리 모두 노력해서 도와보자구요.”

은우가 공룡변신로봇 가방에서 사과폰을 꺼냈다.

“케미기샤. 이거.”

케미기샤는 사과폰을 보고 놀랐다.

캠프에서 어른들이 쓰는 것을 보긴 했지만, 아이들이 사과폰을 가진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거 갸지면 언제든지 나량 얘기할 뚜 이떠.”

백수희가 은우에게 물었다.

“은우야, 이거 어디서 났어? 새건 아닌 거 같은데.”

“채드윅 감독니미 줘떠요. 안 뜬다고 해서 케미기샤 주려고 가져와떠요.”

“아아아, 근데 은우 너무 케미기샤만 좋아해서 눈나 서운하다.”

“아니에요. 눈나 눈나도 따랑해요.”

은우가 백수희에게 두 팔로 하트를 그려 보였다.

이태석 신부가 케미기샤에게 말했다.

“내일 함께 휴대폰 가게에 가서 사과폰을 등록해 보자.”

케미기샤가 은우를 꼬옥 끌어안으며 말했다.

“고마워. 은우야. 정말 고마워.”

“헤헤헤헤. 너랑 매일 전화할 뚜 이뜨면 신나게따.”

***

채드윅은 모처럼의 휴일을 맞아 일정을 정리하고 있었다.

맥주를 한 캔 따고 아몬드를 씹으며 채드윅은 생각했다.

‘한 달 정도만 촬영을 더 하면 될 거 같아. 듀크 보고 있어? 생각보다 은우가 잘해줘서 촬영이 순조롭게 돼가고 있어. 네가 말한 대로 은우는 훌륭한 와찰라야. 변신을 할 때마다 표정이 얼마나 진지한지 몰라. 은우를 보고 있으면 이게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믿게 될 정도라니까.’

그때 채드윅의 휴대폰이 울렸다. 제작자인 윌리엄이었다.

“채드윅 촬영은 잘돼 가?”

“이제 한 달 정도만 여기서 촬영을 하면 될 거 같아.”

“룬다가 올린 영상은 매일 보고 있어. 재밌더라고. 은우 영상. 너무 귀엽고 웃기고. 그 똥침 영상 보다가 배꼽 빠지게 웃었어. 삼행시 잘 짓던데. 몰랐어. 채드윅. 언제 내 이름으로도 삼행시 부탁해.”

“사양할게. 평상시에 좋아하는 놀이는 아니어서. 은우랑 함께하느라 했던 거야.”

“서운해. 채드윅. 은우보다 나랑 안 시간이 훨씬 많았잖아. 이러기야?”

“알았어. 다음에 만나면 지어줄게.”

“마케팅 방법 고민 중인데. 좋은 아이디어 있어?”

“글쎄. 촬영하느라 바빠서.”

“오늘 기사 난 거 봤어? 은우 기사?”

“은우 기사?”

“은우가 [블랙 레오파드 2] 출연료 전액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대. 아프리카에 학교와 병원을 세운다고 하더라고.”

“은우가?”

채드윅은 기사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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