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133화 (133/257)
  • 133화. 청개구리는 음메음메 (1)

    은우의 벽화는 뉴스를 타고 전국으로 알려졌다.

    뉴스에 나온 이경선 할머니는 오랜만에 친구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경선아. 너무 이쁘게 나왔더라.”

    “잘살고 있었나? 가시나야. 연락 한 번을 안 하고.”

    “벽화 보러 서울 한번 가야긋다.”

    최순옥 할머니는 친척들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다.

    “뉴스에 나오고 언니 유명인사 다됐네요.”

    “고모할머니, 뉴스에 나와서 너무 신기해요.”

    “고모님. 다음 명절 때는 꼭 찾아뵐게요. 자주 못 가봐서 죄송해요.”

    “이모. 식사는 잘하고 계세요? 과일 한 상자 보냈어요. 사는 게 바빠서 안부 전화도 못 드리고.”

    경로당의 할머니들은 모이기만 하면 은우 이야기에 웃음꽃을 피웠다.

    “은우가 요구르트를 얼마나 좋아한다고. 은우 오면 요구르트 또 사 줘야겠다.”

    “은우는 내가 만든 불고기를 제일 잘 먹었어. 불고기 또 해 줘야지.”

    “은우가 잡채 먹는 거 봤어? 후루룩 후루룩. 얼마나 잘 먹던지.”

    할머니들의 대화에 할아버지 한 분이 끼어들었다.

    “은우 신곡 들어봤어?”

    할머니들이 대답했다.

    “그건 그날 다 같이 들었잖아.”

    “그날 부른 곡 말고도 좋은 곡이 많아. 우리 손자가 보내줬는데 들어볼까?”

    “난 이미 외웠어. [내에가아 그르케에 귀이여운 가아요. 내에가아 그르케에 귀이여운 가아요. 내에가아 그르케에 귀이여운 가아요.]”

    옆에 있던 다른 할머니가 노래를 이어받았다.

    [여러부운도 너무우 귀이여워. 여러부운도 너무우 귀이여워. 우리인 모오두우 소오주웅해애.]

    할아버지가 무릎에 박수를 치며 박자를 맞추었다.

    “노래 가사가 참 좋지 않아? 우린 모두 소중해. 우리 세댄 우리가 소중한 줄 모르고 살았잖아.”

    “밥 세 끼 먹으면 그게 행복인 줄 알고 살았던 시절인데. 매일 일해도 힘든 줄 몰랐지.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거만 보면.”

    “요즘엔 다들 해외여행이다 뭐다 난리지만 우리 땐 그런 게 있었나? 제주도도 가보기 힘들었는데.”

    “그러니까요. 더 늦기 전에 우리도 소중한 인생 하고픈 것들을 해봅시다.”

    ***

    은우의 노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입소문을 타고 경로당을 중심으로 빠르게 빠져나갔다.

    시골의 오일장과 지역 축제, 서울의 탑골공원 근처에서는 은우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종묘 앞 공원에서는 할아버지들이 장기를 두면서 은우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장기판 앞에 앉은 할아버지 한 명이 포를 옮겼다.

    [내에가아 그르케에 귀이여운 가아요. 내에가아 그르케에 귀이여운 가아요. 내에가아 그르케에 귀이여운 가아요.]

    함께 장기를 두는 할아버지가 차를 옮기며 말했다.

    [여러부운도 너무우 귀이여워. 여러부운도 너무우 귀이여워. 우리인 모오두우 소오주웅해애.]

    옆자리에서 장기를 구경하던 할아버지가 말했다.

    “그 노래 부른 아기 너무 귀엽지 않아?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해 그림도 그려주고. 나도 그런 손주 하나만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어.”

    “우리 손주는 중학생이 되더니 할아버지 볼 때마다 용돈 달라고 용돈 타령뿐이야. 어릴 때가 좋았지.”

    “은우는 국민 손주잖아. 아카데미에서 남우조연상도 받고 나라를 빛낼 아기라고.”

    “예전에 우리 젊을 땐 신성필이 있었는데 신성필이만큼 유명한 스타가 되려나?”

    “신성필이는 배우잖아. 은우는 배우도 하지만 가수가 더 되고 싶었대. 그러니까 너훈아처럼 말이지.”

    “타스형의 너훈아처럼. 우리 은우는 꼭 그렇게 될 거야.”

    “촌스럽긴 너훈아도 대단하지만, 우리 은우는 세계적인 톱배우가 될 거라니까. 그 갤비스 프레즐리처럼.”

    “갤비스? 그거 좋네. 우리 오랜만에 구레나룻 좀 길러볼까? 갤비스처럼.”

    “나팔바지도 좀 입고?”

    “하하하하하하.”

    “후까후까 버닝러브.”

    장기를 구경하던 할아버지 한 명이 자리에서 서서 갤비스의 춤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얼씨구.”

    “절씨구.”

    ***

    경완은 퐁퐁이의 탈을 쓰고 있었다.

