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152화 (152/257)
  • 152화. 음악방송 1위를 향하여 (4)

    경완은 목을 가다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햇살 아래 졸고 있는 고양이익.(음 빗나감)

    고양이 배를 살살 간질여 보자악.(음 빗나감)

    야옹 야옹(호흡곤란) 야옹 야옹(호흡곤란) 야옹]

    관객들 사이에서 숨넘어가는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소곤거리는 소리로) 같은 노래 다른 느낌.”

    “(소곤거리는 소리로) 그래도 열심히 부르잖아.”

    “(소곤거리는 소리로) 저 모습 그대로 퐁퐁이다운데 뭘 그래?”

    “맞아요. 퐁퐁이가 노래를 꼭 잘해야 한다는 법도 없잖아요.”

    퐁퐁이는 커다란 인형 손으로 앞발을 만들어 고양이 흉내를 내었다.

    구경을 하던 여고생이 옆자리에 서 있던 여고생에게 물었다.

    “고양이 흉내 내는 알파카는 고양이야 알파카야?”

    “글쎄.”

    경완은 퐁퐁이 탈 속에서 오그라드는 심장을 꼭 부여잡고 있었다.

    ‘이건 너무 오글거리잖아. 대체 이런 가사는 누가 쓴 거야?’

    경완은 두 눈을 꼬옥 감고 소리를 질렀다.

    [날 사랑한다고오 말해애(심한 음이탈)주세요.

    야옹 야옹 야옹 컥컥.(숨이 막힌 기침 소리)

    (끊길 듯 이어지는 작은 목소리)나는 당신을 위해 애교를을 부려요. 컥컥.

    야옹 야옹 야옹]

    관객들이 말했다.

    “퐁퐁이 담배 많이 피우나? 목소리가 너무 갈라지는데.”

    “그냥 고음 불가 같은데.”

    “너무 처절하고 불쌍해서 못 보겠다.”

    “퐁퐁이 너무 열심히 부른다. 박수 쳐주자.”

    “은우가 부른 건 활기찬 고양이, 행복한 고양이.

    퐁퐁이가 부른 건 아픈 고양이, 힘든 고양이.”

    퐁퐁이의 노래가 끝나고 관객들이 박수를 쳤다.

    “퐁퐁이 최고.”

    “수고했어. 퐁퐁아.”

    경완은 숨이 막혀 호흡곤란이 올 것만 같았다.

    ‘아기들 동요는 왜 이렇게 음이 높은 거야? 게다가 쉴만한 곳도 없고 노래가 왜 이렇게 어려워.’

    경완은 [고양이송]의 의외의 난이도에 놀랐다.

    ***

    너투브 크리에이터 라라는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내 방 탈출’의 인기 코너 ‘숨겨진 명곡 찾기’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방 안에서 들어도 너무 신이 나서 엉덩이가 들썩들썩. 드을썩거릴 수밖에 없는 노래들만 콕콕 집어서 알려드려요. 구독자 여러분들의 빠른 입장 부탁드립니다.”

    - [우동]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에티우]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연참필수]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lbg9]님이 입장하였습니다.

    구독자들의 빠른 입장과 함께 실시간 채팅창에는 수많은 글들이 올라왔다.

    [토실] : 오늘도 넘나 이쁜 라라님.

    [bert] : 방구석에서 흥뿜뿜하시는 라라님. 텐션이 지붕 뚫고 올라간다.

    [레아] : 라라님 너무 이뻐용. 알랴븅.

    [dlwl] : 오늘은 또 어떤 명곡을 역주행시키시려고.

    [몽돌누이] : 언니 선곡 늘 잘 듣고 있어요.

    라라는 구독자 100만 명을 거느린 너투브 크리에이터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로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남성 팬들이 그녀의 외모에 환호한다면 여성 팬들은 그녀의 선곡에 환호하고 있었다. 뛰어난 입담과 철저한 준비로 그녀의 선곡은 차트 역주행의 신화가 되기도 하였다.

    라라가 화사한 미소로 멘트를 이었다.

    “오늘의 숨겨진 명곡은 보컬 천재 이은우의 [따따따]입니다. 이은우 미니앨범 본투비 큐트에 실린 곡인데요. 다섯 살에 이런 대단한 음반을 내다니. 전 대체 다섯 살에 뭐 했는지 모르겠어요? 여러분은 다섯 살 때 뭐하셨나요?”

    실시간 댓글 창은 난리가 났다.

    [광묵] : 나 다섯 살 때 뭐 했지? 기억에 없는데. 다섯 살 때 기억나시는 분?

    [쭈녀구] : 저도 기억에 없는데요. 없지만 뭐 엄마가 주는 맛있는 거 먹고 잘 지내지 않았을까요?

    [메르세데스] : 기억은 안 나는데 너무 그리워요. 다섯 살 때로 돌아가고 싶다. 내일 시험인데 시험공부 하기 너무 싫어요. 공부 안 하고 너투브 보고 있으니 내일 시험은 망할 각.

