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149화 (149/257)

149화. 음악방송 1위를 향하여 (1)

재롱이들은 문자 투표를 하느라 난리가 났다.

[dlwl] : 노래 너무 좋네요. 놀이공원이 부른 원곡보다 훨씬 좋은데요. 컬러링 바꿔야지.

[솔] : 다음 주 수박 차트 진입 예상해 봅니다.

[공주님] : 아이스크림 의상 너무 귀여워요. 인형처럼 고개를 까딱까딱하는 것도 너무 귀엽고.

[eunwoojjang] : wow. so adorable. (은우는 항상 사랑스러워.)

[참꾼] : 모두 문자 보내셨나요?

[chvu] : 네, 저 학원 친구들이랑 쌤한테도 부탁했어요.

[메르세데스] : 저는 해외 팬들에게도 문자 보내 달라고 부탁하고 있어요.

[mk9] : 해외에서도 보낼 수 있어요?

[김소희] :어플을 사용하면 보낼 수 있더라구요. 은우 1등 해라. 뺘샤.

[네오스] : 은우야, 형아도 딸기 아이스크림을 제일 좋아하는데 어쩜 형이랑 취향이 똑같니? 찌찌뽕.

[가을향기] : 은우야 딸기해.

마지막 무대가 끝나고 MC 유나가 마이크를 받았다.

“마지막 무대 걸씩스의 [바보]였습니다. 댄스곡을 발라드로 편곡해서 걸씩스만의 색깔을 보여주었네요.”

MC 빅캐쳐가 말을 받았다.

“메인 보컬 유선 양의 애절한 목소리가 기억에 남네요. [가슴 아파도 난 항상 그대를 기다려, 눈물이 나도 나는 그대를 지울 수 없어].”

“같은 노래 맞아요? 아닌 거 같은데.(웃음)”

“제가 노래를 못하는 게 아니라 유선 양이 노래를 잘하는 겁니다.”

“걸씩스의 무대를 끝으로 문자 투표 마감합니다. 미스틱은 1번, 이은우 2번, 본투비 와일드 3번, 보이천하 4번, 걸씩스 5번.”

“오, 사, 삼, 이, 일. 문자 투표 마감했습니다.”

“오늘은 바꿔바꿔 순위와 차트 순위가 함께 발표됩니다. 문자 투표를 통해 결정된 바꿔바꿔 차트를 보겠습니다. 1위는?”

“1위는 누굴까요?”

“네에. 1위는?”

“빨리 알려주세요.”

“네에. 더 하면 팬분들이 짜증 내시겠죠? 1위는 [아이스크림]을 부른 이은우, 2위는 [카오스]를 부른 미스틱, 3위는 걸씩스의 [바보]입니다.”

“와아.”

무대로 은우, 미스틱, 본투비 와일드가 올라온다.

MC 유나가 은우에게 질문했다.

“은우 1등 했는데 기분이 어때요?”

은우가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며 말했다.

“재롱이들 딸기해, 여러분 따랑해요.”

은우가 뒤로 돌아서더니 공중에 엉덩이로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MC 빅캐쳐가 은우를 보고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이거 광고에서 봤는데 진짜 은우 똑같이 하네요. 저 학교 다닐 때 벌칙으로 했었는데 이걸 이렇게 열심히 하다니. 은우 엉덩이로 이름 쓰기 좋아해요?”

“네네네네네.”

“왜 좋아해요?”

“재미떠요. 헤헤헤헤헤.”

MC 유나가 마이크를 받았다.

“바꿔바꿔에서는 은우가 일등을 했는데요. 하지만 아직 중요한 게 남아 있습니다. 이주의 차트. 이번 주 최고의 인기곡을 발표하는 시간입니다. 두구두구두구.”

MC 빅캐쳐가 손으로 공중에 드럼을 치는 흉내를 냈다.

“두구두구두구.”

“1위는 본투비 와일드입니다. [카오스]. 2위는 이은우 [난 너무 귀여워]. 3위는 미스틱 [바보].”

“그럼, 1위를 차지한 본투비 와일드의 [카오스]를 듣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신나는 노래들로 만나요. 싱싱싱싱.”

티비를 보던 강라온이 리모컨으로 티비를 껐다.

‘앨범 출시 한 달. 아직 1위를 못했어. 광고 반응도 공연 반응도 다 좋은데. 2주째 2위라니. 더 길어지면 안 되는데. 음반에 있는 다른 곡을 밀어봐야 하려나.’

강라온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난번 [새로운 도전을 하는 너에게]를 음반에 넣었어야 했어. 그걸 뺀 게 실수야. 그 곡 반응이 지금도 좋은데 음반에 넣질 못했으니. 일단 음반에 있는 다른 곡 중 차트에 올라갈 곡을 골라 차트에 진입시켜 봐야겠어.

내일 팬사인회 일정 뒤에 스케줄을 어떻게 잡을지 고민해 봐야겠어.’

