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158화 (158/257)
  • 158화. 음악방송 1위 (1)

    무대에 따뜻한 조명이 깔리고 편곡된 [난 너무 귀여워]가 흘러나왔다.

    하모니카 소리와 실로폰 소리가 섞인 도입부는 동화 속 세계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듯했다.

    은우는 노란색 날개가 달린 초록색 멜빵 바지를 입고 있었다.

    은우가 날갯짓을 하며 얼굴을 들었다.

    [거리를 냐셔면 날 보는 시션들.]

    팬들은 은우의 첫 소절에 탄성을 질렀다.

    ‘깜빡이 없이 훅 들어온다. 심쿵해.’

    ‘음색이 너무 예뻐. 편곡과 함께 도입부를 바꾸니 새로운 노래가 된 것 같아.’

    ‘사이다로 샤워하는 이 기분.’

    객석에도 정적만이 맴돌았다.

    뽀뽀 댄스팀은 은우를 중심으로 양편으로 서서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무대 뒤의 커튼이 열렸다.

    은우는 노래를 부르며 커튼을 바라보았다.

    ‘아기들이 어서 나와야 하는데.’

    오늘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인터넷을 통해 지원한 다섯 살 아기들의 등장.

    [자신의 귀여움을 자랑하고 싶은 전국의 다섯 살 아기들을 모집합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지원한 20명의 아기들이 은우와 함께 자신의 귀여움을 빛낼 차례였다.

    ‘이상하네. 왜 안 나오지?’

    은우는 노래를 부르며 커튼 근처로 다가갔다.

    첫 번째 순서로 서 있는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남자 아기가 입구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은우가 남자 아기의 손을 잡고 무대 위로 올라왔다.

    은우를 따라 스무 명의 아기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아장아장.

    천천히 걷는 그 걸음을 따라가는 카메라.

    카메라를 보며 브이 표시를 그리는 아기.

    바지를 끌어 올리는 아기.

    코딱지를 파는 아기.

    카메라를 보며 웃는 아기.

    은우가 노래 중간에 아기들에게 물었다.

    “어디가 기여어어?”

    남자아기가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으며 말했다.

    “발까락. 발까라기 기여어요.”

    아기가 발가락을 들어 올리느라 무대 위에서 콰당 넘어지고 말했다.

    옆에 서 있던 여자아기가 남자아기를 부축했다.

    “갠챠냐?”

    은우도 넘어진 아기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발가락 너무 기여어요. 조심해요.”

    남자 아기가 천천히 일어섰다.

    은우가 사과 머리를 한 여자아기에게 물었다.

    “어디가 기여어어?”

    “다요. 엄먀가 그래떠요. 내 새끼는 다 기여어. 엄마 달먀서 다 기여어.”

    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 이뻐요. 징쨔.”

    은우가 예쁜 원피스를 입은 여자 아기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어디가 기여어어?”

    “…….”

    여자 아기는 낯선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울음을 터트렸다.

    “으앙.”

    은우가 울음이 터진 아기의 등을 토닥였다.

    은우가 마이크에 대고 외쳤다.

    [세상예 모등 아기능 기여어요. 여러분.

    세상예 모든 아기능 사량바다야 해요.]

    무대에 선 아기들이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관객들은 아기들의 귀여움에 넋을 놓았다.

    ‘발가락이 귀엽다니? 내 발가락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갑자기 내 발가락 궁금하다. 나도 양말 벗어볼까?’

    ‘우리 엄마도 나 어릴 때 귀여웠다는 말씀 많이 하셨는데. 그땐 그냥 엄마가 도치맘이라서 그랬나 싶었는데 아기들 보니 나도 정말 귀여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아침 본 기사가 마음이 너무 아프다. 원룸촌에서 탯줄도 떼지 않은 아기가 죽었다고 했는데. 아기가 너무 불쌍해.’

    ‘양부모에게 맞아 죽은 아기도 생각나. 그 아기 너무 예뻤는데. 은우 말대로 세상에 모든 아기는 사랑받아야 해. 어른들이 너무 미안하다.’

