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88화 (88/257)

88화. 아카데미 시상식 (2)

심유종은 디스파치에 근무하는 자신의 친구 금라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라라야, 혹시 백수희 관련해서 뭐 들어온 거 있었어?”

“백수희. 글쎄. 나 자다가 지금 일어났는데 신유미 따라다니느라 아침에야 잠들었거든. 아 피곤하다.”

“야, 지금 백수희 스캔들 떴어. 나 백수희 팬카페에서 정보 확인 중이야.”

“뭐 스캔들? 아니 우주인도 따라간다는 우리 디스파치가 모르는 스캔들이 있었어? 일부러 안 터트린 건 있었어도 모르는 건 없었는데.”

“나도 놀랍더라. 근데 너도 모르는 거 보면 별 정보 없단 말이네. 난 추가 정보로 도움 좀 받을까 했더니. 딱 하루에 대한 정보뿐이어서 이대로 쓰면 좀 과장일 수도 있어서.

물론 스캔들 기사야 사실보단 대중의 흥미가 중요하지만 말야.

스캔들 난 대상이 은우 아빠야. 그래서 일반적인 여배우 스캔들과 다르게 팬들 반응이 둘로 갈라졌어. 찬성파. 반대파.”

“은우라고? 이은우? 와 진짜 이거 큰 거네.”

전화기 너머로 금라라가 물건을 뒤지는 소리가 들렸다.

“형. 잠깐만 생각해 보니까 뭐 있었던 거 같아. 찾았다. 있었어. 별거 아니라고 넘기긴 했었는데 백수희가 이은우 집에 몇 번 왔다 갔다 하긴 했었어. 난 그게 그냥 은우 보러 간 거라고 생각했지. 은우 아빠일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그러고 보니까 드라마가 현실이 됐네.”

“땡큐. 라라. 니 덕분에 정보가 더 생겼군. 혹시 사진 찍었어? 백수희 차가 은우네 아파트에서 빠져나오는 사진 같은 거.”

“찾아보면 있을 거야. 숨 쉬는 거 만큼 사진을 많이 찍는 사람이 난데. 찾아서 곧 보내줄게.”

심유종이 손이 빠르게 키보드 위를 움직였다.

***

은우는 길동과 스타일리스트 미선과 함께 LA 공항에 내렸다.

‘두 번째 오는 미국은 기분이 남다르네.

겨울나라 2 OST를 부르러 왔을 때만 해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린다가 손을 흔들었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 은우야.

안 본 사이 더 컸다.”

은우도 린다에게 손을 내밀었다.

“거마어요. 린다. 보거 시퍼떠요. 존은 잘 이떠요?”

“당연하지. 존은 겨울나라 3를 만들고 싶어 해. 그때도 너에게 겨울나라 OST를 맡기고 싶다는데.”

“겨울나라 3요?”

“겨울나라 2가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에 내년이나 내후년쯤 개봉을 목표로 해서 또 만들 수도 있을 거야. 시리즈물은 흥행이 중요한데 이미 겨울나라 2는 충분히 흥행을 했지.”

“겨울나라 3도 죠아요.”

린다는 은우와 길동, 미선을 숙소로 태워다 주었다.

“아카데미는 영화인들의 축제니까 온 김에 인맥도 쌓고 가고 싶었던 곳 구경도 하고 그래. 참 잊고 있었다. 이거 존이 너 주라고 한 건데.”

린다가 은우에게 커다란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와, 션무리댜.”

은우는 신이 나서 포장을 뜯었다.

상자 안에는 은우가 좋아하는 마블의 히어로들 복장이 들어있었다.

“우아.”

은우의 눈이 커졌다.

린다가 말했다.

“존의 예상대로 히어로물의 시기구나. 생일 축하해. 은우야. 푹 쉬고 내일 보자.”

***

다음 날 연예 일보의 1면에 백수희 스캔들 기사가 떴다.

- ‘국민 아기에게 엄마가 생기나’

드라마가 현실이 될 것인가.

어젯밤 별스타에 업로드된 한 장의 사진이 큰 파장을 불러왔다. 사진 속에선 백수희 씨와 이은우 군의 아버지 이창현 씨가 함께 다정하게 웃고 있다. 백수희 씨와 이창현 씨, 그리고 이은우 군 세 사람은 지난 18일 양평에 있는 한 글램핑을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전에도 백수희 씨는 창현 씨의 아파트를 드나들며 사랑을 키워왔다.

본지는 백수희 씨 소속사인 HO엔터테인먼트에 입장을 요구했으나 아직까지 소속사에서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은우 군의 아버지인 이창현 군은 열정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요식업 사업가로 작년 한 해 연 매출 50억을 올렸다.

이은우 군은 백수희 씨와 같은 HO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내일도 사랑해로 이름을 알렸으며 위대한 목소리 영화로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랐으며 현재 음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수희의 매니저 김석현은 아침에 일어나 커피 캡슐을 넣고 기계를 눌렀다.

