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화. 아기 무용단 (3)
은우는 댄스 연습이 끝나고 뽀뽀 댄스팀 형, 누나들과 함께 HO엔터의 카페로 올라갔다.
이철도 옥이가 오기 전까지 뽀뽀 댄스팀을 돌봐주기 위해 함께 올라왔다.
알바생이 은우를 알아보고 인사했다.
“은우 왔네. 오늘도 젤라또 줄까? 아슈크림 챠챠.”
채원이가 알바생의 말을 듣더니 말을 보탰다.
“마쟈. 마쟈. 아슈크림 챠챠 댄스 보구 십댜. 그치? 애듀라?”
“응.”
예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야슈크림 챠챠. 아슈크림 챠챠.”
지유가 엉덩이를 요리조리 흔들며 아이스크림 통을 들고 도는 아이스크림 차차 댄스를 추었다.
예은이가 말했다.
“아니아니, 은우갸 츄는 거 보고 시픈데.”
지유가 서운한 얼굴로 말했다.
“치이, 나도 잘 춘단 마랴.”
은우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지유 눈냐. 진쨔 머쪄.”
지유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거마어. 은우야. 헤헤헤헤.”
알바생이 아기들에게 말했다.
“아이스크림 안 고를 거예요? 맛도 여러 가지 있는데.”
아기들은 다 같이 아이스크림 통 앞에 붙었다.
“이거또 마시게고. 저거또 마시게고.”
민혁이가 손을 크게 뻗으며 말했다.
“난 이거 다 머글 거야.”
지유가 민혁이에게 말했다.
“이 욕심쟁이. 넌 매일 갸장 마니 먹쟈나. 칭구도 좀 주고 그래야지.”
민혁이는 못 들은 척 말했다.
“내갸 다 머거야 대.”
지유가 한숨을 쉬었다.
“이유. 널 뉴가 말려.”
민혁과 지유를 보는 이철의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저러다 싸우는 거 아니겠지? 지난번 강라온 대표님이 주신 아기 심리 사전 읽어봐야 하려나. 아직 결혼도 못 한 노총각이 이렇게 아기들에 둘러싸여 지내게 될 줄이야. 제발 사이좋게 지내. 얘들아.’
이철은 작게 기도했다.
‘제발 싸우지 않게 해주세요. 하느님.’
이철은 중학교 때 이후로 나가지 않은 성당에 다시 나가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은우가 제일 먼저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눈냐. 저는 체리맏.”
알바생이 작은 컵에 아이스크림을 담아서 은우에게 건넸다.
은우가 신이 나서 아이스크림을 받았다.
“눈나, 망고먀됴.”
“언니, 져도 체리먇.”
“언니, 호듀맏.”
아기들도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아기들을 따라온 이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애들한텐 먹을 거야. 여길 자주 데리고 와야겠어. 연습실에 간식도 좀 비축해 놓고 말이지. 그래야 나도 좀 살지.
아기들 싸울 때 대처법 이런 것도 너투브에서 찾아서 적어놔야겠다. 어떻게 하는지.’
아기들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음악이 흘러나왔다.
요즘 유행하는 놀이공원의 [OH, Boy]라는 노래였다.
[OH, Boy. 나를 혼자 두지 말아줘.
OH, Boy. 나는 언제나 네 연락을 기다려.
OH, Boy. 너는 솜사탕처럼 달콤살콤.
OH, Boy. 우리 사인 아이스크림처럼 달콤살콤.]
신이 난 지유가 소리를 질렀다.
“와아. 내갸 조아햐는 노리공언이댜.”
지유가 놀이공원 춤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하늘로 찌른 채로 경쾌하게 발을 굴리는 포인트 댄스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민혁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앞에 나가더니 손에 마이크를 쥔 것처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 뽀이. 냐를 혼쟈 두지 마랴져
오, 뽀이. 냐는 언제냐 네 연라글 기다려.”
예은이와 서준이는 이미 익숙하다는 듯이 귀를 막았다.
“으, 저 음치.”
“민혀기는 고으미 안 대쟈냐. 도망가야게땨.”
채원이는 앞에 나가서니 치마를 손으로 잡고 왔다 갔다 하는 공주춤을 추고 있었다.
“오, 뽀이. 냐의 왕쟈님.
오, 뽀이, 오늘뺨 무도회에서 만냐요.
열두시갸 되며능 구듀가 사랴져.”
