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81화 (81/257)
  • 81화. 생일잔치 (2)

    최지은은 팬클럽 부회장 나세희와 함께 은우의 집에 들렀다.

    최지은은 익숙하게 아파트 공동현관에서 호출 버튼을 눌렀다.

    나세희가 최지은에게 말했다.

    “언닌, 은우네 집 호수도 아네요. 역시. 팬클럽 회장답다.”

    “난 은우 두 살 때부터 계속 봤으니까. 아마 내가 가장 오래된 팬일 거야.”

    “좋겠다. 은우가 애기일 때부터 계속 옆에서 봤다니.”

    “그래서 더 정이 가. 팬클럽이 커져서 회원도 많아지고 할 일도 많아져서 부회장을 뽑았으니 잘해야 해.”

    나세희가 힘차게 경례 포즈를 취했다.

    “걱정 마세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은우의 집 앞 현관에서 벨을 눌렀다.

    그러자 은우가 문을 열었다.

    “눈나.”

    은우가 최지은을 알아보고 최지은에게 안겼다.

    나세희는 은우를 처음 보고 심쿵했다.

    ‘영상 속에서만 보다가 실물을 보게 되니 너무 떨린다. 어어어, 나 어떻게 하지?’

    나세희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최지은이 은우에게 나세희를 소개했다.

    “은우야, 여긴 나세희라고 새로 뽑힌 팬클럽 부회장이야. 점점 회원이 늘어나더니 이젠 도무지 혼자서는 운영하긴 힘들어져서. 인사해.”

    은우가 배꼽 인사를 했다.

    “세희 눈나, 반갸어요. 부회장이 대 주셔서 감샤함니댜.”

    나세희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자 은우가 나세희의 손을 잡았다.

    “눈나, 마디는 거 주까요? 머 조아해요? 우리 지베 마디는 게 먀니 이떠여.”

    최지은이 웃으며 말했다.

    “왜에? 또 신맛 스키틀즈 주려고? 세희야 은우가 주는 거 아무거나 먹으면 안 된다. 은우가 생긴 건 천사인데 장난치는 걸 좋아해가지고.”

    나세희는 생각했다.

    ‘언니, 신맛 스키틀즈쯤이야. 은우가 준다면 전 다 먹을 수 있어요.’

    은우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아니, 이제 안 해요. 지냔 번에 쟉사갸 눈나가 머꼬 화장실 갸서 인제 안 해요.”

    그때 창현이 방 안에서 나왔다.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은우 물건들 챙겨놨는데, 이 중에서 맘에 드는 걸로 챙겨가요. 다 가져가도 되구요.”

    창현이 거실에 놓인 은우 물건을 가리키며 말했다.

    “차나 주스 같은 거 줄까요?”

    최지은이 먼저 대답했다.

    “전 주스요.”

    나세희가 최지은을 따라서 대답했다.

    “저도요.”

    창현이 주스를 가지러 부엌으로 들어갔다.

    은우가 말했다.

    “며칠 동안 아빠랑 갸치 정리해떠요. 소아암 칭구들 도와준다고 해서 기쁜 먀으므료 정리해떠요.”

    나세희가 은우의 짐들을 보았다.

    ‘아기들 자동차. 장난감. 그리고 은우 사진첩. 아 그리고 이 옷 뭐야? 이 옷 은우가 전국노래 경연대회 때 입었던 공룡 슈트네. 그리고 꿀벌 옷도 있고. 이건 내일도 사랑해 때 입었던 멜빵바지랑 바바리코트잖아. 옷이 작아서 너무 귀여워. 다 사고 싶다.’

    최지은이 나세희에게 말했다.

    “일단 은우 사진첩에 있는 미공개 사진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 20장을 골라서 팬클럽 카페에 올릴 거야. 그중에서 팬들이 가장 많이 고른 사진 5장으로 머그컵이랑 컵홀더를 제작하기로 했어.”

    나세희는 은우의 사진첩을 펼쳐 보았다.

    뒤집기를 하는 은우.

    보행기를 타고 있는 은우.

    김미자 할머니의 순대국밥집에서 김미자 할머니와 함께 웃고 있는 은우.

    자기만 한 밥그릇을 안고 웃고 있는 아기 은우.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은우.

    서럽게 울고 있는 은우.

    빛이 나는 반짝이 신발을 신고 신이 난 은우.

    ‘와 미공개 사진이 정말 많구나. 이 중에서 어떻게 20장을 골라. 다 예쁜데.’

    ***

    성수역의 한 커피숍 앞에 은우의 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울링스타님 언제 오셨어요?”

    “저 3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어요. 은우 연말 시상식 때 입었던 공룡 변신 로봇 셔츠가 나온다고 해서요.”

    “앗, 저도 그 셔츠 사려고 했는데. 한 장밖에 없겠죠?”

    “다른 물건도 이쁜 게 많겠죠? 꿀벌 옷도 귀엽던데.”

    “맞아요. 그 옷도 귀엽더라구요.”

    “프리샤님은 미국에서 오셨대요. 은우 생일 맞이해서요.”

