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92화 (92/257)

92화. 세상을 바꾸는 사람 (1)

미술평론가 엄태훈은 신문에서 은우의 기사를 읽었다.

이은우 군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 우주조연상 수상. 이은우 군이 24일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은우 군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배우가 됐으며 아카데미 역사에 남을 최연소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평론가 필립은 은우 군은 파리넬리의 환생이라고 믿어질 정도로 섬세한 감정 표현을 보여주었으며 무엇보다 현대의 기술로도 복원 불가능한 파리넬리의 음성을 완벽하게 재현해 많은 영화팬들에게 감동을 주었다고 하였다.

영화 위대한 목소리는 많은 영화팬들이 인생작으로 꼽고 있을 정도로 명장면이 많이 있다. 이은우 군과 주연인 크리스를 제외한 배우들은 현직 음악인들로 구성돼 있다. 영화 속에서 파리넬리와 대결을 펼쳤던 2명의 음악인 모두 세기의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인물들이다.

피아니스트 알베르토는 8살에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여 최연소 우승자란 타이틀을 달았으며 영화 속에서 한 줄 바이올린으로 파리넬리와 감동적인 대결을 벌였던 안드레아는 8살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줄리아드에 입학했을 정도의 실력자. 안드레아 역시 최연소 줄리아드 음대 전액 장학생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은우 군은 이런 쟁쟁한 실력자들 속에서도 빛이 나는 노래 실력을 보여주어 영화계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계로부터도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태훈은 신문을 내려놓으며 생각했다.

'요즘 우리나라에 인재가 많이 나고 있어. 정말 좋은 일이야. 몇몇의 인재가 국민 전제를 먹여 살리는 그런 부를 이루기도 하니까. 얼마 전에 읽은 '21세기는 한국이 선도한다'라는 책이 어쩌면 현실이 될 수도 있겠는걸.

엄태훈은 며칠 전 백인수가 보여준 그림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렸다.

'아무리 봐도 아까워. 요즘 국전에도 볼만한 그림들이 적어지고 있어서. 한국엔 길러진 예술가들이 너무 많아. 사교육비 들이고 라인 타서 한국대에 들어간 그런 화가들. 예술가란 길러지는게 아니라 태어나는 건데. 아무리 노력해도 관점은 가르칠 수 없지. 개성 없는 그림은 복사본에 지나지 않아.

엄태훈은 곰곰이 생각했다.

'손자가 어린지 그림을 그린 손자에 대해 말하는 걸 아꼈어. 만약 내가 손자를 만날 없다면 그 그림들이라도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떨까? 너무나도 아까워. 그 그림들. 그렇게 아름다움 그림을 사람들이 볼 수 없다니, 감동을 받는 그림은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게 아니지. 그 그림은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줄 거야.'

엄태훈은 백인수를 설득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백인수는 들뜬 마음으로 양복점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하모니카 소리 저 소리. 춘삼이가 부르는 환영의 노래.

백인수는 새로 주문한 아기 마네킹에 은우가 입었던 옷을 입히는 중이었다.

'우리 은우가에게 백인수가야.”

입었던 옷. 만든 옷을 전 세계 사람들 보여줬다. 이거 마네킹에 은우가 입었던 옷을 입히고 나니 너무 그럴싸해서 기분이 더 좋아진 백인수였다.

백인수는 마네깅을 쇼윈도에 전시하고 깨말을 붙여놓았다.

83번째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자 이은우의 옷.

'우리 수희가 배우만 아니었어도 근처 가게들에 싹 다 떡 돌리는 건데 우리 은우 상탔다고, 수희가 연예인이다 보니 행동하기가 조심스러워서. 잘못하면 기사로 날지도 모르니.”

백인수의 양복점 전화벨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백인수 씨, 여기 생활의 장인인데요. 저는 담당 작가 이채희라고 합니다. 이번에 은우 옷 만드신거 보고 저희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십사 하고 전화 드렸어요. 특별히 이번 회차는 한국에 숨겨진 장인들을 찾아가 촬영하는 것으로 기획되었고요. 백인수 씨 말고도 판소리 명창 이순자 씨, 궁중음식 무형문화재 황미숙 씨가 출연하시기로 하셨어요."