***

은우는 팬들에게 줄 카드를 쓰고 있었다.

크레파스를 꼭 쥔 은우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애범 사 저서 고마어.]라고 쓴 뒤 옆에 하트를 그려 넣었다.

“헤헤헤헤. 대따.”

은우는 뿌듯한 표정으로 다음 카드에 글씨를 적기 시작했다.

창현이 과자 상자를 뜯으며 말했다.

“은우야 50개 다 쓸 수 있겠어? 복사하는 게 어떨까?”

“다 뜰 뚜 이떠요. 우린 재롱이들 함께 힘내.”

“멍멍(파이팅! 은우 할 수 있다.)”

옆에서 보리가 꼬리를 흔들며 응원했다.

창현이 카드를 적는 은우 옆에서 포장을 시작했다.

“아빠, 라면과자랑 톡톡이 사탕 너어떠요?”

“응, 라면과자랑 톡톡이 사탕이랑 마카롱도 넣었지. 은우 스티커도 넣고.”

은우가 손등에 붙인 스티커를 자랑하며 말했다.

“스티커 너무너무 머쪄요.”

팬사인회를 위해 은우의 사진을 손등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로 특별 제작한 것인데 은우는 벌써 마음에 들어서 손등에 붙이고 다니는 중이었다.

창현은 은우가 쓴 카드와 과자, 스티커를 공룡 변신 로봇 포장지에 넣어 리본으로 묶었다.

은우가 완성된 포장을 보며 웃었다.

“행보케요. 아뺘. 팬드리 냐를 사량해 주고 냐도 팬드를 사량해서 조아요.”

창현이 은우의 이마에 뽀뽀를 했다.

“아빠는 안 사랑하고?”

은우가 눈웃음을 치며 장난스런 말투로 말했다.

“아빠는 조오금.”

“아빠 서운한데. 아빠는 조금?”

창현이 은우의 겨드랑이를 간질였다.

“헤헤헤헤헤헤헤헤. 조오금보댜 마니.”

“겨우 그거야?”

“헤헤헤헤헤헤헤헤. 조오금보다 마니먀니.”

“안 되겠네.”

창현이 간지럼의 강도를 높였다.

“헤헤헤헤. 아빠도 먀니먀니 사랑해요.”

***

길동은 은우와 함께 팬사인회 현장에 도착했다.

팬사인회 현장에는 기다란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은우가 차에서 내리자 팬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은우다.”

“은우야, 여기 좀 봐.”

“은우야, 난 대만에서 왔어. 대만에도 네 팬들이 많아.”

길동은 생각보다 긴 줄을 보고 놀랐다.

‘사인회에 초대된 사람은 50명뿐인데 왜 이렇게 인원이 많지? 대표님이 은우의 체력을 고려해서 일부러 인원을 적게 잡으신 건데.’

은우는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고먐뜸니댜. 횬아, 눈나.”

은우는 길동과 함께 사인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사인회장 안에는 실제 은우의 신체 사이즈에 맞춘 입간판이 여러 개 세워져 있었다.

은우는 자신의 입간판이 신기해서 쳐다보았다.

“냐랑 또갸따.”

길동이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은우는 네임펜을 쥐고 자리에 앉았다.

팬들이 차례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팬이 은우에게 앨범을 들고 왔다.

“이르미 머예요?”

“선유예요.”

“써 주세요.”

팬이 은우 앞에 놓인 종이에 이름을 써 주었다.

은우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사랑해요. 행복해요. 선유]라고 쓴 뒤 하트를 그려 넣었다.

“이거 선물이에요.”

팬이 포장된 선물을 내밀었다.

‘팬사인회가 사인만 하는 게 아니라 선물을 받는 거였다니?’

은우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에 흥분했다.

‘선물이라니. 선물이라니.’

팬이 옆에 있던 길동에게 물었다.

“선물 포장 뜯는 모습 찍어도 되나요?”

길동이 고개를 끄덕이자 팬이 휴대폰을 꺼내 은우의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은우가 신이 나서 선물을 뜯었다.

“와아, 기차네.”

포장지에서 나온 것은 아기들에게 인기 있는 스미스 기차 시리즈였다.

은우가 박수를 쳤다.

“거마어어. 눈나.”

“기뻐해서 다행이야. 어떤 선물을 가져올까 계속 고민했어. 아기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샀는데 좋아해서 다행이다.”

선유는 이번 사인회에 당첨되기 위해 앨범을 10장이나 샀다.

‘은우가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전혀 아깝지가 않아. 세무사 시험 준비하느라 힘든데 공부 안 될 때마다 은우 영상을 봐야겠다.’

은우가 선유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거마어요. 눈나. 은우 사랑해져서 거마어요.”

선유는 은우의 작고 말랑말랑한 손을 잡자 가슴이 뭉클했다.

‘은우는 너무 착하고 귀여워. 따뜻하다. 이 손.’

