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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재능흡수-135화 (135/257)

135화. 청개구리는 음메음메 (3)

아기들은 김마리아 수녀님이 나눠준 강낭콩을 한 알씩 들고 있었다.

“강낭콩을 땅에다 꾹 눌러주고 물을 줄 거예요. 꾹 눌러서 강낭콩이 흙 속으로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들어가게 해주세요.”

혜린이가 물었다.

“수녀님 어떤 손가라기요? 가운데 손가라근 길고, 새끼 손가라근 짤바요.”

“정말 그렇구나.”

김마리아 수녀님은 자신의 손가락과 혜린이의 손가락을 옆에 대고 유심히 본 뒤에 말했다.

“새끼손가락 절반 정도 들어가게 눌러주세요. 꾸욱.”

혜린이가 김마리아 수녀님의 말대로 강낭콩을 눌렀다.

“헤헤. 다 심어써요. 수녀님.”

은우도 김마리아 수녀님이 알려주신 대로 강낭콩을 심었다.

‘콩은 맛이 없는데 귀여워.’

은우는 콩을 싫어해서 어린이집 급식에 콩밥이 나오면 콩을 고르고 먹었다.

“다 심었으면 이제 콩에다 이름을 붙여 볼까? 각자 콩에 어떤 이름을 붙일지 생각해 보세요.”

은우가 외쳤다.

“수녀님. 저는 콩콩이요.”

혜린이가 외쳤다.

“저는 무무요.”

시우가 말했다.

“미니 콩.”

준수가 말했다.

“샐러드요.”

“샐러드? 왜 콩 이름이 샐러드야?”

“샐러드에 콩이 드러 이짜냐요. 수녀님. 헤헤헤헤헤.”

준수가 대답하며 웃었다.

연아가 말했다.

“저는 콩나무리라고 지을 거예요.”

“이건 콩나물이랑 다른 건데. 콩은 콩인데 종류가 다르단다. 콩나물이 되는 건 노란 색 콩이야. 이건 밥에 넣어 먹는 콩이 되는 거고.”

연아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수녀님. 왜 콩이 막 자라서 콩을 타고 올라가는 동화가 인는데. 머지?”

“아. 잭과 콩나무. 연아 그 이야기 아니?”

“네. 너투브에서 봐떠요.”

“그럼, 연아의 콩 이름은 콩나무로구나. 콩나물이 아니라. 이제 정한 이름을 팻말에 써 볼까? 자기 이름도 함께 써 보자.”

지호가 울상이 되었다.

“수녀님. 저는 글자 모떠요.”

“수녀님이랑 같이 쓰면 되지. 뭐라고 쓸까?”

“강이. 강낭콩이니까. 강이. 동생이 생기면 낭이. 콩이라고 지을 거예요.”

“그래, 강이. 강이한테도 동생이 생겼으면 좋겠구나.”

김마리아 수녀님이 지호의 팻말에 [강이 / 김지호]라고 적어주었다.

은우도 팻말에 [콩콩이/이은우]라고 적었다.

‘이응이 계속 들어가네. 재미있다.’

은우는 팻말에 적힌 이응마다 눈동자를 그려 넣었다.

‘이응이 서로 눈치 보고 있어. 헤헤헤헤.’

은우 옆에서 팻말을 적고 있던 시우가 은우의 팻말을 보더니 자신의 팻말에 적힌 이응에 눈동자를 그려 넣었다.

[미니 공/ 정시우]라는 글자의 이응마다 눈치 보는 눈동자들이 등장했다.

은우가 시우에게 말했다.

“시우야. 우리 글자들끼리 서로 눈싸움한다. 헤헤헤헤. 재미찌?”

“응, 재미떠. 우리도 눈싸움하까?”

“조치. 재미게따.”

이렇게 시작된 은우와 시우의 즉석 눈싸움 대결.

심판은 혜린이가 보기로 했다.

혜린이가 외쳤다.

“시쟉! 먼저 눈 감는 사람이 지는 거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결.

