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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재능흡수-185화 (185/257)

185화. [블랙 레오파드 2] (14)

자하라가 죽은 뒤 와찰라는 옴바쿠가 있는 도시로 왔고 옴바쿠는 하산과 파산의 말을 통해 카산의 죽음을 알게 되었다. 자하라를 구하러 옴바쿠가 나타났다면 감옥에 있는 와찰라가 진짜일 리가 없었다.

“감옥에 있는 와찰라를 대령하라.”

화가 머리끝까지 난 옴바쿠는 부하들에게 와찰라를 불러올 것을 명령했다.

옴바쿠의 부하들이 지하 감옥에서 와찰라를 잡아 왔다.

“꿇어라.”

옴바쿠의 부하들이 와찰라에게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윽.”

와찰라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엎드렸다. 와찰라의 고운 두 뺨이 차가운 바닥에 닿았다. 와찰라의 발목에선 피가 났다.

옴바쿠가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넌 누구냐?”

“와찰랴.”

“그럼 국경에 나타나 카산을 죽이고 자하라를 구한 녀석은 누구지? 그 녀석이 와찰라 아닌가?”

알폰소는 미소를 지었다.

‘와찰라가 살아서 자하라를 구했구나. 내 희생이 의미가 있게 됐어. 와찰라, 너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난 괜찮아.’

알폰소는 변신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알폰소. 감히 네가?”

화가 난 옴바쿠가 알폰소의 배를 발로 차고 등을 주먹으로 때렸다.

알폰소는 몸을 동그랗게 만 채 고통으로 신음하면서도 외쳤다.

“이놈, 옴바쿠야. 너는 차찰라 왕께서 하신 말씀을 잊었단 말이냐? 차찰라 왕께서는 조카를 아끼고 사랑하고 지켜주라고 하시지 않았더냐? 네놈은 권력에 눈이 멀어 불쌍한 와찰라를 죽이려 하고 있다. 네놈은 죽고 나서 위대한 [와따따] 왕들의 숲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야.”

[와따따] 나라에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었다. [와따따]의 위대한 왕들은 죽고 나서 왕들의 숲으로 간다는 것이다. 왕들의 숲에선 죽음도 없고 고통도 없고 영원한 행복과 안식만이 존재한다고 했다.

또, 진정한 [와따따]의 왕은 위기에 처하면 [와따따]의 위대한 왕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었다.

옴바쿠가 알폰소의 말을 비웃으며 말했다.

“그딴 전설 난 안 믿어. 사람이 살아있을 때가 중요한 거지? 죽고 나서가 뭐가 중요해? 죽음 이후를 본 자는 아무도 없어. 죽음을 포장해서 돈을 벌고 싶거나 권력을 얻고 싶어서 그딴 거짓말을 씨불이는 거라고.”

“[와따따] 부족은 모두 죽음 이후를 위해 착하게 살아왔다. 짐승도 제 핏줄을 건드리지는 않는 법이야. 백성들이 너의 만행을 기억할 것이다.”

“백성은 나의 힘으로 누르면 된다. 이미 [와따따]의 백성들에게 세금을 20배 높여 걷기로 했다. 그리고 15세가 넘은 남자는 모두 징집하여 군대를 만들기로 했다. 18살이 넘은 여자들도 모두 붙잡아와 [와파파] 왕국으로 시집보내기로 했지.”

“뭐라고?”

알폰소의 표정이 비참해졌다.

‘저 미친놈이 기어이 일을 내고 말았군. 차찰라 왕이시여. 당신들이 그토록 사랑했던 [와따따]의 백성들이 고난에 처해 있습니다. 남자들은 어린 나이에 전쟁터로 끌려가고 여자들은 원치 않는 남자와 결혼을 해야만 합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세금을 내기 위해 노동에 시달려야만 하겠군요.

평화롭던 [와따따] 왕국이 한순간에 이렇게 되다니. 정말 죄송합니다. 차찰라 왕.

제가 당신과 한 약속을 전부 지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알폰소의 눈에서 분노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놈. 옴바쿠야. [와따따] 백성들의 분노의 눈물이 너를 기억할 것이다. 네 죄는 네 목숨으로도 갚지 못할 것이야.”

옴바쿠는 비웃었다.

“난 죽음 이후의 세계가 두렵지 않아. 그리고 [알루나늄]이 내 손에 있는 한 날 막을 사람은 없지.”

옴바쿠가 알루나늄 왕관을 썼다.

그러자 옴바쿠는 금빛 드래곤으로 변신했다.

“황금 드래곤을 이길 자 누구인가? 내가 아무리 나쁜 짓을 하더라도 아무도 내 뜻을 거역할 수 없어. 나보다 힘 센 자가 없기 때문이지.”

황금 드래곤이 알폰소에게로 다가서고 있었다.

알폰소는 눈을 감았다.

‘차찰라 왕이시여, 죄송합니다. 당신의 죽음 앞에서 했던 약속을 다 지키지 못하고 가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황금 드래곤이 발톱으로 알폰소의 숨통을 끓으려던 그때 저 멀리서 와찰라가 나타났다.

