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첫 지방 공연 (4)
은우는 앵콜곡을 마치고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사람들은 모두 은우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취해 있었다.
MC가 마이크를 잡았다.
“진주 논개제의 첫 번째 무대를 채워준 은우 감사합니다. [마법의 공주] 임경주 씨가 불렀을 때도 좋은 곡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은우가 부르니 정말 좋네요. 신도 질투하고 갈 것 같은 그런 목소리네요.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네요. 여러분 모두 은우에게 박수 한 번 더 부탁드립니다.”
관객들은 일어서서 은우에게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멋있다 은우.”
“최고였어. 휘이익”
관객중 한 명이 입에 손가락을 넣어 휘파람을 불었다.
“은우야 하루 종일 네 무대만 보고 싶다.”
뽀뽀 댄스팀도 은우를 위해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은우는 무대에서 내려와 뽀뽀 댄스팀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외쳤다.
“변신.”
민혁이와 서진이는 신이 나서 팔짝팔짝 뛰면서 말했다.
“은우가 지유를 구했어.”
“첫 무대 신난다.”
반면 다른 어린이들과 다르게 지유는 어깨가 축 처져 기운이 없는 모습이었다.
‘나 때문에 모두 망쳤어. 은우가 잘 해 주긴 했지만 내가 넘어진 게 영상으로 남았을 거야.’
지유는 자신의 실수가 너무나도 슬펐다.
은우는 기운 없는 지유가 걱정되었다.
길동이 아기들에게 말했다.
“부모님과 전부 통화했어. 불꽃놀이 구경하고 가도 괜찮다고 하셨어. 불꽃놀이 보러 가자.”
은우가 길동에게 말했다.
“마디는 거또 머거요. 댜들 배고플 거예요.”
길동은 아기들과 옥이 단장과 함께 먹거리를 사러 갔다.
축제에서는 다양한 먹거리를 팔고 있었다.
채원이는 소세지 앞으로 홀린 듯이 걸어갔다.
“이거요. 이거. 냐 이거 먹을래요.”
민혁이는 사방팔방 뛰며 메뉴 탐색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민혁이는 신이 나서 손가락질하면서 메뉴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기 회오리 감자도 팔고 저기는 도시락 팔고 저기는 떡 팔아요. 그리고 저기는 햄버거, 스테이크도 있어요.”
길동은 정신이 없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은우가 다섯 명 늘어난 거랑 똑같군. 각자 좋아하는 메뉴가 다 다른데 이걸 어찌 다 사고 가지? 아이돌들은 메뉴 통일이 잘 됐었는데 아기들이라 그럴 거 같지도 않고. 먹고 싶은 걸 못 먹게 하자니 너무 가혹한 거 같고.
역시 옥이 단장님 말고 서브 매니저가 한 명 더 필요해.
대표님이랑 회사에선 이런 내 고충을 모를 거야.’
갑자기 전에 담당했던 남자 아이돌 ‘남자친구’가 그리워지는 길동이었다.
옥이 단장이 길동에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 멘붕이죠? 걱정 말아요. 종류별로 사 와서 주면 별말 없이 좋아하면서 먹어요. 제가 애들이 지금 말한 메뉴 기억하고 있으니 애들이랑 같이 저기 밥 먹는 곳에 앉아 계세요. 제가 사 올게요.”
길동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은우와 뽀뽀 댄스팀을 데리고 테이블로 향했다.
옆에는 가족과 연인들이 가게에서 산 음식과 싸 온 음식을 펼쳐 놓고 먹고 있었다.
은우는 기운 없어 보이는 지유가 계속 신경 쓰였다.
‘아까 무대에서 실수한 것 때문에 말이 없는 거 같아. 저렇게 조용할 지유 누나가 아닌데.’
은우는 지유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
“눈나. 눈나. 눈나.”
지유는 은우가 자신을 보며 웃자 마음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은우가 아까 무대 위에서 나에게 왕자님 인사를 할 때도 그랬는데. 이렇게 내 얼굴을 마주 보면서 웃으니까 기분이 이상해.’