    ‘은우만 볼 줄 알았는데 은우 무대에서 이렇게 많은 아기들을 통해 힐링받다니. 아기들 덕분에 많이 웃었어.’

    은우가 후렴구를 불렀다.

    [난 너무 기여워. 난 너무 사랑스러어.

    여러분도 너무 기여어. 여러분도 너무 사랑스러어.

    우린 모두 소중해.]

    무대 아래서 관객들이 떼창을 시작했다.

    [은우 너무 귀여워. 아기들도 너무 사랑스러어.

    우리도 너무 기여어. 우리도 너무 사랑스러어.

    우린 모두 소중해.]

    은우는 관객들의 떼창을 들으며 가슴이 뭉클했다.

    ‘내 노래를 알고 내 노래를 함께 불러주는 팬들이 있다는 게 너무 감동적이야. 이 순간을 위해서 내가 가수가 된 것 같아.’

    조명이 꺼지고 무대에는 여섯 개의 트램펄린이 은우와 뽀뽀 댄스팀을 위해 놓여졌다.

    암흑 뒤 오색 조명이 화려하게 [따따따]의 시작을 알렸다.

    은우는 입고 있던 날개 달린 멜빵바지를 벗었다.

    그러자 하얀색 티셔츠와 반짝이 반바지가 나왔다.

    [디스코, 디스코, 디스코, 디디, 디스코]

    디스코 버전으로 편곡된 신이 나는 [따따따]의 리듬에 관객들은 어깨를 들썩였다.

    은우가 노래를 시작했다.

    [다 함께 원 따따따따 따따따따

    박수쳐 투 따따따따 따따따따

    흔들어 뜨리 따따따따 따따따따]

    은우는 트램펄린 위에서 퐁퐁 뛰면서 방긋방긋 웃었다.

    뽀뽀 댄스팀도 트램펄린 위에서 퐁퐁 뛰었다.

    화려한 조명이 은우와 뽀뽀 댄스팀의 반짝이 바지를 비추었다.

    관객들도 신이 나서 제자리에서 뛰면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더 높게 더 크게 더 빨리 뛰어뛰어

    따따따따 따따따따]

    은우가 흥이 나서 외쳤다.

    “소리찔러. 뽀뽀 댄스팀. 예으니 눈냐.”

    관객들이 함께 예은이를 외쳤다.

    “예은이.”

    “예은이.”

    카메라가 예은을 클로즈업했다.

    예은이 깡충깡충 뛰면서 두 손으로 토끼 귀를 만들어 토끼춤을 추었다.

    “소리찔러. 채어니 눈냐.”

    관객들이 함께 채원이를 외쳤다.

    “채원이.”

    “채원이.”

    채원이가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입을 오물거리며 치즈를 갉아먹는 햄스터 흉내를 내었다.

    “소리찔러. 민혀기 횬아.”

    관객들이 함께 민혁이를 외쳤다.

    “민혁이.”

    “민혁이.”

    민혁이는 엉덩이를 하늘로 향하고 두 팔을 바닥으로 향하게 했다.

    “이건 기지개 켜는 강아지춤.”

    팬들이 외쳤다.

    “이은우. 이은우.”

    “은우도 춤춰라.”

    은우가 바닥에 드러누웠다.

    카메라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바닥에 눕다니 드론으로 잡아야 하나? 예상치 못한 그림인데 이거.’

    은우는 바닥에 누워서 꿈틀꿈틀 지렁이춤을 추기 시작했다.

    “냐는 지렁이댜.”

    길동은 두 눈을 가리고 싶었다.

    ‘지렁이라니. 저건 귀엽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고. 흰 티 다 더러워지겠네.’

    드론이 은우를 항공샷으로 잡고 있었다.

    은우는 카메라를 보며 밝게 웃었다.

    “지렁이. 지렁이. 지렁이. 꿈틀꿈틀. 지렁이.”

    ***

    MC 나나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제 1위 후보곡 다섯 곡을 전부 들어보았습니다.”

    MC 빅캐쳐가 말을 이었다.

    “1위 후보는 총 네 팀인데요. 놀이공원, 보이씩스, 볼터치 그리고 이은우. 이은우 군이 [난 너무 귀여워], [따따따] 두 곡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누가 1위가 될 것 같나요? 놀이공원의 유나 양.”

