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화. 데뷔 무대 (2)
매주 화요일에 진행되는 음악방송 당신의 가요는 지상파 음악방송으로서 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그램이었다.
mc 상혁이 mc 여정을 보며 소개했다.
“여정 씨 저 좀 봐봐요.”
“왜요?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니, 여정 씨 눈이 다이아몬드 같아서요.”
“왜 그래요? 쑥스럽게. 오늘 맛있는 거 먹고 싶어요?”
“그게 아니라 노래 소개하려고요. 탑보이즈의 [다이아몬드]”
“아악! 탑보이즈라고요? 빌보드 차트에서 1위 한 그 탑보이즈요?”
“네, 자랑스런 우리의 그룹. 탑보이즈가 부릅니다.”
“[다이아몬드]”
탑보이즈의 등장과 함께 무대 아래에선 함성이 터져 나왔다.
탑보이즈의 팬클럽 아마데우스가 응원밤을 흔들며 외쳤다.
“탑보이즈 포에버. 아마데우스 포에버.”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사랑해.”
“항상 너희를 응원해.”
“네베엔딩 탑보이즈.”
플랜카드에는 아마데우스만의 응원 구호가 적혀있었다.
- 쪽잠을 자더라도 꿈은 앨버트로스답게
- 추락은 두렵지만, 비상은 두렵지 않다.
무대 위엔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원색의 차들이 놓여있다.
탑보이즈 역시 원색의 슈트로 상큼한 느낌을 더했다.
디스코 풍의 음악이 깔리고 탑보이즈의 리더 우주가 노래를 시작했다.
[밤하늘의 별과 같이 빛나는 네 눈빛.
너는 내게 속삭여.
우린 영원히 함께할 거라고.
우린 꿀처럼 달콤해.
함께 춤을 춰.]
무대 아래의 아마데우스의 입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리듬에 몸을 맡겨
고민 따윈 집어쳐.
우리 사랑은 영원하지.
우리의 춤도 영원해.]
무대가 들썩일 것 같은 아마데우스의 노랫소리.
옆에 있던 다른 팬덤들 중 몇몇도 탑보이즈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난 다이아몬드. 오늘 밤 내가 가장 빛나죠.
난 다이아몬드. 오늘 밤 내가 가장 잘 춰요.
모두가 나를 바라보죠.]
은우는 탑보이즈의 응원 열기를 보면서 생각했다.
‘이게 빌보트 차트 1위의 명성이구나. 확실히 팬들의 고함 소리가 달라. 이 건물 전체를 누르는 것 같아. 다음 차례가 나인데 큰일이네. 첫 무대가 하필 탑보이즈 다음이라니.
팬들이 나를 기억할 수 있을까?
내 무대가 끝난 다음에도 탑보이즈만 기억하는 것은 아닐까?’
지유가 말했다.
“와. 탑보이즈댜. 나 엄마한테 자랑해야지. 탑보이즈 바따고.”
채원이가 말했다.
“조오기. 민혀기 오뺘 보여. 잘생겨따. 너뮤 머디쪄.”
지유가 말을 이었다.
“아니거등. 우주 오뺘가 더 잘 생겨꺼든.”
“아니거등. 민혀기 오빠야.”
단장인 옥이가 지유와 채원이를 말렸다.
“둘 다 그만 하세요. 둘 다 잘생겼어. 탑보이즈잖아. 안 그래?”
“네에.”
채원이와 지유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예은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옥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단장님 걱정대요. 우리가 춤출 때 아무도 안 보면 어떠케 해요?”
민혁이도 동의했다.
“마자요. 저기 저 탑보이즈 횬아들 너무 잘해요.”
서준이가 훌쩍이기 시작했다.
“무서어요. 갠히 와떠.”
채원이가 서준이의 옆에서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
“무서어. 아무도 우릴 안 뱌.”
길동은 아기들의 울음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은우랑 있을 때는 알 수 없던 거네. 이게 진짜 아기들이겠지. 근데 아기들이 우니까 미치겠다. 진짜. 두려움은 내가 해결해 줄 수도 없고. 대체 이걸 어떻게 하지?
백댄서가 아기인 건 절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
옥이가 말했다.
“울지 마. 얘들아. 아무도 너희에게 탑보이즈처럼 하라고 말한 적 없어. 우린 탑보이즈가 될 수 없어. 너흰 고작 7살이잖아.”
예은이가 대답했다.
“그래서 아무도 우릴 안 볼 거 가타요.”
옥이가 예은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춤을 추는 사람은 그 순간을 즐기는 거야. 음악이 나오면 신나지? 은우 타이틀곡 정말 신나지 않아?”
“네에.”
예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옥이가 말했다.
“탑보이즈를 생각하지 말고 음악만 생각해.”
은우는 생각했다.
