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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재능흡수-182화 (182/257)
  • 182화. [블랙 레오파드 2] (11)

    은우는 팬들이 걱정되었다.

    ‘내가 카를로스인 걸 숨겨서 팬들이 상처받았으면 어떻게 하지?’

    은우는 어린이집에서 혜린이와 연아가 거짓말 때문에 싸웠던 것을 기억했다.

    ‘거짓말은 나쁜 건데. 말을 안 한 것도 듣는 사람 입장에선 거짓말처럼 느껴지겠지?

    나를 엄마, 아빠 이상으로 아껴주고 사랑해 준 게 우리 팬들인데.

    이번 일로 마음이 상해서 화가 나면 어떻게 하지?’

    은우가 길동에게 물었다.

    “횬아, 기사는 나떠요?”

    “응, 태현이 형아가 기사를 잘 내주셨어. 팬들이 서운해하지 않게 은우가 왜 카를로스인 걸 밝히지 못했는지도 잘 써 주고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잘 적어주고.”

    “횬아, 그래도 팬드리 서운해하지 아늘까요?”

    “걱정돼?”

    길동은 은우의 작고 여린 마음이 귀여워 은우를 안아주었다.

    “걱정하지 마. 은우야. 팬들도 형이랑 같은 마음일 거야. 우리 작고 순수한 은우를 미워할 사람은 없어.”

    은우가 커다란 눈으로 길동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횬아, 셀프 카메라 가튼 거 찌거서 올려보까요? 아님 라방이냐?”

    은우는 전에 길동과 함께 별스타에서 라이브 방송을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참 재밌었는데.’

    길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좋은 생각 같아. [난 너무 귀여워] 활동을 하다가 은우가 아픈 바람에 갑자기 활동을 중단해서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이 있을 거야. 그리고 아프리카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지 못하는 나라이기도 하니까 아프리카의 모습 같은 것도 궁금해 갈 것 같고. 채드윅 감독님도 좋아하실 거 같은데.”

    영어를 못하는 길동은 현장의 모든 스태프들과 바디랭귀지를 쓰거나 번역 어플을 사용해서만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궁하면 다 통한다고 간단한 의사소통은 막히지 않고 할 수 있었다.

    지난번에 화장실이 너무 급한데 스마트폰을 숙소에 두고 와서 휴지로 엉덩이를 닦는 흉내를 내서 간신히 화장실에 갔던 것만 제외한다면 나름 성공적이라고 길동 자신은 생각하고 있었다.

    “은우야, 가서 채드윅 감독님께 물어봐. 셀프 카메라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은우는 채드윅 감독에게 가서 말했다.

    “말먀는 태양의 왕. 할 먀리 이떠요.”

    “용감한 양의 환생. 무슨 말이오?”

    “셀프 카메라를 찌거서 팬드레게 보여주려고 하는데 개차냐요?”

    “좋은 생각이네. 영화 홍보도 되고. 은우 팬 관리도 될 테니. 얼마든지요.”

    “네네네네네.”

    은우가 길동에게 와서 채드윅의 말을 전했다.

    “말먀는 태양의 왕이 그러케 하는 게 조케떼요.”

    “그럼 지금부터 찍어 볼까?”

    길동이 고프로를 세팅했다.

    은우가 손을 흔들며 화면 앞에서 밝게 웃었다.

    “안녕하떼요. 져는 은우임니댜. 여기는 [블랙 레오파드 2] 챨영지임니댜. 아프리카는 매우 더어요. 헥헥헥헥.”

    은우가 화면 앞에서 혀를 길게 빼고 강아지 흉내를 냈다.

    마침 조명감독 룬이 얼음을 꺼내고 있었다.

    “안녕하떼요. 셀프 카메라인데 제 팬드레게 인사해 주떼요.”

    룬이 브이 표시를 그리며 말했다.

    “반가워요. 저는 하얀 불꽃의 그림자입니다. 여긴 더워서 얼음이 필수예요. 은우야 얼음 줄까?”

    “네네네네네. 팬드레게 보여주게 여기 컵에 주떼요.”

    룬이 컵에 얼음을 넣어주었다.

    “은우에게 한국에서 유행한다는 아프리카식 이름짓기를 배웠는데 정말 재밌어요. 요즘 촬영장에선 서로 은우가 지어준 아프리카식 이름으로 부르는 게 유행이에요. 은우가 없었다면 우린 아프리카의 더위에 깔려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은우랑 있어서 너무 좋아요.”

    은우가 룬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하얀 불꼬체 그림쟈. 체고.”

    룬도 은우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용감한 양의 환생도 체고.”

