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화. [블랙 레오파드 2] (15)
은우가 셀프카메라를 켰다.
“안녕하떼요. 여러분. 여기는 블랙 레오파드 2. 촬영현장입니댜. 반갸어요.”
은우가 화면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팬들의 대화가 빠르게 채팅창으로 올라왔다.
- 악, 은우다. 은우 티셔츠 목 늘어난 거 봐. 얼굴은 이쁜데 옷은 현지인 같아.
- 은우 조금 살 빠진 거 같지 않아요? 얼굴이 타서 그런가. 살이 빠진 거 같아.
- 은우야, 네가 들고 있는 카메라가 되고 싶다. 흐응.
“은우는 빠을 머거떠요. 팬드른 무슨 반찬 머거떠요? 마디는 거 마니 머거떠요?”
은우가 망고를 집으며 말했다.
“여긴 망고도 마니 이떠요. 더어서 마니 머거야 한 대요. 망고 머글래요. 아아아아.”
은우가 망고를 고프로 앞에 대면서 말했다.
“마니 뜨떼요. 아구아구. 아, 마디떠.”
팬들에게 먹여주는 척하면서 은우 자신이 망고를 다 먹어 치우고 있었다.
“오느른 왕 노리를 할 거예요. 왜냐면, 띰띰하거든요. 헤헤헤헤헤.”
은우가 까맣게 탄 얼굴로 밝게 웃었다.
“기다려뱌요. 감독님. 감독님.”
채드윅이 화면 앞에 나타났다.
“왜, 은우야?”
“감독님. 우리 왕 노리 해요.”
“좋지. 그럼 누가 왕인데?”
“감독님요. 소언이 머예요?”
“시원한 게 먹고 싶구나.”
“네네네네네.”
은우가 채드윅을 위해 냉장고에서 생수통을 가져왔다.
“여기떠요. 감독님.”
“고마워. 은우. 아, 물맛 좋다.”
채드윅이 물통을 받으며 웃었다.
옆에 있던 촬영감독 룬다가 말을 걸었다.
“채드윅, 뭐 하는 거야?”
“은우랑 왕 놀이하고 있어. 같이 할래?”
“오, 그래? 그거 재밌겠는데. 누가 왕이야?”
“지금은 나야. 내 명령을 따라야만 해.”
“다음엔 내가 왕이 될 수도 있는 거지?”
은우가 룬다에게 대답했다.
“네네네네네.”
옆에서 보고 있던 분장사 루시와 음향감독 사이먼도 함께하게 되었다.
채드윅이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이거 신나는데. 다음 소원은 사이먼이 나를 업어라.”
사이먼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당연하지. 내가 왕인 것을 잊었단 말이냐?”
“네, 마마.”
사이먼이 채드윅을 낑낑대며 업었다.
“너무 무거워.”
165센티에 62킬로인 사이먼이 185센티인 100킬로인 거구 채드윅을 업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헤헤헤헤헤헤헤. 아 우껴.”
은우는 그 모습을 보고 배꼽을 잡고 웃었다.
“내갸 도아주께요.”
은우가 채드윅의 다리 한쪽을 들었다.
“아이쿠, 은우 힘이 세네.”
채드윅은 한쪽 다리를 들어 은우가 쉽게 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은우는 신이 나서 채드윅의 한쪽 팔도 들었다.
“헤헤헤헤. 은우 힘 떼요?”
채드윅은 은우가 힘이 세다고 믿게 하고 싶어 자신이 힘을 주어 팔과 다리를 들어야 했기 때문에 곧 힘에 부쳤다.
“자, 이제 왕을 넘기겠다. 다음 왕은 은우.”
“네네네네네.”
은우는 자신이 왕이 된 것이 너무나도 신나서 빙긋 웃었다.
‘파리넬리일 때도 늘 왕이 부러웠었는데 말이야.’
은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왕의 이르므로 삼행시를 지어보거랴. 내 맘에 들면 쉴 수 이따.”
채드윅이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이름처럼 귀엽고 순수한
은과 같이 빛나는 너.
우우우우우우우우. 너를 사랑해.”
채드윅의 의외의 삼행시 실력에 루시와 사이먼, 룬다도 깜짝 놀랐다.
은우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잘해따. 채드윅. 여기 와서 시어랴.”
루시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다음엔 제가 해 보겠습니다. 운을 띄워주십시오.
이빨이 하얗고 가지런한 너는
은우라는 세계 최고의 스타.
우윳빛깔 이은우 사랑해요. 사랑해.”
은우가 박수를 쳤다.
“루시도 여기 와서 시시오. 댜들 잘하네.”
