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85화 (85/257)

85화. 생일잔치 (6)

최지은이 말했다.

“은우 덕분에 오늘도 좋은 노래 한 곡 알아가네요. 저는 은우를 알기 전에는 동요는 심심한 노래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렇게 예쁘고 힐링되는 가사들이 많을 줄 몰랐습니다. 자 다음 질문.”

다른 팬이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저는 질문은 아니고요. 은우가 제 손 한 번만 잡아줬으면 좋겠어요.”

은우가 방긋 웃더니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팬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영상을 촬영하는 팬도 있었다.

은우가 가까이 가는 곳마다 팬들의 소리가 커졌다.

은우는 방긋 웃으며 마이크를 들고 있는 팬 근처로 걸어갔다.

팬이 좌석의 끝으로 나와 은우를 맞이했다.

은우가 팬의 손을 잡아 주었다.

“고마어요. 눈나. 이러케 와 져서.”

팬은 은우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나 이제 집에 가서 손 안 씻을 거야. 은우랑 악수한 손인데 씻지 말아야지.”

은우는 생각했다.

‘너무 귀여운 팬이네. 나를 이렇게 좋아해 주다니. 정말 고맙다.’

은우가 팬의 손을 잡은 채로 팬의 다리에 안겼다.

팬은 생각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을 받은 기분이야. 위로받는 듯한 이 기분. 오늘 은우 생일이 아니라 내 생일 같은데.’

최지은이 말했다.

“팬분 기쁘시겠지만, 너무 오래 은우랑 계시면 안 됩니다. 다음 질문자분께서 속이 타고 있으실 수 있어요. 자, 다음 질문.”

은우는 무대 위로 아장아장 걸어서 올라왔다.

다음 팬이 마이크를 받았다.

“어떻게 하면 은우처럼 예쁜 아기를 낳을 수 있나요?”

“눈냐, 남펴니 이떠요?”

팬이 손가락의 반지를 들어서 보여주며 대답했다.

“있어요.”

은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남펴니 쟐생겨떠요?”

팬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요.”

“미아내요. 눈나.”

은우의 한마디에 팬들이 자지러지게 웃었다.

다른 팬이 마이크를 받았다.

“어떻게 하면 은우랑 결혼할 수 있어요?”

“눈나 며 쌰리예요?”

“누나는 올해 서른 살이에요.”

은우는 생각했다.

‘어떻게 하지? 나이가 너무 많은데. 그래도 상처받는 말을 하면 안 되니까 잘 생각해서 말해야겠다.’

은우가 말했다.

“눈나 미아내요.”

팬들이 은우의 진지한 표정에 미소 지었다.

사회자 최지은이 말했다.

“이제 마지막 질문자분.”

마지막 질문을 할 팬이 마이크를 받았다.

“은우야 나는 질문은 아니고 누나가 이번에 진짜 중요한 시험을 쳤거든. 변호사 되는 시험인데 이번이 세 번째 시험이어서 이번에도 떨어지면 더 이상 시험도 볼 수가 없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서 너무 떨리는데 꼭 붙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잠도 잘 안 오고.

일주일 뒤가 발표인데 누나한테 용기 내라는 응원의 말 좀 부탁해도 될까?”

은우는 생각했다.

‘진짜 많이 힘들겠다. 불안감이 심해져서 잠도 잘 안 오는 걸 텐데.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시험이니 당연히 긴장이 되겠지. 위로가 가장 힘든 거 같아. 내 일이 아니라 그냥 하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어서. 진심을 담으려면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

은우가 노래를 불렀다.

“냐는 작꼬 느린 달팽이.

하류 종일 아스팔트 위를 거러.

더운 여름날.

아스팔트 위.

모두갸 냐를 비우찌.

하지만 난 나를 미뎌.

언젠갸 먼 훈날

냐는 바다에 가 이쓸 거야.

천천히 내딛는 이 햔 걸으미

나를 바댜로 인도햘 거야.”

질문을 한 팬은 생각했다.

‘저 노래 나도 좋아하는 노래인데 민달팽이의 꿈. 그래 내 꿈을 내가 믿지 않는다면 누가 믿어주겠어? 용기를 내서 기다려보자.’

최지은이 말했다.

“다음 코너는 팬들이 은우에게 즐거움을 주는 코너입니다. 누가누가 은우를 잘 따라 하나. 바로 은우의 연기나 노래를 따라 하는 코너입니다.”

“와아아아아.”

은우가 가장 크게 박수를 쳤다.

무대 위로 올라온 팬이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구로고등학교 2학년 김미래라고 합니다. 은우를 안 건 작년부터였는데요. 찐팬이 된 건 올해 위대한 목소리 영화를 보고 나서였어요. 제가 가장 재밌게 봤던 건 은우가 가위, 바위, 보하는 장면이었는데요. 그 장면을 보고 은우의 가위, 바위, 보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은우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나만 아는 가위, 바위, 보의 비밀을 알아냈단 말이야? 대단한 누나인데.’

최지은이 말했다.

