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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재능흡수-157화 (157/257)

157화. 보물 같은 친구 (4)

은우는 오늘도 콧노래를 부르며 어린이집으로 갔다.

정우가 은우를 보고 인사했다.

“횬아, 와떠?”

은우가 정우를 안아 주었다.

“응, 정우야. 보고 시퍼떠.”

“냐두.”

노랑이와 까망이가 정우와 은우의 다리에 붙어서 갸르릉거렸다.

“냐옹.”

“노랑이, 까망이도 보고 시퍼떠.”

현정이가 퐁퐁이를 안고 은우에게 인사했다.

“은우야. 안녕.”

“현정야. 안녕. 퐁퐁이도 안녕.”

현정이가 퐁퐁이의 손을 잡고 은우에게 흔들어주었다.

‘현정이가 조금이라도 밝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네.’

은우는 현정이의 인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은우가 가방을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가니 시우가 쿠키의 통을 열고 있었다.

“시우야. 그거 수녀니미 머그면 안 댄다고 해쨔냐.”

“싯. 한 개만 머글 거야. 한 개만.”

“머그면 안 대는데.”

“마디짜냐. 헤헤.”

은우는 갈등이 되었다.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맛있는데. 한 개는 괜찮지 않을까? 저거 맛있는데 너무 먹고 싶다.’

은우는 결국 악마의 꼬임에 넘어가고 말았다.

“시우야. 나도 한 개만.”

“헤헤. 거 뱌. 마디따니깐.”

시우가 쿠키를 꺼내서 은우에게 주었다.

은우를 따라 방으로 들어오던 정우가 쿠키를 보자마자 외쳤다.

“횬아, 냐도.”

“맙소샤. 정우까지.”

시우가 이마를 치면서 걱정된다는 말투로 말했다.

현정이가 퐁퐁이를 안고 방문을 열었다.

“머햐는 거야?”

시우가 심각해진 말투로 말했다.

“현정이까지. 망해따.”

“머가?”

현정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은우는 현정이를 보며 생각했다.

‘현정이는 먹고 싶지 않다고 하겠지? 늘 그랬으니까.’

은우가 현정이에게 자신의 몫의 쿠키를 양보했다.

“현정아. 이거 머거.”

현정이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은우가 현정이의 손에 쿠키를 쥐여주었다.

현정이는 그제서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거마어.”

시우는 정우에게 쿠키를 주었다.

그리고 쿠키를 하나 더 꺼내더니 은우에게 내밀었다.

“머거. 냐도 모르게따.”

정우가 낮잠 이불을 펴면서 말했다.

“이불 위에서 쿠키를 멍는 게 꾸리라니까. 꿀.”

은우가 동의했다.

“마쟈마쟈.”

은우도 누워서 쿠키를 먹기 시작했다.

“냐도.”

정우도 은우의 옆에 누웠다.

현정이도 퐁퐁이를 안은 채 정우의 옆에 누웠다.

현정이가 조용히 되뇌었다.

“소소소소소소소소소소소.”

은우가 현정이에게 물었다.

“그게 머야?”

“외계이늘 부르는 주문.”

“외계이늘 왜 불러?”

“우리 엄마는 외계이니야. 그래서 그러케 빨리 주건나 뱌. 엄먀가 차자오라고 내갸 신호를 보내는 거야.”

은우는 지난번에 지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차칸 외계인드른 소어늘 드러주기도 햔대. 외계인른 마벼블 부릴 뚜도 이때. 냐는 외계이니랑 말할 뚜 이떠서 하냐도 안 무서어.”

아무래도 현정이는 지호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듯했다.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에 쉬운 나이는 아니지.

현정아, 엄마에 대해서라면 나도 할 말이 없다. 날 낳은 엄마는 날 낳자마자 버렸거든. 내 존재는 잊고 살았던 듯해. 관심도 없었고. 좋은 아빠를 만나서 여기까지 왔지만. 엄마를 만나기 전엔 엄마가 되게 미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아무 느낌이 없었어.

죽어서도 자식을 지키고 싶어 하는 게 엄마라던데. 날 낳은 엄만 죽을 때도 내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 같아.

너희 어머닌 좋은 분이었을 거야. 현정아. 네가 이토록 그리워하는 걸 보면 말이지.’

은우는 현정이의 환상을 깨지 않기로 했다.

현정이가 말을 이었다.

“오천 밤만 자면 우리 엄먀가 날 차즈러올 거야.”

“오천 밤이나?”

“갠차냐. 난 기다릴 뚜 이떠. 엄만 날 차즈러올 거야. 그동안 밥도 잘 머꼬 칭규들이랑 잘 놀고 씩씩하게 지낼 거야.”

“현정아, 그건 머야?”

은우가 현정이의 머리띠를 보며 물었다.

현정이의 머리띠엔 빨대가 붙여져 있었다.