루시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내가 생각해도 좀 잘한 거 같아.”
평소에도 말주변이 없는 사이먼은 머릿속이 걱정으로 가득 찼다.
‘아, 큰일이네. 하필이면 삼행시라니. 난 저런 거 못 하는데. 벌칙이 뭐지? 최대한 쉬운 벌칙을 받아야 하려나?’
룬다도 걱정이었다.
‘삼행시 짓기 난 못한단 말야. 어차피 못할 거면 빨리 하는 게 나으려나. 근데 앞에 채드윅과 루시가 너무 잘해서 지금 하면 너무 비교될 거 같은데. 어떻게 하지?’
왕 놀이에 재미가 들린 은우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다음엔 누갸 하지?”
사이먼과 룬다는 서로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쟈, 가이바이보해.”
사이먼과 룬다는 어쩔 수 없이 가위바위보를 했다.
첫판은 사이먼의 승리.
두 번째 판은 룬다의 승리.
세 번째 판은 다시 사이먼의 승리.
“사이머니 이겨떠. 룬댜부터.”
룬다는 떨리는 마음으로 삼행시를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은우를 만난 건 진짜.”
여기까지 한 룬다는 자신의 의외의 삼행시 실력에 놀라고 있었다.
‘생각보다 잘했네. 이제 마지막 한 줄만 제대로 하면 되는데. 근데 우로 시작하는 말이 없어. 생각이 나지 않아. 아, 어렵다. 우. 우로 시작하는 말. 우유?’
채드윅이 끼어들었다.
“사이먼 어서 시를 마저 지어야지. 계속 시간만 끌면 어떻게 해? 폐하. 삼행시 짓기는 시간제한이 필수 아닙니까? 제가 시간을 잴 수 있도록 해 주시옵소서.”
“아라따. 그러케 해랴.”
채드윅이 웃으면서 말했다.
“사이먼, 넌 내가 십을 셀 때까지 마지막 한 줄을 완성해야만 해.
십, 구, 팔, 칠, 육, 오, 사, 삼, 이.”
사이먼이 외쳤다.
“우웁스.”
사이먼의 말에 다들 뒤집어졌다.
“헤헤헤헤헤헤헤. 너무 우껴요. 사이먼.”
“하하하하하하. 웁스가 뭐야 대체? 그게 삼행시야?”
사이먼이 얼굴이 빨개져서 핑계를 댔다.
“생각이 안 나는 걸 어떻게 하라고? 우는 정말 어렵다니까.”
루시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왜? 우주에서 하나뿐인 행운이야. 이러고 끝내면 되잖아.”
“루시, 넌 천재야. 저걸로 고치면 안 될까? 은우야? 우주에서 하나뿐인 행운?”
채드윅이 막아섰다.
“안 돼. 그건 사이먼이 한 게 아니고 루시가 한 거잖아. 폐하. 사이먼에게 벌을 내려주시옵소서.”
사이먼이 자신을 변호했다.
“안 되옵니다. 폐하.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은우는 고민을 했다.
‘사이먼이 시를 못 짓긴 했는데. 웁스도 재미가 있긴 했어. 하지만 루시가 지은 우주에서 하나뿐인 행운이 더 멋지긴 한데. 어떻게 해야 할까?’
사이먼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은우를 올려다보았다.
“사이먼은 시를 재미께 지어땨. 그래서 재민는 버를 주도록 하게따. 먼저 룬다의 시를 들어보게땨.”
룬다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쁜 너는 최고
은우는 최고.”
룬다도 역시 우에서 막히고 말았다.
‘우는 너무 어려워.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 루시가 말한 우주에서 하나뿐인 행운만 떠오르는데.’
채드윅이 룬다를 재촉했다.
“자, 시간 잽니다. 십, 구, 팔, 칠, 육, 오, 사, 삼, 이, 일.”
룬다가 외쳤다.
“우는 최고.”
채드윅이 웃었다.
“가까스로 하긴 했네. 근데 마지막 줄은 이상하잖아.”
룬다가 우겼다.
“은우 이름에 우가 들어가잖아. 뭐가 이상해. 우는 최고니까. 은우 최고인 거지. 그리고 모두 최고로 끝나서 통일돼 보이잖아.”
채드윅이 은우를 보며 말했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음. 내갸 보기엔 재미이떠댜.”
“그럼, 누가 일등, 이등, 삼등, 사등입니까? 삼등과 사등이 벌을 받는 게 맞을 듯한데요.”
“일등은 루시. 이등은 채드윅. 삼등은 룬다. 사등은 사이먼.”
“벌은 무엇입니까?”
은우는 벌칙을 고민했다.