    [라이머] : 저는 기억나요. 뭐가 기억나냐면 다섯 살 생일 때 인형 선물 받은 거요. 그 인형을 너무 좋아해서 매일매일 안고 다녔어요.

    [with] : 찰리브라운 친구 라이너스의 애착 담요 같은 건가?

    라라의 상큼하고 가냘픈 목소리가 이어졌다.

    “은우는 다섯 살에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연기 천재로도 유명한데요. 노래도 너무 잘해서 보컬 천재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죠. 그런데 앨범을 잘 보면 [난 너무 귀여워]와 [나의 강아지에게] 이 두 곡은 은우가 작사와 작곡도 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은우 귀여워서 저도 참 좋아하는데 이런 거 보면 질투 나요. 신은 공평하지 않은 거 같아요. 어쩜 저렇게 한 사람에게 재능을 몰빵해 주실 수 있죠? 저도 좀 주지?”

    실시간 댓글 창에서는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진성] : 신이 재능을 몰빵한 은우. 아, 부럽다.

    [리리] : 재능만 몰빵했음? 외모는? 난 재능 없어도 되니까 은우 외모를 가지고 싶다.

    [레디] : 연예계에선 외모가 가장 큰 재능입니다. 잊으셨습니까? 여러분.

    [하개] : 이래저래 재능도 외모도 없는 나만 절망이네. 흑흑.

    [아라진] : 다시 태어나면 은우로 태어나고 싶다.

    [콩콩이빠덜] : 여러분, 은우가 잘 생기고 재능도 많은 건 맞는데 우리 은우 고생 많이 했어요. 은우 첨에 호적도 없어서 팬들이 재판할 때 도와줬잖아요.

    [IDEA] :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잊고 있었어요.

    [바비다라] : 저 재롱이들인데요. 팬들의 사랑으로 은우가 이만큼 온 겁니다. 볼 때마다 뿌듯.

    [서밋] : 우리가 키운 은우죠. 은우가 그랬어요. 많이 유명해져도 언제나 재롱이들을 잊지 않겠다고.

    [은] : 그럼요, 은우가 얼마나 팬들을 아끼는데요. [새로운 도전을 하는 너에게]도 은우가 팬 사연에 고민하다가 만든 노래고 은우 친구인 명석이도 처음엔 은우 팬이었잖아요.

    [뱅오] : 은우 기부도 많이 해요. 우리 은우는 잘될 만해서 잘된 겁니다. 여러분.

    라라가 댓글 창을 확인하며 말했다.

    “은우가 재능도 많고 잘생긴 것도 맞고. 근데 은우 인생 풀스토리가 정말 한 편의 영화 같지 않나요? 여러분. 은우 같은 인생은 정말 보기 드물 거 같아요. 처음엔 호적도 없다가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돈 많은 다섯 살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인생역전도 이런 인생역전이 없죠. 그리고 고운 마음씨 인정합니다. 은우 인성에 대해선 다들 칭찬이 자자하더라구요.

    오늘 소개할 곡인 [따따따]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쉬운 안무가 인상적인 곡입니다. 한 번만 들으면 입에서 [따따따따 따따따따]가 쉬지 않고 흥얼거리게 됩니다. 그리고 [따따따따]의 안무가 위로 퐁퐁 뛰는 춤인데 은우가 요새 스카이 콩콩에 빠져서 만들어낸 안무라고 하더라구요.”

    댓글 창에서는 또 이야기가 이어졌다.

    [치킨살해범] : 스카이콩콩. 갑자기 추억 소환되네. 나도 어릴 때 그거 완전 좋아했는데.

    [신난작가] : 하늘 높이 뛸 때 머리 펄럭이는 게 너무 기분 좋았는데.

    [레팔진프] : 전 제가 하늘로 날아가는 것 같았어요.

    [네오스] : 갑자기 스카이 콩콩 타고 싶네요.

    [슈갸팟] : 성인용도 있을까요?

    라라가 은우의 [따따따]를 틀면서 말했다.

    “처음엔 촌스럽다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듣다 보면 어느새 빠져드는 곡 이은우의 [따따따]를 들으시겠습니다.”

    [강아지도 고양이도 가치

    뛰어뱌 총총 달려뱌 총총

    더 높게 더 크게 더 빨리 뛰어뛰어

    따따따따 따따따따]

    채팅창에서는 은우의 노래에 대한 대화가 한창이었다.

    [공대] : 노래 절반이 [따따따따]네. 너무 단조로운데.

    [메밀] : 근데 그 [따따따따]가 신나긴 하네요.

    [믹스커피] : 체조 음악 같은데요. 노래가?

    [글황] : 안무랑 같이 보면 또 어떨지 모르겠는데 노래만 들어선 좋은지 모르겠는데.

    [아레카]: 저거 은우가 지난번에 대학로에서 부르는 거 들었는데 실제로 들으면 신나고 재밌어요. 따라 부르기도 쉽고. 콘서트에서 더 좋은 것 같은 노래?

    [ic1] : 부르기 쉬워서 단합대회나 운동회에서 응원곡으로 쓰면 좋겠네요.