“엄마한테 신호를 잘 보내려고 내갸 만드러떠.”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정우가 말했다.

“우와. 눈나. 머찌다.”

정우는 현정이의 빨대 머리띠가 부러운 모양이었다.

현정이가 정우에게 말했다.

“너도 만드러 주께.”

“네네.”

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는 쿠키통에서 쿠키를 하나 더 꺼내고 있었다.

‘맛있으니까 더 먹어야지.’

정우가 시우를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횬아, 냐도.”

현정이도 시우에게 말했다.

“나도.”

시우는 결국 쿠키통에서 4개의 쿠키를 더 꺼냈다.

정우가 누워서 쿠키를 먹으며 웃었다.

“진짜 마띠댜. 헤헤헤헤헤.”

은우가 정우에게 말했다.

“정우야, 너 그거 해 바떠? [날 따라 해 뱌라.] 요러케.”

시우가 대답했다.

“그거 재민는데 그거 하꺄? 정우 아라?”

정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은우가 정우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노래를 부르면서 [날 따라 해 뱌라. 요러케]하는 사라믈 따라 하는 거야.”

은우가 돼지코를 만들면서 노래를 불렀다.

[날 따라 해 뱌랴. 요러케.]

정우가 은우를 따라 돼지코를 만들었다.

“헤헤헤헤헤. 우낀댜. 횬아.”

시우도 은우를 따라 돼지코를 만들었다.

“꿀꿀꿀꿀꿀.”

은우가 돼지 소리를 내자 정우와 시우도 따라 했다.

“꿀꿀꿀꿀.”

“꿀꿀꿀꿀.”

은우가 현정이에게 물었다.

“현정아 너는 왜 안 해?”

“난 외계이니야.”

“외계인도 해야 해. 쿠키를 머거뜨니꺈.”

현정이가 코를 살짝 들어 올리더니 작게 돼지 소리를 내었다.

“꾸꾸꾸꾸.”

정우가 현정이에게 말했다.

“눈나. 그러케 하믄 외계이니 못 드쨔냐.”

현정이가 큰 소리로 돼지 흉내를 내었다.

“꿀꿀꿀꿀꿀.”

“헤헤헤헤헤.”

정우가 현정이를 보며 웃었다.

현정이도 정우를 따라 웃었다.

‘현정이가 웃어서 다행이다. 역시 재밌는 놀이가 최고야.’

은우가 놀이를 계속했다.

[날 따라 해 바랴. 요로케.]

은우가 배에 힘을 잔뜩 주고 방귀를 뀌었다.

“뽕.”

시우가 자신 있다는 듯 힘을 주었다.

“뽀뽀뽕 뽕뽕.”

정우가 박수를 쳤다.

“우와, 시우 횬아. 대다나다. 방구갸 여러 개야.”

은우도 시우의 실력을 인정했다.

“대단해.”

시우가 으쓱거리며 말했다.

“지베서 밥 머글 때먀댜 누나 놀려주거든. 헤헤헤헤. 우리 누나는 소리를 막 질러. ‘아이 더러워. 이정우. 너랑 모따라.’ 이러거든. 난 방구 전문가야.”

정우가 시우를 우러러보며 말했다.

“부러어. 횬아.”

정우의 미간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정우가 입술을 꾸욱 깨물더니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뿌우우우웅.”

실감 나는 방귀 소리.

현정이가 코를 잡고 정우에게서 도망갔다.

“방구 냄새. 아악.”

정우가 울상이 돼서 말했다.

“횬아, 나 똥 싸떠. 으앙.”

정우는 기저귀가 더러워져서 기분이 좋지 않은지 울기 시작했다.

은우는 난감했다.

‘장난으로 한 놀이인데 정말 똥을 싸다니. 큰일이네. 어떻게 하지?’

수녀님이 정우의 울음소리를 들었는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수녀님은 방 안의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낮잠 이불이 펼쳐져 있고 이불 위에는 쿠키 부스러기가 잔뜩 떨어져 있었다.

쿠키 통은 열려 있었고 정우가 울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수녀님이 화가 나서 소리를 쳤다.

정우가 혼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수녀님. 똥 따떠요.”

수녀님이 정우를 안고 화장실로 향했다.

시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망해따. 혼나게따.”

“그러게.”

은우도 함께 걱정을 하고 있었다.

현정이가 이불을 개기 시작했다.

은우가 현정이에게 물었다.

“머해?”

“청소해야지. 그래야 안 혼나지.”

현정이는 자기 키보다 큰 이불을 잘도 접었다. 바닥에 펴놓고 무릎을 이용하여 각을 잡았다.

시우가 감탄했다.

“우아.”

현정이는 이불을 개더니 청소기를 가져왔다.

수녀님이 정우의 기저귀를 간 뒤 방으로 왔다.