은우는 뽀뽀 댄스팀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민혁이 형 노래 부르는 거 너무 재밌어. 다들 너무 개성 만점인데. 혼자 장난칠 사람이 없어서 심심했는데 잘 됐다.’
지환이는 [OH, Boy] 노래에 맞춰 테이블 위에서 손가락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검지와 중지로 왔다 갔다 하면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은우는 시선을 빼앗겼다.
“횬아, 이거 머예요?”
“핑거 댄스라는 건데. 재미찌? 요러케 요러케 하면 달려간다아.”
지환이가 검지와 중지를 교차하며 손을 빨리 달리게 했다.
“와, 마법 가탸요.”
지환이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더 신기한 거또 이떠.”
지환이는 검지와 중지를 교차하면서 검지와 새끼손가락을 들어서 움직였다.
그랬더니 마치 달리면서 팔을 흔드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우아.”
은우는 입을 크게 벌린 채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지환이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다른 동작을 했다.
“자, 이러케 리듬을 타면 춤도 출 뚜 이떠.”
지환이의 손가락이 리듬을 타고 왔다 갔다 했다.
“진쨔 춤도 추네. 횬야. 그거 어떠케 해떠요?”
“쟐 뱌뱌. 두 번째 손까라기량 세 번째 손까라기 다리야. 그리고 제일 큰 손까라기랑 새끼 손가랴기 파리라고 생가카면 대.”
“징쨔. 그러네.”
은우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니 지환이가 알려준 대로 손가락을 움직여 보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검지랑 중지까지는 됐는데 엄지손가락이랑 새끼손가락을 동시에 쓰는 건 정말 어렵네. 저걸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은우는 지환이처럼 잘되지 않아서 고민이었다.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돼.’
지환이가 다시 은우에게 천천히 가르쳐주었다.
“녀무 빨리 하려고 하면 손가랴기 다 꼬이니꺄. 하냐 하냐씩 천쳔히. 냐도 처으멘 어려워떠.”
은우는 지환이가 알려준 대로 천천히 움직여 보았다.
‘춤추는 것 말고 우선 걸어가는 걸 연습해야겠어. 천천히.’
은우의 검지와 중지가 천천히 걷고 있었다.
‘이번에는 팔도 흔들어 봐야지.’
은우의 검지와 새끼손가락이 천천히 앞뒤로 흔들렸다.
지환이가 박수를 쳤다.
“와 잘한댜. 은우.”
은우는 핑거댄스를 보면서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걸 연습해서 뮤직비디오를 찍어야겠어.’
***
요즘 어린이집에는 바보 놀이가 유행이었다.
지호가 연아에게 말했다.
“연아 뱌보.”
“냐 바보 아니야. 지호갸 바보야. 지호 뱌보.”
“연아 뱌보.”
연아의 눈이 그렁그렁했다.
연아는 결국 눈물을 쏟으면서 수녀님에게로 갔다.
“수녀님. 지호갸 저보교 바보래요. 연아 뱌보 아니에요.”
수녀님이 연아를 안고 달래주었다.
“그럼. 우리 연아 바보 아니야. 우리 연아가 얼마나 이쁘고 똑똑한데. 지호 때찌.”
지호는 수녀님이 혼내자 다른 방으로 도망가 버렸다.
“연아야. 바보라는 말은 자신이 바보인 사람만 하는 거야. 말은 거울이거든. 그러니까 바보 눈에는 바보만 보이는 거지.”
연아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이제 기분 좀 풀렸어? 우리 노랑이랑 까망이 보러 갈까?”
“네에.”
연아는 수녀님의 손을 잡고 노랑이와 까망이를 보러 갔다.
노랑이와 까망이는 어느새 자라 불린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노랑이와 까망이 근처에는 혜린이와 준수, 시우, 은우도 먼저 와 있었다.
은우가 말했다.
“너뮤 이뻐. 우리 뵤물들.”
혜린이가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니커떠. 아갸들.”
아기들은 모두 노랑이와 까망이의 밥 먹는 모습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다른 방에 있던 지호도 노랑이와 까망이가 궁금했는지 슬금슬금 다가왔다.
수녀님이 지호를 불렀다.
“지호야.”
“네에.”
지호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연아 놀리면 못 써. 바보라는 말은 나쁜 말이야. 그런 말을 친구에게 하다니. 반성문 써.”
지호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네에.”
지호는 종이 한 장을 들고 혼자서 방으로 들어갔다.