두 번째 팬이 은우의 앞으로 왔다.

두 번째 팬은 휠체어를 탄 일곱 살짜리 남자아이였다.

아이는 은우가 광고한 라이키의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아이는 조용히 앨범을 내밀었다.

“이름이 머예요. 횬아?”

아이의 옆에서 휠체어를 잡고 있는 아이의 어머니가 대답했다.

“도현이예요. 진도현. 도현이가 원래 말이 없어요.”

“도현이 횬아.”

은우가 앨범에 사인을 하기 시작했다.

“도현아, 은우 만나고 싶어 했잖아. 라이키 광고도 몇 번이나 돌려봤으면서. 말도 좀 하고 그래 봐.”

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은우가 도현에게 말했다.

“횬아 공룡 변신 로봇 조아해요?”

“그런 거 아기들이나 좋아하는 거야. 난 아기 아냐.”

“라이키 조아해요?”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이 꿈이 농구선수예요. 일주일에 한 번씩 농구 배우러 가요. 은우 광고를 보더니 눈을 못 떼고 좋아하길래 제가 신청했는데 운 좋게 당첨됐어요.”

“횬아, 꼭 머찐 농구선수가 대요.”

은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춤을 추기 시작했다.

“횬아, 횬아, 횬아. 우리 횬아는 우리 횬아는 너무 머쪄요. 너무 머쪄요.”

도현이가 웃기 시작했다.

“너 가수 맞아? 노래가 이상해. 그거 노래 맞아?”

“헤헤헤헤. 횬아. 웃었다.”

“우리 횬아가 우서따. 우서따. 우서따. 너무 조아요. 너무 조아요.”

은우의 엉덩이춤과 엉터리 노래에 도현이 웃기 시작했다.

“헤헤헤헤헤. 그게 뭐야?”

“우리 횬아는 우리 횬아는 우서따, 우서따, 우서따. 계속 우서요.”

도현이 엄마는 도현이의 웃음을 보고 놀랐다.

‘사고가 난 뒤로 웃은 적이 없는 도현이가 웃다니.’

도현이는 2년 전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다섯 살 어린 도현에게 그것은 너무나 큰 시련이었다. 말도 많고 웃음도 많았던 도현이는 그 뒤로 말도 잃고 웃음도 있었다. 한동안은 가족이 아닌 사람을 만나는 것도 싫어했다.

도현이를 세상 밖으로 끌고 나온 것은 농구였다. 사고가 나기 전부터 시작했던 운동이 그나마 도현에게 숨통을 트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도현의 어머니는 도현이가 농구를 하는 것을 볼 때마다 조마조마했다.

‘운동이 어쩌면 도현에게 장애를 더 크게 느끼게 하지는 않을까?’

도현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이 은우였다.

은우가 찍은 라이키 광고가 나오자 도현은 광고 속의 은우를 멍하니 쳐다보곤 했었다.

도현의 어머니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은우의 앨범을 한 장 사면서 사인회에 응모를 했는데 그것이 운 좋게 당첨이 된 것이었다.

은우가 도현에게 말했다.

“횬아, 농구 할 때 냐도 불러요. 농구는 잘 모타지만 횬아랑 하고 시퍼요.”

은우가 도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도현은 은우의 손을 보고도 망설였다.

도현의 어머니가 도현의 손을 잡아 은우에게 내밀어 주었다.

도현이 은우와 손을 잡았다.

도현은 생각했다.

‘그냥 하는 말이겠지? 설마 진짜 올까?’

은우가 길동에게 말했다.

“횬아, 횬아 전화번호 무러뱌요.”

도현 어머니가 길동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세 번째 팬이 은우의 앞에 섰다.

세 번째 팬은 빨간색 머리의 20대의 스페인 여성이었다.

여자는 은우의 사진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은우 사진이 프린트된 에코백을 들고 있었다.

“은우. 나 비행기 타고 여기 왔어. 만나서 반가워.”

여자의 말투는 회화책에 나오는 말투 그대로였다.

“반가어요. 눈냐. 어디서 와떠요?”

“스페인. 비행기. 13시간.”

“거마어요. 눈나. 이름이 머예요?”

“이사벨라.”

이사벨라의 이름을 듣자마자 스펠링이 떠올랐다.

‘전전생에 내가 알았던 이사벨라는 흑발의 아가씨였는데.’

은우가 이사벨라의 이름을 능숙하게 적었다.

“은우. 어떻게?”

이사벨라가 눈이 동그래져서 은우를 바라보았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한글보다 유럽 쪽 언어가 나에게 더 쉽다는 걸.’

은우가 이사벨라를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이사벨라 눈나 너무 이뻐요.”

“하하하하하. 고마워. 은우.”

이사벨라는 뜻밖의 칭찬에 방금 전까지의 일을 잊고 웃었다.

은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역시 여자들은 예쁘다는 말을 좋아해. 그건 몇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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