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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재능흡수-175화 (175/257)

175화. [블랙 레오파드 2] (4)

와찰라의 부족장 자하라가 외쳤다.

“여러분 옴바쿠의 말을 믿지 마세요. 옴바쿠는 증거 없이 와찰라를 모함하는 겁니다. 만약 차찰라가 하찰라 왕의 친자식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알루나늄] 변신 능력 1급을 가질 수 있었겠습니까?”

사람들의 눈빛이 자하라 쪽으로 다시 기울기 시작했다.

옴바쿠는 자하라가 눈엣가시처럼 느껴졌다.

‘차찰라가 부하 하난 잘 두었군. 자기 아버지 때부터 극진히 차찰라를 모시더니. 차찰라가 죽기 전에 와찰라를 잘 부탁한다고 자하라에게 말이라도 한 모양이지?

목숨이 두 개도 아닌데 저렇게 마구 날뛰는 걸 보면 말이야?’

옴바쿠는 코웃음을 쳤다.

“자하라의 말대로 차찰라가 하찰라의 아들인지 아닌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그러나 우리의 위대한 신들은 알고 계실 것이네. 신에게 물어보면 될 일 아닌가?

대신 나의 말이 틀리면 나는 족장 자리를 내놓을 것이네. 자하라, 네 말이 틀리면 자넨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

와찰라가 옴바쿠의 말이 미끼임을 알아차렸다.

‘저건 자하라를 흥분하게 해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하려는 거야. 자하라 절대 휘둘려선 안 돼.’

와찰라가 대답했다.

“나와 관련된 이레 왜 자하랴를 거러야 하지? 자하랴는 건들지 마랴.”

옴바쿠는 기가 찼다.

‘다섯 살짜리 왕도 왕이라고 수하를 보호하려고 하는 건가? 역시 차찰라의 아들이군, 와찰라는. 하지만 오늘은 내가 이길 것이다. 차찰라가 하늘에서 통곡하겠군.’

옴바쿠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내가 제안하지. 만약 내 말이 맞으면 자하라는 [와따따] 왕국에서 영원히 추방당할 것이다. 그리고 [와따따]의 족장 역시 다시 선출돼야 하겠지. 차찰라가 하찰라 왕의 아들이 아니라면 와찰라 역시 하찰라의 손자가 아니니까. 다른 족장들의 의견은 어떻소?”

[와하하]의 족장 키와라가 마력을 실어 말했다.

“[와따따]는 장자 세습의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차찰라가 하찰라 왕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당연히 하찰라 왕의 다른 아들인 옴바쿠 족장님이 왕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와라라]의 족장 하미시도 동의했다.

“그럼요. 장자 세습의 원칙은 지켜져야만 합니다. 당장 무당을 불러봅시다.”

옴바쿠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나라의 무당 니마를 불러오라.”

와찰라는 떨리는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왜 아버지께서는 내게 저런 말씀을 해주지 않으셨던 거지? 만약 하찰라가 나의 할아버지가 아니면 어떻게 하지? 나의 백성들은, 그들에게 내 자리는 없었던 것인가?’

와찰라는 혼란스러웠다.

니마가 무릎을 꿇고 인사를 했다.

“성스러운 [와따따]의 국왕 와찰라여 저를 부르셨습니까?”

“부족장 회의에서 확인할 사항이 이떠더 자네를 불런네.”

옴바쿠가 와찰라의 말을 가로챘다.

“우린 돌아가신 차찰라 왕이 하찰라 왕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의심하고 있네. 하지만 누구도 그 사실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네. 그래서 우리는 그 사실을 신에게 물어보고 싶네. 우리의 위대한 할라신에게 말이야.”

“알겠습니다.”

니마가 고개를 끄덕인 뒤 금빛 가루를 뿌렸다.

니마는 대대로 내려오는 [와따따]의 무당으로 [와따따]의 왕들은 나라의 중요한 일을 무당에게 물어보곤 하였다. [니마]는 환생을 통해 몸만 바뀔 뿐 그 영혼은 바뀌지 않는다고 믿었다. 20대 니마는 현재 나이 18세지만 환생한 나이를 모두 합하면 1105살이었다.

금빛 가루는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더니 별 모양을 만들어 냈다.

니마가 소환 의식을 펼쳤다.

“할라신이시여. 우리는 오늘 [와따따] 왕국의 중요한 일을 결정하기 위하여 선대왕이신 하찰라의 영혼을 소환하고자 합니다. 신이 허락하신다면 이곳에 하찰라 왕을 불러주십시오.”

별 표시 위에 하찰라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와하.”

“하찰라다.”

“역시 할라신은 위대해.”

“니마 대단하다.”

사람들이 하찰라를 보고 동요했다.

니마가 하찰라에게 물었다.

“당신은 [와따따]의 18대 왕 하찰라가 맞습니까?”

“그렇다.”

“그렇다면 당신의 아들은 차찰라가 맞습니까?”

“그렇다.”