은우가 걱정됐는지 지호를 따라 들어갔다.
“지호야. 갠챠냐?”
“바보노리 재민는데. 연아갸 일러떠. 남쟈애드른 안 이르는데. 여자애드른 일러. 체.”
“지호야. 냐도 장냔 조아햐는데 칭규가 기분 나뺘하면 안 대는 거라고 아빠갸 그래떠.”
“재민는 거또 모타고. 이제 연아랑 안 놀 거야.”
“지호야. 너 반성문 안 뜨면 수녀님한테 혼날 텐데.”
지호는 뽀로통한 표정으로 있다가 글자에 두 글자를 썼다.
- 미어.
‘미’자는 매우 크고 ‘어’자는 개미만큼 작은 글자였다.
은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러케 쓰면 안대.”
지호는 종이의 뒷면을 뒤집더니 다시 글자를 또 썼다.
- 시러.
‘시옷’과 ‘리을’은 매우 크고 ‘l’와 ‘ㅓ’는 매우 작았다.
은우는 생각했다.
‘내가 아무리 말해봤자 지호의 마음이 풀릴 거 같지 않아 다른 방법으로 해야겠다.’
은우가 지호에게 말했다.
“지호 뱌보.”
“은우 뱌보.”
“지호 뱌보.”
“은우 뱌보.”
“지호 뱌보.”
“은우 뱌보.”
“지호 뱌보.”
“은우 뱌보.”
“지호 뱌보.”
“은우 뱌보.”
마지막 말을 뱉고 나서 지호가 말했다.
“은우가 가만 이뜨니꺄 재미엄떠. 뱌보 노리 재미엄떠.”
“자꾸 하니꺄 재미 엄찌?”
“응.”
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호야. 자꾸 칭규를 놀리면 그럼 칭규가 엄떠져서 안 대. 연아가 지호랑 안 논다고 하면 슬프자냐. 그치?”
지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응, 그건 시러.”
“다시 써 보쟈.”
지호가 종이 위에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 연이. 미아.
은우가 지호의 글씨를 보고 고쳐 주었다.
“여기 니은이 빠져떠.”
은우가 ‘아’라는 글자 밑에 니은을 쓰자 반성문이 완성되었다.
“잘해떠 지호야. 우리 노량이랑 까먕이 보러 나갈꺄?”
“조아.”
지호가 반성문을 들고 나왔다.
수녀님이 지호를 부르셨다.
“지호 반성문 다 썼어?”
“여기떠요. 수녀님.”
“연아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하세요.”
지호가 연아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미아내. 여나야.”
“갠차냐.”
연아가 지호의 사과를 받아주었다.
김마리아 수녀님은 시계를 보았다. 1시.
1시는 어린이집의 낮잠 시간이다.
수녀님이 아기들에게 말했다.
“낮잠 시간이에요. 낮잠방으로 갑시다. 여러분.”
아기들은 손을 잡고 낮잠방으로 갔다.
노랑이와 까망이도 아기들을 따라 낮잠방으로 갔다.
수녀님이 아기들을 위해 이불을 펴 주었다.
아기들은 모두 정해진 자신의 자리로 가서 누웠다.
아기들은 노랑이와 까망이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노량아 나한테 와.”
“까먕아. 내가 간식 마니 줘짜냐.”
“노랑아. 오로로로로로 까꿍.”
노랑이와 까망이는 아기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잘 자리를 고르는 것을 좋아했다.
노랑이가 먼저 잘 자리를 잡았다는 듯 연아의 옆에 몸을 웅크리고 누웠다.
연아가 신이 나서 말했다.
“노랑이가 나한테 와떠.”
까망이가 은우의 옆자리에 앞발로 자리 고르는 시늉을 했다.
은우도 신이 나서 외쳤다.
“나 오늘 까망이랑 잔댜.”
혜린이가 아쉬운 듯 말했다.
“노랑아, 까망아 잘쟈. 내일은 나랑 자쟈.”
지호도 아쉬운 듯 말했다.
“노랑아, 까망아. 이따 만냐. 사량해.”
시우도 말했다.
“사량해. 내 보물들.”
수녀님이 낮잠방의 불을 껐다.
‘노랑이랑 까망이가 오기 전엔 그렇게 잠자기 싫다고 떼를 쓰더니 이젠 서로 자겠다고 난리네. 아기들이 고양이를 기르면서 더 큰 사랑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야.
고양이들이 온 후로 어린이집에 웃음소리가 더 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