“그럼 여기서 대결 가나요? 국내 최초 팬과 연예인 사이의 가위, 바위, 보 대결. 은우 군 어떻습니까? 할 수 있나요?”

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미래 양 무대로 올라오세요.”

김미래가 무대로 올라왔다.

은우와 김미래의 키 차이는 50센티.

은우가 김미래를 올려다보며 웃었다.

“눈나, 잘 부타캐요. 졍졍 당당하게 뱌 주면 앙대요.”

“은우야. 정정당당하게 해 보자.”

은우는 생각했다.

‘첫판이 중요한데. 첫판에 날 이기면 그땐 어떻게 할지 알 수가 없는데 내가 아는 건 비겼을 때 그다음 판을 이기는 그 방법인데.

연구를 많이 했는지 어린이집 친구들이랑 가위바위보 하던 거랑은 완전 달라.

표정이 마음을 전혀 읽을 수가 없는데. 이건 진짜 하늘에 맡겨야겠네.’

최지은이 말했다.

“가위, 바위, 보.”

김미래가 가위를 내고 은우가 보를 냈다.

“네, 김미래 양 승. 한판으로 끝내면 재미가 없으니 세 판에서 두 판을 먼저 이기는 사람이 이긴 것으로 하겠습니다. 어때요? 김미래 양.”

김미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은우는 다시 심기일전을 했다.

‘이번에 가위를 내서 이겼으니 다음번에도 가위를 낼 확률이 높지. 그럼 난 주먹이다.’

최지은이 말했다.

“가위 바위 보.”

은우가 주먹을 냈다.

김미래도 주먹을 냈다.

은우는 생각했다.

‘연구를 했다더니 확실히 연구를 한 게 틀림없어. 내가 어떤 방식으로 가위바위보를 하는지 영상을 보고 배운 거야.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은우는 그새 풀이 죽은 표정이 되었다.

김미래의 은우의 표정을 보니 마음이 복잡했다.

‘이기겠다고 나온 무대이긴 한데 은우가 너무 슬퍼하네. 작은 입술이 부르르 떨리는 것 좀 봐. 은우는 가위바위보를 잘한다고 생각해서 신이 났을 텐데. 아무래도 내가 져 주는 게 맞나. 은우가 슬퍼하는 건 싫은데.

져 줘야겠다. 차라리 내가 웃음거리가 되는 게 낫지. 오늘은 은우 생일이기도 하고.

대신 아주아주 실감 나게 져줘야지. 은우가 행복해지도록.

은우는 아마 이제 가위를 낼 거야. 그게 은우가 가위바위보를 했던 방식이니까.

나는 보를 내야겠어.’

최지은이 말했다.

“가위바위보.”

김미래는 보를 냈다.

은우는 가위를 냈다.

“두 번째 판은 은우가 이겼습니다.”

은우가 신이 나서 앞뒤로 팔짝팔짝 뛰는 춤을 선보였다.

최지은이 말했다.

“못 보던 춤인데 그건 무슨 춤인가요? 은우 군.”

“이견 아프로 뒤로라능 춤인데 새롭게 만드러떠요. 십꼬 재미떠요.”

은우가 다시 한 번 앞으로 뒤로 폴짝폴짝 뛰는 춤을 선보였다.

김미래가 은우의 춤을 따라 하면서 말했다.

“이거 재밌는데요.”

최지은도 은우의 춤을 따라 했다.

“정말 재밌네요. 오늘 무대가 관객석에 의자가 있는 게 아쉽네요. 다 같이 함께 하면 좋았을 텐데.”

김미래도 동의했다.

“그러니까요.”

팬들은 은우가 춤추는 영상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집에 가서 아무도 없을 때 이거 보면서 혼자 해 봐야지.’

최지은이 말했다.

“이제 마지막 세 번째 판입니다. 이 판에서 누가 이기냐에 따라 승자가 정해집니다. 가위, 바위, 보.”

은우가 주먹을 냈다.

김미래는 가위를 냈다.

최지은이 말했다.

“마지막 세 번째 판 역시 은우의 승리입니다. 가위바위보의 달인은 역시 은우네요.”

은우가 신이 나서 앞으로 뒤로 폴짝폴짝 뛰는 댄스를 선보였다.

김미래도 은우의 댄스를 따라 했다.

김미래가 은우에게 말했다.

“은우야 지금처럼만 예쁘고 착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어 줘. 누나도 열심히 공부해서 멋진 어른이 될게.”

은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뒤로 댄스를 선보였다.

“우리 모듀 파이팅.”

김미래가 무대 아래 관객석으로 돌아갔다.

최지은이 말했다.

“마지막 순서는 은우의 생일 케이크 커팅과 선물 전달식이 있겠습니다.”

무대 위로 은우의 생일 케이크가 올라오고 있었다.

생일케이크는 공룡변신 로봇이 그려진 케이크였다.

케이크 위에는 ‘사랑스런 은우야 우리 곁에 와 줘서 고마워.’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었다.

최지은이 말했다.