옴바쿠는 니마의 질문이 정교하지 못함을 알아차렸다.

“니마. 질문이 잘못됐어. 정확하게 물어야지. 낳은 아들이냐고 물어봐.”

니마의 눈 끝이 떨렸다.

니마는 전생의 기억으로 하찰라가 죽기 전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차찰라를 부탁해. 그 아인 좋은 아이야. 비록 옴바쿠가 내 아들이지만 [와따따] 왕국이 옴바쿠의 손에 넘어가선 안 돼. 옴바쿠는 욕심이 너무 많아서 [와따따] 왕국뿐만 아니라 주변 나라들까지 전쟁에 휩쓸리고 말 거야.]

하지만 니마는 옴바쿠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며칠 전 찾아온 옴바쿠가 니마를 협박했기 때문이었다.

[니마, 넌 차찰라 형이 아버지의 진짜 아들이 아닌 걸 알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하지만 더 이상 날 막을 수 없을 거야. 네가 날 막으면 네 동생을 죽여버릴 테니까.]

옴바쿠가 니마의 동생 파마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뛰어난 전사인 옴바쿠라면 파마를 죽이고도 남았다.

니마는 나라의 무당으로 신성력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파마는 달랐다. 어린 파마는 이제 고작 일곱 살이었다.

[언니, 켁켁켁켁]

어린 파마가 옴바쿠에게 목이 졸려 켁켁거렸다.

니마는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와따따] 왕국의 안위도 중요했지만 어린 파마를 잃을 수는 없었다.

[알았으니 어서 파마를 풀어줘.]

옴바쿠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파마를 풀어주었다.

나마에게 다가와서 기분 나쁘게 웃으며 말했다.

나마가 말했다.

[난 거짓을 말할 수 없다. 옴바쿠여. 네가 어떤 일을 꾸미고 있는지 모르지만 너의 조상들이 너를 보고 있다. 그들의 노여움을 받으면 너 역시 명대로 살 수 없을 것이다.]

[난 그런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가 두려운 것은 나약한 것, 지는 것, 왕이 될 수 없는 것뿐이다.]

[욕망의 노예군, 너는. 너에겐 사랑이 없어. 와찰라 왕의 말이 맞았어.]

[사랑?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와따따]는 더 강해질 수 있었어. 말도 안 되는 사랑 타령이 [와따따]를 나약하게 만든 거야. 지구 최강의 물질 [알루나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계 제 1의 국가가 되지 못하다니. 대체 왜? 왜?]

[[알루나늄]은 [와따따] 부족만을 위한 게 아니니까. 선대왕들은 우리가 사랑을 실천하며 살길 바라셨어. 우주의 원리가 사랑이오.]

[그런 고지식한 말은 집어치워. 내가 [와따따]를 지구 최강의 나라가 되도록 만들 거야.]

니마는 파마를 생각하며 어금니를 질끈 깨물었다.

지금은 분하지만 옴바쿠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니마가 다시 하찰라에게 물었다.

“위대하신 왕 하찰라여, 차찰라가 당신이 낳은 아들이 맞습니까?”

하찰라 왕이 당황했는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난 이만 가겠소.”

하찰라의 영혼이 사라지려고 하고 있었다.

‘미안해요. 하찰라.’

니마는 어쩔 수 없이 하찰라를 붙잡았다.

하찰라의 영혼은 사라지지 못하고 다시 사람들 앞으로 끌려 나왔다.

하찰라가 입을 열었다.

“차찰라는 전쟁 때 버려진 갓난아기였소. 내가 25살이던 해 [와따따]는 [아비파] 부족을 공격했소. [아비파] 부족의 왕 바빰바와 그의 부인은 마지막까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죽었소. 그리고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을 때 부인의 등엔 차찰라가 쉬어버린 목소리로 울고 있었소.

나는 차마 차찰라를 죽일 수도 버릴 수도 없었소. 내가 그의 부모를 죽이고 행복했어야 할 유년 시절을 엉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오. 나는 평생을 차찰라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았소. [와따따]를 위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내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으니까.

차찰라는 영특하게 자랐소. 세 살 때 이미 [알루나늄]을 이용하여 젖꼭지로 변신을 하기도 했소. 다섯 살이 되자 강아지로 변신을 할 수 있었소. 비록 차찰라가 내가 낳은 아들이 아니었지만, 변신 능력만큼은 [와따따] 부족 중 누구도 그를 따를 수 없었소. 게다가 차찰라는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소.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알고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도 늘 공평하게 대했소. 차찰라의 부모가 아니라 한 나라의 왕으로서 나는 차찰라보다 더 왕이 되기에 적합한 사람을 알지 못했소.”

“그만.”

옴바쿠가 소리를 질렀다.

“내 말이 맞군. 더 이상의 하찰라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어. 니마는 하찰라를 사라지게 하라.”

니마는 티가 나지 않게 조금 시간을 끌기로 했다.