‘커피 향 좋다. 어서 마시고 정신 차리고 백수희 누나 데리러 가야지.’

김석현은 갓 내려진 커피를 들고 마시면서 스마트폰을 보았다.

‘실검에 누나가 떴네. 근데 이게 뭐야? 백수희 스캔들?’

김석현은 너무 놀라 커피잔을 든 손이 부르르 떨렸다.

김석현은 신문 기사를 클릭했다.

‘누나 언제 나도 모르게 글램핑을 다 갔지? 그치만 이건 하루 같이 간 것 같고 지나치게 과장한 거 같은데. 누나가 은우를 워낙 좋아하니 은우 때문에 간 거 아닐까?

일단 우리 측에서 해명 기사를 내야 할 텐데.

회사에서도 전화가 올 테니 회사에서 전화가 오기 전에 누나랑 먼저 통화를 해서 입장정리를 해야 해. 누나도 뭐 보나마나 아니라고 하겠지?

기자들이 오버한 거라니까.’

김석현은 백수희에게 전화했다.

“누나 스캔들 기사 난 거 봤어요?”

“스캔들?”

백수희는 생각했다.

‘은우 모자가 귀엽길래 가방도 뜨개질로 떠주려고 뜨개질을 하고 있었더니 스캔들이 났다고?’

백수희는 스마트폰을 켜고 기사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초록창 메인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있는 기사가 떠 있었다.

‘이 사진은 어떻게 찍은 거지? 글램핑장엔 사람도 많지 않았고 당일치기로 다녀온 짧은 일정이었는데. 진짜 디스파치 놀랍다.’

백수희가 김석현에게 말했다.

“석현아, 나 생각 좀 하고 다시 걸게. 30분은 안 넘을 거야. 답답해도 조금만 기다려.”

백수희는 전화를 끊었다.

‘팬클럽 반응부터 확인 좀 하고. 다들 배신감 느끼는 거 아닐까?’

백수희는 자신의 팬클럽 아이수희에 접속했다.

‘어젯밤 12시 30분에 최초 글이 실렸네. 역시 빠르구나. 팬클럽이.

근데 최초 사진이 별스타에 올려진 사진이라고?

디스파치가 아니고?

이건 좀 의외네.

창현 씨가 설마 이 사진을 올린 걸까?’

백수희는 순간 자신의 감정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창현 씨가 이걸 왜 올렸을까? 설마 날 마음에 두고 있었나?

그냥 둘이 있을 때 말로 하지? 왜 이렇게 날 곤란하게 만들고?

창현 씨가 올린 거면 창현 씨에게 전화해서 물어봐야 하나.’

백수희는 창현의 전화번호를 띄운 채 고민하고 있었다.

‘창현 씨가 기사를 봤으면 벌써 나에게 전화를 했을 것 같은데. 기사를 못 봤나. 근데 만약 창현 씨랑 어색해져서 은우를 못 보면 안 되는데.

은우 보고 싶은데. 에라 모르겠다.’

백수희가 창현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창현 씨. 저 백수희예요.”

창현은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다가 백수희의 전화인 것을 알고 목소리를 다듬었다.

‘백수희 씨가 나한테 전화를 다 하고 웬일이지?

지난번 글램핑 다녀온 후로 은우랑 셋이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어서 살펴보고 있긴 했는데.’

창현은 은우가 매일같이 백수희 누나랑 같이 놀러 가자고 노래를 부르는 통에 이미 여러 곳의 여행지를 검색해 놓은 상태였다.

백수희가 말했다.

“창현 씨. 혹시 오늘 초록창 기사 보셨어요? 저랑 창현 씨 스캔들이 나셔서 놀라지 마시라고 전화했어요.”

창현은 깜짝 놀라 초록창을 켰다.

‘정말이네.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근데 이건 누가 봐도 그날 은우가 찍은 사진인데 이게 어떻게 유출이 됐지? 나는 올린 적이 없는 사진인데. 가만있어 보자. 은우가?’

창현은 자신의 SNS 계정을 접속하기 시작했다.

‘은우 너투브 영상은 이상 없고, 얼굴창도 이상 없고. 마지막으로 별스타.

잠깐만 여기 이 수많은 댓글들은 뭐야?

게다가 비공개로 올린 걸 보면 은우가 맞는데.

미국에 있는 은우에게 별스타에 사진 올렸냐고 이야기해 봤자 소용도 없을 거고.’

창현은 별스타에 올린 사진을 지웠다.

‘사진은 지웠지만 이미 빠르게 퍼졌겠지. 기사까지 났을 정도니.

왜 그때 몰랐을까? 은우에게 휴대폰을 주기만 하고 바빠서 확인을 못 했어.’

창현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수희 씨가 은우가 실수로 올린 거라고 하면 믿을까?

하긴 실수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지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이미 스캔들은 터졌고 백수희 씨는 여배우니 타격이 크겠지.

