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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재능흡수-148화 (148/257)

148화. 추억은 새록새록 (2)

은우는 친구들에게 줄 초코도넛을 챙겨서 어린이집으로 갔다.

“안녕하떼요. 슈녀님. 안녕하떼요. 애듀랴.”

“은우 왔구나.”

수녀님의 은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은우는 가방을 내려놓고 정우부터 찾았다.

“정우야.”

“횬아.”

정우가 은우를 바라보며 웃었다.

“내갸 마딘는 거 가져와떠. 이따갸 주께.”

은우가 정우의 뺨에 뽀뽀를 한 뒤 정우를 꼬옥 안아주었다.

은우는 정우를 볼 때마다 전생의 동생이 자꾸만 떠올랐다.

‘케미기샤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프리카 소식을 알 수 있을까? 케미기샤는 전화도 없는데. 동네에 전화를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았으니까.

내가 어른이 되면 케미기샤를 찾을 수 있을까?’

아기들은 도미노를 세우고 있었다,

시우가 은우에게 말했다.

“은우야, 가치 도미노 하쟈. 이거 재미떠.”

은우가 시우가 하는 것을 유심히 보며 말했다.

“어떠케 햐는 거야?”

“세우면 대. 주르르르. 한 쥴로.”

“아아.”

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의 옆에 은우가 도미노를 세우기 시작했다.

은우는 천천히 최대한 집중해서 도미노를 하나 놓았다.

“휴우, 안 쓰러져땨.”

은우가 손을 놓고 숨을 쉬자 도미노가 쓰러졌다.

“쓰려져떠.”

은우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횬아, 우지먀.”

정우가 은우를 위로하더니 도미노를 바닥에 눕혀 놓았다.

“요러케. 요러케.”

정우는 도미노를 세우지 않고 바닥에 눕혀서 길을 만들었다.

“잘해떠?”

정우가 은우를 바라보며 웃었다.

은우가 정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여어. 동화책 일거 주께”

“네에.”

은우가 동화책을 가지고 왔다.

책 제목은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였다.

은우가 동화책의 표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토끼, 이건 거뷰기, 두리서 달리기하는 거야.”

“횬야는 달리기 잘해?”

은우는 어깨가 으쓱해져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응, 횬아는 달리기 엄청 잘해. 세상에서 젤로 빨라. 다섯 살이거든.”

“우아, 횬아 대댜나댜.”

은우가 동화책의 첫 장을 펼쳤다.

“옌날 옌날에 토끼와 거북기갸 사라떠. 토끼는 꺙총꺙총. 거뷱기는 거북거북.”

정우가 두 손으로 토끼 귀를 만들어 뛰는 흉내를 내면서 말했다.

“깡총깡총.”

“기여워.”

은우가 정우토끼를 보며 웃었다.

은우가 동화를 계속해서 읽었다.

“토끼와 거부기가 달리기를 해떠요. 이긴 사람이 초코도너슬 머기로 해떠요.”

“정우 초코 도너 조아해.”

“응, 냐도 죠아해. 계속 일글게. 토끼는 배갸 고파떠요. 거부기도 배갸 고파떠요.”

“정우도 배갸 고파떠요.”

“배갸 고퍄?”

“응.”

은우가 다른 방으로 달려가 초코도넛을 들고 왔다.

시우가 은우의 초코도넛을 보고 말했다.

“은우야. 냐도 초코도넛.”

혜린이, 연아, 지호, 준수도 도넛을 보고 달려왔다.

김마리아 수녀님이 아기들을 보고 웃었다.

‘녀석들. 도미노 하느라 한동안 조용하더니. 도넛 때문에 다들 깨어났구나. 도넛 매직이네.’

은우가 도넛의 개수를 세었다.

‘하나, 둘, 세, 넷, 다섯, 여섯. 여섯 개뿐이네. 내 건 없잖아. 어쩔 수 없지.’

은우는 친구들과 정우에게 도넛을 나눠주었다.

정우가 도넛을 들고 밝게 웃었다.

“횬아, 잘 머글게.”

“마니 머거. 정우야.”

혜린이도 인사를 했다.

