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151화 (151/257)
  • 151화. 음악 방송 1위를 향하여 (3)

    경완은 캐톡 알림음을 보고 단톡방을 확인했다.

    [이정우] : 부장님, 부장님 이모티콘 나왔는데요?

    [김승태] : 인기스타네. 스타. 우리 부장님 떡상하셨네요.

    [신주리] : 부장님, 제가 이모티콘 선물해 드렸어요. 어서 쓰세요.

    [최경완] : [엉덩이 흔드는 퐁퐁이 이모티콘]. 이거. 쑥스럽구만.

    [신주리] : 부장님, 제가 방금 이모티콘 판매 순위를 봤는데 전체 판매 순위 1위예요.

    [이정우] : 부장님, 이쯤 되면 연예인 아닙니까? 연예인. 대학교 시절 연기왕이 드디어 연예인이 되셨군요.

    경완은 순간 자신의 비밀이 탄로날까 봐 두려웠다.

    ‘대학교 때 내가 한 번도 무대에 서지 못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안 되는데. 다행히 퐁퐁이 탈 속에 있어서 아무도 현실의 내가 누군지 모르니 다행이지.’

    [엄호준] : 부장님, 저도 선물이 있어요. 어제 제가 지나가다가 인형 가게에서 퐁퐁이 인형이 있는 걸 보고 부장님 드리려고 샀어요.

    [신주리] : 이런 센스있는 선물을!

    [이정우] : 부장님. 라이센스 등록하셨죠? 퐁퐁이 돈방석이겠는데요.

    [최경완] : 회사가 부자되는 거지. 내가 부자되는 건 아니잖아.

    [엄호준] :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부장님 출연료라도 오르지 않을까요? 올려 달라고 해 보세요. 퐁퐁이 인기가 이렇게 대단한데.

    [신주리] : 맞아요. 은우 티비가 있는 한 퐁퐁이 인기도 지속되지 않을까요?

    경완은 곰곰이 출연료에 대해 생각했다.

    ‘부서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촬영이라 출연료에 대한 부분을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었는데. 퐁퐁이의 인기가 이 정도일 줄 알았다면 애초에 출연료를 비싸게 부를 걸 그랬나?’

    후회해 봤지만 이제 와 이야기하기도 무언가 껄끄럽다고 느꼈다.

    경완의 전화벨이 울렸다.

    “최부장. 이사실로 좀 올라오게.”

    경완은 전화를 끊고 이사실로 올라갔다.

    “여기 앉게.”

    경완이 자리에 앉자 비서가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요즘 은우 티비 반응이 아주 좋더군. 덩달아 퐁퐁이 인기도 상승하고 있고 말이야. 퐁퐁이 굿즈가 잘 팔려서 우리 회사가 그 덕을 보고 있어. 앞으로도 열심히 해 주길 바라네.”

    경완은 이때가 출연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이사님. 저 그래서 말인데. 제가 지금까진 무급 출연이었지만 앞으로는 출연료를 받고 싶을 수 있을까 해서요.”

    “하하하하하하하. 그런가?”

    이사의 웃음에 경완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너무 과한 요구였나? 하지만 퐁퐁이가 인기가 있는 건 내가 열심히 연기했기 때문이라고. 노력에 대한 보상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김 이사는 평상시에도 속마음을 알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특히 포커페이스 같은 그의 표정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의 의도를 예측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여기서 말을 더 했다간 분위기가 나빠지려나.’

    은우 티비의 성공으로 도마뱀 미디어는 예전의 영광을 되찾았다. 예상치도 못한 퐁퐁이 캐릭터의 성공으로 매출은 전작인 ‘거침없이 로우킥’을 뛰어넘은 상태였다.

    경완의 부서인 제작총괄부 역시 부서를 유지함은 물론이요 실력을 인정받은 상황이었다.

    김 이사가 말을 이었다.

    “줘야지. 줘야지. 얼마나 받고 싶은가?”

    경완은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받고 싶은 금액을 생각해 둘 걸 하고 후회가 됐다.

    직장인 월급 체계에 대해선 빠삭한 경완이었지만 연예인들의 출연료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던 경완이었다.

    ‘전문적으로 연기를 하는 사람은 아니니 그만큼은 받을 수 없을 것 같고. 그렇다고 직장인 연봉을 부르자니 일하는 시간이 너무 적고. 어떻게 해야 하지?’

    김 이사가 호탕한 목소리로 말했다.

    “회당 천만 원 어떤가?”

    “회당 천만 원이요?”

    경완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회당 천만 원이라니. 내 연봉이 오천만 원인데? 한 번 출연으로 천만 원을 받을 수 있다니.

    이걸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김 이사가 웃으며 물었다.

    “왜 너무 적은가?”

    “아닙니다.”

    “인기가 더 많아지면 회당 이천만 원을 줄 수도 있어. 그러니 지금처럼 열심히만 해 주게.”

    ***

    경완은 퐁퐁이 옷을 입고 은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신기에서는 정형욱 PD의 음성이 들려왔다.