‘다들 비슷하구나. 내가 느끼는 두려움을 똑같이 느끼고 있어. 하지만 우린 여기서 무너지면 안 돼.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가 필요해.’
은우는 길동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횬아. 노래 시작하기 저네. 그러니꺄 춤추기 저네요. 조금먄 시갸늘 비어달라고 해 주떼요.”
길동은 의아한 얼굴로 은우를 보았다.
‘뭘 하려는 거지? 대체? 이건 사전에 상의된 상황이 아닌데. 은우는 어떻게 하려는 걸까?’
길동은 생각이 복잡해졌다.
‘탑보이즈가 바로 앞 무대인 걸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 이런 분위기 무리도 아니지. 뽀뽀 댄스팀은 이런 큰 무대가 처음이고. 은우도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섰었지만, 그건 음악방송 무대는 아니었으니까.’
길동이 은우에게 물었다.
“은우야. 대체 뭘 하려는 거야?”
“계회기 이떠요. 걱정하디 마떼요.”
길동은 은우의 말을 전하기 위해 PD에게 달려갔다.
은우가 뽀뽀 댄스팀에게 말했다.
“거쩡 하디먀. 애듀라. 우린 함께 이짜냐. 너흰 정말 체고야.”
예은이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되물었다.
“징쨔?”
은우가 확신에 찬 음성으로 대답했다.
“응. 징쨔야. 너희갸 나랑 갸치 무대에 서 져서 자랑스러어.”
서준이가 물었다.
“징쨔?”
“응. 아무도 우리처럼 어린 나이에 무대에 선 적은 업짜냐. 그러니꺄 우리가 제일 잘하는 거야. 그치?”
채원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쟈마쟈. 우리갸 제일 잘해. 우리 엄먀도 내갸 제일 잘한다고 그래떠.”
지유가 말했다.
“마쟈마쟈. 우리 할머니랑 하뷰지도 그래떠. 고모랑 이모도 그래꼬. 어린이집 떤생님도 내갸 체고라고 해떠.”
은우가 말했다.
“그래. 우리갸 체고야. 우리 공룡변신로봇처럼 구호 만들꺄?”
서준이가 신이 나서 물었다.
“구호? 와 재미게따. 출동 가튼 거?”
지유가 말했다.
“여자드른 출동 가튼 거 별론데. 우린 공듀님인데.”
민혁이가 물었다.
“그럼 멀로 할 건데?”
지유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음. 그러니꺄. 음. 잘 모르게떠. 어렵댜.”
은우가 입술을 움직이며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변신 어때?”
지유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거 조타. 변신! 냐는 공듀로 변신!”
민혁이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냐는 공룡변신로보스로 변신!”
은우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마메 드러해서 다행이야. 그럼 그걸로 하쟈. 변신.”
그때 대기실의 문이 열렸다.
“탑보이즈 무대 곧 끝나요. 무대 아래로 이동할게요.”
지유가 채원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 떨려.”
“냐듀.”
예은이도 말했다.
“잘할 뚜 이께찌?”
은우가 외쳤다.
“마벼븨 히므로 변신!”
뽀뽀 댄스팀도 함께 외쳤다.
“변신”
은우는 재능창을 열면서 생각했다.
‘오늘 하루만 뽀뽀 댄스팀에게 용기를 줘.’
[희망의 신 루딘의 긍정의 선택 레벨 2
주변의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할 경우, 서로를 위해 행동하는 힘이 커집니다.]
무대 위에서 mc 상혁이 은우를 소개했다.
“여정 씨.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사람이 누굴까요?”
여정이 카메라를 보며 윙크를 한다.
“저요? 제가 가장 귀여운 거 벌써 들키고 말았나요?”
“여정 씨도 귀엽긴 한데. 아기만큼 귀엽겠어요?”
“아기요?”
“국민 아기 이은우가 부릅니다. [난 너무 귀여워]”
파란색 추리닝을 입고 사과머리를 한 은우의 뒷모습 위로 조명이 비추었다.
뽀뽀 댄스팀도 뒤돌아선 자세로 음악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전주가 흐르고 은우가 마이크를 잡았다.
“헤헤헤헤헤헤헤.”
길동은 은우의 맑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앞 무대의 열기가 조금 사라지는 것 같아. 아기의 웃음소리엔 집중의 효과가 있어.
은우는 탑보이즈 무대의 잔상 속에서 관객들을 깨우려는 거야.’
은우가 말을 이었다.
“준비됀나여?”
관객석의 재롱이들이 외쳤다.
“준비됐어요.”
은우가 웃으며 말했다.
“은우 엄따.”
관객석의 재롱이들이 외쳤다.
“은우 요기찌!”
은우가 웃으며 말했다.
“합체에. 출동.”
전주가 흐르고 은우가 엉덩이를 리듬에 맞춰 좌우로 흔들었다.
뽀뽀 댄스팀도 함께 엉덩이를 흔들었다.