“거마어. 은우야.”

수녀님이 은우만 도넛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

“은우만 도넛이 없네. 은우한테 도넛 절반 나눠줄 사람.”

아기들은 서로 눈치를 보았다.

“갠챠나요. 수녀님. 져는 지베서 마니 머거떠요. 다섯 살 횬아니까 양보할 뚜 이떠요.”

수녀님은 은우에게 도넛을 주고 싶었지만 이미 은우가 다른 아기들에게 도넛을 다 주어 버려서 뺏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은우는 정말 착해. 아기들이 먹을 걸 중요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은우를 위해 양보할 아기가 하나도 없다니.’

혜린이가 손을 들었다.

“수녀님. 제가 언니니까 제가 나눠줄게요.”

연아도 손을 들었다.

“저도 줄래요.”

지호, 준수, 시우도 손을 들었다.

“저도요.”

수녀님이 방긋 웃으며 가위를 들고 혜린이, 연아, 지호, 준수, 시우의 도넛을 팔분의 일씩 잘랐다.

“여러 사람이 양보하니까 더 많이 먹을 수 있지? 혜린이만 양보하면 혜린이는 절반의 도넛밖에 먹을 수 없었겠지만 연아, 지호, 준수, 시우가 양보하니까 은우도 많이 먹을 수 있고 너흰 양보하는 양이 적어진 거야. 이걸 잊지 말렴. 앞으로도. 양보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오히려 더 많이 가질 수도 있단다.”

“네에.”

아기들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은우는 친구들이 조금씩 양보한 도넛을 먹었다.

“아, 마디따. 엄청 마디떠요.”

은우는 친구들의 사랑을 느끼며 도넛을 먹었다.

***

은우는 [당신의 가요] 대기실에 와 있었다.

미선은 은우와 뽀뽀 댄스팀에게 아이스크림 옷을 입혀 주는 중이었다.

미선이 아이스크림 모양 옷의 지퍼를 열어 은우의 머리로 넣어주었다.

은우가 팔을 내밀자 미선이 지퍼를 채웠다.

“내갸 아이스크림이 대떠.”

은우가 신이 나서 소리쳤다.

지유는 아이스크림 옷을 입고 울상이었다.

“뚱뚱해 보이잖아. 이게 뭐야? 아이스크림은 하나도 예쁘지 않아.”

예은이가 지유의 아이스크림 옷에 손을 대었다 떼며 말했다.

“아수크림이다. 와앙. 아수크림이다. 아차거.”

채원이는 짧은 팔과 다리를 연신 흔들어대며 신나게 외쳤다.

“내가 아이스크림한테 먹혀 버렸다.”

민혁이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미선이 은우의 볼에 분홍색 볼터치를 칠해주면서 말했다.

“우리 은우 딸기 아이스크림인가?”

“무지개 맛 아슈크림이에요. 알록달로캐요.”

“볼터치를 무지개색으로 할 순 없는데.”

“뮤지개색 은우.”

무대에서는 MC 유나가 진행을 하고 있었다.

“미스틱의 [카오스]를 들으셨습니다. [카오스]는 원래 본투비 와일드의 곡이었죠. 본투비 와일드의 파워 넘치는 댄스곡을 미스틱만의 색깔로 바꾼 게 인상적이었는데요.”

옆에 있던 MC 빅캐치가 말을 이었다.

“중간에 태평소와 북, 꽹과리 등 우리나라 악기들이 등장한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같은 곡이 아닌 줄 알았어요. 곡 분위기가 너무 애절하게 바뀌었네요.”

“미스틱의 보컬 이유 씨의 목소리가 너무 슬프고 아름답더라고요.”

“저도 눈물이 찔끔 날 뻔했어요. 잉잉.”

“복장도 너무 예쁘더라구요. 곱게 차려입은 한복이 미스틱의 미모를 한층 더 돋보이게 했던 거 같아요.”

“춤도 준비를 많이 하신 거 같네요. 북 치는 춤 너무 멋졌습니다. 검은색 시스루 한복이랑 너무 잘 어울렸어요.”