아기들은 옆에서 친구들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은우 이겨라.”

“시우 이겨라.”

“은우야. 눈 크게 떠. 눈 가므면 안대.”

“시우야. 시우야. 게임 할 때처럼 눈 계속 떠. 가므면 안대.”

은우는 점점 눈이 따가워짐을 느꼈다.

‘이겨야 하는데 눈이 점점 아파오네. 어쩌지? 그런데 시우는 너무도 멀쩡해 보여. 눈싸움 잘하는 법이라도 미리 알아뒀어야 하나.’

은우는 눈에 힘을 세게 주었다. 눈에 너무 힘을 세게 주니 마치 화난 사람과 같은 표정이 되었다.

시우도 눈을 감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게임 할 때처럼 게임 할 때처럼 눈을 절대 감으면 안 돼.’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은우는 시간이 멈춘 것 같다고 느꼈다.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지? 어서 시우가 눈 좀 감았으면 좋겠다. 눈 따가워.’

은우는 점점 눈에 힘을 세게 주었다. 눈에 힘을 세게 줄수록 이상하게 점점 더 턱이 내려갔다.

그때 은우의 눈 근처로 작은 파리 한 마리가 날아왔다.

‘하필 파리가 오다니. 눈 감으면 안 되는데.’

은우는 눈이 자꾸만 간지러워서 움찔움찔하였다.

어린이집 친구들도 난리가 났다.

“벌레 어떠케 해. 은우 눈 아야한다.”

“내갸 벌레 자브까?”

지호를 파리를 잡겠다고 은우의 얼굴 근처로 손을 가까이 가져가고 있었다.

지호가 파리를 잡으려고 박수를 치자 은우는 놀라서 눈을 감고 말았다.

시우는 신이 나서 외쳤다.

“내가 이겨따.”

은우는 시무룩해졌다.

“파리 때무니야.”

지호도 시무룩해져서 은우에게 사과했다.

“은우야. 미아내. 나 때무네. 나 때무네.”

“갠차나.”

준수가 시우에게 말했다.

“파리 때무네 그런 거쟈냐. 은우가 진 게 아냐.”

시우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지 우겼다.

“그래도 내가 이겨떠. 내갸 은우보댜 자래.”

준수가 시우에게 말했다.

“다시 해. 이건 징짜갸 아니야.”

“내가 이겨따고.”

시우는 듣기 싫은지 물통을 가지러 갔다.

은우는 고민했다.

‘지호 때문에 눈을 감은 건 맞는데 눈이 따가워서 계속할 자신은 없었어. 지금 바로 다시 한다고 하면 어차피 질 거야. 집에 가서 눈싸움 잘하는 법을 알아봐야겠어.’

***

은우는 라디오 방송 [달이 빛나는 밤에]에 출연하기 위해 라디오 방송국으로 향했다.

은우가 도착하자 슈퍼보이즈의 리더이자 메인 보컬인 태원이 은우를 반갑게 맞이했다.

“잘 지냈어? 은우야. 신곡 반응 좋던데?”

“감샤함니댜. 횬아.”

은우는 기분이 좋아서 주머니에 있던 플라스틱 지네 모형을 태원의 손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워.”

“머야? 은우. 이런 장난 쳐. 형도 이거 초등학교 때 진짜 많이 했었는데.”

태원은 은우 덕분에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곤충 모형에 잘 놀라는 여자애들이 재밌어서 곤충 모형을 종류별로 모았었는데. 나중에 곤충 채집을 하면서 실제로 잡은 곤충으로도 장난을 쳤었지. 내가 장난을 치면 유난히 큰소리로 소리를 치면서 도망가는 여자애가 있었어. 혜리라고. 혜리는 손이 매워서 소리를 치면서도 얼마나 날 때리던지 집에 돌아와 보면 혜리 손바닥 자국이 등에 남아 있기도 했었는데.

혜린 지금 뭐 하고 살까?

은우 덕분에 갑자기 초등학교 시절이 소환되네.’