“멈쳐랴.”

황금 드래곤이 와찰라를 쳐다보았다.

“애송이. 죽을 자리를 찾아서 왔구나. 겁도 없는 놈.”

“누갸 주글 지는 해뱌야 알죠. 땀툔.”

“친구를 위해서 대신 죽겠다는 건가. 조용히 지나가는 게 나을 텐데.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면 내 너를 다시 지하 감옥에 넣어주마.”

와찰라가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싸나이는 비겁하게 사는 거뽀댜 영광스럽게 죽기를 언합니다.”

“그렇게까지 죽는 게 소원이라면 죽여주지.”

황금 드래곤이 알폰소로부터 멀어져 와찰라에게로 향했다.

와찰라가 흑염룡으로 변신했다.

[와따따] 왕국의 왕관을 가진 자만이 변신할 수 있는 황금 드래곤.

와찰라 역시 황금 드래곤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황금 드래곤은 변신 계급에 상관없이 자신이 만난 모든 것들을 복사할 수 있지. 일명 카피캣.’

황금 드래곤만 아니었더라면 와찰라가 가진 설룡과 흑염룡의 변신 드래곤이 [와따따] 왕국에서 서열 1위였다. 그다음은 자하라의 레드 드래곤이었고.

그러나 황금 드래곤을 만나게 된다면 그것은 이야기가 달랐다.

‘결국 모든 드래곤의 복합체와 싸우는 듯한 상황이 되는 거지.’

처음부터 이기기 힘든 싸움이라는 것을 와찰라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지더라도 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는 게 문제지.’

와찰라는 자신의 목숨보다 [와따따]의 백성들과 [와따따]를 더 사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친구들과 부하들. 그들이 없다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물러설 수가 없었다.

황금 드래곤이 와찰라에게 호리스윌팅(Horiswallting)을 걸었다

‘저건 온몸의 수분을 빼앗아 가는 마법이잖아. 까딱하다간 고통스럽게 죽을지도 모르겠어.’

와찰라가 설룡으로 변신한 뒤 브레스를 뿜었다.

호리스윌팅이 공기 중에서 얼음으로 변했다.

“과연 차찰라의 아들답군. 하지만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황금 드래곤이 두 번째 공격을 시작했다.

‘맙소사 저건 파워 워드, 킬(Power Word, Kill)이잖아.’

파워 워드 킬. 자신을 제외한 상대방을 모두 죽이는 마법.

옴바쿠는 궁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죽이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였다.

“땀톤, 정먈.”

와찰라는 궁궐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자신의 친구인 알폰소와 오랫동안 봐왔던 하녀와 경호원들.

옴바쿠의 부하들도 있었지만, 궁궐에 있는 사람들 대다수는 와찰라와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었다.

와찰라와 함께 술래잡기를 하고 어린 와찰라를 업어주고 안아주었던 그들을 모두 죽일 수는 없었다.

와찰라는 눈을 감고 주문을 외웠다.

“부활(Resurrection)”

부활. 나를 죽이고 대신 상대방을 살리는 마법.

와찰라가 선택한 것은 결국 자신 대신 궁궐에 모든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었다.

옴바쿠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네놈의 아킬레스건은 사람이지. 그럴 줄 알았어. 어리석은 놈. 사람들은 힘이 있는 사람에게 굴복하기 마련이거든. 힘만 있으면 사람 따윈 필요하지 않아.”

황금 드래곤이 와찰라에게 다가왔다.

와찰라는 정신이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그때 치타로 변신한 알폰소가 와찰라를 향해 뛰어왔다.

“와찰라. 정신을 잃으면 안 돼.”

알폰소는 와찰라를 안고 빅토리아 폭포 아래로 뛰어내렸다.

궁궐의 하녀와 경호원들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와찰라의 이름을 불렀다.

“왕자님. 와찰라 왕자님.”

와찰라는 그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폭포 아래로 떨어졌다.

황금 드래곤은 변신을 풀고 다시 옴바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옴바쿠의 부하들이 옴바쿠에게 물었다.

“잡아 올까요?”

“내버려 둬라. 이미 부활 마법을 쓰느라 모든 힘을 다 소진했을 거야. 게다가 폭포 아래로 떨어졌으니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게다. 그보다 [와따따]의 백성들에게서 빨리 세금을 걷어오너라. 그 돈으로 새로운 신식 무기를 구입해야 하니까.”

옴바쿠의 꿈은 전 세계를 정복하는 것이었다. 그러자면 더 많은 무기와 더 많은 군인과 더 많은 자원이 필요했다.

“신식 무기를 산 뒤 근처 나라들을 하나둘 정복하기 시작할 거다. 올해가 끝날 무렵엔 10개 나라를 정복하고 싶구나. 이 [알루나늄] 왕관만 있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옴바쿠는 뿌듯한 표정으로 머리 위의 [알루나늄] 왕관을 만졌다.

***

와찰라는 꿈을 꾸었다.