백인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제가 그런 훌륭한 분들과 함께 출연을 해도 괜강을까요?"

"백인수 씨도 세계에시 인정받는 장인이신걸요.”

"그러면 출연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쯤 담당 PD랑 작가가 함께 가서 대화를 나누고 자세한 촬영 일정 협의가 들어갈 거예요. 요즘 바쁘실 텐데 촬영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백인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하하하하하하하.”

백인수는 생각했다.

'미술만이 길이 아니었어. 양복도 예술인걸. 지금까지 걸이온 내 길이 헛되지 않았다는거야. 더 열심히 해야겠어.'

전화벨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백인수 씨. 강남 노블리스 백화점입니다. 이번에 저희 백화점에서 노블리스관을 리뉴얼하면서 새롭게 런칭할 브랜드를 갖고 있는데요. 회의에서 백인수씨의 해밀튼 양복점을 입점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서요, 자세한 얘기는 만나뵙고 하고 싶은데 시간이 어떠신가요?"

백인수는 생각했다.

'노블리스 백화점 양복 코너는 주로 명품이 입점하는 곳인데, 국내에선 5개의 업체만 입점해 있지. 내게도 연락이 오다니.'

백인수가 대답했다.

"모레 어떠신가요?"

"시간은요?”

"2시 정도에 오시면 좋을거 같습니다. 그 시간이 양복점에 손님 적을 시간 이어서요.”

"네 감사합니다. 저희 백화점이 입점하시면 가장 좋은 위치를 내 드릴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

백인수는 몰려드는 행운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오늘 아주 전화기에서 불이 나는구나. 은우 때문에 내 인생도 아주 바빠졌네.'

백인수가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백인수 씨. 평론가 엄태훈입니다. 저희 미술관에 한잔하러 오시죠? 새로 좋은 보이차가 들어왔어요."

“차야 좋죠. 지난번 주신 차도 어찌나 맛있던지 집에 와서도 차 생각이 간절했답니다.”

“혹시 손주분 그림도 가져오실 수 있으신가요?”

"그림요. 있다마다요. 그런데 손주 녀석이 좀 바빠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지는 못했어요. 원체 바쁜 녀석이라 말이죠."

“아쉽네요. 손주분 그림을 보는 게 제 인생에 큰 즐거움인데요. 전에 본 그림이라도 좋습니다. 그 그림이 자꾸만 눈앞에서 어른거려서 잠을 잘 수가 없어서요."

"그 정도시라면 제가 한 작품 대여라도 해드려야겠어요.”

“그 귀한 작품을 공짜로 어찌 그럴 수야 있나요?”

"선생님께서도 귀한 차를 공짜로 주시지 않습니까?”

"차보다도 훨씬 비싼 그림이라서요. 아무튼, 그림을 들고 오신다니 설렘을 안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은우는 창문을 통해 바깥 풍경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말 신기하단 말이야. 땅이 개미만큼 조그맣게 보였다가 점점 커지는 거. 구름 위를 날아다니는 것도 그렇고, 비행기는 탈때마다 재밌어.'

미선은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 니콜라스의 명함을 보며 뿌듯해하고 있었다.

'뉴욕 유학은 못 갔지만, 은우 스타일리스트를 하면서도 충분히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반면 길동은 울상이었다.

'샤를로즈를 만났는데니 친구들한테 뭐라고 사인 한 장 못 받다하지?'

비행기가 착륙하고 은우는 미선, 길동과 함께 입국장으로 나갔다. 은우를 보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 있다.

"은우 군 차기작은 뭔가요?"

“5살에 세계가 인정한 배우가 되었는데 어떤 기분인가요?”

"음반이 나온다고 하는데 연기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다리던 팬들의 함성도 이어졌다.

"은우야.”

"우리 은우가 해냈다.”

팬들은 플랜카드를 들고 있었다.

- 자랑스런 국민 아기, 이은우.

-세계가 인정한 월드 스타, 이은우.

-귀여움 담당. 이은우, 영원히 사랑해.

-우리 은우 하고픈 거 다 해.

은우가 양손으로 두 눈을 가렸다가 펼치며 외쳤다.

“까꿍.”

