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118화 (118/257)

118화. 아기 고양이 (3)

제이 고등학교 힙합동아리 힙합전사들과 은우의 랩 대결이 시작되었다.

힙합전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붑치기 박치기 붑치기 박치기 붑치기 박치기 붑붑

나는 첫 번째 힙합전사.

오늘 은우를 만나 한바탕 랩으로 놀아보려고 해.

어릴 때부터 내 꿈은 가수.

공부 아니어도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원해.

내 재능은 만렙.

내 성적은 쪼렙

수학은 못 풀어도 노래 제목은 척척

수학 공식은 못 외워도 자작랩은 척척

수능 시험은 안 봐도 랩 대회는 나가.

대학은 안 가도 텔레비전에는 나가.

텔레비전에 내가 나올 거야. 진짜.

텔레비전에 내가 나올 거야. 꼬옥.]

은우는 랩을 들으며 생각했다.

‘내 전생과 전전생을 전부 넣어 화답가를 하면 좋을 텐데. 그건 말로 할 순 없겠지.’

은우는 마음속으로 자신의 인생을 녹인 랩을 생각했다.

[내 나이는 다 합치면 8+77+5

첫 번째 인생은 전설의 파리넬리

내가 노래를 부르면 모두가 인정 모두가 끔뻑

우는 아기도 울음을 멈추고 인정 아가씨도 끔뻑

사람들은 내 노래를 사랑해 나는 노래를 부르면서 행복해

나를 이길 카스트라토는 없어.

두 번째 인생은 아프리카의 파드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동생과 단둘이 외로워.

매일 배가 고파 눈물이

내 눈물보다 더 슬픈 건 동생의 배고픔

나는 동생을 위해 매일 금을 찾아도

휘는 건 내 허리

한 조각의 빵이 필요해.

세 번째 인생은 국민 아기 이은우

엄마가 없어도 아빠의 사랑이 있어.

호적이 없어도 팬들의 사랑이 있어.

여러분의 사랑으로 내 인생은 고속도로

내 인생은 행복

내 재능은 만렙]

드디어 은우의 차례가 되었다.

은우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견 처뻔째 힙합숑

내 꾸믄 국민 갸수

곧 이쓰면 내 신고기 나오네.

모듀 여기저기 내 노래를 불러.

골목골목 내 노래갸 나오네.

내 노래의 이르믄 난 너무 기여어.

모듀 기억해 져. 내 신고근

난 너무 기여어.

난 너무 기여어.

여러뷴도 기여어.

우린 모듀 기여어.]

은우는 [기여어]에 맞추어 손가락으로 볼을 찌르는 동작을 했다.

주변에 서 있던 시민들이 은우의 동작에 크게 환호했다.

은우의 팬들은 은우가 노래 곡명을 말할 때마다 떼창을 했다.

은우가 랩을 마치자 힙합전사들이 은우에게 다가왔다.

“은우야. 함께 랩을 해 줘서 고마웠어.”

은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다으메 꼭 티비에서 만냐요. 횬아. 횬드리 꼭 티비에 나오게 해 달랴고 기도할께여.”

“우리도 노력할게. 우린 음악으로 세상을 바꿀 거야.”

“와, 너무 머쪄요. 횬아.”

***

이철은 은우의 신곡을 듣고 있었다.

‘랩까지 넣어서 완성되니 너무 좋은걸. 안무만 잘 연습하면 될 것 같은데.

지난번에 짜 놓은 안무를 이제 안무팀과 같이 맞춰서 연습만 해 보면 될 것 같아.’

안무팀 Playwalk가 도착했다. Playwalk의 리더, 조은영이 이철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빠. 은우는 아직 안 왔나 봐요?”

“응. 아직이야.”

“지금 나오는 노래. 은우 노래예요?”

“응. 어제 녹음 끝낸 따끈따끈한 곡이다.”

“좋다. 은우 목소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가니 가이드로 들었던 곡보다 훨씬 좋네요.”

“그치? 애초에 이 노래가 은우를 위한 곡이니까.”

“진짜 이런 노래를 우리가 부르면 지나가다 돌 맞아. 난 너무 귀여워. 생각만 해도 오글오글.”

“니가 돌 맞으면 난 감옥 간다. 징역 100년쯤 나오는 거 아닌가 몰라.”

이철의 농담에 옆에 서 있던 Playwalk 전체가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은영이 팀원들에게 말했다.

“아니. 얘들아. 그렇다고 그렇게 크게 웃으면 어떻게 해? 적당히 웃어야지.”

“니가 더 나빠. 니가 말 안 했으면 모르고 넘어갔을 수도 있었거든. 내가 그렇게 못생겼냐?”