    카메라가 놀이공원의 유나를 잡았다.

    유나는 예쁜 베레모를 쓴 채 방긋방긋 카메라를 보며 방긋방긋 웃었다.

    “당연히 저희 팀이죠. 저희가 돼야 해요.”

    MC 나나가 마이크를 받았다.

    “자신감 있는 소감 좋은데요. 볼터치는요.”

    카메라가 진한 화장과 섹시한 미니스커트를 입은 볼터치를 잡았다.

    볼터치는 20대이지만 연륜이 느껴지는 인상이다.

    “요즘 대세는 트롯 아닌가요?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MC 빅캐쳐가 마이크를 받았다.

    “다들 1위를 향한 욕심이 대단합니다. 1위 후보에 두 곡이나 오른 은우. 소감이 어때요?”

    “기부니 쪼아요. 걈샤함니댜.”

    “누가 1위가 될 것 같아요?”

    “지렁이요.”

    은우가 웨이브를 타며 지렁이춤을 추었다.

    “진짜 지렁이 같은데요. 지렁이 말고 다른 동물도 있어요?”

    “음. 개구리요.”

    은우가 무대에 쪼그리고 앉더니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MC 나나가 마이크를 받았다.

    “실감 나는 개구린데요. 은우 개구리가 너무 열심히 무대 위를 뛰어다녀서. 빨리 1위 발표해야겠네요.”

    “네, 현장 집계 마감합니다. 5, 4, 3, 2, 1. 마감됐습니다.”

    “음반 판매량과 수박, 사과 차트 합산 점수는 이은우 1위, 놀이공원 2위, 볼터치 3위, 보이씩스 4위였습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장 투표 결과를 공개합니다.”

    네 사람의 사진 아래로 올라가는 그래프.

    가장 먼저 멈춘 것은 볼터치의 그래프.

    은우, 놀이공원, 보이씩스의 그래프가 함께 올라간다.

    보이씩스의 그래프가 멈추었다.

    은우와 놀이공원의 그래프가 함께 올라간다.

    손에 땀을 쥐는 순간.

    MC 나나가 말했다.

    “6월 둘째 주 1위는 놀이공원일까요? 이은우일까요?”

    “놀이공원 대 이은우. 이은우 대 놀이공원.”

    놀이공원의 그래프가 멈추고 은우의 그래프만이 홀로 올라가 1위 자리에서 멈춘다.

    MC 빅캐쳐가 말했다.

    “6월 둘째 주 1위는 이은우입니다.”

    “은우 우승 소감 말해볼까요?”

    카메라가 은우의 얼굴을 잡았다.

    은우는 돼지코를 만들며 장난을 쳤다.

    “바보가 멀까요?”

    MC 나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바보가 뭐죠? 은우. 1위 소감 말해야 하는데.”

    은우가 장난꾸러기처럼 웃으며 말했다.

    “바다의 보배요. 재롱이들 따랑해요. 보이야. 나 일등해떠. 백수희 눈나, 아뺘, 땀톤 거마어여. 수녀님. 따랑해요. 어린이집 칭규들. 태건도 칭규들. 명서가. 우리 지베 놀러와.”

    MC 빅캐쳐가 은우를 보며 웃었다.

    “은우 친구 사랑이 대단한데요. 1위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은우의 앵콜 무대를 들으면서 저희는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

    명석이가 은우의 집의 벨을 눌렀다.

    은우가 인터폰을 켰다.

    “누구떼요?”

    “비스트 킹이요.”

    “진짜 비스트 킹인가요?”

    명석이가 들고 온 장난감을 인터폰 화면에 갔다 댔다.

    “비스티 킹, 드러오떼요.”

    은우가 문을 열어주었다.

    보리가 명석이를 보고 꼬리를 흔들었다.

    “멍멍(반가워. 명석아.)”

    명석이가 장난감 로봇을 든 채로 현관문으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은우야, 일등 추카해. 엄마랑 가치 티비로 봐떠.”

    “헤헤, 나 일등 해서 조아떠. 신나떠.”