은우는 길동에게 속삭였다.
“횬아. 요구르트 5줄짜리 이짜냐요. 그거 우리 댄스티메 사쥬고 시퍼요. 힘내라고요.”
은우는 주머니에서 오백 원을 꺼내 길동의 손에 꼬옥 쥐여주었다.
길동은 은우의 작은 손을 잡으며 가슴이 뭉클했다.
‘은우가 친구들을 정말 아끼는구나. 네가 안 사도 법카로 요구르트 정도야 못 사겠니? 오백 원은 요구르트 5개 사면 끝날 테지만 은우 맘이 너무 귀엽고 예쁘다.’
옥이가 음식을 잔뜩 들고 테이블로 왔다.
“종류별로 샀어요. 이제 먹어볼까?”
은우가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네네네네네.”
길동이 옥이 단장에게 말했다.
“옥이 님 저 아기들 음료수 사러 다녀올 테니 먼저 드시고 계세요.”
은우가 가게로 향하는 길동에게 외쳤다.
“횬아, 빨대 먀니요.”
옥이는 테이블 위에 햄버거 8개, 소세지 8개, 도시락 4개, 회오리 감자 8개를 놓았다. 인절미와 꿀떡도 포장을 뜯어 놓았다.
옥이가 아기들 앞에 하나씩 햄버거와 소세지, 회오리 감자를 놓아 주었다.
“이건 은우 거. 이건 채원이 거, 예은이 거, 지유 거, 민혁이 거, 서진이 거.”
“잘 머께뜸니댜.”
“잘 먹겠습니다.”
아기들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길동이 요구르트와 음료수를 들고 테이블로 왔다.
길동이 아기들 앞에 요구르트를 놔주며 말했다.
“은우가 수고했다고 사주는 거야. 다들 맛있게 먹어요.”
채원, 예은, 민혁이가 은우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고마워. 은우야.”
“고마워.”
“잘 먹을게.”
은우가 지유의 요구르트 한 줄에 빨대를 나란히 꽂아주면서 말했다.
“눈나, 이러케 머그면 완전 마디뗘.”
지유는 은우가 꽂아준 빨대 5개를 보면서 웃었다.
“빨대가 많다. 나 빨대 좋아해.”
은우가 자신의 요구르트 다섯 개에도 나란히 빨대 5개를 꽂았다.
“이러케 머거뱌. 눈냐. 재미떠.”
은우가 첫 번째 요구르트를 다 마시고 빨대로 바닥을 쪽쪽 빨아들였다.
“소리 웃긴다. 헤헤헤헤.”
지유가 웃기 시작했다.
“나도 해 볼래.”
채원이와 예은이도 빨대를 나란히 꽂았다.
민혁이는 빨대를 꽂아서 다섯 개의 요구르트 통을 모두 다 비웠다.
“헤헤. 다 먹었다. 맛있어.”
서진이가 민혁이를 보면서 놀랐다.
“역시 먹는 건 민혁이가 최고야. 대단해요.”
채원이와 예은이는 천천히 빨대로 첫 번째 요구르트부터 마시고 있었다.
지유도 요구르트를 마셨다.
서진이가 갑자기 요구르트 비닐을 뜯었다.
은우가 소리쳤다.
“횬아 그러케 하면 빨대 꽂기 안 조은데.”
서진이가 요구르트 통을 뒤집으며 말했다.
“내갸 새로운 걸 보여줄게. 짜잔.”
서진이가 요구르트 통의 뒤를 이빨로 잘근잘근 씹었다.
그 틈으로 흘러나온 요구르트를 쪽쪽 빨아서 마시기 시작했다.
은우는 깜짝 놀랐다.
“횬아. 마술사댜. 어떠게 해떠?”
서진이가 우쭐대며 말했다.
“별거 아냐. 쉬워.”
민혁이가 요구르트 통을 뒤집으려다가 실망해서 말했다.