은우는 태원이 놀라지 않아서 실망했다.

“횬아도 안 놀라네. 휴우. 재미엄떠.”

“아아아악. 놀랐어. 너무 무서워. 은우야.”

태원은 은우를 위해 호들갑을 떨며 놀란 연기를 해주었다.

“횬아. 내가 모를 줄 아라요? 다 알거든요.”

은우가 태원을 흘겨보며 말했다.

태원은 은우의 흘겨보는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은우의 볼을 잡아당겼다.

은우의 볼이 모찌처럼 쭈욱 늘어났다.

태원은 은우의 말투를 따라 했다.

“내가 모를 줄 아라요? 다 알거든요. 그럼 은우 귀여운 거또 아라요?”

“횬아도 참. [난 너무 기여어].”

“하하하하하. 그러고 보니 은우는 노래 제목도 그렇고 일상도 그렇고 모든 게 귀엽네. 부럽다.”

“저도 횬아처럼 머디쪄질 거라구요. 요새 키 크려고 우유도 마니 머거요.”

태원은 은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은우에게선 달달한 땅콩 맛 알사탕 냄새가 났다.

은우가 주머니에서 땅콩 맛 알사탕을 꺼내 태원에게 주었다.

“머거요. 횬아. 마디떠요.”

“은우 주머니는 도라에몽 주머니니? 뭐가 계속 나오네.”

태원은 은우가 준 땅콩 맛 알사탕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애기들도 이런 걸 좋아하나? 이건 우리 할아버지가 드시던 것 같은데.’

태원은 지난 명절 때 아버지가 할아버지에게 선물로 땅콩 맛 알사탕과 전병을 선물하던 것이 기억났다.

태원은 은우가 준 사탕에 입안에 넣고 천천히 굴려서 먹었다.

먹을 때마다 입안에서 땅콩 알갱이가 퍼졌다.

“은우야. 이따 은우랑 함께할 코너는 [우리에게도 추억은 있다]야. 거기서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거야. 근데 은우 5살이어서 돌아볼 추억이 있을지 모르겠네.”

은우는 생각했다.

‘형은 모르겠지만 제가 인생 3회차거든요. 돌아볼 추억이 너무 많아요. 지나간 삶에 대한 후회도 있고요. 그래서 이번 삶에서는 후회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살 거예요. 제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하면서요. 그리고 충분히 행복해질 거예요.

전전생의 파리넬리일 때의 저는 일만 하느라 행복할 시간이 없었어요. 전생 파드와일 때의 저는 너무 가난해서 행복할 수 없었고요.’

태원이 말했다.

“생방송이어서 형이 방송을 시작하고 난 다음에 오프닝 멘트를 하고 코너 순서가 되면 은우가 함께하게 될 거야. [우리에게도 추억은 있다]는 대본이 있긴 한데. 대본보단 그때그때 하는 대화가 더 재밌을 수도 있어서 대본은 참고만 하는 편이거든. 작가님께서도 그러시더라고. 은우의 순수한 생각들이 더 재밌을 것 같다고. 그러니까 대본은 가볍게 들으면 될 것 같아.”

[달이 빛나는 밤]의 PD 상현이 태원에게 말했다.

“태원 씨 시작할 시간이야.”

태원이 라디오 부스 안으로 들어가 헤드셋을 끼고 오프닝 멘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은우는 대기실에서 생각했다.

‘이곳은 지난번 출연했던 음악방송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랑은 많이 다르다. 조용하고 잔잔하고 감성적인 것 같아. 친한 친구랑 이야기하는 것 같은 분위기네.

이런 방송도 있었구나. 신선하네.’

은우는 파드와이던 시절에는 방송이란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고장 난 티비나 라디오를 보긴 했으나 그것들은 이미 쓰레기가 된 것들이어서 작동하지 않았다.