    “지렁이춤 재미떠라.”

    “그거 우끼지? 내갸 지호가 자바온 지렁이 따라 한 거댜. 너도 가치 해볼래?”

    은우는 거실 바닥에 누워서 꿈틀꿈틀 지렁이 춤을 추었다.

    “냐도냐도.”

    명석이도 로봇을 옆에 내려놓은 채 지렁이춤을 추었다.

    거실 바닥에는 두 마리의 지렁이가 웃고 있었다.

    “헤헤헤헤헤.”

    “헤헤헤헤헤.”

    백수희가 부엌에서 나와서 바닥에 누워있는 아기들을 보면서 말했다.

    “명석이 왔구나. 둘이 장난치는 거야? 핫도그 줄까?”

    “조아요.”

    백수희가 부엌으로 들어가 에어 프라이어에 돌린 핫도그와 주스를 가지고 왔다.

    “잘 머게뜸니댜.”

    명석이가 큰 소리로 인사했다.

    “명서갸. 이거 뱌라.”

    은우가 케찹을 핫도그에 짜더니 핫도그에 묻은 케찹을 다 핥아먹었다.

    그리고 다시 케찹을 짰다.

    “케찹 마디떠.”

    “그래?”

    명석이도 은우를 따라 핫도그에 짠 케찹을 핥아먹었다.

    “마신네.”

    “그치?”

    은우가 케찹을 손가락에 찍더니 코 아래에 묻혔다.

    “이러케 하믄 코피댜.”

    은우가 케찹 코피가 흐른 얼굴로 명석이를 보며 웃었다.

    “너도 해 줄까?”

    명석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은우가 명석이의 코 아래에 케찹 코피를 두 줄 만들었다.

    명석이가 웃으며 말했다.

    “쌍코피네. 헤헤헤헤헤.”

    “우리 좀비 노리할까?”

    “그래.”

    “케찹 피 좀 더 무치고.”

    은우가 케찹을 손가락에 발라 입 근처에 묻혔다.

    그리고 명석이의 입 근처에도 케찹을 발라 주었다.

    명석이와 은우는 피 흘리는 좀비가 되었다.

    백수희가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봐.”

    백수희가 화장품을 챙겨 거실로 왔다.

    백수희는 아이라이너로 은우의 얼굴에 꿰맨 자국을 그려 주었다.

    “이제 진짜 좀비 같네.”

    명석이가 은우의 얼굴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우아. 머디따. 냐듀 냐듀.”

    백수희가 명석이의 얼굴에도 꿰맨 자국을 만들어 주었다.

    은우가 말했다.

    “보이도 좀비 해주떼요.”

    “멍멍(나는 왜? 난 털 더러워지는 거 싫단 말이야. 강아지 좀비는 하나도 안 멋있거든. 귀엽지도 않고 말이지. 난 못생겨지는 거 싫다고)”

    “강아지 좀비라 그건 좀 어려운데. 가만있어보자.”

    백수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했다.

    ‘강아지에게 흉터를 만들어 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지?’

    보리가 외쳤다.

    “멍멍(좀비는 죽은 거 아냐? 분장이 왜 필요해? 죽으면 되지.)”

    보리가 바닥에 죽은 척 연기를 하고 엎드렸다.

    은우가 보리를 보며 외쳤다.

    “빵.”

    “멍멍(나 죽었어. 이제 죽었다 깨어나면 좀비가 되는 거야. 알았지?)”

    “보리가 죽어따 깨어냐면 좀비갸 대기로 해떠. 지금 주근 거야. 아라찌?”

    백수희는 은우의 생각에 감탄했다.

    “은우 천잰데. 좀비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건데. 어떻게 알았어?”

    은우는 보리의 생각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설명하기가 복잡해서 백수희를 바라보며 웃었다.

    “헤헤헤헤헤.”

    명석이가 보리를 보며 외쳤다.

    “땡. 이러냐.”

    보리가 일어나 꼬리를 쳤다.

    “멍멍(이제부터 나는 강아지 좀비다)”

    두 명의 무시무시한 좀비가 일어났다.

    한 명의 강아지 좀비도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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