“아니, 오빠. 못생긴 게 아니라 개성 있게 생긴 거죠. 아니 그게 아니라 은우가 너무 귀엽게 생겨서 그렇죠. 전 애기였을 때도 은우만큼은 안 귀여웠습니다. 은우 같은 아기는 정말 만 명 중 한 명이나 나올까요?”

“아니.”

“그럼 백만 명 중 하나요?”

“아니. 은우는 전 지구에 하나다. 네가 아직 몰라서 그러는데. 은우는 옆에서 지켜보면 그런 아이야. 평균으로 계산할 수 없는 그런 사랑스러움을 지닌 아이.”

그때 은우가 마카롱을 든 채로 연습실에 도착했다.

“안녕하떼요. 떤생님. 안녕하떼요. 횬아, 눈냐.”

은우는 양손에 마카롱을 들고 한 입씩 베어 물고 있었다.

“헤헤헤헤헤헤.”

은우는 연습실 안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집중되자 어색해서 웃음을 터트렸다.

조은영은 은우를 보며 생각했다.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랩도 잘하고. 심지어 이번 곡은 작곡도 작사도 은우가 했다고 하던데 그런데도 하는 짓은 아기네. 마카롱 좋아하나 보다.’

이철이 은우에게 말했다.

“은우야. 인사드려. 오늘 함께 안무를 맞춰볼 Playwalk. 이번 앨범 타이틀곡 무대를 너와 함께 하기로 했어.”

“와아.”

은우가 박수를 막 쳤다.

“걈샤함니댜. 횬아. 눈나.”

Playwalk도 환호했다.

“실제로 보니 너무 귀엽다. 은우야.”

“은우랑 같이 무대에 선다니 너무 신난다.”

“은우야, 춤 너무 귀엽던데. 우리가 열심히 출게.”

이철이 말했다.

“보내준 영상으로 안무 외워왔지? 음악 틀 테니 은우랑 전체 동선 맞춰보자.”

이철이 음악을 틀었다.

[거리를 냐셔면 날 보는 시션들.

누냐, 횬아, 할뷰지, 할모니

내갸 그러케 기여운가여.

내갸 지나갈 때먀댜 냘 향한 시션들.

멀리셔도 냐를 쫓는 시션들.

내갸 그러케 기여운가여.]

뒷모습으로 서 있다가 엉덩이를 살짝살짝 흔드는 안무.

[내가 그렇게 귀여운가여]를 할 때 은우의 표정도 상큼하게 귀여웠다.

이철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무대의 균형이 안 맞아. 키 차이가 너무 심해서인지. 시선이 은우에게 모이지 않고. 안무팀에게로 맞춰져.’

이철이 노래의 재생을 멈췄다.

“위치 조정 좀 할게. 시은이, 수민이, 연아가 앞줄로 오도록 할게. 키가 안 맞아서 시선이 은우에게 집중이 안 돼.”

이철의 지시대로 160이 안 되는 시은, 수민, 연아가 앞으로 오고 165가 넘는 은영, 소윤, 다혜가 뒤로 섰다.

이철이 다시 노래를 재생했다.

[거리를 냐셔면 날 보는 시션들.

누냐, 횬아, 할뷰지, 할모니

내갸 그러케 기여운가여.

내갸 지나갈 때먀댜 냘 향한 시션들.

멀리셔도 냐를 쫓는 시션들.

내갸 그러케 기여운가여.]

은우는 음악에 맞춰 열심히 춤을 추었다.

작은 엉덩이가 리듬에 맞춰 실룩실룩.

[난 너무 기여어]의 동작에는 한껏 물이 올랐다.

자신의 귀여움을 전 세계로 알리려는 듯이.

하지만 이철의 표정은 한층 더 심각해졌다.

‘은우에게 집중이 되질 않아. 은우가 아무리 춤을 잘 추고 상큼한 표정을 짓는다고 해도. 음방에서는 카메라가 은우를 잡을 테니 그래도 영향을 적게 줄지도 모르지만, 생방송에서는 치명적일 수도 있어. 춤은 무대 전체를 돌아다니게 되니 은우만 높은 곳에 올라서게 할 수도 없고.’

이철이 자신이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Playwalk의 신장이 우리나라 여성 안무팀 중에서는 평균이라고 볼 수 있는데 신장이 더 작은 안무팀을 찾는 게 쉬운 일도 아닐 거야. 중학생 안무팀이나 초등학생 안무팀을 찾아야 하나? 그런 사람들은 프로가 아닐 텐데.’

연습실에서는 계속해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난 너무 기여워. 난 너무 사랑스러어.

여러분도 너무 기여어. 여러분도 너무 사랑스러어.

우린 모두 소중해.]

후렴구의 동작 하트를 만드는 동작에 들어서자 키 차이는 더욱 분명해졌다.

‘한 명이 은우를 안아서 들지 않으면 키가 전혀 맞지 않잖아.’

