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137화 (137/257)

137화. 첫 지방공연 (1)

어린이집의 텃밭에는 가지런히 일렬로 아이들이 이름을 적은 팻말들이 놓여있었다.

은우는 텃밭에 심어진 콩콩이를 살펴보는 중이었다.

‘콩콩이한테 물을 줘야지.’

은우는 가져온 분무기로 콩콩이에게 물을 뿌려주었다.

시우도 강낭콩을 보고 있었다.

은우가 준수에게 가서 물었다.

“준수야. 머해?”

“나. 샐러드 잘 자라냐 보고이떠.”

준수는 손으로 흙을 파서 강낭콩이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요기 뱌뱌. 요기 싸기 조금 나떠.”

“와 신기하다.”

강낭콩의 표면을 뚫고 연두색 싹이 조금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분무기를 든 시우도 텃밭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시우가 준수와 은우에게 말했다.

“머하고 이떠?”

은우가 시우에게 대답했다.

“우리 콩콩이 보고이떠.”

“냐두 미니 콩 바야되는데.”

시우도 달려와 준수의 샐러드를 구경했다.

“와아. 싸기 나떠. 나도 구경해야지.”

시우도 손으로 흙을 파서 미니 콩을 살펴보았다.

“미니 콩은 싸기 엄떠.”

시우는 금세 울상이 되었다.

노랑이와 까망이가 언제 내려왔는지 텃밭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노랑이가 시우와 준수, 은우의 곁으로 왔다.

“야옹.”

노랑이는 은우의 다리에 몸을 비볐다.

노랑이는 시우의 미니 콩이 신기했는지 콩에 코를 대었다.

“안 대. 노랑아 머그면 안 대. 그거 미니 콩이야.”

시우는 금세 울상이 되었다.

노랑이는 맛없는 거 나도 안 먹을 거라는 표정으로 쌩하니 돌아서 가버렸다.

까망이는 텃밭이 재밌는지 땅을 파는 시늉을 했다.

준수가 까망이에게 달려가 외쳤다.

“앙대. 까망아. 여기 우리 콩드리 이떠.”

까망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준수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고는 야옹하고 울더니 어린이집 쪽으로 달려갔다.

“우리 콩 어떠케 하지? 잘 자랄 뚜 이뜰까?”

준수의 물음에 은우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응. 걱정 먀.”

***

은우는 보리와 함께 식물을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중이었다.

“보이야. 강낭콩을 잘 키우고 시픈데 어떠게 해야 해?”

“멍멍(물을 너무 많이 줘도 죽는다는데? 적당히 줘야 한대. 햇볕을 잘 받게 하라는데.)”

“왜 시우 콩은 싸기 안 나찌?”

“멍멍(때가 되면 나겠지.)”

“내이른 싸기 나뜰 뚜도 이쓰니깐 파 봐야게따.”

“멍멍(흙을 파서 싹이 났는지 봤단 말이야? 자꾸 파면 죽어. 파면 안 돼.)”

“그래. 몰라떠. 다가치 팠는데 콩콩이 주그면 슬픈데. 재능을 불러올까?”

“멍멍(자꾸 네가 할 수 있는 일에 재능을 불러오면 어떻게 해? 네 힘으로 해야지. 재능을 불러오면 배울 수가 없잖아. 식물을 잘 기르기 위해서는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그 마른 맞는데. 강낭콩이 주그면 칭구들이 슬퍼해. 채글 찾아보자.”

“멍멍(알았어. 대신 재능은 이번에만 사용하고 식물 잘 기르는 법도 배워야 해.)”

“응.”

은우는 동화책을 찾고 보리는 인터넷에 검색하기 시작했다.

보리가 말했다.

“멍멍(대지의 여신 데메테르는 곡식을 다스리는 풍요의 신이다. 데메테르가 지나간 곳에는 죽어가던 풀들도 생기를 찾고 나무에서는 과일이 열렸으며 마른 꽃도 활짝 피어났다. 데메테르가 가는 곳에는 어디든 활기와 생명력이 넘쳤으며 식물들이 풍성하게 자라났다.)”

“오, 데메테르.”

은우는 정신을 집중하고 데메테르를 불러오기 위해 애썼다.

보리 이삭을 든 데메테르가 맨발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왜 나를 불렀지? 인간의 아이여.”

“강낭콩을 잘 기르고 시픈데 도와줄 뚜 이떠?”

“식물을 기르는 건 어렵지 않을 텐데. 가뭄이 든 것도 아닌데 왜 내 도움이 필요하지? 내가 그렇게 한가하게 보이나? 난 신이라고.”

“알고 이떠. 나랑 내 칭구드리 콩을 기르고 인는데 곧 주글 꺼 가타서 걱정이 돼서. 나한테 정말 소듕한 콩이거든.”

“소중한 콩이라. 내가 알기론 넌 매일 콩을 골라내는 걸로 아는데. 밥 먹을 때마다. 그런데도 콩이 소중하다고?”

