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78화 (78/257)

78화. 음반 준비 (3)

작은 어린이용 키즈폰에서 은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츄운 겨율 내 먀믈 노기는 호뺭

따뜨하고 먈량먀량해.

겨율보다 따뜨탄 기어기 우릴 지켜.

나는 너를 사량해.

노오랸 귤은 껍질도 노래.

내 맘도 노래. 손바닥도 노래.

겨율보다 따뜨탄 기어기 우릴 지켜.

나는 너를 사량해.”

강라온은 은우가 녹음한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전문적인 작사가에 비교한다고 해도 뒤지지 않는 감성이야.

기교는 가르칠 수 있지만, 감성은 가르칠 수 없지.

반짝반짝 빛나는 은우의 마음이 저 안에 있어.’

정미나는 은우의 가사를 듣고 생각했다.

‘너무 아름다운 가사야. 훔치고 싶을 만큼.

은우는 노래만 잘하는 게 아니었구나.

가수들 중에서도 작곡이나 작사를 잘하는 가수들이 있긴 하지만.

저 나이에 저 정도 감성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윤기세도 생각했다.

‘멜로디가 조금 서툴긴 하지만 곡의 전개를 알고 있는 것 같아.

초보 작곡가들은 전개 방식조차 몰라서 이상한 곡을 만들어 놓곤 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흥얼거린 노래가 좋을 수 있는 거지?’

강라온이 말했다.

“은우야, 혹시 더 녹음한 거 있니?”

은우가 다른 파일을 찾아 재생 버튼을 눌렀다.

“드르렁 드르렁 드르렁 퓨우.

드르렁 드르렁 드르렁 퓨우.

내 배쏘게 살교 인는 사쟈.

사쟈가 일어냐 바블 달래요.

아이 배거파. 나는 달려가지요.”

강라온을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기는 아기구나. 가사가 너무 귀여워.

은우가 평소에 많이 머긴 하지.’

정미나도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귀여운 은우 좀 봐. 진짜 이 가사는 박제해 놓고 싶다.

은우 팬들이 들었으면 다들 난리가 났을 텐데.’

윤기세는 생각했다.

‘멜로디를 구사하는 게 예사롭지 않아. 가사는 동요인데 멜로디는 동요보다 훨씬 세련됐어. 은우는 조금 더 자란다면 작곡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강라온이 말했다.

“은우야, 앞으로 몇 곡 더 곡을 받을 거야. 작사도 마찬가지고. 원래는 여기 있는 작곡가 형과 작사가 누나한테서 받으려고 했는데, 오늘 들어보니까 은우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은우도 생각이 나면 이렇게 녹음해 오렴.”

은우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갠차나떠요?”

강라온이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체고였어. 내가 아는 은우가 늘 그랬듯이 말이야.”

***

최연소 남우조연상 후보로 호명된 세기의 천재 이은우 군의 선행이 화제다.

이은우 군은 한국대 병원에서 소아암 환자인 자신의 팬을 위해 병원비 전액을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서 오천만 원을 소아암 환자를 위해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우 군은 평소에도 미혼모를 위한 자립 시설 천사들의 집에도 매달 일정 금액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현재 방송가에서는 예능 프로 및 토크쇼에서 은우 군을 향해 끊임없는 러브콜을 부르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에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박만대 감독은 은우 군의 연기는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비범함이 있었다며 무엇보다 파리넬리의 노래를 똑같이 재현해 낸 것은 다른 배우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은우 군의 수상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인터넷 기사를 읽은 팬들의 댓글이 달렸다.

[cucu 편의점] : 우리 은우 날개 없는 천사네.

[나세희] : 은우 예능에 나온 거 보고 싶다.

[프리샤] : 은우야 예능에서 울게 하소서 한 번만 불러주면 안 되겠니?

[dbs] : 은우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파이팅. 우리 은우 할 수 있다.

[thd] : 은우는 레전드임.