    은우가 그사이 컵에 담은 얼음이 다 녹은 것을 보고 팬들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뱌요. 여러분. 어으미 다 녹아떠요. 징짜 더어요. 여기. 저는 까마케 타서 어린이집 칭규드리 저를 보고 놀라떠요. 여러분 저 마니 타떠요?”

    은우가 화면 앞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얼마나 탔는지 확인시켜 주기 위해 볼을 가까이 댄 것이다.

    덕분에 은우의 볼만이 카메라에 비치고 있었다.

    “아, 참. 제가 [난 너무 기여어] 활동을 중단해서 걱정하는 팬드리 마늘 텐데. 저 이제 갠차나요. 걱정 안 하셔도 대요. 마니 놀라셔뜰 거 가타서 미안해떠요. 사과의 의미에서 사과할게요.”

    은우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어디에선가 사과를 가지고 왔다.

    “사과예요. 아아~~ 자 마디떠요. 머그세요. 사갸. 사갸를 주어뜨니꺄 이제 기풀 푸려요. 아라쬬?”

    은우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어디에선가 와찰라 인형을 가지고 왔다.

    그것은 [블랙 레오파드 1]을 위한 굿즈여서 듀크를 모델로 만든 것이었다.

    “이번 영화에서 재민는 게 진쨔 마냐요. 제일 재미는 건 변신하는 거예요. 지로도 변신하고 강아지로도 변신하고 치타로도 변신하고 용으로도 변신해요.”

    은우는 와찰라 인형을 쥐고 변신놀이를 시작했다.

    “냐는 와찰랴다. 이대한 [와따따]의 왕 와찰랴. 내가 옴바쿠왕으로부터 [와따따] 왕국을 구하러 와따.”

    은우가 혀를 내밀고 강아지로 변신했다.

    “더운 강아지로 변신. 헥헥헥헥헥헥.”

    은우가 코로 냄새 맡는 흉내를 내며 작은 두 손으로 치즈를 먹는 입 모양을 흉내 내었다.

    “지로 변신. 찍찍찍찍찍찍.”

    은우가 치즈를 내려놓고 갑자기 네 발로 달리기 시작했다.

    “치타로 변신.”

    은우는 신이 나서 네 발로 촬영장을 뛰어다녔다.

    팬들은 오랜만에 올라온 은우의 셀프 카메라에 열광했다.

    ┗ 은우 사과하겠다고 사과 가져오는 거 너무 귀엽지 않음?

    ┗ 은우야 네 사과 받아줄게. 백번 받아줄게.

    ┗ 우리 마음 착한 은우. 팬들 생각하는 것 좀 봐. 내가 이래서 은우를 못 끊음. 은우는 다른 스타들과 다름.

    ┗ 레알요. [난 너무 귀여워] 이후 공식 일정이 없어서 은우 너무 보고 싶었는데 얼굴 보니까 너무 좋네요. 이제 은우가 셀프 카메라 찍어서 올려준다고 하니 너무 신이 납니다. 룰룰루.

    ┗ 매일매일 활력이 생기겠어요. 은우 덕분에 아프리카 구경도 하네요. 진짜 덥겠다. 얼음 녹는 거 봐 후덜덜임.

    ┗ 더운데도 방긋방긋 웃는 거 보면 은우 성격 진짜 갑인 듯요. 전 저렇게 더우면 짜증 나서 지구를 뿌셨을 거예요.

    ┗ 진지하게 변신하는 거 너무 귀엽지 않아요? 은우 강아지 키우고 싶다.

    ┗ 저는 은우 쥐요. 오물오물 치즈 먹는 흉내 낼 때 입술이 너무 귀여워요.

    ┗ 전 은우 치타에서 빵 터졌어요. 손까지 이용해서 저렇게 열심히 뛸 줄이야. 어른들은 저렇게 절대 못 할 거 같아요.

    ┗ 그럼요. 손 아프고 더러워지고 절대 못 함. 저건 돈 받고 해야 하는 일임.

    ┗ 은우 너무 해맑아요. 은우야, 형이 오늘도 은우 보면서 힐링한다.

    ┗ 아프리카식 이름 짓기 너무 재밌어요. 은우 덕분에 다들 이름 대신 저렇게 아프리카식 이름으로 부르나 봐요.

    ┗ 저거 유행하던 건데 안 해 보셨어요? 재밌어요. 해보세요. 제 이름은 아프리카식으로 하면 서서 게임하는 돼지? 이게 뭐야? 돼지라니. 헐.

    ┗ 제 이름은 매일 돈 줍는 새우. 와 이거 좋다. 돈 줍는대요. 저 부자 되려나 봐요. 마음에 드는데요. 우리도 아프리카식 이름으로 서로 부를까요? 대화명 바꿔야지. 매일 돈 줍는 새우로.

    ┗ 악, 제가 만일 저 촬영장에 있었으면 기절했을 거예요. 제 이름은 매일 일하는 곰이에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금도 야근 때문에 끔찍한데.