    프리샤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비행기에서 저 말고도 은우 팬분 몇 분 만났어요. 다들 은우 생일이라고 벼르고 오셨더라구요. 조금 있으면 은우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받으러 미국에도 오겠지만 말이에요.”

    다이나가 말했다.

    “미국 팬분들은 그게 부럽더라구요. 은우가 미국 활동이 많아지면 국내 팬들은 은우 보기가 힘들어질까 봐 걱정이에요.”

    프리샤가 말했다.

    “그래도 국내 팬들이 더 기회가 많잖아요. 아직은. 은우가 어디서 활동하든 우리 서로 응원해주면서 사진 공유해요.”

    어느새 입장이 시작되었다.

    팬들은 질서 있게 순서를 지키며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최지은이 나세희에게 말했다.

    “창고형 카페라 커서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팬들이 많이 와서 좁게 느껴지네.”

    “그러니까요. 여기 이백 평 맞죠?”

    “이 층도 있으니까 다 합치면 더 넓겠지. 우리 팬클럽이 대단하긴 하다.”

    팬들은 카페 곳곳에 전시돼있는 은우의 물건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은우 좀 봐. 이 사진 너무 귀엽다. 이거 나 살래!”

    “은우 얼굴 사진이 들어간 다이어리 꾸미기 스티커 봤어? 너무 귀엽다.”

    “은우랑 보리가 같이 그려진 떡메모지도 너무 이뻐.”

    “은우 애기 때 손도장이랑 발도장이 들어간 마스킹 테이프도 너무 이뻐.”

    “이거 쓰는 내내 힐링 받겠다. 그치?”

    “응. 아 역시 오길 잘했어. 텀블러 홀더도 너무 이쁘던데.”

    “난 1번 텀블러 홀더가 젤 이쁘던데.”

    “난 2번 그거 사서 들고 다니면 은우가 매일 나에게 하트를 마구마구 날려줄 것 같아.”

    나세희가 말했다.

    “팬 여러분 10분 후 중앙홀에서 은우 물건 경매가 시작됩니다. 물건을 사실 분들은 중앙홀로 자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매에는 은우가 연기대상 축하공연 때 입었던 공룡 변신 로봇이 그려진 셔츠와 꿀벌 옷, 멜빵 바지, 바바리코트, 은우가 신었던 빛이 나는 신발 등. 다양한 물품들이 준비돼 있으며 수익금은 전액 소아암 환자를 위해 기부됩니다.”

    팬들은 방송을 듣고 중앙홀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10분이 지나고 경매가 시작되었다.

    최지은이 마이크를 들었다.

    “첫 번째 경매 물품은 여러분이 기다리시고 기다리시던 공룡 변신 로봇 셔츠입니다. 은우가 직접 그림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죠. 은우가 직접 그렸기 때문에 오늘 경매 물품 중 가장 가격이 비싸게 책정되었습니다.

    시작가격은 오십만 원이고 이 가격에 원하시는 분이 손을 드시면 됩니다. 더 부르고 싶으신 분은 손을 드시고 이름과 원하는 가격을 부르시면 됩니다.”

    나세희가 공룡 변신 로봇이 그려진 셔츠를 테이블 위 옷걸이에 걸어 놓았다.

    팬들의 시선이 셔츠로 향했다.

    “시작합니다.”

    시작과 동시에 최민영이 손을 들었다.

    “최민영. 오십만 원.”

    최지은이 말했다.

    “시작가격 오십만 원 나왔습니다. 다른 분 없으신가요?”

    광묵이 손을 들었다.

    “광묵. 칠십만 원.”

    이정일이 손을 들었다.

    “이정일. 백만 원.”

    최지은이 말했다.

    “네, 백만 원 나왔습니다. 백만 원.”

    백묘앵이 손을 들었다.

    “백묘앵. 백오십.”

    최지은이 긴장한 말투로 말했다.

    “백오십입니다. 현재 시작가의 세 배가 됐습니다. 또 있으신가요?”

    하울링스타가 손을 들었다.

    “하울링스타. 삼백.”

    최지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울링스타님. 삼백입니다. 또 있으신가요?”

    삼백이라는 금액에 조용해진 홀 안.

    최지은이 말을 이었다.

    “그러면 카운트다운 10을 센 뒤에 첫 번째 물품에 대한 경매를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십, 구, 팔, 칠, 오, 사, 삼, 이, 일. 첫 번째 물품 은우가 직접 그린 셔츠는 하울링 스타님께 돌아갔습니다.”

    ***

    아카데미 최종 수상자 선정을 앞두고 아카데미 집행 위원회가 비상소집 되었다.

    위원인 스테파니가 말했다.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아카데미 수상 후보자 중 누군가가 로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위원장인 노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로비라고요? 아카데미 역사상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그건 우리 아카데미의 지위에 먹칠을 하는 일입니다. 우리 아카데미는 절대 그런 로비에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위원인 알렉스가 말했다.

    “그건 그렇지만 문젠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겁니다. 요즘 사람들에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일이 아닌 것 같아요. 확인되지 않는 소문이 더 무서울 수도 있죠? 시작이 누구인지 알 수도 없고 말이에요.”