[Tand] : 남우조연상 기대가 됩니다.

[do0] : 은우가 남우조연상 수상하면 아마 난 쓰러질 거야.

[쯔아로빈테리] : 은우 짱!

[연] : 은우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면 아슈크림 챠챠 춤을 출까요? 아슈크림 챠챠.

[백묘앵] : 꽃게춤도요. 아 고기춤도 있고. 꿀떡춤도 있고. 은우 히트친 춤이 너무 많아.

[with**] : 여러분 은우 곧 다섯 살 되는 거 아세요? 다섯쨜.

[신동호] : 그럼요. 은우 찐팬은 다 알고 있어요. 은우 생일잔치 거하게 합시다.

[lemon] : 은우 생일잔치 장소 거기가 어딥니까? 좌표 쏘세요.

은우 팬클럽 재롱이들 회원들은 은우의 생일잔치를 준비 중이었다.

팬클럽 회장 최지은이 다른 회원들과 인터넷 채팅방에서 채팅을 하는 중이었다.

- 회장 : 일단 지하철에 생일 축하 광고를 하나 내야겠어요. 그리고 밥차도 하고 싶긴 한데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떠세요?

- 의디딩 : 밥차도 좋긴 한데, 보낼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현재 은우가 촬영 중인 작품이 있는 게 아니라서요. 그건 좀 미뤄두는 게 어떨까요? 은우가 차기작을 촬영한다든지 그런 때에 말이죠.

- 다이나 : 맞는 말 같아요. 밥차는 좀 미루는 게 좋겠어요. 은우 선행 기사가 떴던데 우리도 은우가 후원했다는 소아암 환자들에게 기부하는 건 어떨까요?

- poow : 좋은 생각 같아요. 은우 팬클럽이라고 후원 증서도 받으면 좋겠어요. 은우가 도와주고 싶어 했던 거니까요.

- 하울링스타 : 다른 팬클럽은 보니까 스타 소장품 같은 걸로 바자회도 열어서 함께 기부하던데 바자회 안 될까요? 기부도 기부인데 저 은우가 연말대상 축하공연 때 입었던 공룡 변신 로봇 셔츠 너무 갖고 싶어요.

- 다크 아일랜드 : 저도요. 그거 말고도 은우 아기 때 물건 같은 것들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  조경찬 : 수행평가 하다 말고 채팅창 켠 1인. 은우야 내가 저금통이라도 털어갈게. 은우 물건 꼭 사고 싶다.

- 최민영 : 그런데 제일 중요한 선물은 뭐로 하죠?

- zero : 은우 요새 스키틀즈 신맛 좋아하던데 그게 사 줄까요? 은우 별스타에 스키틀즈 먹는 사진이 많이 있더라구요.

- 루루 : 좋은 생각이긴 한데 너무 적지 않아요? 다른 선물도 해줘야 할 거 같은데.

- elasis : 은우 별도 좋아하던데요. 지난번에 아빠랑 글램핑 가서 밤하늘 찍은 사진 올렸잖아요. 그 사진 너무 멋지던데.

- 까치리 : 별을 사 줍시다. 제가 듣기로는 다른 팬클럽들은 별을 사 준다고 하더라구요.

- 오디 : 하늘에 떠 있는 그 별요? 서울에 있는 집값도 비싼데 별은 대체 얼마나 비쌀까요?

- 초코 : 그거 생각보다 안 비싸요. 80만 원짜리도 있습니다. 우리 그 별을 사서 은우 별로 합시다. 낭만적이네요.

- 부천법사 : 서울숲에 가면 탑보이즈 벤치도 있던데 우리도 은우 벤치를 만드는 건 어떨까요? 많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게요.

- dlwl : 좋은 건 많은데 뭘 해줘야 할까요? 고민되네요.

***

벤은 윌리엄이 쓴 기사를 보고 분노가 치밀었다.

‘그레고리는 그렇다 쳐도 이 네 살 난 아기보다 내가 못하다는 말인가?