관객들은 무대 위의 귀여운 아기들의 모습에 환호했다.
“저 조그만 엉덩이 좀 봐. 너무 귀여워.”
“파란색 추리닝이 저렇게 치명적일 줄이야. 원래 저거 고시생 패션 아니야?”
“왜 예전에 저거 영화 탐정에서 김정현이 입고 나왔잖아. 내가 그때 잘생긴 사람이 입으면 저렇게 후줄근한 추리닝도 멋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 은우를 보니까 귀여운 사람이 입으면 후줄근한 추리닝도 귀엽다는 걸 알았어.”
“지금까지 내가 알던 귀여움은 귀여움이 아닌 거 같아.”
“사과 머리도 너무 귀엽다. 나도 사과 머리 하고 싶어.”
“넌 좀 아닌 거 같거든. 나이 열여덟에 무슨 사과 머리야? 너 학교에서 왕따 되고 싶어?”
은우의 노래가 이어졌다.
[거리를 냐셔면 날 보는 시션들.
누냐, 횬아, 할뷰지, 할모니
내갸 그러케 기여운가여.]
재롱이들이 노래의 중간중간 화답했다.
[넌 귀여워. 이은우. 세계최강 이은우]
은우는 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눈부신 이 조명도 내 노래에 답하는 팬들의 목소리도 너무 좋다. 역시 난 무대에 서야 행복해.’
노래는 어느덧 후렴구에 접어들었다.
[난 너무 기여워. 난 너무 사랑스러어.
여러분도 너무 기여어. 여러분도 너무 사랑스러어.
우린 모두 소중해.]
첫 무대에 은우는 너무나도 신이 났다.
‘너무 행복해. 이 느낌. 몸이 날아오르는 느낌이야.’
은우는 순간적으로 안무를 바뀌었다.
‘원래는 하트를 만드는 동작이었지만, 첫 무대니 조금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은우가 추리닝을 걷어 올려 볼록 나온 귀여운 배를 드러내었다.
관객석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악. 은우 배 너무 귀여워.”
“방금 보셨어요? 다들. 난 너무 짧아서 못 봤어요.”
“집에 가서 움짤 찾아봐야겠어요.”
“은우 너무 귀여워요. 볼록 나온 올챙이배.”
“내 똥배는 안 귀여운데 은우는 어쩜 배도 귀여울까?”
은우의 퍼포먼스는 관객들의 열정에 불을 붙였다.
“사랑해요. 이은우.”
“영원하자. 이은우.”
재롱이들의 목소리에 다른 관객들의 목소리까지 더해져 관객석은 온통 은우를 부르짖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뽀뽀 댄스팀 역시 응원의 힘을 받아 열심히 춤을 추고 있었다.
채원이는 은우를 보며 다짐했다.
‘난 뽀뽀 댄스팀이야. 자랑스러운 뽀뽀 댄스팀. 우린 세계에서 제일 귀여운 댄스팀이야.’
민석이는 관객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관객이 많으니까 응원해 주는 사람도 많아서 좋아. 예전에 케이블 티비에서 춤출 때는 녹화 방송이라 우릴 봐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무대에 선다는 건 이런 거구나. 환호 소리가 커서 너무 신난다.’
지유는 춤을 추면서 생각했다.
‘난 이쁘게 나오고 있을까? 나중에 은우보다 멋진 가수가 될 테니까 예쁘게 나와야 할 텐데.’
서진이는 생각했다.
‘아까까진 너무 떨렸는데 신기하게 무대 위에 올라오니 떨리지가 않아. 정말 마법이라도 걸린 걸까?’
은우의 랩이 이어졌다.
[이제 우리에겐 꼬낄마니 이떠.
난 우리 모듀를 위해 더욱 히믈 내.
먀지먁까지 내 모든 걸 거러.
이건 끝나지 아늘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샤량으로 비치된 전설갸도 가튼 이야기.
(마지막엔 속삭임으로) 세상엔 너뮤 감샤할 게 마냐
여러뷴 샤량해요.]
재롱이들은 은우의 랩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 은우가 벌써 이렇게 커서 첫 무대에 서다니 너무 감동이야.’
‘은우야. 귀엽게 자라줘서 정말 고마워.’
‘은우의 삶이 녹아있는 가사 너무 감동적이야. 처음에 너투브에서 봤을 땐 정말 작은 아이였는데 벌써 이렇게 컸구나.’
‘은우야 우리도 너에게 감사해. 앞으로도 우리 꽃길만 걷자.’
‘은우야 네 팬이라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
‘귀여우면서 대견하고 대견스러우면서 사랑스럽고. 이 복잡한 감정을 뭐라고 말해야 할까.’
‘은우야 노래도 춤도 랩도 네가 최고야.’
‘이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줄은 생각도 못 했어. 은우 어려도 흥과 끼는 타고났구나.’
‘은우 데뷔 무대를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