파리넬리이던 시절에는 방송이라는 것이 없었다. 파리넬리는 극장 무대에 서거나 왕족이나 귀족들의 초청을 받고 그들의 집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에서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이 시대에는 정말 다양한 방송이 있군. 촬영을 한 다음에 편집해서 보여주는 영화란 시스템도 놀랍고 다양한 무대장치와 화려한 조명을 통해 보여주는 음악방송도 놀랍고 이렇게 조용하게 혼자서 허공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라디오도 놀랍고.’

은우가 출연했던 [당신의 가요]와 [크레파스]에는 출연진도 많고 방청객도 많았다. 스태프들도 많았고 그 스태프들은 모두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에 비해 라디오 방송국은 조용하고 가족적인 분위기 같아. 주고받는 대화도 조용조용하고.’

은우는 처음 보는 이 라디오 방송국이 마음에 들었다.

PD 상현이 은우에게 말했다.

“들어갈 차례예요.”

은우가 문을 열고 라디오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부스 안에는 놀이공원의 [오늘부터 우리는]이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오늘부터 우리는 1일.

설레는 하루하루 널 보면 행복해.]

태원이 은우에게 속삭였다.

“은우야. 이 노래 끝나면 [우리에게도 추억은 있다]가 시작할 거야. 그러니까 준비하고 있어.”

“네네네네네.”

은우도 태원에게 속삭이면서 대답했다.

노래가 끝나고 태원이 진행을 시작했다.

“네, 지금 들으신 곡은 놀이공원의 [오늘부터 우리는]이었습니다. 이어지는 코너는 [우리에게도 추억은 있다]입니다. 오늘 모신 스페셜 게스트는 얼마 전 새 앨범 [본투비 큐트]를 낸 이은우입니다. 박수.”

은우가 신이 나서 물개박수를 쳤다.

“은우. 청취자 여러분께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떼요. 저는 이은우임니댜. 만나서 반갸어요.”

“[우리에게도 추억은 있다]는 추억에 관련한 시청자들의 사연으로 구성되는데요. 원래는 게스트분이 사연을 읽어주시지만, 오늘의 게스트인 은우 군은 다섯 살이어서 제가 대신 사연을 읽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은우 군 평소에 친구들 이야기 많이 들어주나요?”

“네네네네네.”

“다섯 살 친구들은 주로 어떤 이야기 하고 놀아요?”

“장난가미랑 과자랑. 가끔 엄마랑 아빠랑 싸운 얘기도 해요.”

“엄마랑 아빠가 싸우신 거예요?”

“엄마랑 칭구가 싸운 건데. 그러니까 어린이집 칭구드른요. 준수는 아빠한테 계속 장난감 사달라고 떼쓰다가 아빠가 마트에서 버리고 가 버려때요. 그래서 마트에서 서서 계속 우러때요. 혜린이 눈나는 장난감 너무 마니 어질러서 엄마가 생각하는 의자에 안즈라고 해서 생각하는 의자에서 오 분이나 벌 바다때요.

태권도장 칭구드른요. 주워니가 엄마랑 아빠가 둘이서만 재미께 놀길래 삐져서 [엉마, 미어 – 아바가]라고 편지 써서 보냈대요. 아빠한테는 [아바, 미어 – 엉마가]라고 써서 보내고요. 근데 신기하게 엄마랑 아빠가 주워니한테 왜 엄마가 밉냐고 편지 썼냐고 해때요.

주워니는 엄마랑 아빠가 편지를 썼다고 핸는데 마리예요. 엄마랑 아빠드른 초능력이 인나뱌요. 어떠케 아라지?”

“하하하하하. 나도 비슷한 생각한 적이 있는데 대학교 때 친구들이랑 같이 밤새 놀고 싶어서. 엠티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간 적이 있었거든. 근데 친구들이랑 밤새고 놀고 집에 들어갔는데 엄마가 어떻게 알았는지 엠티 다녀온 거 아니지? 어디 다녀왔어? 이랬다니까 글쎄.”

은우가 태원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말했다.

“대체 어떠케 아라뜰까.”

“은우를 통해 듣는 다섯 살 친구들의 일상도 참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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