‘대체 무슨 장난을 얼마나 친 건지. 먹지 말라고 한 쿠키까지 먹고.’

화가 난 수녀님은 방문을 열고 깜짝 놀랐다.

현정이가 이불을 정리하고 은우가 청소기를 밀고 있었다. 시우는 쿠키통을 다시 서랍장에 넣고 있었다.

‘청소를 하다니. 이게 웬일이지? 그렇게 알려줘도 안 되는 거였는데.’

수녀님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

‘내가 화를 내면 현정이가 놀라겠지? 현정이는 아직 마음의 안정이 필요한데.’

수녀님은 마음을 바꿔서 아기들을 혼내지 않았다.

시우가 서랍장에 넣은 쿠키통을 들고 방에서 나오면서 생각했다.

‘대체 누가 먼저 시작한 걸까? 앞으로도 정리를 좀 해주면 좋겠는데 말이야.’

***

은우는 [당신의 가요] 대기실에 있었다.

길동은 긴장이 되었다.

‘두 곡이 동시에 올라오다니. 절호의 기회야. 이번 주는 꼭 1위를 하면 좋겠다.’

뽀뽀 댄스팀도 들떠 있었다.

예은이가 말했다.

“은우 멋지다. 두 곡이나 1위 후보에 오르다니.”

지유가 말했다.

“은우 멋진 게 하루 이틀 일이야. 은우는 왕자님이지.”

채원이가 말했다.

“은우 오늘 1위 할 거 같아. 그치? 노래가 두 곡이나 되니까 1위 할 거야.”

민혁이가 말했다.

“그럼 우리 오늘 치킨 먹을까? 1위 기념으로.”

서진이도 동의했다.

“햄버거, 돈가스, 피자, 핫도그 다 먹자.”

지유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남자들이란 늘 먹는 생각뿐이라니까.”

채원이가 말했다.

“긴장된다. 두 곡을 연이어서 춤을 춰야 한다니.”

오늘 은우는 [당신의 가요] 무대에서 1위 후보로 오른 [따따따]와 [난 너무 귀여워]를 리믹스 버전으로 이어서 부르기로 했다.

길동은 강라온 대표를 떠올렸다.

“은우가 두 곡을 연달아 부르기엔 힘에 부칠 거야. 발라드도 아닌 댄스곡을 연달아 부르는 건 아이돌들도 힘들어하니까. 게다가 [따따따]는 안무 자체가 숨이 많이 차서.”

[따따따]의 메인 안무 제자리 뛰기는 동작은 매우 쉬웠지만, 점점 숨을 쉬기가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었다.

“리믹스 버전으로 가자. [난 너무 귀여워]에서 [따따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4분 정도 되게 해서 은우가 힘들지 않게 잘 만들어보자고.”

길동은 기도했다.

‘무대 위에서 4분만 잘 버텨줘. 은우야. 오늘은 꼭 1등 해보자.’

신인치곤 매우 훌륭한 성적이었지만, 2등만 내리 4주를 하다 보니 조바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예상치 못하게 올라와 준 [따따따]가 음반 판매량도 높여주고 있었다.

‘[당신의 가요]의 집계 방식은 음반 판매량, 수박이랑 사과 차트 합산, 그리고 현장집계니까 해볼 만할 거야.’

무대에서는 놀이공원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눈을 뗄 수 없었어.

우린 알지? 믿지?

바라만 봐도 느낌이 왔지.

뚜르르 뚜르르.

너에게 보내는 비밀 신호.

나만이 알 수 있는 비밀 신호.

뚜르르 뚜르르.

너도 나랑 같은 맘이란 걸 알아.

너무 모른 척하진 말아줘.]

놀이공원의 비쥬얼 센터 유나가 윙크하며 권총춤을 추었다.

길동은 대기실 화면으로 유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심 저격이네. 저 총에 맞아 죽고 싶은 사람 여럿일 텐데.

걸그룹이 막강하긴 하지.

왠지 1위 오늘도 불안한 거 같기도 하고.’

마음이 갈팡질팡 이랬다저랬다 하는 길동이었다.

‘놀이공원의 [비밀신호], 보이씩스의 [너만의 로봇이 되어], 볼터치의 [내 사랑 내 비타민], 걸그룹과 보이그룹, 그리고 요즘 뜨는 트롯 여신과의 대결이라.

은우가 1등을 해야 할 텐데.

만약 아쉽게 2등, 3등을 하게 된다면.’

은우는 요구르트의 빨대를 쭉쭉 빨며 권총춤을 따라 하고 있었다.

‘빵야, 빵야, 저 춤 잘 만들었네. 지호가 잡아 온 지렁이를 보고 나도 지렁이춤 만들었는데 지렁이춤을 안무로 넣으면 재밌을까? 새로 [내 친구 지렁이]란 노래를 만들어볼까?’

새로운 아이디어로 신이 나는 은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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