왜 나에 대한 언급은 없는 거야.

나도 같은 남우조연상 후보인데.’

벤은 생애 최초로 남우조연상 후보로 호명됐기에 매우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의 가족들도 그에게 기대하는 바가 남달랐다.

그의 어머니는 동네 사람들에게 그의 아들이 남우조연상 후보로 호명된 것을 매일같이 자랑하고 있었다.

벤은 자신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았다.

‘10년이나 되는 무명생활을 견뎠던 건 연기에 대한 열정보다도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었어. 아버지는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으셨지. 난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를 닮아 연기자가 될 거라는 기대를 안고 자랐지.

아버지는 내가 연기자가 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지만, 어머니는 내가 아버지를 이어서 훌륭한 연기자가 되리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으셨어.

무명생활이 끝나고 제법 인기가 있는 작품에 출연하기 시작했지만, 상과는 인연이 없었지. 한 번도 상을 받은 적이 없었던 내게 이번 기회는 정말로 소중해.’

벤은 아카데미 회원인 자신의 친구 리디아에게 전화를 했다.

“리디아, 조니의 생일 파티가 언제 열린다고 했지?”

“다음 주. 공식 파티는 아니지만 거기 아카데미 수상자 투표권을 가진 회원들이 많이 올 거야.”

“비행기 표를 미리 끊어놓을게.”

벤은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

“일요일 저녁의 확실한 선택, 셰프가 우리 집에 왔다. 오늘은 얼마 전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백수희 씨와 아카데미에서 최연소 남우조연상 후보로 호명된 이은우 군을 모셨습니다.”

방청객들의 우렁찬 박수 소리가 세트장에 울려 퍼졌다.

mc인 강대호가 말했다.

“은우 군, 축하공연 너무 잘 봤는데요. 그때 추었던 까꿍춤 한 번만 부탁해도 될까요?”

세트장에는 슈퍼 보이즈의 러브러브가 흘러나왔다.

“넌 항상 사랑스러워.

넌 너무 아름다워.

5월의 햇살보다도 더 빛나는”

은우가 까꿍하는 동작을 했다.

방청객들이 소리를 질렀다.

“너무 귀여워.”

“저걸 내 눈앞에서 보다니.”

“은우야, 눈나가 은우 사랑한다.”

mc인 강대호가 말했다.

“은우 군 너무 귀엽네요. 은우 군 손바닥이 눈을 가렸다가 열 때 제 마음도 함께 심쿵했어요.”

옆에 있던 게스트 서미래가 맞장구쳤다.

“요즘 저 까꿍춤이 이태원에서도 인기예요.”

다른 게스트 윤기태도 맞장구쳤다.

“클럽, 나이트, 콜라텍 할 거 없이 모두 까꿍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mc인 강대호가 말했다.

“두 분 다 유명한 클러버이시죠. 한 분은 마흔, 한 분은 쉰 살.”

윤기태가 버럭 화를 냈다.

“당신이 뭐? 내가 나이 먹는데 보태준 거 있어? 왜 남의 나이를 들먹이고 난리야? 응?”

서미래가 맞장구쳤다.

“나이 들어도 까꿍춤 좋아할 수 있고 나이 들어도 클럽 갈 수도 있죠.”

mc인 강대호가 말했다.

“은우 군 들어요. 우리 맑은 영혼의 은우 군 앞에서 그렇게 버럭 큰 소리를 내야겠습니까?”

윤기태가 급격하게 태도를 바꿨다.

“은우 군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저 그런데 질문이 있는데 오늘 메뉴도 은우 군처럼 맑고 귀여운 메뉴인가요?”

은우가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볶음밥, 계란찜, 된장국입니다.”

백수희가 말을 이었다.

“아기 식사로 좋은 음식들입니다.”

mc인 강대호가 말했다.