    ‘오늘은 은우의 음반 발매를 맞아서 돌발 미션을 준다는데 대체 어떤 미션을 준다는 거지? 난 할 일을 알려주는 게 훨씬 편한 사람인데. 자율적으로 뭘 알아서 하라고 하면 너무 불안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은우는 새로 꽂힌 땅콩 맛 알사탕을 빨면서 퐁퐁이를 만나러 나오고 있었다.

    ‘퐁퐁이한테도 사탕을 가져다 줘야지.’

    주머니 안의 사탕을 만지면서 은우는 퐁퐁이를 생각했다.

    “퐁퐁아.”

    은우가 퐁퐁이의 다리를 껴안았다.

    그때 경완의 수신기에서 정형욱 PD의 음성이 들려왔다.

    “오늘의 돌발 미션은 청개구리 되기입니다. 퐁퐁이는 은우의 상상의 친구였던 거 기억하시죠? 이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하고 은우가 퐁퐁이의 성격에 대해 설명할 때 청개구리 같다고 이야기했는데 아직까진 청개구리의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미션은 청개구리가 돼서 모든 행동을 반대로 하는 겁니다.”

    경완은 뇌에 지진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청개구리라고? 남들 다 YES 할 때 혼자 NO 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건데. 나보고 NO맨을 하라는 거지?’

    경완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경완의 수신기에서 정형욱 PD의 음성이 이어졌다.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은우에게 진정한 청개구리가 무언지 보여주세요.”

    경완은 한숨이 나왔다.

    ‘하아. 오늘 일진이 안 좋은가. 최대의 난관인데. 대체 이걸 어쩌나?’

    은우는 해맑게 웃으며 경완에게 땅콩 맛 알사탕을 주었다.

    “퐁퐁아. 이거 머거뱌. 징쨔 마디뗘.”

    경완은 손을 내밀어 사탕을 받으려다가 생각했다.

    ‘청개구리는 반대로. 모든 걸 반대로.’

    경완이 대답했다.

    “시러. 땅콩은 마엄떠. 안 머글 거야.”

    은우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퐁퐁이는 땅콩 시러해?”

    경완은 은우가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 봐 걱정됐다.

    ‘하필 이런 상황에 청개구리가 돼야 한다니. 사탕을 먹고 나서 청개구리를 시작할 걸 그랬나 어쩔 수 없지.’

    경완이 대답했다.

    “메롱메롱. 나 잡아봐라.”

    경완과 은우의 잡기 놀이가 시작되었다.

    은우가 퐁퐁이를 찾으며 말했다.

    “퐁퐁아. 갸치 갸. 헤헤헤헤. 퐁퐁이 너무 우껴.”

    “메롱메롱.”

    경완은 은우가 자신을 잡을 수 있도록 일부러 슬로우모션처럼 천천히 뛰었다.

    “자뱌따. 아우 숨차.”

    “메롱메롱.”

    “헤헤헤헤. 퐁퐁이 뱌부.”

    “은우도 바보.”

    “헤헤헤헤. 퐁퐁이 재미따.”

    경완은 은우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했다.

    ‘어른들 같으면 짜증을 낼 텐데 이 상황이 재밌다니 신기하네. 메롱메롱 놀리면서 도망가면 잡아서 한 대 때려주고 싶을 것 같은데.’

    은우는 퐁퐁이의 손을 잡고 물었다.

    “오느른 어디로 노러 가까? 퐁퐁아.”

    경완의 수신기에서 정형욱 PD의 음성이 들렸다.

    “오늘은 끝까지 청개구리 미션을 지속해 주시면 됩니다. 이게 첫 번째 미션이고요. 거리를 걸으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은우 노래 제목인 [난 너무 귀여워]란 말을 들으시면 됩니다.

    노래 제목을 50번 들으면 두 번째 미션이 성사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경완은 절망했다.

    ‘갈수록 태산이네. [난 너무 귀여워]란 말을 들으라고? 은우도 아니고 내가? 내가 귀엽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살면서 있긴 했던가?’

    경완은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장소를 지정하지 않았어. 그나마 내가 귀엽다는 말을 들으려면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을까? 어떤 사람들이 상대방에게 귀엽다는 말을 잘 해주지? 아기들? 여자들?

    은우를 보면 아기들은 청개구리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귀엽다는 말도 잘해줄 것 같고.’

    경완은 근처에 있는 유치원을 찾아보기로 했다.

    경완은 스마트폰으로 유치원을 검색했다.

    ‘근방에 유치원은 세 곳. 세 곳 중 섭외가 가능한 곳이 있으려나?’

    경완은 PD가 들을 수 있도록 크게 말했다.

    “은우야. 우린 유치원에 갈 거야. 근처에 있는 유치원 중에서 우리가 가도 괜찮은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

    정형욱 PD가 말했다.

    “지금 근처 유치원에 문의 전화해 볼게요.”