은우의 까꿍을 본 팬들이 외쳤다.

"은우, 어디있니? 안 보인다."

은우가 다시 한 번 까꿍을 외치며 말했다.

“까꿍. 요기 이따. 헤헤헤헤."

은우가 방긋 웃자 팬들이 소리쳤다.

“아아아악.”

"은우 너무 귀여워.”

길동은 은우를 데리고 벤까지 갈 일이 걱정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어서 뚫고 벤에 타야 하는데. 은우가 피곤할 거야. 시차 적응도 해야 하고 며칠 후 청와대 만찬이 있어서 그때까지 체력관리도 해야 하는데.”

길동은 은우를 목에 태웠다.

"와, 횬아. 너무 노파요, 헤헤헤헤.”

길동은 은우를 목마를 태워 많은 인파를 뚫었다.

"아, 나 키 크댜. 헤헤헤헤. 와서 감사합니다. 또 만나요."

은우는 신이 나서 길동의 목 위에서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길동은 은우와 미선을 차에 태우고 은우의 집으로 향했다.

미선이 물었다.

"은우 오랜만에 집에 가서 좋겠네.”

"아빠도 보고 시꼬, 백수희 눈나도 보고시꼬, 보이도 보고 시꼬, 하뷰지도 보고 시꼬, 땀톤도 보고 시꼬, 명서기량 혜리니 누나랑."

"우리 은우 보고 싶은 사람 얘기하다가 안 끝나겠는데. “

"미규게 인는 린다량 존 보고 시퍼요."

"이러다 전 세계에 보고 싶은 사람들이 생기겠는데?”

길동의 차가 은우의 아파트 입구로 들어왔다.

은우가 현관 입구의 호출 버튼을 누르고 싶어서 까치발을 하고 손을 위로 뻗었다.

“횬아, 나 저거 누르고 시퍼요."

길동이 은우를 인이시 인더폰에 얼굴을 대 주었다.

은우는 장난을 치느라 인터폰에 앞에서 돼지코를 만드는 중이었다.

“아빠, 은우 와떠요.”

-삑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길동이 은우의 손을 잡고 함께 올라갔다. 현관문이 열리고 백수희, 백인수, 창현, 영탁 네 사람이 우르르 은우를 마중하러 나왔다.

"멍멍!(우리 티비로 남우조연상 타는 거다 봤어.)”

보리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은우에게 반가움을 표시하는 중이었다.

은우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백수희 누나랑 아빠랑 같이 있네. 그런데 할아버지도 있네. 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온 건 처음인데, 이건 어떻게 된 일이지?'

은우의 표정을 보고 모리가 말했다.

"멍멍(네가 올린 별스타 사진 땜에 백수희 누나랑 아빠랑 열애설 터졌어.)"

은우는 깜짝 놀랐다.

'그때 그 사진이 올라갔구나. 그건 실수였는데. 설마 그것 때문에 백수희 누나가 곤경에 빠진 건 아니겠지? '

은우는 걱정이 되었다. 백인수가 말했다.

“우리 은우 덕분에 할아버지가 유명인이 됐어. 은우야 고맙다."

백인수가 은우를 안아 올리고 한 바퀴 원을 돌았다

"헤헤헤헤헤. 재미다."

은우는 신이 나서 돌고래처럼 높은 소리로 웃었다. 세 바귀쯤 돌자 배인수는 어지러워서 멈줄 수밖에 없었다.

'손주랑 놀아주려면 제력을 길러야겠네.'

은우가 백인수의 어깨를 작은 손가락으로 만지며 볼에 뽀뽀했다.

“하뷰지 보고 시퍼떠요.”

백수희가 말했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이라니 이 누나는 죽기 전에 그런 거 받아보려나. 트로피라도 구경하자.”

은우가 갑자기 슬픈 표정을 지었다.

“눈냐. 죽찌 마요. 주그면 앙대요."

백수희는 은우가 귀여워서 백인수에게 안겨있는 은우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걱정하지 마. 은우랑 오래오래 살 거야.”

강현이 은우에게 말했다.

“우리 은우 수상 축하해 주려고 다 같이 모여서 기다렸어.”

"와아. 조아요.”

은우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인 이 자리가 꿈같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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