    “오늘의 미션은 대학로에서 하는 게릴라 콘서트입니다. 관객들에게 받은 하트의 개수가 500개가 되면 오늘 미션은 성공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퐁퐁이 탈 속에서 경완은 생각했다.

    ‘오늘도 빡센 미션이군. 미션 난이도가 점점 상승하는 것 같아. 그렇지만 천만 원이 이천만 원 될 수도 있으니 참아야지.’

    출연료가 생긴 이후로 연기에 대한 열정이 더욱 불타오르는 경완이었다.

    은우는 킥보드를 타고 헬멧을 쓴 채 퐁퐁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퐁퐁아, 안뇽.”

    퐁퐁이도 은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킥보드 샀어?”

    “선물 바다떠. 이거 신냔댜. 너도 타 볼래?”

    “내 발 한쪽도 못 탈 것 같은데.”

    “너무 작구나. 아가용이라 그래. 퐁퐁이 거도 이뜨면 조은데.”

    270인 경완의 발은 퐁퐁이 인형 분장 때문에 신발 사이즈 300보다도 더 커 보였다.

    ‘퐁퐁이를 태우려면 수레가 필요할 걸 은우야.’

    퐁퐁이가 은우에게 말했다.

    “은우야. 우리 오늘 대학로에서 게릴라 콘서트 한대. 관객들에게 500개의 하트를 받으면 미션 완료야.”

    은우가 신이 나서 박수를 쳤다.

    “와, 재미게땨.”

    은우와 경완은 마로니에 공원 한가운데 마이크를 놓고 자리를 잡았다.

    은우를 알아본 팬들이 여기저기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저기 은우 아니야?”

    “설마, 은우가 여길 왜 와?”

    “아니야. 귀여운 목소리까지 은우 맞다니까. 퐁퐁이도 함께 있잖아.”

    “그러네, 은우 티비 촬영인가?”

    경완은 자신을 알아보는 팬들의 음성이 반가웠다.

    ‘이제 나도 스타란 말이지. 다들 날 알아보고.’

    사람들이 은우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몇몇 팬들은 서 있었고 몇몇 팬들은 아예 바닥에 앉아 긴 시간 관람을 할 자세를 취했다.

    엄마를 따라 놀러 나온 여자 아기가 자신이 들고 온 인형을 바닥에 앉혀 주며 말했다.

    “가치 보쟈. 무무야.”

    아기는 무무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퐁퐁이가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세요. 퐁퐁이입니다. 오늘 은우가 여기서 게릴라 콘서트를 할 예정이에요. 노래를 듣고 무대가 마음에 드시면 머리 위로 큰 하트를 만들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

    박수와 함께 함성이 이어졌다.

    은우는 첫 번째 곡을 어떤 곡으로 할지 고민이었다.

    ‘[난 너무 귀여워]와 [크레파스]는 이미 대중에게 알려진 곡이라 미니 앨범에 있는 곡 중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곡을 고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럼 [따따따]는 어떨까?’

    [따따따]는 은우의 미니 앨범에 수록돼 있긴 하지만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한 곡이었다.

    멜로디가 너무 촌스럽다는 강라온의 평 때문에 앨범에 실리기를 주저했던 곡.

    그러나 은우는 그 촌스러운 멜로디가 왠지 모르게 좋았다.

    ‘오늘은 따따따를 불러야겠어.’

    은우가 마이크 앞에 섰다.

    “안뇽하떼요. 횬아, 누나들. 제 노래를 드르러 와 주셔서 걈따해요. 오느른 행보캰 나리예요. 첫 고근 [따따따]예요. 함께 해 주떼요.”

    반주가 흘러나오고 은우가 노래를 시작했다.

    [다 함께 원 따따따따 따따따따

    박수쳐 투 따따따따 따따따따

    흔들어 뜨리 따따따따 따따따따]

    은우의 팬들은 [따따따]를 금방 알아듣고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따따따따]가 나올 때마다 팬들은 큰 소리로 함께 부르며 포인트 안무인 하늘로 두 손을 들어 올리는 안무를 했다.

    은우도 흥이 나서 더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따따따]를 처음 듣는 관객들도 그 자리에서 포인트 안무와 노래를 따라불렀다.

    [강아지도 고양이도 가치

    뛰어뱌 총총 달려뱌 총총]

    [총총]의 포인트 안무는 은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다.

    트램펄린을 타고 뛰듯이 하늘로 뛰어오르는 것.

    은우는 스카이 콩콩을 타고 있는 것처럼 하늘로 높이높이 뛰어올랐다.

    관객들도 다 함께 하늘로 높이높이 뛰어올랐다.

    중간중간 배경음으로 은우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은우는 노래를 부르며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더 높게 더 크게 더 빨리 뛰어뛰어

    빠빠빠빠 빠빠빠빠]

    은우의 이마는 어느덧 땀으로 젖어있었다.

    관객들도 옷도 땀으로 젖기 시작했다.

    [빠빠빠]가 끝나고 은우가 아기용 음료수를 마셨다.

    “아, 슘챠.”