“내가 콩을 잘 먹지 않은 건 미아내. 처음 심은 콩이라서 소듕해. 이름도 붙여줘떠. 콩콩이라고. 콩콩이를 살려줘.”

“네 마음이 예쁘긴 하군. 모든 인간들이 너처럼 식물의 아픔에 공감하면 좋을 텐데. 그럼 내가 매일 식물들의 비명을 듣지 않아도 될 테고 말이야. 사람들은 식물이 말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너무 함부로 대한단 말이야.”

“콩콩이는 소듕해. 다른 싱물들도 소듕히 대할게. 콩도 안 골라내고 다 머글게.”

데메테르가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좋아. 대신 당근이나 파 등 다른 채소를 골라내는 것도 안 돼. 아기들은 채소를 잘도 골라내더군. 어떤 아기는 당근을 싫어하고 어떤 아기는 양파를 싫어하고 어떤 아기는 너처럼 콩을 싫어하고.

그 채소가 자랄 때까지 농부가 얼마나 땀을 많이 흘리는 줄 알아?

채소는 귀한 거라고.”

“아라떠. 미아내.”

“그래. 그럼 내 재능을 빌려주지. 대신 또 채소를 골라내면 그땐 다른 신들에게도 네 행동을 말해서 가진 재능을 모두 다 없어지게 할 거야.”

“아라떠.”

은우는 생각했다.

‘대지의 여신은 생각보다 무서운 여신인데. 식물에겐 자비롭지만, 식물을 낭비하는 사람에겐 매우 무서운 여신 같아. 앞으로 채소를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겠다.’

데메테르가 은우에게 재능을 주면서 사라졌다.

“이 재능이면 어떤 식물도 살릴 수 있을 거야.”

은우는 재능창을 켰다.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풍요 레벨 1 – 0/1000

원하는 식물의 생장력을 높일 수 있다.]

‘내일 어린이집에 가서 새로운 재능을 실험해 봐야지.’

은우는 새로운 기대로 가득 찼다.

***

길동은 뽀뽀 댄스팀과 단장인 옥이, 은우를 태우고 진주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은우 한 명만 태우다 여러 명이 되니 정신이 하나도 없네.’

차 안에서 아기들은 간식을 나눠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유가 말했다.

“시큼달큼 먹을 사람?”

“나.”

지유가 차 안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시큼달큼을 나눠 주었다.

채원이가 말했다.

“우리 심심한데 노래 부르면서 갈까?”

지유가 대답했다.

“내가 좋아하는 놀이공원 노래 어때?”

민혁이가 말했다.

“우린 은우 댄스팀인데 은우 노래 불러야 하는 거 아냐?”

지유가 뽀로통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치만 은우 노래는 다섯 개바께 업자냐. 진주까진 멀다고.”

은우가 말했다.

“그럼 부르고 시픈 거 다 부르면서 가쟈. 눈나, 횬아들 동물농장 노래 아라요?”

서진이가 대답했다.

“그럼 알지. 닭장 소게는 암타기.”

민혁이가 닭의 날갯짓을 흉내 내며 울었다.

“꼬꼬댁. 꼬꼬댁.”

은우가 말했다.

“아니, 그거 말고 청개구리 버전으로요. 닭장 소게는 암탁이 야옹야옹(손가락을 펴고 고양이 흉내를 내는 은우)”

서진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와, 그거 재밌다. 우리 그럼 모든 노래를 청개구리 버전으로 불러볼까? 재밌겠다.”

은우가 박수를 치며 동의했다.

“조아요.”

채원이가 말했다.

“겁쟁이 토마토는 어때?”

지유가 신이 난 듯 동의했다.

“좋아. 좋아. 그럼, 다 같이 불러볼까?”

차 안에 아기들의 노랫소리가 가득 찼다.

[용감한 옥수수 옥수수

나는야 치즈가 좋아.

나는야 버터가 좋아.

나는야 설탕이 좋아.

나는야 튀김이 좋아.]

은우는 옥수수 노래를 부르면서 옥수수를 뜯어 먹는 춤을 추었다.

아기들은 은우의 춤을 따라 하면서 [겁쟁이 토마토]를 개사한 [용감한 토마토]를 불렀다.

길동은 아기들은 보며 생각했다.

‘확실히 혼자 있을 때보단 은우가 즐거워하는구나. 내 몸이 좀 힘들더라도 은우가 즐거우면 됐지. 은우가 장거리를 이동한 적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뽀뽀 댄스팀이랑 있으니 잘 놀아서 걱정 안 해도 되겠네.’

즐겁게 먹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진주에 도착했다.

뽀뽀 댄스팀과 은우는 함께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리자 거대한 진주성이 아기들을 맞이했다.

“와 길댜.”

성을 처음 본 은우는 놀랐다.

“지렁이처럼 꾸불꾸불하게 계속 이어져 이떠.”

행사 담당자가 은우를 반갑게 맞이했다.