“네, 첫 번째 무대부터 팬들의 함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오늘 [당신의 가요]는 차트에서 5위까지 차지한 가수들을 선정하여 서로 노래를 바꿔 부르는 미션 ‘바꿔바꿔’를 진행 중입니다.”

“가수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대되고 감동적인 무대 같습니다.”

“다음 무대도 참 기대가 되는데요. 캐치 씨, 세상에서 젤 귀여운 사람은 누구?”

빅캐치가 볼 옆에 손가락을 대며 귀여운 척을 한다.

“저요?”

“아니, 캐치 씨 말고요. 세상에서 젤 귀여운 사람은 누구?”

“아아, 은우요. 놀이공원의 [아이스크림]을 은우가 더 귀엽게 바꿨대요. 우리 얼마나 귀여운지 보러 갈까요?”

무대 위의 은우와 뽀뽀 댄스팀은 아이스크림 옷을 입고 회오리 모양 막대 사탕을 들고 있다.

작곡가 윤기세가 은우를 위해 [아이스크림]을 편곡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것이 도입부였다. 도입부에서 은우의 순수함과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확실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는 전략이었다.

맑고 고운 실로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월의 따뜻한 봄날, 놀이공원에서 회전목마를 기다리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은우는 오르골 속의 인형처럼 아이스크림 옷을 입은 채 고개를 좌우로 까딱까딱했다.

뽀뽀 댄스팀도 은우와 방향을 맞춰 오른쪽, 왼쪽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 안무의 컨셉은 아이스크림 요정이 된 은우와 뽀뽀 댄스팀이었다.

은우가 노래를 시작했다.

[나는 뮤지개맏 아이수크림

나는 부드럽고 달콤하고 상큼해.

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은우가 날갯짓을 하며 춤을 추었다.

무대 아래선 재롱이들이 은우를 응원했다.

“도입부 장인 이은우.”

“은우야, 달콤하고 상큼해. 누나 죽는다.”

“아이스크림. 이은우.”

뽀뽀 댄스팀이 은우를 중심으로 원을 만들며 날갯짓을 하는 천사춤을 추었다.

은우의 노래가 이어졌다.

[나는 샬샬 녹는 아이슈크림.

나는 신이 냐는 아이슈크림.

우울할 땐 나를 불러 니 기부늘 노겨줄게]

은우는 회오리 막대사탕으로 두 눈을 가렸다가 펼쳤다.

[냐는 비치 냐는 아이슈크림.

냐는 향기 냐는 아이슈크림.

우울할 땐 나를 불러 너를 행보카게 해줄게.]

이어지는 고음 파트.

[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음이 높아질수록 은우의 눈이 찡긋찡긋거렸다.

마치 신 음식을 먹고 있는 것과 같은 그 표정은 또 하나의 감상의 포인트가 되었다.

무대 아래의 재롱이들이 환호했다.

“은우 눈 이모티콘처럼 변했어. 너무 귀엽다.”

“고음 내면서 손도 같이 옆으로 움직이는 것 봐. 집중해서 그런가 봐.”

“놀이공원이 부른 원곡보다 훨씬 좋다. 맑고 깨끗한 느낌이 더 잘 살아나.”

“놀이공원보다 은우가 더 귀여워.”

“볼터치 좀 봐. 볼 깨물어 주고 싶다.”

은우의 노래가 이어졌다.

[내갸 제일 조아하는 건 딸기맛

네갸 제일 조아하는 건 민트맛

네갸 제일 조아하는 건 체리맛

네갸 제일 좋아하는 건 초코맛]

딸기 맛을 맡은 은우가 딸기맛 가사에 맞춰 얼굴에 딸기 스티커를 붙였다.

민트 맛을 맡은 지유가 민트맛 가사에 맞춰 얼굴에 민트 스티커를 붙였다.

체리 맛을 맡은 채원이가 체리맛 가사에 맞춰 얼굴에 체리 스티커를 붙였다.

초코 맛을 맡은 민혁이가 초코맛 가사에 맞춰 얼굴에 초코 스티커를 붙였다.

[우리는 무지개맛 아이슈크림.

모듀 와서 머거뱌요.