    ***

    김마리아 수녀님은 현정이를 데리고 시장의 한 아동복 가게 앞에 서 있었다.

    수녀님의 지갑에는 10만 원이라는 거금이 들어있었다.

    ‘적금은 또 들면 되니까. 지금은 현정이가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면 좋겠어. 아기 같지 않게 잘 웃지도 않고 감정 표현도 없고. 우울증 같은데.’

    아무리 물어봐도 현정이는 가지고 싶은 물건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보통의 다섯 살이라면 먹고 싶거나 사고 싶은 걸 못 하게 하면 울면서 떼쓰고 집에도 돌아오지 않겠다고 할 나이인데 말이지.’

    고민 끝에 수녀님은 현정이와 함께 시장으로 왔다.

    ‘직접 물건을 보여주면 사고 싶다고 하겠지.’

    가게 주인이 수녀님을 맞이하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아가가 참 이쁘네요. 아가 옷 보여 드릴까요?”

    “네, 현정아. 맘에 드는 거 골라봐.”

    “여자 아기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드레스죠. 계절이 바뀌어 인기가 조금 시들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제일 잘 나가는 건 겨울나라 애나의 원피스예요.”

    가게 주인의 손에 파란색 너풀거리는 치마에 노란색의 풍성한 뽕과 프릴이 달린 원피스가 들려있었다.

    “공쥬 가태요.”

    현정이가 작은 손을 내밀며 드레스의 끝자락을 만지작거렸다.

    ‘내가 이런 걸 가져도 될까? 너무 비싼 걸 골랐다고 집에 가서 혼나지 않을까?’

    수녀님이 현정이의 눈을 바라보며 인자한 말투로 물었다.

    “이게 이쁘니? 이걸로 살까?”

    “아니에요. 안 피료해요. 갠챠냐요.”

    김마리아 수녀님은 도돌이표 같은 현정이의 반응에 절망했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데 말이야.’

    가게 주인이 다른 옷을 권했다.

    “옷은 많으니까요. 드레스가 싫으면 원피스로 보여줄까? 이건 소풍 갈 때 입으면 좋을 옷인데. 연두색 원피스야. 평범하지만 귀엽게 보이도록 해 준단다. 올해 신상인데 가장 많이 팔렸어.”

    현정이는 원피스의 끝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손끝에 닿는 옷감의 감촉이 좋았다.

    ‘색깔이 너무 예뻐. 이런 옷을 입고 소풍 가고 싶다. 소풍…….’

    소풍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다가 현정이는 새엄마에게 맞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새엄마는 현정이를 여러 가지 이유로 때렸다. 옷을 더럽혔다는 이유로, 음식을 남겼다는 이유로, 칭얼거렸다는 이유로, 소풍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너무 많은 이유들로 현정이는 맞았고 그때마다 현정이는 자신의 말을 후회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걸 그랬어.’

    현정이가 말했다.

    “갠챠냐요. 안 이뻐요. 이거.”

    김마리아 수녀님은 어쩔 수 없이 빈손으로 아동복 가게를 나왔다.

    ***

    은우는 어린이집에 도착하자마자 현정이를 찾았다.

    “현정아.”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지만, 은우는 익숙하게 현정이가 있는 곳을 찾아냈다.

    현정이는 거실 미끄럼틀 옆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은우가 어린이집 가방에서 꺼낸 퐁퐁이를 들고 현정이의 옆으로 갔다.

    “현정아, 이거 퐁퐁이인데. 내 샹샹의 칭규야. 내갸 힘들 때 냐량 가치 이떠져떠. 난 이제 갠챠느니까 너 줄게. 속땅한 이리 이뜨면 퐁퐁이한테 말해. 퐁퐁이는 이비 무거어서 아무한테도 말 안 하거든.”

    “정말?”

    은우를 바라보는 현정이의 눈이 커졌다.

    ‘어떤 말을 해도 혼나지 않는다는 거지?’

    현정이는 은우가 준 퐁퐁이를 폼에 꼬옥 껴안았다.

    “혼냐지 얀는 칭규. 거마어.”

    은우는 현정이가 자신에게 한 고마워란 말에 놀랐다.

    ‘현정아, 힘내. 난 네가 더 많이 웃었으면 좋겠어.’

    은우는 가방에서 마카롱을 꺼내 현정이에게 주었다.

    “이거또 머거.”

    현정이는 말없이 마카롱을 받았다.

    정우가 은우를 발견하고 다른 방에서 달려왔다.

    “횬아, 언제 와떠? 나 심심해떠.”

    “머하고 노까?”

    은우는 정우와 함께 다른 방으로 갔다.

    현정이는 퐁퐁이의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퐁퐁아, 여긴 안전한 고실꺄? 수녀니믄 화를 안 내서 조아. 오느른 예쁜 드레스도 사러가떠. 사고시펀는데 수녀니미 시러할까뱌 마를 모해떠. 이따가 그 옷 그리므로 그려 뱌야지.”

    현정이는 처음 생긴 친구 퐁퐁이를 꼬옥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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