‘미안해요, 하찰라. 파마만 아니었더라도. 정말 미안해요. 이게 내가 당신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최선이에요.’

하찰라는 천천히 사라져가면서 말했다.

“여러분 제발 잘 생각해 보시오. 장자 세습이라니 얼마나 낡은 제도요. 우리는 핏줄이 아니라 능력으로 왕을 뽑아야 하오. 그리고 그 능력 안에는 반드시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들어가야 하오. 옴바쿠는 내 아들이지만 그런 능력이 없었소. 옴바쿠는 안 돼.”

화가 난 옴바쿠가 니마의 목을 졸랐다.

“저 노인네를 빨리 사라지게 해.”

니마가 신성력으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옴바쿠의 손이 튕겨 나갔다.

“난 약속을 지켰소.”

하찰라가 사라졌다.

“교활한 계집.”

옴바쿠가 니마에게 욕했다.

“세상에 니마에게 욕을 하다니.”

“누구도 니마에게 욕을 할 수는 없어.”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옴바쿠가 외쳤다.

“약속대로 자하라를 추방하고 와찰라를 왕위에서 내려라.”

옴바쿠의 부하들이 자하라를 포박했다.

와찰라의 머리에서 왕관이 내려졌다.

“와찰라 님.”

자하라가 포박된 상태로 눈물을 흘리며 와찰라를 바라보았다.

‘차찰라 왕께 당신을 지키겠다고 맹세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군요. 우리 착한 와찰라 왕, 이제 겨우 다섯 살인데 모진 삼촌의 횡포를 어찌 견뎌 나가시나요? 제가 이 나라를 떠나는 건 슬프지 않지만.

왕께서 혼자 슬퍼하실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져요.’

와찰라는 자하라를 바라보며 눈물 지었다.

‘미안해. 자하라. 넌 나를 지켜주려 했는데 난 너를 지키지 못했어. 이게 모두 나의 힘이 약한 탓이다. 내 비록 지금은 너를 보낼 수밖에 없지만, 꼭 다시 힘을 되찾아 삼촌을 몰아내고 [와따따] 왕국을 되찾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땅에 떨어진 내 아버지 차찰라 왕의 명예를 되찾을 것이야.’

자하라가 옴바쿠의 부하들에게 끌려나갔다.

마지막까지 자하라는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여러분. 하찰라 왕께서 하신 말을 생각해 보세요. 차찰라 왕은 [와따따]의 왕들 중 가장 뛰어난 분이셨습니다. 그건 여러분 모두가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차찰라 왕은 시종들에게도 늘 따뜻한 안부를 건네고 선물을 챙겨주셨죠. 차찰라 왕이 다스리던 [와따따] 왕국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10프로의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백성들은 집 걱정, 일자리 걱정, 전쟁 걱정 없이 잘 살았습니다.

차찰라 왕께서 하찰라 왕의 친아들이 아니었다고 해서 이 모든 업적이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자하라를 바라보았다.

[와차차]의 족장 자바리는 생각했다.

‘자하라의 말이 맞아. 차찰라 왕이 와찰라 왕의 친아들이 아니었다고 해서 모든 업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지금의 옴바쿠는 너무 무서워. 대들었다간 대든 사람 역시 추방해 버릴지도 몰라.’

[와하하]의 족장 키와라도 생각했다.

‘옴바쿠의 힘이 막강해. 와찰라가 지는 해라면 옴바쿠는 뜨는 해야. 우리 [와하하] 부족은 재주를 팔아먹고 살지. [알루나늄] 같은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와파파] 부족처럼 용맹한 것도 아니야. 우리 부족은 무조건 힘이 센 부족 옆에 붙어야 잘 살 수 있어. 사실 인정으로 보자면야 다섯 살 어린 와찰라에게 저런 시련을 겪게 하는 건 못할 일이지만 어쩔 수 없지. 부족을 위해 난 계속 옴바쿠의 편을 들어야 해.’

옴바쿠를 당당하게 말했다.

“와찰라는 더 이상 왕손이 아니다. 와찰라는 지하 감옥에 가둬라.”

옴바쿠의 부하들이 어린 와찰라의 팔을 묶어서 지하 감옥으로 끌고 갔다.

사람들은 어린 와찰라가 묶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옴바쿠는 피도 눈물도 없구나. 저 어린 걸.’

‘불쌍한 와찰라. 왕손이 아니라고 해도 감옥에 가둘 필요는 없잖아. 너무해. 옴바쿠.’

‘와찰라가 그 추운 곳에서 견딜 수 있을까.’

하지만 누구도 소리 내어 옴바쿠를 저지하지는 못했다.

와찰라는 지하 감옥에 떨어졌다.

해가 들지 않는 차가운 감옥 안, 와찰라는 어둠이 무서워 눈을 감았다.

“아빠, 하뷰지, 보고 시퍼요. 여긴 너무 무서어요.”

그때 감옥의 끝에서 생쥐 한 마리가 찍찍거리며 와찰라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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