    위원인 스티븐도 맞장구쳤다.

    “맞습니다. 소문이 빠지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빨리 대처하지 않으면 수상자를 내더라도 사람들이 우리를 신뢰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아카데미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입겠죠.”

    위원인 세라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러다가 세계 3대 영화제의 명예마저 빼앗길지도 모르죠.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은 우리를 백인 우월주의다. 왜 미국 영화가 아닌 외국 영화에는 그렇게 인색하냐? 라며 비판을 해대고 있어요. 유명한 배우나 감독 중에서는 자발적으로 수상을 하지 않겠다며 후보자 자격을 버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위원장인 노아가 말했다.

    “빠른 시간 내에 소문의 근원지를 찾아내세요. 수상자 선정보다 더 중요한 일입니다.”

    ***

    백수희는 미역을 봉지에서 꺼내서 물에 담가 놓았다.

    ‘곧 있으면 은우 생일이라고 해서 생일 기념 미역국 도시락을 끓여주려고 하는데 잘 되려나.’

    은우와 요리 프로에 나간 이후 갑자기 요리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백수희였다.

    ‘요리도 생각보다 재밌는 것 같다니까. 연기도 노력해서 잘하게 됐으니 요리도 노력해서 잘하게 될지도 몰라.’

    백수희는 창현의 너투브 채널을 구독하고 있었다.

    ‘창현 씨는 설명도 조곤조곤 참 잘하고 요리도 참 잘하고. 창현 씨가 요리하는 걸 보면 정말 쉬운데 말이야.’

    백수희는 너투브를 보다가 부엌으로 나가 미역을 확인했다.

    ‘헉, 세상에 무슨 미역이 이렇게 양이 많아져서 머리카락처럼 무섭게 불어있네.’

    아까까지만 해도 그릇에 3분의 1도 안 되던 미역이 그릇에 가득 차서 넘치게 불어있는 모습에 백수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역시 요리는 어렵네. 은우에게 오뚜기 3분 미역국을 끓여주는 건 안 되겠지? 매니저한테 전화해서 미역국 맛집에서 포장 좀 해달라고 할까?’

    ***

    길동은 은우의 생일 선물을 고민 중이었다.

    ‘며칠 있으면 우리 은우 생일인데 말이지. 어떤 선물이 좋을까? 은우는 장난감도 많고 과자도 예전보단 시들해진 것 같아서 기념할만한 선물을 하고픈데.’

    길동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고 있었다.

    ‘아기 옷, 현금으로 사거나, 상품권으로 주거나, 장난감으로 사 주세요. 이런 글들뿐이네.

    절반은 장난감 업체나 의류 회사의 광고 글 같은데.’

    고민하던 길동의 눈에 마지막 블로그 글이 들어왔다.

    ‘소중한 사람을 위한 손 편지.

    손편지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캘리그라피를 배우세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특별하게 만들어 드립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하지만 우리의 마음만은 변하지 않죠?

    변하지 않는 마음을 전하세요.’

    길동이 무릎을 탁 쳤다.

    ‘이거야. 이거. 이번 은우 생일에는 캘리그라피다.’

    길동은 블로그를 보고 따라 했다.

    ‘일단 마음에 드는 문구를 정해야 할 것 같은데. 뭐로 할까.

    은우야. 사랑해.

    은우야.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은우야. 태어나줘서 고마워.

    은우는 세계 최고.

    생일이니까 태어나줘서 고마워가 좋겠지?

    그다음엔 어떤 펜을 쓸지 정하라는데 집에 펜이 뭐가 있지?

    이거 생각보다 펜이 중요한가 본데.

    문구점에 가야겠다.’

    길동은 집 근처 문구점에 갔다.

    ‘여기가 펜을 고르는 코너인가. 근데 펜은 왜 이렇게 많아? 이 중에 어떤 펜을 사야 되는 거야? 어우 복잡해. 차라리 고기 종류를 고르는 게 낫지. 고기는 안심, 등심, 뒷다릿살. 부위별로 맛도 다르고 재미도 있고.

    펜은 두꺼운 펜, 얇은 펜밖에 모르겠는데.’

    길동의 눈에 옆에서 펜을 고르고 있는 여고생들이 들어왔다.

    ‘왠지 여고생들에게 물어보면 알 것 같은데.

    근데 여자는 좀 많이 어려운데. 문구점 주인에게 물어볼까.

    문구점 주인아저씨는 펜 종류는 잘 알 테지만 캘리그라피가 뭔지 알기나 알까.

    역시 여고생들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치만 처음 보는 여자에게 말을 어떻게 거냐고.’

    길동이 고민하고 있을 때 교복을 입은 여고생 중 한 명이 길동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혹시?”

    길동의 손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설마 저 여고생이 나에게 관심이라도 있는 건가. 살면서 여자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건 적이 별로 없었는데.’

    여고생이 말을 이었다.

    “은우 매니저, 김길동 씨 아니세요?”

    길동은 갑자기 허탈해진 기분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내 인생에 먼저 관심을 보이는 여자가 있으려고.’

    길동이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맞아요. 제가 근육 미남 매니저 김길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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