“내일도 사랑해의 엄마와 아들이 준비한 아기를 위한 식사 기대가 되네요. 요리는 백수희 씨가 하나요?”

백수희가 웃으면서 답했다.

“제가 요리를 하고 은우가 보조를 하기로 했어요.”

은우가 요리사 모자를 쓴 채 웃으며 대답했다.

“네, 엄마.”

백수희가 당근, 버섯, 양파, 감자를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백수희는 난감해하고 있었다.

‘연습을 많이 안 해서인지 잘 안 되네. 속도가 느려.’

윤기태가 말했다.

“백수희 씨, 평상시에 요리 안 하죠? 저 감자 못 깎는 거 봐. 그렇게 느려서 어떻게 밥을 해 먹어요? 기다리다 시간 다 가겠다.”

은우는 윤기태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저 아저씨는 까칠한 캐릭터로 인기를 끌고 있는 거 같긴 한데. 이런 상황에서 계속해서 저런 말을 하면 백수희 누나가 요리를 하는 데 힘들 거야.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는 거 같은데 어떻게 하지?’

은우가 백수희의 등 뒤에서 외쳤다.

“엄먀, 갠차나요. 천천히 해요.”

은우의 말 한마디가 분위기를 바꿔놨다.

서미래가 말했다.

“요리를 못할 수도 있죠. 처음부터 잘하는 게 어딨어요?”

mc인 강대호도 맞장구쳤다.

“저희 어머니도 맞벌이하시느라 다른 어머님들보다 요리하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셨어요. 어렸을 땐 맛없다고 투정도 많이 부렸었는데 지나고 나서야 알았죠. 그게 어머니의 사랑이었다는 걸요.”

서미래가 말을 이었다.

“맞아요. 사랑이 담긴 음식이 최고죠. 사랑이 최고의 조미료라고 하잖아요.”

윤기태가 머쓱한 듯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외쳤다.

“엄마, 파이팅.”

백수희는 힘을 얻어 껍질을 다 벗기고 재료들을 자르기 시작했다.

은우는 백수희가 자른 재료들은 다시 작게 아기용 칼로 자르는 임무를 맡았다.

은우가 양파를 자르기 시작하는데 자꾸만 눈물이 났다.

‘아, 자꾸만 눈물이 나네.’

은우의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백수희를 바라보았다.

“엄마, 너무 매워요.”

서미래가 은우를 보고 외쳤다.

“양파 이제 그만 잘라도 돼. 은우야. 누나는 통으로 줘도 은우가 주는 거면 잘 먹을 수 있어. 근데 은우는 슬픈데 은우 표정 너무 귀엽다.”

윤기태도 동의했다.

“아빠들이 애기 울리고 싶어 하는 심정 알 것 같아요. 본인은 너무 슬픈데 너무 귀엽고 이뻐. 세상에 저 눈 좀 봐.”

방청객들 사이에서도 탄성이 이어졌다.

“은우 너무 귀여워요. 어떻게 해.”

“은우 눈물 좀 닦아줘요. 이쁘지만 은우가 힘들 것 같아요.”

백수희가 휴지를 가져와 은우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우리 은우를 울리다니 양파가 잘못했네. 양파 때찌.”

은우가 백수희의 말을 듣더니 빙긋 웃었다.

백수희가 은우를 간지럼 태우며 말했다.

“울다가 웃으면은 엉덩이에 엉덩이에.”

mc인 강대호가 말했다.

“두 분 요리를 하시는 게 아니라 깨를 볶으시네요. 깨를.”

서미래도 맞장구쳤다.

“오늘 엄마와 아들이라는 제목으로 드라마 보고 있는 거 같아요. 요리 프로가 아니라. 근데 두 분 너무 잘 어울려요. 진짜 엄마와 아들 같아요.”

윤기태가 말했다.

“진짜 저 아까 은우가 백수희 씨 편들 때 웃겨야 해서 말할 순 없었지만 속으로 뭉클했어요. 나도 저런 아들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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