    은우는 신이 나서 팔짝팔짝 뛰면서 말했다.

    “유치언이라고? 나도 유치언 가고 시픈데. 좀 더 크면 유치언에 갈 뚜 이따고 수녀니미 그래떠.”

    정형욱 PD가 말했다.

    “퐁퐁이님. 근처에 사랑 유치원이 촬영 가능하다고 하네요. 그곳으로 이동할게요.”

    경완은 사랑 유치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경완과 은우가 유치원에 도착하자 어린이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와, 인형 탈이다.”

    “알파카네. 우리 집에 있는 인형이랑 똑같아.”

    “은우잖아. 나 은우 노래 아라. [난 너무 귀여워. 난 너무 사랑스러워.]”

    “나도 은우 노래 알아. 두유 어너 메이크 어 뜨노우 볼.”

    “나 은우한테 사인받을래.”

    유치원에선 은우의 인기는 폭발한 반면 경완의 인지도는 바닥이었다.

    ‘아무래도 아기들이라 초록창 채널을 못 본 거 같아. 이 기회에 유치원 어린이들도 초록창의 은우 티비를 보면 좋을 거 같은데.’

    경완의 영업 정신이 자극되기 시작했다.

    경완은 용기를 내어 소리를 질렀다.

    “메롱메롱.”

    어린이들은 갑작스런 경완의 장난에 어리둥절 표정이었다.

    경완이 더 크게 외쳤다.

    “메롱메롱. 나는 청개구리야.”

    은우가 말했다.

    “아니야. 퐁퐁이쟈나. 퐁퐁아. 내 칭규 퐁퐁이.”

    “맞아. 근데 나 오늘 하루 동안 반대로 말해야 하는 병에 걸렸어. 그래서 하루 동안 청개구리 하기로 했어.”

    은우의 눈이 빛났다.

    ‘내 상상 속에서처럼 퐁퐁이가 청개구리가 됐네. 역시 퐁퐁이야.’

    그때 퐁퐁이에게 다가온 한 남자 어린이가 있었다.

    “안녕. 퐁퐁아. 난 원준이야. 나도 청개구리 조아해. 우리 음메하고 울까?”

    경완은 순간 어리둥절했다.

    ‘청개구리가 왜 음메하고 울지? 소가 음메하고 우는 건데. 청개구리는 어떻게 울까? 개굴개굴하고 우나?’

    은우가 원준이의 말을 알아듣고 대답했다.

    “청개구리는 음메 달근 야옹. 강아지는 꼬꼬댁 꼬꼬꼬꼬.”

    “장수하늘소는?”

    “햐늘햐늘.”

    “헤헤헤헤헤.”

    원준이와 은우를 서로 바라보며 웃었다.

    경완은 생각했다.

    ‘장수하늘소가 햐늘햐늘하고 운다니 역시 아기들의 생각은 알 수 없어. 그래도 은우가 대답을 해서 다행이다. 청개구리 미션은 아기들이 좋아하는 거 같으니 이제 두 번째 미션인 [난 너무 귀여워]를 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들을 수 있을까?’

    경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금 나는 도마뱀 미디어의 부장 최경완이 아니라 퐁퐁이니까 자신감을 가져야 해. 최경완은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지만 퐁퐁이는 충분히 귀여울 수 있어.’

    경완은 검지손가락을 볼 옆에 찔렀다.

    ‘이렇게 하면 귀엽겠지?’

    하지만 어린이들은 경완을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 자세다.’

    경완은 양손을 주먹 쥐고 볼에 올리며 말했다.

    “뿌잉뿌잉.”

    경완을 바라보던 여자 어린이가 경완의 행동을 따라 하며 웃었다.

    “뿌잉뿌잉. 헤헤헤헤.”

    경완은 암담했다.

    ‘이게 아닌데. 어떻게 하면 [난 너무 귀여워]란 말을 들을 수 있지? 첫 번째 청개구리 미션은 쉬웠는데 두 번째 미션은 너무 어렵다. 아직 한 번도 못 들은 말을 어떻게 50번이나 들어?’

    퐁퐁이가 가만히 있자 은우가 퐁퐁이에게 다가왔다.

    “퐁퐁아. 청개구리 노리 재미엄떠서 그래?”

    “네니오.”

    경완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럼 일단 ‘귀여워’란 단어를 들은 다음에 그걸 문장으로 만들어 볼까? 귀여운 건 강아지니까 강아지부터.’

    경완은 강아지 흉내를 내었다.

    “멍멍. 멍멍.”

    원준이가 퐁퐁이를 보며 소리쳤다.

    “송아지. 멍멍.”

    다른 어린이들도 원준이를 따라 청개구리다운 대답을 했다.

    “야옹이.”

    “거위.”

    “호랑이.”

    경완은 절망했다.

    ‘점점 내가 들어야 할 말과는 멀어지네. 하아. 이번 미션은 실패인가? 미션을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미리 물어볼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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