“사이먼 내 아프로 오세요.”
사이먼이 두려워하며 은우의 앞으로 갔다.
“벌이 대체 무엇입니까? 폐하.”
“등을 보이게 서시오.”
은우가 사이먼의 엉덩이에 똥침을 놓았다.
“똥침. 헤헤헤헤헤.”
사이먼은 생각지도 못한 일격에 당황했다.
채드윅이 웃으면서 말했다.
“똥꼬냄시. 폐하 저도 한 번만 해 보면 안 되겠습니까?”
은우는 채드윅이 자신보다 키도 크고 힘이 세니 똥침도 잘 놓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아.”
채드윅이 룬다를 보며 웃었다.
“룬다, 앞으로 와서 서.”
“채드윅, 제발 살살해. 내가 자네한테 잘해줬잖아.”
“게임은 그냥 게임일 뿐이잖아. 어서 와.”
룬다가 체념한 듯 채드윅의 앞에 섰다.
“똥침.”
채드윅이 룬다의 엉덩이에 똥침을 놓았다.
“악.”
룬다는 엉덩이가 아파 펄쩍펄쩍 뛰었다.
은우는 그 모습을 보고 자지러지게 웃었다.
“헤헤헤헤헤헤. 똥침 너무 재미따. 왕노리 매일 하고 시퍼.”
룬다가 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음 왕은 내가 할 거야. 채드윅. 다음엔 내가 네 똥꼬를 노릴 테다.”
채드윅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렇게는 안 될걸. 난 게임 도사거든. 종류가 바뀌어도 절대 지지 않아.”
사이먼도 말했다.
“어서 빨리 다음 왕을 고르자. 다음 판 시작해요. 왕은 시간제한 없나요?”
채드윅이 말했다.
“시간제한 있지. 다음 왕 갈까?”
은우가 네 사람에게 말했다.
“왕은 내일 수영장에 가기로 하여따. 횬아.”
길동이 눈치를 채고 은우를 안고 달렸다.
셀프카메라를 보고 있던 팬들은 난리가 났다.
- 어쩔? 똥침 진짜 아프겠다. 아까 사이먼 너무 불쌍해.
- 룬다가 훨씬 아플 거 같던데. 룬다 집에 가서 보면 응꼬에서 피난 거 아닐까?
- 근데 다들 나이가 서른 살은 훨씬 넘었을 거 같은데 은우 똥침놀이라니.
- 똥침놀인 좀 더러운 거 같은데
- 나도 어릴 때 똥침놀이 많이 했어요. 다들 그때 했을 텐데. 은우만 그런 건 아니랍니다.
- 전 말레이시아 팬인데 말레이시아에도 똥침놀이 있어요.
- 미국에도 똥침놀이 있어요. 웃긴 비디오 영상에도 꾸준히 올라오는 똥침놀이.
- 맙소사. 똥침놀이로 위아더 월드 되는 것임?
- 원래 단순할수록 세계공용일 확률이 높음. 뭔가 고차원적인 거보다 단순한 걸 사람들이 좋아하니. 안 그래?
- 난 은우랑 놀 수 있으면 똥침놀이 백 번도 가능?
- 헉, 백 번이면 응꼬 허는 거 아닐까요?
- 설마 은우가 아기인데 그렇게 세게 하겠어요?
- 아까, 사이먼 할 때 보니까 아기라고 약한 것 같진 않던데.
- 저도 봤어요. 뭔가 손을 멀리서 했다가 찌르던데 되게 아플 거 같던데.
- 우리 은우 똥침 장인 가나요?
- 똥침 장인이라니. 맙소사.
- 은우 똥침 맞아본 분 소감 삽니다.
- 헉, 님. 그건 좀.
- 은우는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재능도 뛰어나니 똥침도 월드 클라스로 놓을지도.
- 악, 여러분. 더러운 얘긴 이제 그만.
***
길동에게 안겨 차로 돌아온 은우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횬아, 거마어요. 큰일 날 뻔해따.”
“은우야, 내가 구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다음번에 촬영장 가면 또 왕 놀이 하자고 그럴 거 같은데. 사이먼이랑 룬다랑. 가만히 있겠어?”
“헤헤헤헤. 걱정하디 먀요.”
조용히 미소를 짓는 은우였다.
길동이 은우에게 물었다.
“근데 은우야. 횬아한테도 똥침 놓는 거 아니지?”
“헤헤헤헤헤. 몰래 노으려고 해는데. 느어땨.”
“방심하면 안 되겠는데. 언제 똥침 대결 한번 해야겠는데.”
“헤헤헤헤헤. 조아요. 똥치믄 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