“나도 해 보고 싶은데 요구르트가 없어.”
실망하는 민혁이를 보고 예은이가 요구르트를 한 개 주었다.
“내 거 가져.”
“고마워.”
민혁이는 신이 나서 예은이가 준 요구르트 통을 뒤집어서 이빨로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채원이가 민혁이를 보면서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이빨 안 아파?”
은우도 요구르트 통을 뒤집어서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옥이 단장님이 아기들을 보면서 말했다.
“애들 앞에선 찬물도 못 마신다더니 별걸 다 부러워하는구나. 그러다 이 다쳐. 가위 가져올게.”
옥이 단장이 근처 가게로 달려갔다.
은우는 생각했다.
‘애들 앞에선 찬물도 못 마신다는 말도 있나? 한국말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니까. 역시 독서를 게을리해선 안 돼.’
은우가 길동에게 물었다.
“횬아. 왜 찬물 마시면 안 대요? 그럼 뜨거운 물만 마셔요?”
길동은 은우의 말이 너무 웃기고 귀여웠다.
“애들 앞에선 찬물도 못 마신다는 속담이 있는데 그 뜻은 뜨거운 물만 마신다는 게 아니고 아기들은 작은 일도 따라 한다는 거야. 어른 생각에 별거 아닌 일도 다 하고 싶어 한다 이런 뜻이야.”
“아아아아.”
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옥이가 가게에서 가위를 빌려서 왔다.
“편하게 가위로 하면 되지. 위험하게 이빨로 하고 그래.”
옥이가 민혁과 은우의 요구르트 통 뒷부분을 가위로 잘라서 주었다.
“와아. 와아.”
은우가 신이 나서 박수를 쳤다.
은우는 요구르트 통 뒷부분으로 요구르트를 마셨다.
지유는 요구르트를 마시는 은우를 보면서 생각했다.
‘신기하게 은우가 준 요구르트를 마시고 친구들이랑 놀았더니 기분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아. 아까까진 너무 슬펐는데.’
지유는 소세지를 한입 물었다.
식탐이 있는 민혁이는 햄버거를 하나 다 먹고 소세지도 먹더니 옥이에게 말했다.
“단장님. 저 도시락 주세요.”
“네가 가장 먼저 먹을 줄 알았어.”
옥이가 민혁이 앞에 도시락을 놓아주었다.
민혁이가 도시락 뚜껑을 여니 김치볶음밥과 계란후라이, 분홍색 소세지 부침이 들어있었다.
민혁이는 수저로 김치볶음밥을 크게 퍼서 입에 집어넣었다.
길동이 민혁이를 보면서 말했다.
“진짜 잘 먹는다. 내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은데.”
즐거운 식사 시간이 끝나자 길동이 아기들에게 외쳤다.
“불꽃놀이 보러 가자.”
아기들은 손을 잡고 불꽃놀이를 보러 성의 위쪽으로 장소를 옮겼다.
예은이가 채원이에게 말했다.
“불꽃놀이 재밌겠다. 그치?”
“난 전에 해피랜드에 갔을 때 봤었어. 진짜 멋지다.”
아기들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기들이 앉자마자 하늘에서는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예은이가 불꽃을 보며 말했다.
“별들이 쏘다지는 거 가타.”
채원이가 대답했다.
“저건 별이 아니라 불꽃이야.”
지유가 말했다.
“진짜 이쁘다. 저런 불꽃 아래 있으면 내 실수도 다 사라질 텐데.”
은우가 지유에게 말했다.
“갠챠냐. 눈나. 실수는 신들도 해. 그리고 실패능 어머니거든.”
은우는 재능을 불러오기 위해 많은 신화를 읽었다. 신화 속의 신들은 질투를 하고 사랑도 하고 실수도 했다. 그리고 참 많이 싸웠다.
‘신화를 읽으면서 생각한 건데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실수투성이인 건 신들도 실수투성이기 때문이 아닐까.’