‘여긴 어디지? 너무 아름답다. 나무도 크고 시원하고. 그리고 강도 있고 동물들도 평화로워 보여.’

와찰라는 길을 걸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걷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길이네. 저긴 무지개도 있어. 비가 왔었나?’

와찰라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기도 아름답지만 난 다시 왕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데. 백성들이 고생하고 있어.’

와찰라는 아름다운 풍경보다 고생하고 있을 백성들이 걱정되었다.

그때 와찰라의 할아버지 하찰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찰라야. 잘 지냈느냐?”

“햐뷰지. 여긴 어떠케?”

“여긴 위대한 왕들의 숲이란다. 예전에 할아버지가 얘기했던 거 기억나지?”

“네네네네네.”

“너를 이리 빨리 볼 줄 몰랐구나. 이곳에 온 건 이미 죽었다는 뜻인데. 넌 죽었더냐?”

와찰라의 머릿속에서 옴바쿠가 걸었던 파워 워드 킬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을 안고 함께 떨어졌던 알폰소의 모습도.

“아마도 그런가뱌요. 하뷰지. 하지만 후회는 엄떠요.”

“그래. 사람은 어떻게 사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죽느냐도 중요하지. 네가 후회가 없다면 되었다. 그런데 옴바쿠는 어떻게 되었더냐?”

“땀툐니 결국 와이 대어떠요. 마가보려 해찌만 어쩔 뚜 엄떠떠요. 죄송해요. 하뷰지.”

하찰라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 내 잘못이다. 그 녀석을 그렇게 키우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찰라의 말에 차찰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책 마세요. 아버지. 옴바쿠는 아버지가 어떻게 하셨더라도 달라지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도 자꾸만 후회가 되는구나. 그리고 와찰라에게 미안하구나. 이런 고통을 겪게 해서.”

“갠차나요. 하뷰지.”

“그런데 아버지. [와따따]의 백성들이 걱정되네요. 우린 다 죽었고 지상엔 옴바쿠만이 남아있으니 백성들이 스스로 [와따따]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어려울 거야. 옴바쿠는 힘이 세고 그 힘으로 공포정치를 하려고 할 테니. 영웅이 필요할 거다. 옴바쿠를 이겨낼 수 있는 영웅.”

“그런 영웅이 우리 앞에 있잖아요.”

차찰라가 와찰라를 바라보았다.

“그래. 백성을 위해 죽을 수 있는 왕은 많지 않지. 우리 와찰라는 그런 왕이니 백성들이 자랑스러워할 거다. 아무래도 조상님들께 네가 온 것을 알려야겠구나.”

차찰라가 하찰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찰라는 와찰라의 손을 잡고 위대한 왕들의 숲 중앙에 있는 신령한 나무 앞에 섰다.

“와아. 나뮤가 징쨔 커요.”

와찰라는 20층 건물만 한 나무의 크기에 깜짝 놀랐다.

차찰라가 와찰라를 보며 웃었다.

“특별한 나무란다. 와찰라야. [와따따]의 모든 조상들의 영혼이 깃든 나무지.”

하찰라가 나무에게 말을 걸었다.

“[와따따]의 위대한 왕들이여. 여기 우리의 어리고 위대한 왕 와찰라가 자신들의 백성을 지키려다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와따따]에는 옴바쿠만이 남아 백성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와찰라의 용기를 높게 사시어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실 것을 간청드립니다.”

작은 나뭇잎들이 흔들리면서 수군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뭇가지들이 뻗어 나와 와찰라의 몸을 감싸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나무가 와찰라에게 물었다.

“와찰라야. 너는 친구를 위해 백성을 위해 죽었다. 그 마음은 칭찬받아야 마땅하지. 그러나 죽은 이를 살리는 건 세상의 규칙을 깨는 것이다. 세상을 규칙을 깨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지. 만약 네가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한다면 우리는 차찰라와 하찰라의 영혼을 소멸시킬 것이다. 그래도 괜찮으냐?”

영혼 소멸이라니.

와찰라는 공포심을 느꼈다.

나무 아래에서 하찰라가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 마라. 와찰라. 우린 널 믿는다.”

차찰라가 말을 이었다.

“[와따따]의 백성들이 고통받는다면 우리 역시 이곳에 있다고 해도 행복하지 못할 거야.”

그 말을 들은 와찰라가 결심을 굳혔다.

“네네네네네.”

“그럼 너에게 이곳의 왕관을 주겠다. 이 왕관은 [알루나늄] 왕관보다도 더 강력한 것이다.”

“이 왕관도 변신 능려기 인나요?”

“그건 네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단다. 행운이 함께 하길 빈다.”

나뭇가지가 와찰라의 머리에 왕관을 씌워주었다.

“감샤함니댜.”

와찰라가 나무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이제 넌 다시 살아날 것이다. 네 소원대로 꼭 백성들을 구하기 바란다.”

***

와찰라는 차가운 물살에 기침을 했다.

“켁켁.”

“와찰라 괜찮아?”

알폰소가 와찰라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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