“케이크 문구를 두고 팬클럽 회원들이 참 많은 고민을 했는데요. 은우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도 값지고 연기대상에서 아역상을 받은 것도 참 기쁘지만, 은우는 존재만으로도 우리에게 힘이 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우리 다 같이 케이크에 적은 문구를 외쳐볼까요?

사랑스런 은우야 우리 곁에 와 줘서 고마워.”

최지은이 말이 끝나자 팬클럽 전체가 외쳤다.

“사랑스런 은우야 우리 곁에 와 줘서 고마워.”

은우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이상하네. 자꾸 눈물이 나네. 내가 이렇게 눈물이 난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은우는 결국 무대 위에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눈나, 횬아, 거마어요. 재롱이들 정말 거마어요. 나는 그냥 아기일 뿌닌데. 이러케 응언해 주고 샤량해져서 정말 거마어요.”

관객석에서는 몇몇 팬들이 은우를 따라서 울고 있었다.

‘은우야 너 때문에 내가 힘든 회사 생활도 잘 이겨내고 있어.’

‘은우야 부모님이 매일 싸우셔서 힘들었는데 그래도 널 볼 때면 힘이 나. 너도 힘든 시기를 이겨냈는데 내 인생에도 좋은 날이 오겠지.’

‘은우야 니가 웃을 때면 난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야.’

‘오늘 정말 감동적이야. 이렇게 또 은우와 재롱이들의 추억이 하나 더 더해지는구나.’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 우리 은우가 이렇게 재롱이들을 아껴주니. 은우는 정말 진심이 느껴져서 좋아. 항상. 다른 연예인들과는 다른 것 같아.’

울고 있는 은우의 코에서 콧물이 흘렀다.

최지은이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은우의 콧물을 닦아주었다.

팬들이 관객석에서 외쳤다.

“울지 마. 울지 마.”

은우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웃었다.

팬들이 관객석에서 말했다.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엉덩이에.”

은우가 팬들의 농담 덕분에 밝게 웃었다.

“헤헤헤헤헤.”

최지은이 말했다.

“선물 전달식이 있겠습니다. 하나는 은우에게 전달되는 것이고 하나는 은우의 뜻을 담아 소아암 환자들에게 기부될 것입니다.

카페에서 열린 바자회 결과 은우 굿즈와 은우 물품 경매를 통해 들어온 총수익금은 천이백삼만오천이백 원이었습니다. 이 금액이 은우의 이름으로 기부될 예정입니다.

두 번째 선물은 우리 재롱이들이 두 달 동안 노력해서 만든 은우 생일 축하 영상편지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주신 수많은 연예인들과 은우의 지인 및 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은우는 생각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영상편지를 만들었구나. 재롱이들이 내 생일을 위해서 많이 준비했구나. 정말 감사하다.’

화면 속에서 밝게 웃는 알베르토의 모습이 보였다.

“은우. 내가 누군지 기억하니?

쉬는 시간마다 젤라또를 사 주었던 알베르토야.

난 요새 일주일에 한 번씩 어린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주고 있어.

널 만나기 전엔 음악이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음악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어.

난 원래 피아니스트여서 다시 영화를 찍을 일은 없을 거 같지만, 너와 함께라면 생각해 볼게.

그럼 또 보자. 언제 한번 이탈리아에 놀러 와.”

은우는 알베르토를 보자 반가움이 밀려왔다.

‘보고 싶은 알베르토 잘 지내? 함께 젤라또 먹고 젓가락 행진곡 치던 때 너무 즐거웠어. 알베르토의 기다란 얼굴이 너무 보고 싶다. 우리 다시 꼭 만나.’

두 번째로 화면에 나타난 것은 크리스토퍼였다.

“은우야 다섯 번째 생일을 축하해. 내 다섯 살 때를 생각해 보면 말이야. 사실 난 생각나진 않지만, 우리 엄마 말에 의하면 그때 난 매일 같이 음식을 식탁에 칠해서 혼났다고 해. 그리고 어항 속의 금붕어를 건져서 죽이기도 했었어.

끔찍한 다섯 살이었지. 그래서 처음 널 봤을 때 네가 그렇게 연기를 한다는 게, 그리고 너의 그 완벽했던 이탈리어도 그렇고 말이지. 믿어지지가 않았어.

뭔가 좀 횡설수설하는 기분인데 암튼 다섯 살 생일 축하하고 다섯 살은 그러니까 너무 일만 해선 안 되는 나이니까 친구들이랑 놀고 사고도 치고 해야 해. 알았지? 그렇다고 나처럼 식탁 위에 음식 칠하지는 말고. 그럼 네가 삼십 살이 돼도 아빠가 그걸 기억했다가 말할 거야.“

은우는 크리스토퍼의 말을 들으며 웃었다.

‘멋진 다섯 살이었네. 하긴 나도 어린이집에서 많이 봤어. 반찬 투정하고 음식 칠하고 그런 것들. 근데 난 인생이 3회차여서 그런 짓을 하기가 좀 그래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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