    [빠빠빠]의 안무는 어렵지는 않았지만 뛰는 동작이 많아 호흡을 유지하기가 힘든 곡이었다. 은우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생각했다.

    ‘관객들이 함께 뛰어줘서 너무 신났어.’

    퐁퐁이가 은우를 대신해 마이크를 받았다.

    “정말 신나는 무대였어요. 모두 함께 불러주셔서 더 좋았어요. 마로니에 공원을 날릴 듯한 노래였어요. 은우가 잠시 숨을 돌려야 해서 제가 관객분들과 잠시 대화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혹시 신청곡이나 은우에 대한 질문 있나요?”

    앞자리에서 인형 무무를 앉혀놓고 무대를 보고 있던 다섯 살 여자아기가 손을 번쩍 들었다.

    “고양이숑 드꼬 시퍼요.”

    “고양이송 좋네요. 그런데 은우도 아는 곡인가? 은우 고양이송 아나요?”

    아기용 음료수를 마시던 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다음 곡은 고양이송으로 하겠습니다. 또 신청곡 있으신가요?”

    다섯 살 여자아기가 다시 손을 들었다.

    “신청곡은 한 사람당 한 곡만 받으려고 하는데요. 또 신청곡이 있나요?”

    “무무가 듣꼬 십때요. 올챙이송.”

    “네, 무무 신청곡이라면 받아야죠. 은우 올챙이송 아나요?”

    은우가 엄지와 검지를 구부려 OK 사인을 만들어 보냈다.

    “다른 신청곡 있으신가요?”

    군복을 입은 한 남성이 손을 들었다.

    “퐁퐁이도 가치 불러요.”

    “네에? 저는 음치인데요.”

    “퐁퐁이 노래도 듣고 싶습니다.”

    경완은 당황스러웠다.

    “퐁퐁이.”

    “퐁퐁이.”

    주변에 서 있던 관객들이 박수를 치며 퐁퐁이를 응원했다.

    “그럼 은우 노래가 끝나면 하겠습니다. 저랑 같이 부르면 은우 노래도 망치고 말 거예요. 음치라서.”

    은우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마이크 앞에 섰다.

    은우가 앞에 앉아 있는 다섯 살 아기에게 물었다.

    “이르미 머야?”

    “희쥬.”

    “희쥬가 신청햔 고양이송을 부르게뜸니댜.”

    귀여운 동요의 간주가 흘러나왔다.

    [햇살 아래 졸고 인는 고양이.

    고양이 배를 샬샬 간지러 보쟈.

    야옹 야옹 야옹 야옹 야옹]

    관객들이 술렁였다.

    “진짜 고양이 울음소리 같은데?”

    “은우 야옹 할 때 표정 너무 귀엽지 않아?”

    “은우 배를 간질여 주고 싶다.”

    은우 동영상을 찍고 있던 팬 한 분이 은우에게 어플로 고양이 얼굴을 씌웠다.

    은우의 얼굴 위에 귀여운 두 귀와 수염, 꼬리가 생겼다.

    “은우, 고양이네.”

    “이따 팬 카페에 올리자.”

    은우는 두 손으로 작은 앞발을 만들어 [야옹]할 때마다 고양이춤을 추었다.

    [날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야옹 야옹 야옹

    나는 당신을 위해 애교를 부려요.

    야옹 야옹 야옹]

    팬들의 은우의 노래에 쓰러졌다.

    “애교를 부린다니. 악 은우야.”

    “이 영상 평상 소장할 거야.”

    은우가 고양이춤을 추며 노래를 계속했다.

    [내 심장은 콩닥콩닥

    넌 나의 마음을 녹일 수 있지.

    나의 작은 고양이.

    (속삭이는 음성으로) 야옹]

    노래가 끝나자 박수가 터졌다.

    “이렇게 좋은 노래가 동요라니.”

    “힐링송이야. 완전.”

    “은우가 불러주니까 더 좋다.”

    “가사가 고양이랑 주인의 대화인가 봐. 그치?”

    “그런 거 같아. 마지막은 주인이 하는 말인 듯.”

    은우가 박수를 치며 경완을 소개했다.

    “이제 퐁퐁이 차례예요. 퐁퐁아. 어서 와.”

    관객들로 퐁퐁이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퐁퐁이.”

    “퐁퐁이.”

    경완은 인형 탈 속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은우가 너무 잘해서 비교되잖아.

    가뜩이나 못 하는 노래를 은우 뒤에 부르면.

    게다가 난 귀엽지도 않은데.’

    경완은 지금이라도 퐁퐁이 탈을 벗고 도망가고 싶었다.

    ‘그치만 지금 도망가면 회당 천만 원의 출연료는 날아가는 거겠지?

    어린이집에선 청개구리 놀이 때문에 살아남았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행운이 찾아오려나.

    아, 어머니 왜 저를 음치로 낳으셨나요?

    노래도 노력하면 나아지는 건가요?’

    만감이 교차하는 경완이었다.

    경완은 주문을 외우며 앞으로 나갔다.

    ‘사람들은 내가 누군지 모른다.

    나는 퐁퐁이다. 나는 퐁퐁이다.

    나는 최경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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