난 연예인이 아니니까 백수희 씨 의견을 먼저 물어보는 게 좋겠어.’

창현이 백수희에게 전화했다.

“수희 씨. 일이 너무 복잡해져 버려서 사실대로 말할게요.

일이 복잡할 때 오해까지 생기면 안 될 거 같아서요.

은우가 전에 스마트폰을 갖고 싶다고 했는데 제가 안 사줬거든요. 대신 은우가 제 휴대폰을 많이 가지고 놀았었어요. 아마 글램핑 사진도 그렇게 해서 올린 것 같아요.

실수긴 하지만 제 잘못입니다. 제가 더 잘 살폈어야 하는데.”

백수희는 예상치 못한 창현의 말에 놀랐다.

‘은우가 그랬다니. 생각도 못 했어. 창현 씨가 아니라 은우였구나.

은우는 아마 아무것도 모르고 그랬을 텐데.’

백수희가 말했다.

“은우가 그랬구나. 은우는 몰랐을 테니까요.”

“그치만 수희 씨가 곤란해졌죠. 정말 죄송해요.”

“아니에요. 별수 없죠.”

“그럼 그냥 아는 친구 사이라고 하고 넘어갈까요? 이럴 때 보통 어떻게 해야 해요? HO엔터테인먼트는 큰 회사니까 알아서 잘 대처해 주겠죠?”

백수희는 생각했다.

‘사진이 있어서 스캔들이 아니라는 기사를 냈을 때 팬들이 믿을 확률은 사실 반반일 거야. 하지만 스캔들이 사실이 되더라도 나에게 나쁜 상황은 아니야. 팬클럽 반응도 잘되길 바란다는 댓글도 많았고 내일도 사랑해에서 감동했던 시청자들은 은우와 나의 해피엔딩을 바라기도 하니까.

무엇보다 난 은우를 매일 보고 싶어. 창현 씨도 믿음직한 사람 같고. 요리도 잘하고 거짓말도 안 하고 책임감도 있고. 아빠도 은우를 너무 좋아하시는걸.’

백수희가 용기를 내 말했다.

“창현 씨 우리 스캔들을 사실로 만들어 보면 어때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남자가 참, 이런 말까지 여자가 먼저 해야겠어요. 제가 진짜로 은우 엄마가 되고 싶다고요.”

창현은 생각지도 못한 백수희의 고백에 놀랐다.

‘백수희 씨는 톱스타고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아서 자신이 없었는데. 나를 좋아하는 건가?’

창현이 말했다.

“은우가 좋은 거예요? 내가 좋은 거예요?”

“둘 다예요.”

“좋아요. 그럼 다음에 같이 또 놀러 가요. 셋이서요.”

“그래요.”

***

은우는 아카데미 시상식 전야제에 가려고 준비 중이었다.

미선이 은우의 옷을 입혀 주었다.

“은우야 전야제는 프리파티라서 그냥 즐겁게 노는 분위기긴 한데 진짜 이거 입고 갈 거야?”

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선이 말했다.

“그래 니 취향이 늘 맞았으니까 니 뜻대로 해야지. 공룡변신 로봇 회사에서 우리 은우 진짜 좋아하겠다. 니가 전 세계에 이 캐릭터를 홍보해 주는 거 같은데.”

은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눈나. 우쥬에 평햐는 소듕햔 거예요. 샤일런스 박샤 물러갸랴.”

미선이 티셔츠를 청바지 속에 넣어주면서 말했다.

“그래, 그 다음에 알아. 합체.”

은우가 오른손을 하늘로 높이 들어 올리며 외쳤다.

“아니, 눈나. 그거 말고 합체에.”

“그래, 다 됐다.”

은우가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역시 공룡변신 로봇 티셔츠가 최고야. 사탕 반지를 끼고 친구들이 준 색종이 목걸이를 하고 나가야지. 참 행운의 스티커도 붙여야지.’

은우가 미선에게 말했다.

“눈나 스티커 부쳐져요.”

미선이 스티커북에서 스티커를 펼쳐 보여주며 말했다.

“오늘은 어떤 스티커로 할 건데?”

은우는 생각했다.

‘오늘은 하늘색 티셔츠를 입었으니까 보라색 스티커를 붙이는 게 좋겠어. 1호 티라노사우루스로.’

은우가 스티커를 가리켰다.

미선이 스티커를 붙여주며 말했다.

“누난 너 아니었으면 이렇게 많은 스티커가 있는 줄 몰랐을 거야. 공실업에서 시중에 깔린 모든 스티커를 줘서 알게 됐지.”

은우가 스티커북을 가리키며 말했다.

“눈나 내 보뮤리라구요. 이러버리면 앙대요.”

“걱정하지 마. 다 됐다. 이제 사탕 반지 주면 되지.”

“니에 니에 니에.”

은우는 사탕 반지를 끼고 어린이집 친구들이 만들어준 색종이 목걸이를 했다.

‘내일 꼭 친구들이 말한 대로 연기 왕자님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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