    ┗ 근데 좀 이상한게요. 은우가 촬영팀들을 부르는 이름이 표에 없는데. 은우 대체 뭘 보고 저렇게 이름을 지어준 걸까요?

    ┗ 그러게요. 표엔 없어요. 뭐지?

    ┗ 은우, 장난치는 거 좋아하니까. 그냥 은우가 지은 거 아닐까요? 재밌게.

    ┗ 오, 근데 나름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감독님도 말 많은 태양의 왕 잘 어울려요.

    ┗ 은우 작명 센스 짱. 은우 만나면 저도 이름 지어달라고 하고 싶네요.

    ***

    백인수는 은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하뷰지. 기샤 봐떠요? 미아내요. 하뷰지한테 미리 말하려고 핸는데 팬드리 먼저 아라떠요.”

    “그럴 수도 있지. 은우야. 덕분에 네가 새로 그린 그림도 영상으로 봤단다. 멋지던걸.”

    “칭찬 거마어요. 하뷰지.”

    “셀프 카메라도 좋더구나.”

    영상 통화를 자주 하긴 했지만 은우가 늘 보고 싶은 백인수는 팬들을 위한 영상일망정 은우를 볼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늘었다는 사실이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은우가 그림도 열심히 그리고 있고 또 은우가 카를로스인 것도 밝혀졌으니 이제 전시회 준비만 하면 되겠구나. 아마 관장님이 이 소식을 들으면 매우 기뻐하실 거다. 할아버지가 힘써서 전시회 일정을 잡아보마. 우리 은우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감샤함니댜. 하뷰지. 감독니미 부르떼요. 이따 다시 전하햐께요.”

    “그래. 은우야. 밥 잘 먹고.”

    전화를 끊은 백인수는 영상 속의 은우가 그리운 듯 스마트폰 화면을 어루만졌다.

    영상만으로는 그 그리움이 모두 다 사라지지 않았다는 듯이.

    백인수가 엄태훈에게 전화했다.

    “깜짝 놀랐습니다. 손자분이 은우군일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매일 티비에서 보던 은우가 카를로스였다니. 등잔 밑이 어둡지.”

    “죄송합니다. 미처 말씀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기분 나쁘셨을지도 모르지만 손자를 생각하는 할아버지의 염려 어린 마음이라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요. 그럼요. 그 마음 이해합니다. 그런데 은우 재주가 정말 대단하네요. 은우는 정말 신의 축복을 받은 아이인가 봅니다. 하나의 재주도 가지고 태어나기가 힘든데. 저렇게 많은 재주를 가지고 태어나다니.”

    “재주도 재주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관장님.”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카를로스는 그림 실력으로 이미 인정을 받았는데 슈퍼스타 은우라는 게 밝혀졌으니 은우 이름값으로 전시회를 열기만 해도 성공할 겁니다.”

    “성공도 중요하지만 전 은우가 계속 그림을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은우가 전시회를 열려는 게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학교를 지어주고 싶어서 그런 건데. 좋은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할애비 마음에는 은우가 그림을 사랑하고 오래 그림을 그리는 게 더 중요할 거 같아서요.”

    백수희가 스타로 살아가는 것을 바라보며 너무 많은 관심이나 인기가 한 사람의 인생에 긍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백인수였다.

    대중의 관심은 늘 싸늘하게 식을 수 있었고 유명인이 실수를 하거나 문제를 일으켰을 때 더 차가운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림은 사람들의 영혼을 치유한단다. 은우야. 혹시 네가 이다음에 힘든 일이 있거나 인생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그림은 너에게 친구가 돼 줄 거야.’

    한때 화가를 꿈꾸었던 백인수였기에 백인수의 은우의 재능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꼈다.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손자를 사랑하는 그 마음 제가 누구보다 잘 기억하겠습니다. 세상에 너무 휘둘려서 가진 재능을 소모하지 않도록 제가 열과 성을 다해 은우를 보살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관장님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마음이 좀 놓이네요.”

    “현재 미술계에서 은우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졌습니다. 사실 한국의 미술계는 요즘 주목받는 젊은 신인에 목말라 있어요. 이런 상황에 은우가 나타났으니 다들 은우를 데려가고 싶어 할 겁니다. 은우 기사가 나자마자 전시회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요.”

    “벌써요?”

    “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뉴욕, 도쿄, 런던 등 다른 나라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어요. [블랙 레오파드 2]가 전 세계로 개봉하는 영화다 보니 그 관심이 미술계로도 이어지는 것 같아요. 너무 선택지가 많아져서 저도 좀 머리가 아프네요.”

    학익 미술관장 엄태훈은 어쩌면 미술계에서도 슈퍼스타가 등장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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