라라라 정말 마디떠요.

우리는 아이슈크림 요정.

모두에게 행보글 나눠져요.]

은우가 회오리 사탕을 씹는 흉내를 내면서 말했다.

[(속삭이듯이) 냐는 딸기먇 아이마디떠

여러분의 꿈속으로 챠쟈갈게요

달콤한 꿈 꾸떼요.]

노래가 끝나고 무대 위에는 딸기 맛, 초코 맛, 민트 맛, 체리 맛, 바닐라 맛, 망고 맛 아이스크림들이 앉아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MC 유나가 말했다.

“이은우의 [아이스크림] 잘 들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너무 귀엽네요.”

“은우 군의 맑고 고운 목소리로 들으니 놀이공원이 불렀던 [아이스크림]과는 또 다른 느낌이 나서 좋았어요. 오르골 인형.”

“나는 딸기맛, 아이 맛있어 할 땐 깨물어 주고 싶었어요.”

“전 은우를 주머니에 넣어서 집에 데려가고 싶어요.”

“은우가 매일 꿈속으로 찾아와준다니 너무 고마운데요. 근데 은우는 어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지 궁금한데 잠시만 연결해 볼까요?”

은우가 마이크를 받았다.

MC 유나가 말했다.

“은우는 어떤 아이스크림을 제일 좋아해요.”

“딸기먀디요.”

MC 빅캐치가 말했다.

“오늘 은우 응원하러 은우 팬들도 많이 왔는데 한마디 해주겠어요?”

“재롱이들 딸기해. 여러분 딸기만큼 따랑해요.”

MC 유나가 은우에게 하트를 그리며 말했다.

“은우도 딸기해요.”

MC 빅캐치가 말했다.

“[당신의 가요]에서 본 다섯 개의 무대 중 최고의 무대를 골라 문자 투표를 해주세요. 첫 번째 무대인 미스틱의 [카오스]가 좋으셨으면 1번 두 번째 무대인 이은우의 [아이스크림]이 좋았으면 2번입니다. 아직 3개의 무대가 남아있어요.”

“오늘 [당신의 가요]는 차트 순위와 ‘바꿔바꿔’의 순위가 함께 발표됩니다. 문자 투표는 프로그램 종료 10분 전까지 참여 가능합니다.”

“첫 번째 미스틱의 무대도 흥겨웠지만 두 번째 무대 이은우의 무대도 너무 좋았죠?”

“너무 귀엽고 사랑스런 무대였습니다. 은우의 노래도 너무 좋았고요.”

“오르골 인형과 같은 안무도 곡과 잘 어울렸어요.”

“다음 무대는 뉴페이스의 [전화 안 돼]를 엑스걸이 부릅니다.”

“새로운 무대 기대되네요. 엑스걸의 [전화 안 돼].”

은우와 뽀뽀 댄스팀은 무대에서 내려왔다.

은우가 팔다리를 흔들며 말했다.

“아이슈크림 요정, 충치 요정과 싸워서 이겨라.”

민혁이가 말했다.

“충치 요정 시러 아이슈크림 요정 좋아.”

예은이가 말했다.

“매일 매일 아이스크림 요정이 꿈에 찾아오면 좋겠다. 그럼 꿈에서 아이스크림 계속 먹을 수 있잖아.”

지유가 깍쟁이 같은 어투로 말했다.

“아이스크림 많이 먹으면 뚱뚱해진다고 엄마가 그랬어. 너희 못생겨지고 싶니?”

채원이가 대답했다.

“아이스크림 많이 먹어도 안 못생겼어. 아이스크림이 얼마나 이쁜데.”

지유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아이스크림이 못생겨지는 게 아니라 너희가 뚱뚱해져서 못생겨진다고. 암튼 아기들이란. 말이 안 통한다니까.”

은우가 말했다.

“지유 이뻐. 아이스크림도 이쁘고. 우린 다 이뻐. 아이스크림 요정이쟈나.”

은우의 말에 지유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얼굴이 빨개졌다.

‘지난번에 내가 무대에서 넘어졌을 때도 손을 잡아주더니. 은우는 설레는 말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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