지유는 은우의 말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라는 에디슨의 명언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유는 실패와 실수가 같은 뜻이라는 것을 몰랐다. 어머니라는 말 때문에 실패와 실수가 엄마와 자식과 같은 사이라고 생각했다.
지유가 대답했다.
“실패는 실수의 어머니구나. 아라떠.”
그때 코끼리 모양의 불꽃이 하늘 위에서 터졌다.
아기들은 모두 불꽃에 넋을 잃었다.
“하늘에 코끼리가 있어.”
“코끼리 옆에 인어공주도 있어.”
은우는 지유의 말이 이상했다.
‘실패랑 실수는 같은 뜻인데. 왜 실패가 실수의 어머니가 되었지? 나는 누나가 실수해도 괜찮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는데.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나?’
은우가 지유에게 말을 하려는 찰나 하늘에서는 고래 모양의 불꽃이 터졌다.
“고래댜. 우아.”
아기들의 고개는 꺾어질 것처럼 하늘로 향해 있었다.
은우도 아름다운 불꽃에 빠져 지유에게 할 말을 잊어버렸다.
지유는 생각했다.
‘별을 보고 소원을 빌 듯이 불꽃에게도 소원을 빌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도 우리 뽀뽀 댄스팀이 잘해야 할 텐데.’
지유가 불꽃을 보며 외쳤다.
“고래야, 나에게 좋은 친구들을 줘서 고마워. 우리 앞으로도 열심히 할게. 실패는 실수의 어머니니까.”
***
다음 날 초록창 연예란의 실시간 추천 영상에는 지유가 무대에서 넘어진 영상이 올라왔다.
[JCBC 울면 뭐하니?] / [CBS 대사부] / [TBC 이우새] 등 쟁쟁한 프로들 가운데 유일하게 지역 축제 영상이 떠오른 것이다.
영상은 조회 수 10만을 넘기고 있었다.
실시간 댓글에는 팬들의 열띤 댓글이 달렸다.
[En Garde] : 저 넘어진 여자 아기 맘이 많이 안 좋았겠어요. 많이 놀랐겠다. 짠해라.
[거대고냥이] : 바닥이 미끄러워서 그랬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어른들도 잘 미끄러지잖아요.
[빛의 수정] : 그러니까요. 그리고 아기들이 지방 공연 가면 어른보다 적응하기가 힘들 텐데.
[연] : 뽀뽀 댄스팀은 춤 잘 못 춰도 다들 귀여워요. 아가들이라. 힘내. 아가야. 넌 그냥 존재만으로 너무 이뻐.
[표독이] : 맞아요. 실수한 아가가 용기 잃지 않아야 할 텐데.
[쿠키 없어] : 그래도 은우가 잘 해결해서 다행이에요. 역시 은우.
[sylv] : 은우 저 인사 너무 잘하지 않아요? 남자가 봐도 반하겠다.
[레아] : 우리 은우는 천재라니까요. 저 상황을 저렇게 해결하다니. 아무리 봐도 대단해요. 10년 차 아이돌도 생각하지 못할 방법 아닌가요?
[200] : 궁정식 인사도 너무 귀엽고 은우도 귀엽고 아이디어도 너무 귀여워요.
[소희] : 은우는 진짜 찐이에요. 찐. 전 죽을 때까지 은우 팬 할 거예요.
[cind] : 저도요. 은우 인사하는 거만 돌려보기 100번 했어요.
[꽃피는봄고] : 은우 왕자님. 은우 왕자님.
[연] : 우리 은우는 전생에도 왕자님이었을 거예요. 저거 전생의 기억으로 저렇게 멋지게 한 것 아닐까요?
[zit] : ㅇㅈ. 은우는 전생에 왕자였을 거예요. 근데 저 뽀뽀 댄스팀 여자아기 너무 부럽네요. 저도 은우 손잡아보고 싶다.
[프리샤] : 저도 은우 손잡아보고 싶어요. 저 여자 아기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