“와 줘서 고마워요. 진주 논개제는 진주성을 중심으로 열려요. 진주성 안과 밖 모두 행사가 있죠.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퀴즈대회랑 한자대회도 있는데 은우가 하긴 좀 어려울 것 같고. 여기 철쭉도 예쁘니까 철쭉이랑 같이 사진 찍어도 되구요.

이따 공연할 무대는 저쪽에 있어요. 지금은 무대 설치 중인데 가서 구경해도 좋고 행사장 여기저기에 먹을 것도 파니까 사 먹어도 되구요. 밤엔 불꽃놀이도 있는데 강라온 대표님께서 아기들이라 집에 늦게 가는 건 좋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셔서 첫 무대로 잡았습니다.”

“불꽃놀이요?”

아기들은 불꽃놀이라는 단어에 꽂힌 듯 불꽃놀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불꽃놀이 본 적 이써?”

“아니. 보고십따.”

“난 지난버네 해운대 가서 봤는데 너무 머시떠더. 파팡파파팡팡팡하고 하느레서 부리 번쩍번쩍해.”

“그래? 보고십따.”

길동은 옥이 단장에게 물었다.

“단장님. 아기들이 보고 싶어 하는데 이따가 공연 끝내고 불꽃놀이 구경하고 갈까요?”

“서울까지 가려면 먼 길일 거 같긴 한데. 제가 부모님들께 연락해서 물어볼게요.”

진주성을 본 민혁이는 신이 나서 외쳤다.

“나를 따르라. 돌격!”

서진이와 은우도 함께 외쳤다.

“물러서지 마랴.”

“적에게 등을 보이지 마랴.”

남자아기들이 장군놀이에 빠진 동안 여자 아기들은 철쭉에 푹 빠져있었다.

지유가 철쭉꽃을 보면서 말했다.

“우리 저기 가서 사진 찍자.”

채원이가 옥이 단장에게 말했다.

“단장님, 우리 사진 찍어주세요.”

옥이 단장이 스마트폰을 꺼내자 채원이와 지유, 예은이가 철쭉꽃 옆에 섰다.

“하나, 둘, 셋. 김치.”

옥이 단장이 사진을 찍으려는데 예은이가 다급하게 외쳤다.

“잠깐만요.”

예은이는 철쭉꽃을 꺾더니 귀 옆에 꽂았다.

지유가 그것을 보더니 외쳤다.

“나두. 나두.”

지유도 철쭉꽃을 꺾어 머리핀에 꽂았다.

채원이는 철쭉꽃을 두 손에 쥔 채 방긋 웃었다.

“하나, 둘, 셋. 김치.”

옥이가 사진을 찍으려고 할 때 어떻게 알았는지 민혁이와 서진, 은우가 달려왔다.

“우리두 가치 찍자.”

민혁이는 채원이의 옆에, 서진이는 지유의 옆에, 키가 가장 작은 은우는 맨 앞에 섰다.

“잠깐만 기다려 봐.”

지유가 철쭉꽃을 꺾어서 민혁이와 서진이, 은우에게 주었다.

“이걸로 너네도 꾸며.”

민혁이는 꽃을 은우에게 주었다.

“난 이런 거 안 해. 은우 해.”

은우는 민혁이의 꽃까지 받아서 양손에 쥐었다.

옥이가 다시 한 번 크게 외쳤다.

“하나, 둘, 셋.”

뽀뽀 댄스팀과 은우의 첫 지방공연 사진이 촬영되었다.

은우는 길동에게 물었다.

“횬아. 무대를 먼저 가서 봐야 할 꺼 가타요. 다른 가수드른 누가 와요.”

“우리가 첫 무대고 두 번째론 인디밴드인 당근마니아가 오고 트로트 가수인 김춘자 씨도 오고 아이돌 그룹인 파이브 보이즈도 와.”

은우는 생각했다.

‘첫 번째 무대니 축제에 맞게 흥을 북돋아 주는 게 좋을 거 같아. 여기 온 사람들을 보니 가족 단위가 많아서 연령대가 다양하네. 모두가 좋아할 만한 곡을 선곡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일단 타이틀곡은 부르기로 확정돼 있으니 불러야 하고 잔잔한 발라드보단 신나는 곡이 좋을 거 같아.’

은우가 길동에게 물었다.

“횬아, 앵콜도 이떠요?”

지역 축제의 특성상 한두 곡 정도의 앵콜은 흔한 일이었다. 다만 은우와 뽀뽀 댄스팀의 나이가 어리다 보니 앵콜을 하지 않겠다는 양해를 미리 구해 놓은 길동이었다.

‘앵콜을 하지 말라는 건 강라온 대표님 지시기도 했고 아기들이 어떻게 적응할지 아직 알 수도 없고 또 체력적으로 무리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길동이 대답했다.

“앵콜은 하지 않기로 미리 축제 담당자와 말해 둔 상태야. 뽀뽀 댄스팀도 아직 준비가 덜 됐고 은우도 무대 경험이 많지 않잖아.”

은우는 생각했다.

‘전전생의 무대 경험을 다 합치면 제가 김춘자 씨보다도 무대 경험이 더 많을지도 모르는데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