새로운 문제에 부딪힌 이철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

강라온은 [새로운 도전을 하는 너에게]의 반응에 놀라고 있었다.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이걸 음반에 넣었어야 했어. 내 감이 틀릴 때가 별로 없었는데. 안 되겠다. 태현이를 불러서 좀 이야기해 봐야겠어.’

강라온은 사무실로 태현을 불렀다.

태현이 강라온의 사무실로 올라왔다.

“대표님 부르셨나요?”

“은우 노래 [새로운 도전을 하는 너에게]가 구글 드라이브로 풀려 있던데 어떻게 된 거야?”

“그건 은우가 스스로 올린 것 같더라구요. 피처링을 들으니 슈퍼보이즈의 성수가 도와준 것 같던데. 근데 구글 드라이브로 푸는 방식이 이미 꽤 보편화 돼 있어서요. 탑 보이즈도 그렇고 슈퍼보이즈도 그렇고요.”

“그래 그런 방식으로 풀기도 하지. 그치만 구글 드라이브에 풀린 곡이 너무 인기가 있으면 아깝잖아. 그 곡을 정규 앨범에 넣었으면 얼마나 잘 팔렸겠어?”

“대표님 맘 모르는 건 아니지만요. 이미 지나간 일이니 어쩌겠어요. 그래도 그 곡으로 인해 은우 팬들 사이에서 은우 미니앨범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어요. 그리고 팬들 사이에 화답가도 유행해서 팬 결속력도 높아졌고요.”

“화답가?”

“네. 은우 곡에서 가사만 바꿔서 부르는 건데. 은우 팬카페에서 이게 유행을 해서 계속 파일이 올라오고 있어요. 한번 들어보실래요?”

태현이 재롱이들 팬카페에 접속해 파일을 재생했다.

[나는 은우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 그런데 남들은 안 된다고 그래. 재능보다 중요한 건 노력. 나는 내 공부에 노력을 실어. 은우가 만들어준 노래 한 곡. 내 마음을 울려. 나는 대학이 뭔지 모르지만, 꼭 가보겠다고 결심해.

은우의 응원에 보답하고 싶어. 노력은 5점이 되고 10점이 돼 만점으로 가아. 더 이상 티비 보지 마. 핸드폰 하지 마. 수능이 140일 남았어. 나는 언제나 은우의 소식이 궁금해요. 나는 언제나 은우의 앨범을 기다려요. 우리 은우 사랑해. 은우를 위해 더 멋진 내가 돼.]

태현이 다음 파일을 재생했다.

[나는 은우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 그런데 남들은 안 된다고 그래. 내 몸무겐 어느새 75. 나는 다이어트에 내 결심을 실어. 은우가 만들어준 노래 한 곡. 내 마음을 울려. 나는 예전 몸무게를 되찾기 위해 다이어트 성공을 결심해.

은우의 응원에 보답하고 싶어. 저녁 6시 이후엔 물도 마시면 안 돼. 더 이상 배달어플 안 돼. 치킨, 탕수육, 피자도 안 돼. 저녁 6시가 지났어. 배가 고파 일찍 자려니 잠이 안 와. 나는 언제나 은우의 앨범을 기다려. 은우의 노래를 들으며 배고픔을 이겨내. 은우를 위해 더 멋진 내가 돼.]

강라온은 팬들의 화답가를 들으며 생각했다.

‘은우의 마음이 담긴 곡이어서 그럴까. 팬들이 내 예상과는 다르게 이 곡을 매우 좋아하는 것 같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팬들은 은우를 정말 각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가족같이. 은우도 그런 것 같고. 많은 가수와 팬들이 있지만, 이들의 관계는 다른 팬과 가수들과의 관계와는 달라. 좀 더 끈끈해 보여.

이래서 은우가 전 연령의 고른 팬을 가질 수 있구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앞으로는 구글 드라이브에 올릴 은우의 개인 곡도 회사 차원에서 관리를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리고 팬레터를 읽고 이 곡을 쓴 건 미담이니까 이런 건 기자들에게 알려서 미담으로 기사화해야지.’

강라온은 스마트폰에서 오너의뉴스 기자를 검색하고 있었다.

그때 강라온의 사무실로 이철이 들어왔다.

“오, 철. 웬일이야? 안무 연습은 잘돼 가?”

“그게 말입니다. 대표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떤 문제? 지난번에 안무 다 짰다며?”

“안무가 문제가 아니고요. 오늘 은우와 안무팀과 안무를 맞춰봤는데 은우가 너무 작아서 안무팀과 조화가 안 돼요. 무대에서 카메라를 잡을 때도 어색할 거고.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현장 무대예요. 현장 무대에서 안무팀 따로 은우 따로 이렇게 보여질 것 같아요.”

강라온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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